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내고 있는 과정 위에서,
데이터에 도전하는 서성현 학우

  • 477호
  • 기사입력 2021.10.10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7361

우리는 때때로 위대한 성취를 이룬 누군가보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를 보며 자극을 얻곤 한다. 아쉬운 건 자극이 자극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자극이 불안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작금의 대학생들은 ‘갓생’ 열풍(‘갓생’과 관련해서는 475호 <문화읽기> 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에 살고 있지는 않나 싶다. 뭔가 나태해진 것 같을 때 “갓생 산다”라고 외치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갓생’을 살아가고 있다. 다른 이들의 삶의 모습에서 건강한 자극을 얻고 내 삶을 소중히 보듬어주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 


이번에는 ‘건강한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전공 분야인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공부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성대생인 서성현 학우를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융합학부 데이터사이언스융합전공에서 데이터를 공부하고 있는 20학번 서성현입니다. 우리 삶에 숨어있는 다양성과 그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융합전공’에 어떤 매력을 느끼시고 진입하셨나요?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축구에 빠져서 새벽까지 경기를 보기도 하고, 전시나 미술작품을 보는 걸 좋아해서 미술관이나 전시회에도 자주 다니고, 공간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보러 다니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볼 수 있는 서점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데이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들, 다양한 분석법이 있고 분석을 통해 나오는 결론이나 활용법도 무궁무진하죠. 이런 다양성의 매력에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학문 분야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사회 속에 내재된 다양성, 그리고 그 다양성이 갖고 있는 가치와 노력에 끌려요.


이론을 공부하고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툴 조작법 및 활용법을 익히면 그다음부터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와 보여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건 1학년 여름방학 때 수강했던 도전학기 ‘데이터 과학과 소셜 데이터 분석’ 과목을 들으며 깨달은 부분이에요. 그전까지는 사회과학계열로 입학해서 통계학과로 진입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이 강의를 듣고 나서 데이터사이언스융합전공도 고려하게 되었을 만큼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강의 외적으로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본 것들이 많았어요. 자료들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학문 분야가 제 성향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진입하게 된 이후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코딩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 같습니다. 코딩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딩 실력을 어떻게 쌓으셨고, 또 쌓아가고 계시나요?

저는 사실 코딩을 잘 못합니다. 진짜로요. 대부분 데이터사이언스를 한다고 하면 뚝딱하고 앱이나 웹을 만들어내거나 코드를 술술 써 내려가는 모습을 기대하시는데 현실은 코드 몇 줄 쓰고 에러 해결하느라 낑낑대다 밤을 새워 버리는 모습뿐이거든요. 요즘은 코딩을 고등학교에서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배우고 접하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우리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처음으로 코딩이라는 걸 접해봤기 때문에 다른 학우들에 비해 코딩 기본기도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더 오래, 더 많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습니다.


저는 코딩이 어렵긴 했지만 재밌습니다. 에러를 해결하는 순간에 느끼는 약간의 카타르시스, 기쁨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5초 정도의 시간이 한 시간을 더 코딩하게 만들고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서 코딩하도록 돕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단순해서 그런지 별거 아닌 찰나의 순간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몰입하게 해주는 동기부여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요. 어려워도 복잡해도 모르겠어도 포기만 안 하면 코딩 절반은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의 공부이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이잖아요. 그 기초 내용이 기억에서 사라졌거나 헷갈린다면 바로바로 검색해서 빈틈을 채우시길 바라요. 따로 책을 사서 보지 않더라도 구글에 키워드만 검색해도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가지의 자료들이 나옵니다. 유튜브에 무료 강의를 올리시는 현직 개발자분들도 많으니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질 좋은 무료 콘텐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매번 모르는 게 나와도 매번 찾아보고 자료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제 것으로 학습되어서 다음에 비슷한 코드를 쓰거나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쉽게 해결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많이 틀려보시고, 많이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해나가시면서 키울 수 있었던 역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공 과목을 수강하면 대부분의 과목에서 개인 또는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합니다. 학과 공부 외에도 데이터사이언스 학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회에서도 내부에서 진행한 팀 프로젝트와 방학 중 공모전 참가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다뤄 본 데이터는 서울시 소비 데이터, 교통 및 이동 데이터, 확진자 추이와 관련된 코로나 데이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크롤링 데이터, 넷플릭스 작품 데이터, EPL 20-21 시즌 데이터, 그리고 금융 관련 데이터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입니다.


