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Truong Khanh Nhi 학우

  • 479호
  • 기사입력 2021.11.11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5720

우리는 매 순간의 순간 의식하지도 못한 채 수억 개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초래하는 유일한 우주에 진입한다. 콧잔등 위로 흘러내린 안경을 한 번 들어 올리는 순간,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쓰레기통으로 먹던 콜라 캔을 던져넣던 순간, 우리는 시시각각 또 다른 우주에 몸담고, 그렇게 모인 선택은 내 운명을 조각한다. 무한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내가 실재하는 세계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그저 스칠 뿐일지라도 엄청난 인연인 셈이다. 확률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0의 틈을 비집고,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의 인터뷰에 응해준 학우를 알아보자.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에서 온 성균관대 새내기 Truong Khanh Nhi 입니다. 소프트웨어학부 21학번입니다. 친구들과 비디오 게임을 하는게 제 최대 관심사에요. 요즘은 중국에서 출시된 게임 ‘원신 (Genshin Impact)’ 이라는 게임을 즐겨 하고 있어요. 게임이 아니더라도 만화를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휴일을 보내곤 한답니다.


▶ 만화나 애니메이션 중 학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게 많아서 하나만 콕 집어서 말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요즘은 ‘주술회전’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박상후 애니메이션 감독이 연출/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처음에는 주술사에 대해 다룬 소재가 신선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계속 읽다 보니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빠져들면서 만화책을 덮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캐릭터도 조연들 하나하나가 다 너무 개성있고요. 하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시각적인 연출이었어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액션 씬을 유려하게 잘 풀어낸 것 같아요.


▶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네. 패션에도 좀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이기는 해요. 제 마음에 드는 스타일로 옷을 갖춰 입는 것 만큼 기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저만의 스타일로 옷을 스타일링 할수록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 같달까요? 친구들과 컨셉트를 맞춰 옷을 입고 놀러다니는 것도 좋고요. 한국에서 살게 된 이후로 한국 사람들의 패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라 단위로도 조금씩 패션 유행이 다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서 신기해요.


▶ Truong Khanh Nhi가 온 베트남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많은 분들이 쌀국수나 월남쌈과 같은 베트남 음식을 접하면서 베트남과 친숙해졌을 거로 생각해요. 베트남에는 방문해 보아야 할 멋진 장소들이 정말 많아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호이안(Hoi An)의 골목골목부터,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을 주는 멋진 풍광을 가진 하롱베이(Ha Long Bay)같은 곳들요. 베트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베트남인들이 가진 특유의 정신을 빼놓고 말할 수 없겠죠? 뭐라고 설명해야할까요.. 팀워크? 베트남인들에게는 멈출 수 없는 열정 같은 게 있거든요. 베트남 사람들은 만사에 항상 열심이에요. 공부가 되었든, 일이 되었든 대충하는 법이 없죠. 베트남이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해요.


▶ Truong Khanh Nhi 학우의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베트남에서 가장 크고, 가장 바쁜 도시인 호치민(Ho Chi Minh City)에서 나고 자랐어요. 저는 호치민이 가진 그 가파른 속도를 사랑해요. 그 분주함 뒤로 펼쳐지는 도시의 색깔과 에너지는 또 어떻고요. 그런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호치민이라는 도시를 비로소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호치민의 다양성이 역설적으로 호치민을 유일한 도시로 만드는 것 같아요.


▶ 호치민을 방문했을 때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면?

호치민의 중심부요. 중심부 쪽으로 나가면 한꺼번에 많은 활동들을 즐기기 좋거든요. 쇼핑하거나 문화 유적지들이 한데 모여있어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 좋아요.



▶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은 고교생 때 한국의 K-Pop을 접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가 어우러진 한국이라는 나라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 관심은 한국 여행으로까지 이어졌어요.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음식을 먹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으로 대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결심이 섰고요.


▶ 가장 좋아하는 K-Pop그룹, 혹은 K-Pop 노래가 있나요?

저는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데, 그들의 많은 작업물 중에서도 ‘YOU NEVER WALK ALONE’ 앨범을 가장 좋아해요. 발매된 이후로 몇 년째 계속 제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해 있는 앨범이에요. 이 앨범이 나왔을 당시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방황 했었는데,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제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어요.


▶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한국의 첫인상은 한국의 TV 드라마를 통해 느낀 감상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도시가 너무 예쁘고 깨끗해서 드라마 속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언어겠죠?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일상생활 전반에서 소통의 오류를 겪을 때가 잦아요. 그래서 친구를 만들기도 어렵고, 만약 제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힘들죠. 또, 이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잖아요. 한국에서는 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수와 상점의 운영시간들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고요. 모처럼 하는 한국 생활인데 활동의 제약이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성균관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 이유는 학교의 역사가 길다는 거였어요. 학교의 역사가 긴 만큼 안정적인 공부를 하기에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로는 삼성이 재단으로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제가 소프트웨어를 전공할 예정인 만큼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학교라면 IT기술과 관련된 공부를 하기 좋은 환경일 것 같았어요. 이 밖에도 성균관대학교가 제공하는 수많은 국제어 강의들이 제가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졸업 후 목표가 있다면?

우선은 제가 꿈꿔왔던 기업체에서 인턴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 회사에 취직하는 건 물론이고요. 취직을 할 게 아니라면 역시 대학원에 가서 더 깊은 공부를 해야겠죠. 만약 대학 졸업 후에도 공부를 하게 된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부해보고 싶기도 해요.


▶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당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앞으로 전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