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여행의 즐거움

  • 423호
  • 기사입력 2019.07.12
  • 편집 연윤서 기자

글 : 이은주 글로벌 경영(17)


요즘은 뭐든 혼자 하는 게 대세다. 혼밥(혼자 식사하기)부터 혼영(혼자 영화보기)까지, 혼자만의 여유를 가지고 하는 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 생활에 지친 탓일까?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딱 맞는 유행이다. 혼자 하는 것들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 높은 것은 혼자 여행하기일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혼자 여행을 가지 못했다. 계획하는 것이 피로하기도 했고, 혼자 가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서워만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는 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지난 1년 간 일본을 세 번 갔는데 한 번은 친구와 함께, 한 번은 가족들과 갔고, 한 번은 혼자 갔다. 세 번의 여행 중 혼자 갔던 여름 여행이 가장 만족스러웠고,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혼자 하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만의 취향으로

같이 여행을 가게 되면 동행인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상대방과 조율을 하게 된다. 나는 관광지를 방문하며 구경하는 것보다는 시내에서 이런저런 가게들을 들어가보고 쇼핑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맛집을 가기보다는 눈에 띈 식당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둘러보는 것은 천천히 하기보다는 간단하고 빠르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취향들이 동행인과 맞지 않으면 서로 양보 하면서 맞추게 된다. 맞춰가면서까지 함께하고 싶은 상대도 있기 마련이지만, 혼자 간다면 나만의 취향에 완벽히 맞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만의 취향으로 꾸민 여행은 조금 더 나를 위한 힐링이 되었다.


또, 혼자 여행을 해보면서 나의 여행 취향을 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정립된 여행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더 수월하게 해줄 수도 있다. 혼자 여행을 한 후 나는 나의 여행 취향을 조금 알게 되었고, 그걸 반 년 후 간 가족 여행에 반영했다. 나는 내가 낯선 이국의 거리를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 큰 쇼핑몰에 들어가서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혼자 가는 여행은 내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고, 새롭게 취향을 발굴해주기도 한다.



그때 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스케줄을 완벽히 짜서 가도 막상 현장에 가보면 마음에 바뀔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여름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으니 날씨는 뜨겁고 습하고,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그 날은 동물원과 공원을 가려 했는데,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너무 더워서 밖에 있고 싶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동물원에 가는 대신 바로 옆에 있는 도쿄 박물관에 갔다. 박물관은 시원했고, 구경할 거리도 많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동물원 대신 박물관에 간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고, 마음을 바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에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 갔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보고 있고 싶었다. 원래는 그 이후에 숙소 근처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결국 그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조망대에 있으면서 바다 아래로 해가 떨어지는 걸 보고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가려고 마음먹었던 식당에는 가지 못했지만 시원하고 탁 트인 경치를 보니 단번에 마음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혼자 여행을 가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도 계획을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혼자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 여행 또한 그 시간이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된다. 낯선 곳에서 혼자 걷고,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자고 일어나는 것이다. 여행 하는 도중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혼자서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다. 혼자 있으니 말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새로운 걸 겪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정체성을 쌓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혼자 지하철을 타고 밖을 보면서, 섬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처음 보는 음식을 먹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캐릭터 상품을 보면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고, 신사에 가서는 종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유치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여행은 가 있을 때 뿐만이 아니라 돌아와서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아직도 종종 그때 찍어온 사진들을 꺼내 보곤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어느 정도 살아나고, 또 잊고 싶지 않아서 자주 되새겨보곤 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들은 돌아와서 되새기면서 더 강렬해지는 것 같다. 나만의 경험은 새로운 나를 만들고 원래의 나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혼자 가는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혼자 가는 여행은 함께 가는 여행에서 얻기 힘든 것들이 많다. 함께 가는 것보다 더 좋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 간다면 그것만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혼자서 가는 것이 귀찮고,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번 직접 해보면 정말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여름에는 나만을 위한 ‘혼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도 안 해봤다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