생각보다 데이터 분석에서 중요한 건 코딩 능력이나 통계적, 혹은 수학적 지식이 아니고 주제, 즉 분석하고자 하는 데이터와 관련된 배경지식입니다. 이를 보통 도메인 지식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경제 지표나 경제 관련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데이터 분석의 방향성과 분석 방식을 정할 수 있어요. 데이터를 다룰 때 기본 지식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아예 모르고 시작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공부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분석 과정에 녹여내며, 알맞은 결과를 도출하는 게 모두 다 자연스러운 하나의 큰 흐름을 갖고 있어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작정 분석, 특히 단순 시각화에만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여러 프로젝트를 거듭하면서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을 자각해 점점 공부를 많이 하고 자료를 많이 찾아보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어요. 넓고 얕았던 관심사가 점점 구체화되고 전문적인 지식들이 더해져 풍부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경제/금융 관련 데이터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이나 생활,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는 것에 많은 흥미를 느껴 이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정리하는 능력과 각기 다른 분야에 필요한 분석 기법이나 적절한 통계적 지식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고 즐거운 과정입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어렵고 신경 쓰이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전처리’와 ‘검증’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이전에 데이터를 1차적으로 정제하는 작업이 전처리인데요. 이 과정을 거쳐야만 데이터 분석의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재구성할 수 있고 분석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어요. 상품 기획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한다든지 현재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해 분석을 한다든지 향후 발전 방향에 필요한 예측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 등 각 상황에 맞는 목적이 모두 달라요. 

이렇게 다각도로 뻗어있는 데이터 분석을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바로 전처리입니다. 이 전처리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분석가의 주관이나 편향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의 편향성을 경계해야 하죠. 어찌 보면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빅데이터는 매우 큰 양의 정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예외 사례들을 무시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고 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하는 일종의 조작이 가능하기도 하거든요. 좋게 말하면 취향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향일 텐데 사람의 능력을 통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역시 사람의 능력이라고 봐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로 ‘검증’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학기에 굉장히 잘 참여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도전학기의 이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전공이 없었던 작년, 1학년 때도 도전학기를 수강했는데 그 과목을 계기로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번 도전학기에는 전공으로 인정되는 과목과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교양 과목 총 3과목을 수강했어요. ‘머신러닝과 딥러닝’, ‘AI 시대의 기술윤리와 미래유학’, 그리고 ‘AI 기초와 활용’까지 총 7학점을 취득했습니다. 


이 중에서 AI시대의 기술윤리와 미래유학 강의가 다른 학우들에게도 추천해보고 싶은 강의일 정도로 기억에 남아요. 어떤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하는지 등 철학적이면서도 기술윤리적인 측면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강의를 진행하신 교수님 중 한 분께 개인적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질문과 의문을 이메일을 통해 여쭤봤는데 교수님께서 너무나 좋은 답변과 응원을 해주셔서 더 기억에 남는 강의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 교수님의 메일 내용



단순히 전문성을 빨리 갖출 방법에만 몰두해 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야 할지를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던 게 도전학기였어요. 중요한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저에게는 나름대로 공부나 학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얻은 지식과 지식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전학기는 말 그대로 도전해 볼 만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도전학기를 통해 정규학기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실 기회를 쟁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성현 학우는 도전학기 경험을 통해 성장과 변화를 이룬 이야기를 공모한, 2021 도전X라이브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성균튜터링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에 온 이후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나름대로 경제적 독립을 했습니다. 등록금부터 제 개인 생활비는 전부 다 제가 마련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라 반강제로 그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알바를 하고 투잡은 기본이고 쓰리잡을 하면서 생활비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온갖 활동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한 직종은 아무래도 과외와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였는데요. 처음부터 과외를 하지는 않았고 한 유명 대형 재수학원에서 수학 과목 담당 질의응답 조교 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학생들과 호흡하고 기싸움도 하면서 가르치는 일에 대한 나름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과외 제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한창 과외를 많이 할 때는 재수학원 조교를 하면서 학기 중에 4명까지 과외를 해봤으니 이 정도면 그래도 가르치는 데에 조금은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스스로 조금 해봤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능력 중 하나를 뭔가 다른 방향으로 활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찾게 된 것이 성균튜터링이었고요. 저는 24기 정치학입문 과목의 튜터로 성균튜터링을 수료했어요. 1학년 대계열제 학생이었을 때 수강했던 과목이었고 제가 전공진입한 이후 저처럼 대계열제 신입생으로서 정치학입문을 수강하는 새내기 학우들 3명이 지원하여 한 조가 되어 한 학기 동안 튜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준비할 것도 생각보다 많고 일주일에 한 시간 반 정도, 길게는 두 시간 정도를 할애해야 했기에 생각보다 빡빡했지만 마지막에 튜터들이 좋은 경험이 되었고 제가 도와줘서 공부 방향성을 잘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해줘서 뿌듯했습니다. 저 역시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무작정 외우다가 고등학생 때처럼 막연히 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처참한 시험 점수를 통해 알게 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튜터링을 하는 내내 튜티들이 대학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마지막에 튜티들이 그런 점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해줘서 저 나름대로는 성공적인 튜터링을 수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살려 현재는 롯데 장학재단의 멘토링 장학생으로 선발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 중학생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멘토링을 교외에서도 이어가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항상 멘토링에 임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저랑 가르치는 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경제대학 학생회,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총학생회 등 학생회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끼고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삼반수를 해서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학생단체나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전적 대학에서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한 학기를 보냈다는 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서 우리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꼭 그런 단체에 한 번쯤은 가입해 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 관심이 갔던 건 학생회였고 과가 없는 대계열제 신입생이라서 과 학생회에 들어갈 수 없어서 제가 당시 소속되어 있던 단과대인 경제대학 학생회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인연이 되어 작년에 제53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에 정책 팀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선본 당선 이후에는 사무총괄국장을 맡아서 학생회에 지독하게 엮였었네요.


