세계일주를 글로 풀어낸
김연지 학우

  • 406호
  • 기사입력 2018.11.04
  • 취재 정지현 기자
  • 편집 주희원 기자

지난 ‘성대생은 지금’에서 휴학을 결심하고 세계일주를 떠난 학우의 이야기를 담은 적이 있다. 독자들에게 여행에 대해 여러 생각을 안겨준 인터뷰였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에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은 학우를 만날 수 있었다. 긴 여행 속에서의 느낌과 경험을 ‘글’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김연지 학우(신방, 14)가 그 주인공이다. 1년 6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을 시와 산문으로 담아낸 책, 산문집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의 저자인 그녀를 만나보았다. 


- 산문집을 쓰게 된 계기가 뭔가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했어요. 여행중 일어나는 일들을 꼭꼭 씹어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혼자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 글을 끄적이며 외로움을 달랬고, 후에 그렇게 남긴 글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추억 속에 잠길 수 있었어요.


처음엔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기를 연재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어, 정말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때는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빈말일 수도 있지만 책을 내보라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서른은 넘어서 제 생각이 ‘사유’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될 수 있을 때 내겠다 말했죠. 그러다 돌연 책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던 건, 책이 사람을 망치는 일을 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책이 마음에 안 들면 덮고 말지 그 책으로 인해 자신이 망가지지는 않잖아요? 또한, 언젠가 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설사 부끄러운 기분이 들더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20대 초중반의 나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려움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일 뿐, 책을 못 낼 이유가 없더라구요.


여행에서 돌아온 후 ‘문득 흔들리고 부서질 때’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을 준비했어요. 마냥 설레고 행복한 감정뿐만 아니라, 외롭고 힘든 감정 도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거든요.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텀블벅 후원을 열어 1,200만원을 모금했고, 그 돈으로 책을 만들어 독립서점에서 판매했어요. 이 과정에서 제 글을 좋아해 주신 독자들을 만나며 책 쓰는 일의 보람을 느꼈고,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 두번째 산문집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을 했어요.


-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이라는 산문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은 제가 1년 6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을 시와 산문으로 담아낸 책이에요.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니 ‘포옹’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여행하며 맺은 인연들은 대부분 악수로 시작해 포옹으로 끝나는데요, 헤어지기 전 포옹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과 할 수 없는 것, 상대를 신뢰하고 애정을 느껴야 할 수 있는 것이 포옹이니까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접점 없던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책에 담았기에 제 책은 포옹을 닮은 것 같아요.

- 이번 산문집을 통해 독자들이 꼭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책에 쓰인 이야기들은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 연애에서 일어나는 갈등 등을 여행이라는 소재로 풀어냈거든요. 스스로를 다잡으려 썼던 글들이지만 독자분들께도 공감이 된다면 책 쓴 사람으로서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자기 뿐만이 아니라는 기분, 해결 못할 문제들이지만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덜 외롭지 않나요?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삶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내게 된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출판사에서 청탁이 들어와 책을 낸 케이스가 아니에요. 출판사 50여 군데에 원고를 돌리고 연락을 기다렸죠. 출판사들과 미팅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불발된 적이 있어요. 계약 하기로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더니 잠수를 탄 출판사도 있었고, 계약하고서도 출판사 내부 문제로 계약이 해지된 적도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내가 좀더 유명했더라면, 내가 좀더 글을 잘 썼더라면'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그 시기는 그냥 글을 쓰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나라도 내 글을 아끼고 사랑해야 내 글을 읽을 누군가도 그래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출판사들로부터 아쉬운 메일들을 받을 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계속 글을 쓰던 제 자신이 이제야 조금 대견스러워요.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여행 관련 강연을 하거나 북토크를 하는 등 책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북튜버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긴 한데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고.. 바쁘더라도 이번 학기는 중도휴학 하지 않고 잘 마무리하는게 목표입니다. 마감 때 너무 힘을 뺀 나머지 요즘은 글을 쓰지 않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을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 가사에 얽힌 생각이나 추억들을 덧붙여서요. 떠나지 않고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데, 음악이 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 관련 책을 한 권 썼으니,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책도 한 권 쓰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건 제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언제까지나 여행만 하고 살 순 없으니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야죠.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1년 동안은, 적어도 한 학기 동안은 휴학을 하고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일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지 등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큰 과제는 죽는 날까지 자신과 사이 좋게 지내는 법을 찾는 일 일지 모르니까요.  설사 취업과 관계없는 일을 하더라도 1년이라는 시간은 궤도에서 벗어날 만큼의 시간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어요. 물론 그 시간을 통해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잖아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독서의 계절이니만큼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한번 펼쳐봐주세요!


산문집을 통해 그녀가 느낀 감정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의 말처럼, 책을 통해 여행과 일상 그 모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성공적 출판을 응원하며, 여행에 대한 두번째 인터뷰를 마무리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