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온 화학도,
넴 판나로 학우

  • 400호
  • 기사입력 2018.07.27
  • 취재 이희영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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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은 우리 학교 화학과에 재학 중인 15학번 넴 판나로 학우를 취재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넴 판나로 학우는 어떤 성대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저는 성균관대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캄보디아에서 온 넴 판나로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산 지는 4년이 넘었네요.”


넴 판나로 학우는 캄보디아 정부 초청 장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2014년에 한국 정부 장학생 프로그램(KGSP, 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에 지원해서 한국에 오게 됐어요. 이 프로그램은 특정 국가에서 온 외국인 학생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세 명이 선정됐죠. 1년 동안의 생활비와 어학연수를 포함한 학비도 지원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된 거죠.”


꿈에 그리던 한국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예술 작품인 것 같았어요. 특히 교통이 정말 편리하더군요. 기대하고 소망한 모든 것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한국 땅에 발을 디디고 나니 굉장히 긴장되고 떨렸어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언어, 다른 문화,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완전히 다른 환경이 피부로 느껴졌죠. 가족과 5년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고요. 당시 19살이었던 제게 한국 유학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그는 타지에서 생활하며 상처 입었던 순간도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매체에서 본 한국의 모습 때문에 한국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죠. 아산역에서 한 한국인 여성분에게 다가가 한국어로 길을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도망가 버렸었죠. 저의 어떤 면이 무섭게 느껴진 것 같았어요. 그때 그분은 외국인 자체가 무서운 거였는지, 아니면 제 외모 때문에 제가 그저 두려웠던 건지 의문이 생겼어요. 이런 의문을 품게 된 건, 제가 만약 백인이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게, 즉 긍정적으로 풀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오래 지내게 되면서, 저는 이 문화를 더더욱 체감하게 됐고, 또 이해하게 됐어요. 한국 사회를 이야기할 때 제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어느 나라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모두 있고, 지금껏 저는 두 유형의 사람들을 모두 만나왔어요. 하지만 전 여전히 한국에서 이러한 차별이 강하게 존재한다는 걸 느낍니다. 제가 남들과 다르게 대우받았을 때, 저는 이 상황이 제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 일어난 것인지 자문하곤 했죠. 그래도 전 이곳에서 저 자체를 인정해주는 친구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이 사회의 일원으로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넴 판나로 학우는 우리 학교 화학과에서 열심히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총 세 가지의 대학교에 지원했고, 성균관대에 합격하여 진학하게 됐습니다. 우리 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 기업이었어요.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학교이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는 사실도 입학에 한몫했죠.  성균관대의 멋진 캠퍼스와 도서관을 보고, 이곳이라면 멋진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학과 중에서도 제가 화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화학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분야 중 하나였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이후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그때 제가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조사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성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화학을 선택했습니다. 화학은 전망이 굉장히 밝은 분야에요. 모든 것이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유익하고 자연 친화적인 상품들을 개발하는 데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공부하는 학문에 대해 큰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점도 분명 있다고 한다.


“화학을 공부하며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요. 무엇보다도 다양한 화합물의 구조를 모두 외워야 하는 게 힘듭니다. 대형 화합물의 기하학적 구조를 익히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이것들을 한국어로 배우니 배로 힘들어지죠. 실험할 때에는 실험을 진행하는 조건이 매일 달라져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당한 조건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때 위험한 화학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매 절차를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고요. 하지만 화학을 사랑하는 제게 이런 문제들은 그다지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즐겁게 느껴지죠.”



 

넴 판나로 학우는 성균관대의 학습 환경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균관대에서 공부하는 환경은 우리가 배우는 교수님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또, 공부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학습 환경이 각자 선호하는 모습에 걸맞아야 하죠. 성균관대는 학습 환경의 표준을 띠고 있으면서도 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요. 그런 면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곳에 와서 화학을 공부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하며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익혔어요.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가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에게는 성균관대에서 공부하며 만난 귀중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저는 이곳에서 놀랍고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비즈니스영어 강의에서 만난 학우들이에요. 그 강의에서 우리는 세계의 사회 이슈에 대한 영어 토론에 참여했죠. 지금껏 저를 도와준 많은 한국인 친구들도 큰 힘이 되었죠. 프렘쿠마르 교수님의 일반화학 강의도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학업이 훨씬 더 수월해지고  즐거워졌어요.”


그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작년의 봄 축제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학교 활동에 참여한 적이 많이 없어요.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행사는 2017년 학교 봄 축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한국인 친구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무대 앞 큰 책상에 모여 앉아 먹고 마시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의했습니다. 멋진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음악도 들었죠. 성균관대에서의 완벽한 한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야 제가 환영받고 있고, 더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넴 판나로 학우는 자신을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신조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빈틈없는 계획을 짜고 그것에 완벽히 맞추어 사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졸업 후에는 잠시 한국에 계속 머무르며 일 하고 싶어요. 한국의 일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을 하고 싶거든요. 가능하다면 SK나 LG, 또는 삼성의 화학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 이후 한국이나 또 다른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에게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을 꿈꾸는 외국인 학생들을 향한 조언을 요청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캄보디아 학생들에게는 제가 한국의 문화나 교육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캄보디아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의 한 일원이니까요. 한국, 그리고 성균관대에서의 공부는 색다르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저는 외국에서 공부하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눈을 뜨게 됐거든요.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싶다면 그에 알맞은 교육을 받아야 하죠.


저는 전 세계 곳곳으로부터 온, 저와 같은 열정을 공유하고 밝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세상의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와 생활 방식을 배울 수도 있었죠. 한국에서 공부하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에 쉬운 것은 없고, 우린 우리가 갈망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균관대 학우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삶을 즐기는 것을 동시에 이루자는 거예요.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사귀고 그들의 삶과 생각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대학교는 그런 인망을 세우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니까요.”


멋지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는 넴 판나로 학우. 그가 성균관대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다른 무대에서도 멋진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