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온
Justin Paul Barrass 교수

  • 515호
  • 기사입력 2023.05.08
  • 취재 이윤서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5915

자신이 즐기는 일을 통해 타인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학부생 시절의 우연한 기회를 시작으로 여기 성균관대학교에서 1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교수가 있다. 영국에서 온 Justin Paul Barrass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Justin Paul Barrass 교수는 영국에서 왔다. 현재 우리대학 자연과학캠퍼스 글로벌 부서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글로벌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웨일스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는데 웨일스에서는 수학을, 옥스퍼드에서는 과학과 대학 영어 교육을 공부했다. 취미는 자전거 타기와 등산하기 같은 다양한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 고향을 소개해 주세요.

영국의 북동부에 위치한 스톡톤온티스(Stockton-on-Tees)라는 작은 마을에서 왔어요. 스톡톤온티스는 성냥이 발명된 곳이자 첫 여객 철도가 있었던 곳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 마을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관광객들이 저희 마을을 여행하러 오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거든요. (웃음) 그렇지만 사랑스러운 장소들로 둘러싸인 마을입니다. 요크(York)와 뉴캐슬(Newcastle) 도시의 중간쯤에 있어요. 가장 가까운 도시는 더럼(Durham)인데 성당이 930년 전에 지어졌을 만큼 오래된 도시라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 오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국으로의 첫 방문은 꽤 즉흥적이었어요.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컴퓨터를 켰는데 메시지 하나가 뜨더라고요.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한 해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당시 저는 수학을 전공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한편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없어서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알고 보니 한국 울산에서 작은 학교를 운영하는 남자 형제를 가진 대학원생으로부터 온 메시지였어요. 그래서 졸업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시점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1년간 울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제가 이 일을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고 영국으로 돌아가 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다음에는 이스탄불에 가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그리워서 2001년에 울산으로 다시 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1년만 있을 생각으로 방문했던 한국에 2023년인 지금 아직도 제가 살고 있네요. (웃음)


- 한국의 첫인상을 말씀해 주세요.

한국에서의 첫 한 해를 정말 행복하게 보냈어요. 별생각 없이 와서 오히려 더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가득한 1년이었어요. 한국 국내 여행은 물론 주변 나라들까지 모두 여행했어요. 그리고 제가 이 문화와 잘 맞는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고요. 이는 다음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했죠. 이후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가면서 한국에서의 제 삶은 보다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제게 재미있는 곳입니다.


- 성균관대학교에 오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터키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며 저는 어린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있는 학생들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몇 년간 다른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겐 성균관대학교가 조금 더 도전처럼 느껴져서 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맞았어요. 성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 강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17년째 일을 하고 있어서 딱 한 가지 일을 뽑기는 조금 어렵네요.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일들도 포함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는 전 세계의 모든 교육자가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만 하도록 만들었어요. 완벽한 대처라고 절대 말할 수는 없지만 저희는 최적의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이제는 조금 더 밝은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학생들이 삶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고 조언을 구하러 올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담당하시는 강의를 소개해 주세요.

요즘에는 학부 중심 강의를 하고 있어요. 영어 쓰기, 영어 발표, 영어 토론, 글로벌 영어, 비즈니스 영어 그리고 유럽문화 세미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영어가 제 대학원 연구의 중심인 만큼 이 강의가 제 전문 분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하자면 국제적인 시각에서 영어의 다양성과 쓰임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 본인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배움이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어떤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대부분 본인이 즐겼던 수업들이 기억에 남을 거예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서로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배우는 것이다 보니 저는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받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우리는 모두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해석해서 어떤 학생들에게는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 함께 수업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배움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 즐긴 것 같아 안타까워요. 대학이란 학업 외에 사회적으로도 성장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내기 때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고 어른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시기죠. 변화와 자아 발견의 소중한 시간인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수업하고 여러 사회적 관계들을 형성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도 이제는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마음껏 즐기세요. 학업에도 열중해야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찾으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