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자신만의 시간에 따라,
대만에서 온 왕은지(王穎蓁) 학우
- 561호
- 기사입력 2025.04.11
- 취재 나연후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2217
대만에서 온 왕은지(王穎蓁) 학우는 가오슝에 위치한 국립중산대학교(National Sun Yat-sen University)에 재학하다가 졸업 전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2024년 우리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왔다.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곳’,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속’에 숨어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 두 번째 학기를 보내며,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을 찾기 위해 삶을 도전으로 채우고 있다는 왕은지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본인의 고향을 소개해 주세요.
대만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아열대 국가로 웅장한 자연경관, 다채로운 문화, 다양한 미식,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으로 유명합니다. 지진으로 형성된 섬인 대만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서쪽에서는 석양이 지는 모래 해변을 볼 수 있으며, 동쪽에서는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는 절벽이 있습니다. 중앙에는 높은 산맥이 자리 잡고 있고, 시골 지역에는 다양한 지형, 강, 농작물이 있으며, 도시에서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인 대만은 오래전부터 원주민이 거주해 왔고, 이후 한족의 이주, 일본 식민지 시기의 영향, 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모습들을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의 융합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도 비교적 개방적입니다. 정치, 퀴어, 종교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대만은 음식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우육면(牛肉麵), 루러우판(滷肉飯), 샤오룽바오(小籠包), 열대 과일 등이 있고 밤이 되면 야시장이 열리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만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사람들의 정'입니다.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치안도 좋은 편이라 여행하기에 적합한 나라입니다.
|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저는 예능, 드라마, K-pop을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며 한국어 실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한국 교환학생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연기 예술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의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예술 산업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만의 예술 산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도 적어서 시장이 아주 작습니다. 그래서 한국, 미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연극 생태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에 비슷한 점들이 있어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문화적인 차이점들도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여행 중 대학로에서 뮤지컬 '빨래'를 관람했는데, 그 감동과 충격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여러 학교 중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로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도 있었고, 은행나무, 벚꽃, 명륜당 등 아름다운 캠퍼스도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반년 동안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자주 관람했고, 아름다운 캠퍼스 풍경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 영상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립중산대학교에서 제 전공은 연극예술학과였습니다. 교환학생을 올 때에도 전공으로 연기예술학과를 선택하고 싶었으나 성균관대학교에서는 교환학생이 연기예술학과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문에 같은 예술대학 소속인 영상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영상학과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영상학과 수업을 듣지 않고 대부분 연기예술학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기예술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제 전공과 연관이 있기도 하고,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가 매우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 모교와 달리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는 영화와 연극, 연기와 연출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연극 위주로 공부해서 영화를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성균관대학교에 와서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점, 연기와 연출 간의 조화 등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는 미디어와 연극 분야에서 활약 중인 유명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고 알고 있기도 합니다.
| 성균관대학교에 와서 들은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지난 학기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수업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공 수업인 ‘빛과 그림자'입니다. 이 수업은 극장의 무대 조명 디자인을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대만에서도 조명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학교에 조명 전문 교수님이 부족해 체계적으로 수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을 보자마자 바로 수강 신청을 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다양한 콘솔, 조명 장비, 극장 공간 등을 접하며 신선한 경험을 했고,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조명 디자인의 과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전공 수업에서 조명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라 대본을 보며 한국어 읽기 실력을 키웠고 발표와 팀 과제를 통해 한국어 대화 연습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수업은 ‘교양 스노보드'입니다. 학기가 끝난 후, 수업을 수강하는 모든 학생이 3박 4일 동안 함께 스키장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였지만 나중에는 혼자 다양한 슬로프를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이 나흘 동안 단순히 스노보드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라, 한국 생활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 눈과 인공눈을 모두 경험했고, 점심과 저녁은 스키장 식당에서 한국식 식사를 하며 고등학교 급식실이나 회사 구내식당 같은 분위기를 맛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스키장 안에 있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쉬는 시간에는 한국의 술 게임도 배우며 한국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은 점을 딱 하나만 꼽기는 어려워 세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작년 9월, 제가 처음으로 참여한 한국의 대학 축제, 성균관대학교의 ‘ESKARA'입니다. 학교 사람들 모두가 초록색 옷을 입고, 대운동장에서 공연을 보고, 응원단과 함께 외치고,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청춘만의 낭만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지옥의 등굣길'입니다. 대만에서도 저의 모교가 언덕 위에 있었지만,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해서 산 위에 있다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기가 어려웠고, 학교 근처에 살면서 셔틀버스를 타기도 애매했기 때문에 매일 걸어서 등교했습니다. 등굣길의 오르막길은 마치 극한 운동 같았습니다. 특히 지각할까 봐 뛰어갈 때면 한겨울에도 땀범벅이 되곤 했습니다. 세 번째는 성균관대 경영관 식당의 ‘제육볶음’과 600주년 식당의 ‘돈가스’입니다. 저는 이 학식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 학교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겨울방학 동안 연기예술학과의 프로덕션에 참여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팀을 구성하여 공연을 준비합니다. 이번에 저는 《봄에는 자살 금지》라는 작품에서 조명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전공 지식을 한층 더 쌓을 수 있었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할 수 있었으며, 한국의 공연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중하고 귀여운 사람들을 만나 학교생활에 더 잘 녹아들었고, 그 덕분에 소속감도 커졌습니다. 공연 준비 중의 소통이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어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학교 근처의 맛집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인생네컷을 찍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겨울방학을 보냈습니다. 저에게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을 알려주세요.
한국에서의 생활은 너무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붙잡을 수 없어서, 조금만 방심해도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빠른 시간 속에서도,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감정은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다’라는 것입니다. 동네 골목길, 현대적인 거리, 저녁노을이 지는 한강,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름답게 살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서울의 모든 순간이, 모든 풍경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내가 너무 좋습니다. 저는 이 도시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이제 약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단기 목표는 남은 시간 동안 서울에서의 생활을 충분히 즐기는 것입니다. 봄의 공기를 마음껏 느끼고,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모두 방문하며,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고 싶습니다. 마지막 학기의 수업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배우고자 합니다. 장기 목표는 교환학생이 끝난 후 곧바로 졸업을 앞둔 만큼 미래를 위한 준비를 잘해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원하는 대학원에 순조롭게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으며, 더 깊고 넓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목표를 이루어 제가 사랑하는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 속담이 있습니다. "Sin pausa, Sin prisa" 그 의미는 조급해하지 말되, 멈추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간대가 있습니다. 마치 지구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빠르게 나아가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러니 나이가 몇 살이든, 대학을 몇 년 다녔든 상관없이, 내가 차분하고 꾸준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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