개인적인 이유로 총학생회 사무총괄국장직에서 중도 사퇴를 하게 되었는데 지난 학생회 생활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코로나로 인해 학생 사회가 많이 무너지기도 했고 학생들의 학교 소속감이나 엘씨나 과 동기들 간의 유대감이 부족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역할을 학생회가, 아니 정확히는 제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제가 한다고 다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요.


비록 국장이지만 한 조직에서 감투를 쓴다는 건 표면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중압감,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 같습니다. 물론 이런 감정들이 모두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적어도 일하는 내내 제 위치에 맞는 책임을 다하려고 고군분투했습니다. 눈 뜨자마자 총학생회 관련 일을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학생회 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책임지겠다는 말과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섭고 무거운 말인지 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리더의 자격에 대해서도, 좋은 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환경에 대해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고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가 학생회 경험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 사회를 떠났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앞으로도 지켜 나갈 누군가가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그분이 가지고 있을 책임감과 중압감에 공감하면서 응원할 것 같네요.



♤‘나’를 움직이는 내적인 힘은 무엇인가요?

저는 ‘노력’을 너무나 좋아해요. 제가 직접 하는 노력도 좋지만 누군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고 자극을 받아요. 그래서 제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몇 년 전에 내렸어요. 축구 선수들을 보면 경기장 안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즉각적인 상황 판단과 헌신, 투지를 보여주는 노력을 느낄 수 있거든요. 직관을 가면 그런 에너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무관중 경기로 전환된 게 너무나 아쉬운 요즘입니다.


노력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노력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냥 항상 열심히 사는 거고 열심히 안 하면 안 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을 정도이기도 했어요. 열심히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게 물 흐르듯 당연한 일이었죠. 그러던 중 하루는 “내가 왜 노력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던 때가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결과물로 보여지는 것도 없고 남은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노력하는 과정 중에 보람을 느끼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진짜 꼭 노력하면서 살아야만 하나, 나는 왜 노력하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교양수업에서 마침 제가 생각하기에 부정의한 것들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과제가 있어서 이런 성찰을 리포트로 녹여내면서 그 의문점을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노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면서 노력을 평가하는 방식, 노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저의 생각 등을 정리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어요. 나는 나를 위해 노력하는 거구나. 저는 제가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타인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아요. 그 자극과 동기부여는 결국 제가 더 노력하면서 살 수 있는 원동력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결국 저는 노력에 의해서, 노력을 하면서 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든 매번 맨 처음에 적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동사형 인간’ 서성현입니다.”인데요. 

‘동사형 인간’은 제가 고3일 때 가르쳐주셨던 아랍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에요. 단순히 명사로 꿈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동사형으로, 혹은 형용사를 통해서 꿈을 정의하는 삶을 살라고 해주시면서 ‘동사형 인간’이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예를 들어 단순히 경찰이 되겠다가 아니라 내가 소속된 관할 지역에 한해서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지 않게 치안 및 방범 관리, 유지를 잘 하는 경찰이 되겠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미지화되는 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저는 이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머리를 한 대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어요. 와 이거다, 이거구나 하는 마음이 바로 들었고 과장을 좀 보태자면 가슴이 좀 뜨거워졌달까요? 일단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목표와 꿈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멋지더라고요. 동사형 인간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면 일상 속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행동할 수 있는 좋은 동기가 생겨요. 우리가 살면서 항상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동사형 인간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내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응원이 되거든요.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아 이런 일을 하면 도움이 되는구나, 아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가 이런 게 있구나 등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순간의 경험들이 다 동사형 인간이 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좋은’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이 ‘좋은’의 의미를 정의하고자 동사형 인간으로서 여러 활동들을 해보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도전하는 과정을 겪고 있고요. 언젠가는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데이터 분석가의 자질을, 그 가치를, 본질을 다 가지고 있는 최종적으로 성공적인 ‘동사형 인간’이 될 수 있겠지 싶어요.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평소 성균웹진에서 <성대생은 지금> 기사를 즐겨 보던 학우 중 하나였어요. 너무 대단하신 분들이 많아서 제가 처음에 이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걸 내가 해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에도 그런 생각이 조금은 드는데 무언가 이뤄내는 과정에 있는 분들이 제 인터뷰를 통해 공감을 많이 하시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을 하나 전하면서 마무리를 해볼까 해요. 

니체의 말인데요. “나는 사랑하노라. 그 자신의 덕으로부터 자신의 취향과 운명을 만들어내는 자를. 

그런 자는 그럼으로써 자신의 덕을 위해 살고 죽으려 하니.” 

사랑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우분들 모두의 삶에 있는 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