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입학식 선서 주인공 <br> 로바르 학우

2018 입학식 선서 주인공
로바르 학우

  • 394호
  • 기사입력 2018.04.25
  • 취재 이희영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 조회수 10565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 만나본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로바르 학우이다. 로바르 학우는 올해 우리 학교 입학식에서 외국인 학우 대표로 선서를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조이로바 로바르(Zoirova Lobar)입니다. 우즈베키스탄도 한국 처럼 성이 이름 앞에 와요. 93년생이고요,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 살입니다. 인문과학계열 18학번이에요.”

18학번으로 입학했지만, 그녀는 한국에 온 지 4년이 넘었다.

“2014년에 한국에 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학교에 계셨던 한국인 선생님 덕분에 열두 살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한글에 관심이 생기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가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1년 동안 코이카(KOICA, 한국 국제 협력단)에서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에게 한국어를 더 배웠고요, 2014년에 혼자 한국으로 왔어요. 오래 바라 온 꿈을 이뤄서 너무 기뻤죠. 하지만 처음에는 자수 공장, 전자제품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등록금을 벌어야 했어요. 그렇게 4년 동안 등록금을 벌고 이번에 18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로바르 학우는 4년 전 한국에 처음 온 그 순간을 기억한다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겨울이었어요. 정말 추웠죠.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겨울에 눈이 오긴 하지만 바람이 덜 불거든요. 우즈베키스탄에는 바다도 없어서, 나중에 부산에 찾아가서 해운대를 봤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낯선 모습이 무섭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한국 사람들은 다들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한국 사람들을 보면 피부가 좋은 것 같아요. 처음 한국인들을 봤을 때 다들 피부가 좋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한국어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영어로 해도 상관없다는 말에, 로바르 학우는 꿋꿋이 한국어로 하겠다며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한국어 문법은 우즈베크어 문법과 어순이 같아서 별로 어렵지 않아요. 대신 회화가 어렵죠. 한국어 발음이 가장 난관이에요. 처음에는 외래어 표기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white’가 왜 ‘화이트’로 쓰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처음에 저게 무슨 말인지 아예 몰랐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표현은 바로 인사말이라고 한다. “가장 처음 배운 말이 ‘엄마’, ‘아빠’. 그리고 인사말이었어요. ‘감사합니다’도 배우고, ‘선생님’이라는 단어도 배웠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문화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게 참 많아서 더 배우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결혼식 때 한복 입고 절 하는 폐백 문화예요. 한복은 참 예쁜 것 같아요. 한복이 너무 예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지인에게 부탁해서 한복을 직접 지어 입어 본 적이 있어요. 한국에 와서도, 경복궁에 가서 한복을 대여해서 입은 적도 있죠.”

 그녀는 성균관대에만 입학 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성균관대는 역사가 깊은 학교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장학금 제도도 잘 갖춰져 있어요. 좋은 분위기를 갖춘 학교여서 입학하고 싶었죠. 다른 학교에는 원서를 쓰지 않고 성균관대에만 원서를 썼어요. 제가 이곳에 온 데에는 남자친구의 영향도 컸어요. 남자친구는 같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인데, KOICA에서 만났어요. 남자친구도 성균관대 학생이에요. 여기 온 지 3년이 되었죠. 처음에는 어학당에서 공부하다, 작년에 입학해서 지금 2학년이에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많은 걸 도와줬어요. 내년에 남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이랍니다.(웃음)”

그렇게 꿈꿨던 성균관대에서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다. 바로 2018년 입학식에서 했던 외국인 학우 대표 선서이다.

“교수님이 선서를 맡아 달라는 이메일을 보내 주셨어요. 많이 놀랐지만 기뻤어요. 교수님이 저를 믿고 대표 선서를 맡겨 준 거잖아요.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메일을 받았을 때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어요. 선서 때 읽을, 신입생 청학문을 보내 주셔서, 한국으로 오는 길에서, 또 한국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했어요. 실수하지 않고, 발음도 틀리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입학식 때 진짜 선서를 하자니 너무 떨렸어요. 그래도 많은 학생 가운데서 입학 선서를 한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꿈꿨던 성균관대에 입학한 이래 그녀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성균관대에서의 생활은 정말 즐거워요. 교수님들도 잘 가르쳐 주시고, 중국,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아요. 꿈에 그리던 곳에 와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답니다. 대학에 들어왔으니 동아리에도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아직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나중에 알아보려고요.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요. 힙합 댄스를 좋아하거든요. 우즈베키스탄 학교에서는 댄스 공연을 한 적도 있답니다.”

그녀는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서도 멋진 포부를 드러냈다. “앞으로 계속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에요. 러시아어나 영어, 중국어를 전공하고 싶고요, 원전공 말고도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녔던 정보기술학교(College)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거든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등을 우즈베키스탄에 소개하는 사업을 하는 게 꿈이에요. 이니스프리, 아이오페, 헤라 등의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성균관대 학우분들 모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열심히 지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만 하지 말고 신나게 노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자기 마음이 말하는 것만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야 한다는 거예요. 남의 생각이 아닌 자기 생각으로 살아야 하죠. 한국에선 어떤 선택을 하는데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많이 봤죠. 물론 조언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선택은 결국 자신의 관심이 향하는 것으로 해야 해요. 모두가 성균관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