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 Pawan Kumar Srivastava 박사

  • 467호
  • 기사입력 2021.05.14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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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지방을 밟고 선 5월이다. 소매에 스치는 공기가 점차 훈훈해지고, 세계는 자기가 가진 가장 푸른 빛을 준비한다. 오뉴월은 창밖 행인들의 소음마저도 배드민턴 라켓 위로 튀어 오르는 공의 리듬처럼 경쾌하다. 그립고도 낯선 순간의 계절 5월,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오뉴월보다도 따뜻한 나라 인도에서 온 Pawan Kumar Srivastava 박사후 연구원을 만나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인도에서 온 35살 Pawan Kumar Srivastava라고 해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이창구 기계공학부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을 향한 열정이 저를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연구원으로서의 삶으로 이끌어주었다고 생각해요. 물리학 석사 과정을 마무리한 후, 과학분야를 연구하는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인도 뉴델리의 자와하랄 네루 대학(Jawaharlal Nehru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을 끝내자마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에서 연구원 일을 시작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지요. 저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것에도 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2017년 중순 성균관대에 자리잡기 전까지는 25개국 이상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장소와 역사, 문화를 탐방하고는 했답니다.


▣ 한국에 오기 전에 지내던 곳은 어떤 곳인가요?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고라크푸르라는 작은 도시가 제가 태어난 곳이에요. 인도의 수도인 뉴 델리로부터 동쪽으로 약 800km정도 떨어진 지역이지요. 우타르 프라데시는 인도에서 네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진 지역이고, 땅이 넓은 만큼 인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인구가 약 2억명 정도이니, 한국 인구의 약 4배 가량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인도는 ‘다양성의 통합’의 교과서 격인 국가예요. 인도는 다양한 종교/문화 집단을 포용하고 있고, 언어만 해도 전국적으로 20,000가지 가량이 사용되고 있거든요.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은 자연스레 다양한 식문화를 발생시키기도 했어요. 인도에서는 어떤 지역을 방문하든 간에 다양한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인도는 음식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국가예요. 또, 다들 아시겠지만 인도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공간들이 많이 있어요. 타지마할, 레드 포르, 라자스탄의 요새 같은 곳들 말이죠. 이런 인도의 다양한 장소들을 방문하다 보면 그 누구라도 인도라는 나라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 다른 국가들 가운데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과학분야를 연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한국에 오기 전 유럽에서 지내던 기간에 성균관대의 이창구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었었는데, 교수님께서 아주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어요. 연구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실 것 같았고요. 교수님께서는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해줄 것을 약속해주셨고, 제가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겠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었고, 2017년 2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어요.


한국에 오기 전 많은 친구들이 제게 한국행을 다시 고민해보지 않겠냐며 걱정의 시선을 보내오기도 했어요. (친구들의 시선에서는) 한국은 (문화적으로) 폐쇄적인 국가라서 저 같은 외국인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그래서인지 저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과연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됐어요. 하지만 성균관대에서 계속 지내다 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한국은 모두가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에서의 삶에 크게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도 애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 아내와 함께 한국만의 정서를 느끼며 살아가는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워요.



▣ 한국에 온 지 4년이 되었는데, 한국을 여행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물론이죠. 한국에 도착한 후 서울부터 대전, 부산과 같은 대도시들을 여행했어요. 설악산, 강화도, 제주도와 같은 여행지들도 많이 다녔고요. 세계적인 도시화가 진행된 대도시 서울부터, 설악산의 등산로와 제주도의 동굴들을 여행하면서 한국은 본래의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균형 있는 현대화가 이루어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자연, 전통 그리고 현대 문물과의 적절한 융합이 많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한국을 사랑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한국에서의 삶에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

코로나19가 2020년 초부터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많은 부분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꽤 일상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었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어졌고,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지요. 저도 인도에 가야 할 일이 생겼음에도 출국을 할 수 없었거든요.

일단 한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면, 이번 사태 이후 정부 측에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 아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정부의 노력 덕분에 저 같은 연구원들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고요.


▣ 한국에 오기 전에도 성균관대학교에 대해서 알고 계셨나요?

성균관대학교에는 2017년에 처음 오게 되었는데, 성균관대는 대학 랭킹도 높고 논문 성과도 좋아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성균관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성균관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2013년쯤에 제 인도 동료가 성균관대에서 연구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예요. 연구를 하려면 대학의 평판 외에도 연구실 분위기나 교수님이 굉장히 중요한데, 성균관대에서 연구 일을 하고 있는 인도 동료들에게 이창구 교수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심지어는 타 대학교에서 연구를 하는 동료들도 이창구 교수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 일을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개발하게 된 기술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 드립니다.

최근, 저희 팀에서는 ‘뒤틀린 동종접합’에 의한 전자 터널링에 기반한 연구를 Nature Electronics지에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뒤틀린 동종접합’은 전자 수송채널이 단 하나의 물질로만 구성되고, 물질의 특정 층이 서로 기계적으로 회전하는 것을 의미해요. 저희가 연구에서 발표한 전자 장치는 흑린의 비정방성을 통해 세 층으로 쌓아 올린 공진터널다이오드로 작동하지요. 이 공진터널다이오드는 전하가 이동하는 길의 가운데 양자 우물을 만들어 전하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고주파수 처리 장치예요. 이 발견은 보안 분야, 비파괴 검사 기법 및 의료 영상장치 분야에 있어 굉장히 유의미한 발견이에요. X선과 같은 유해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물체를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무선 통신이라든지, 암 진단, 신약 개발, 초고속 영상처리 분야 등 다양한 혁신기술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가 큰 기술입니다.


▣ 연구원 일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5년 동안의 박사 연구과정이 끝난다면, 가까운 미래에 조교수로 일해보고 싶어요. 좋은 연구 기관에서 일하면서 인도의 공학기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