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세상을 담는 공대생 사진작가,
박지성 학우

  • 411호
  • 기사입력 2019.01.13
  • 취재 현지수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제5회 호국미술대전 사진부문 육군참모총장상 입선, 제10회 아름다운 유·스퀘어 사진공모전 입선, 제9회 제주 국제사진 공모전 동상, 압구정 캐논갤러리 플레이샷 전시 Editor's pick, 개인전 <동행> 등을 비롯한 수많은 수상경력과 전시이력을 가진 사진작가가 있다. 전업 사진작가의 화려한 경력으로 보이지만, 이 모든 경력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우리학교 공대생 학우의 이력이다. 공대생과 사진, 얼핏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조합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 사진에 열정을 다하면서도 학업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박지성 학우(화학공학과 13학번)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때 아버지께서 가족여행용 카메라 하나를 장만하셨습니다. 그 카메라를 저도 제대로 다루고 싶어 대학 입학 후 <시선>이라는 사진동아리에 가입해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학년때 동아리 회장이 되면서 ‘명색이 동아리 회장인데,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관련 서적을 찾아 읽기도 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삼고 있지만, 작가님처럼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수상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사진’이라는 취미에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진에 큰 매력을 느낀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볼 때만큼은 오로지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느 청년들이 그렇듯 이것저것 고민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쥔 시간만큼은 제가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으로 눈앞에 있는 세상에 몰입해 소통할 수 있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후로 저에게 사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지치고 힘들 때 저를 북돋아주는 존재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저의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내 표현할 수 있는 스케치북과 같은 도구가 되었습니다. 


사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되고 나서는 주변에서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좋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사진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하나 꼽는 것이 무척 어렵기는 합니다만, 애써 하나를 선택하자면 아무래도 아이슬란드에서 담은 오로라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풍경사진가로서 언젠가는 꼭 담아보겠다 마음먹었던 대상이기도 하고 실제 촬영 환경이 매우 험난해 어렵게 찍어와서 기억에 많이 남고 그만큼 애착이 갑니다. 개인전을 열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오로라 사진을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볼 수 있게 공유하는 것보다는 크게 뽑아 실물로 보여드리고 싶었으니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뽑힐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 활동하며 힘들었거나 행복했던 경험 등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재작년 여름, 종강하자 마자 이탈리아를 한달 간 여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니 어떤 제약도 받지 않기 위해 혼자 여행을 하는 편인데, 이따금 혼자 있다 보니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분들, 특히 커플들을 가볍게 몇 장 찍어드리고 사진을 선물하는 식으로 저의 외로움을 달래 주고는 합니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도 행복한 기운을 얻어 힘내는 것이죠.


그 당시 베니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마주쳤던 한 독일 커플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올해 결혼을 하신다고 저에게 연락을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선물해드렸던 사진이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 청첩장으로 만들었다고 하셨습니다. 6월에 결혼하신다고 청첩장과 함께 독일로 초대해 주셨으나 그땐 학교를 다닐 시기라 가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 찍어드렸던 사진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분들과 저 사이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풍경사진과 인물사진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촬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품활동을 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저는 대부분의 영감을 책 읽을 때 얻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떠오르는 아이디어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내용을 보고 있을 때도 그러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 관련 책을 읽다가 촬영 컨셉이 떠올라 작업노트를 꺼내 바로 적었는데, 다 쓰고 난 뒤에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서를 할 땐 사고가 유연하게 확장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낯선 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합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환경에 있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는 합니다. 


실제로 개인전시를 시작하기 3일전까지 각각의 사진 제목을 완벽히 정하지 못하여 기차를 타고 즉흥적으로 전주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때때로 기차 안에서 창밖에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감을 주는 하나의 여행이 되고는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가끔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시집을 읽기도 합니다. 시에는 다양한 감정이 풍부하게 녹아 있습니다. 술 마시고 이입하면 평소보다 한 단계 깊이 다가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업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와 ‘잠겨 죽어도 좋으니 그대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저의 사진입니다.



▶여행하면서 많은 사진작품들을 남기셨는데, 여행 중에 ‘인생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진 초보자 학우들께 도움이 될 만한 ‘꿀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서있는 이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찍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찍었던 사진을 나중에 다시 열어볼 때엔 분명 그 당시 감정이 떠오를 것입니다. 사진은 빛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함께 기록하는 것이니까요. 사진 속 연인이, 또는 내가 활짝 웃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인생사진’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풍경사진도 마찬가지로 그 당시 내가 그곳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떠올리게 해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촬영 했다면 색 보정을 통해 그때 눈으로 봤던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준다면 금상첨화 일거에요. 카메라는 우리 눈이 바라보는 세상 보다 살짝 어둡게 담아내거든요.


▶사진작가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계시는 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사진에 푹 빠지기 시작하던 2학년 재학 시절엔 사진학과가 있는 학교로 편입을 준비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느라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군대 다녀오고 2년간 많은 생각을 했고 결국 화학공학도의 길을 걷는 것을 다짐하고 복학했습니다. 솔직히 3학년까진 사진 작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느정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4학년이 되니 정말 어려운 게 현실이더라고요. 공대는 역시 공대였습니다. 4학년 되고 나서는 사진 작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한 학기 마치고 졸업하면 전공을 살려 취업을 생각하고 있지만 사진 또한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작업을 통해 여러 전시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사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아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지구를 담은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 다녀온 곳이 19개국 뿐인데 세상을 더 많이 공부해 제가 감히 품고 싶습니다. 사진은 저를 소위 ‘감정 메마른 기계 같은’ 공대생이라는 수식어로부터 자유롭게 해준 의미를 갖습니다. 공대생이지만 여전히 책을 쓰고 싶고, 사진으로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제 인생의 방향을 통째로 바꿔준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 학우분들에게도 취미 하나쯤은 가져볼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삶이 지루할 틈이 없어지고 오히려 매일매일이 재밌는 하루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당장의 작은 목표는 지금 하고 있는 성균관대(자연과학캠퍼스) 캠퍼스의 사계절을 담는 프로젝트입니다. 공부로는 안될 것 같으니 사진으로라도 학교에 족적을 남겨본달까요? (웃음) 지나가다가 카메라 장비를 주렁주렁 매고 있는 학우를 본다면 가볍게 인사해주세요! 힘내서 학교를 멋지고 아름답게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