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분야로 가기 위해서 ‘틀’을 깨라!
글 :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형 교수

  • 401호
  • 기사입력 2018.08.13
  • 편집 이수경 기자

처음 가수 싸이가 유튜브에서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 때, 이것을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과 테니스 선수인 정현이 그 예가 아닌 듯 싶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그리고 묵묵하게 수행했고, 그 분야 최고 수준이 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당사자도 자신이 그렇게 뜰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우리는 왜 이 세계적인 한류스타들의 출현을 예측할 수 없었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국가나 대형기획사에서 일부러 이런 세계 스타들을 만들기 위해서 치밀하게 ‘기획’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형기획사에서 엄청난 자본을 들여 해외진출을 한 경우에 실패한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대형기획사나 국가의 계획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한인스타들의 탄생이 주는 메시지는 국가나 대형기획사에 의해서 어느 정도의 기반이 잡혀있다면, 그 안의 구성원 하나하나에게 충분한 자율성과 시간, 그리고 자본을 주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게 한다면, 어느 순간 세계 최고가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학생들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와 면담을 하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의 미래를 걱정하고, 어떤 연구분야가 ‘뜰’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곤 한다. 나 또한 학생 때 미래의 불안감을 지니고 살아왔기에, 학생들의 걱정이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내가 안타까워하는 점은 학생들 내면에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율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어떤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듯하다. 이것은 아마도 그들이 받았던 교육방식 때문일 것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그리고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규격화된 공부를 24년이 넘게 수행해왔는데, 졸업해서 틀이 모호한 환경에 간다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그 틀이 정형화되어있는 좋은 직업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과학분야에서는 완전히 방향성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도 학생들은 “졸업 후에 나는 어떤 틀에 갇혀 연구를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한다. 아쉽게도 누가 주는 틀은 없다. 특히 과학의 틀은 그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조차도 미래에 어떤 학문분야가 뜰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렵고, 지금 떠있는 분야는 이미 한물 간 경우가 많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분야도 그랬다. 약 10년 전 영장류 인지과학 분야로 미국립보건원에 가서 연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나의 지인들은 그 분야가 뜨기는커녕 한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직장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옮기는 것을 말렸다. 그 당시 나는 미래에 어떤 분야가 유망할 것인지 대해서 전혀 예상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영장류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비록 영장류 인지과학 연구는 아직까지 엄청나게 뜨지는 않았지만, 나는 운 좋게도 한국에 자리를 잡고 연구를 시작했고,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연구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그 당시에 내가 연구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정형화된 틀을 따라서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설령 잘 풀렸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후회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회는 성공이라는 기존의 틀을 고수한 나머지 내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진리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에 세워진 정형화된 틀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이 현재 추구하는 방향과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존 틀과 상관없이 자율성을 갖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도 물론 중요하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K-pop시장이 한국의 교육 및 과학계보다 앞서가고 있는 듯하다. 큰 틀을 만든 후에 그 안에서 충분한 자율성을 주고, 다양성을 확보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세계 최고를 키워냈다. 위의 문장이 과학계에 대한 설명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과학계는 아직 자율성에 있어서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노벨상’ 프로젝트들은 각 개인의 자유로운 연구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창의성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대중화의 산물이라고 본인은 믿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기본 틀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면, 그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유하지 않다면 진리를 밝힐 수 없다. 학생들도 질문을 위한 질문이 아닌, 학문의 자유함 안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이 질문을 듣는 상대방은 질문자를 ‘존중’, ‘신뢰’하고 그의 자유로운 생각을 경청하며, 논리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서 자신이 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더욱 실현 가능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나는 학생들이 어떤 교수님의 수업에서든지 정형화되지 않은 아무 질문이나 자유롭게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표출하면 좋겠다.


싸이나 BTS가 자유롭게 ‘좋은음악’을 만듦으로써 어느 순간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갔듯이,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과 연구자가 학자의 본분인 ‘진리추구’를 자유롭게 추구한다면, ‘자연스럽게’ 세계적으로 뜨는 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감히 누구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떤 학생이 기존 틀을 깨고 세계적으로 뜨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사진설명: ‘동물원 옆 미술관’ 앞에서 뇌인지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오른쪽 두 번째(선글라스에 빨간점퍼)가 김형교수. 김형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Cognitive Circuitry Lab (www.cocila.net) 에서 영장류의 학습과 기억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