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3)
- 연구실 생활 잘 적응하기 2

  • 576호
  • 기사입력 2025.11.27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2104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제주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등학생 융합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이번에 세 번째로 참석하는 융합 컨퍼런스는 대학교수들을 제주로 초빙하여 2시간 정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 분야 강연을 하고, 고등학생들이 6개월 남짓 준비한 연구주제 발표를 평가 및 조언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표하는 교수님들의 이력이 무척이나 화려하고 주제도 재밌어서 ‘나도 다른 교수님들 강연이 듣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후 장학사, 학교 선생님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깊은 애정을 느꼈다. 그 중 ‘교수님들의 좋은 강연을 통해 학생 한 명이라도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말씀이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이분들이 참 스승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나도 참 스승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난 글에 이어서 연구실 생활을 잘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내 이야기를 짧게 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연구실 생활을 잘 지냈을까? 항상 내 이야기를 할 때면,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생각이 만나는 교차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연구실 생활면에서는 글쎄… 아주 못 지낸 것은 아니지만 잘 지낸 것도 아닌 것 같다. 점수로 하면 B와 B+사이의 어디쯤? 사실 B에 더 가까울 수 있는데 열심히 지냈던 대학원 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하자.


따라서, 이번 글은 내가 경험했던 연구실 생활, 주변에서 관찰하고 전해 들은 연구실 생활, 그리고 우리 연구실의 초창기 모습과 지금 모습 등을 보며 고민한 몇 가지 방법이다.


1. 연구실원들과 밥을 같이 먹자!

첫 번째부터 약간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우선으로 제안한 이유는 그만큼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은 식당이나 여러 곳에서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나도 내 오피스나 식당에서 혼밥을 잘하는 편이다. 밥 먹을 때만큼은 편하게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연구실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즉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이 같이 식사하는 것이다.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점심은 무조건이고 저녁은 때에 따라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연구실원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 하다 보면 일단 메뉴에 대해서나 학교 식당에 가는 길에 이야기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그리고 평소에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이다.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거나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낮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혹은 불편한 사람들과 밥을 먹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충분히 낮지 않기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고 당연히 소화가 안 된다.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서 교수님이나 선배들, 처음 만나는 동기들과 식사하면 많이 불편할 수 있다. (교수님의 경우, 연구실 스타일마다 달라서 같이 식사할 기회가 많이 없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도 대학원생 시절 한 선배가 ‘연구실 점심은 무조건 같이 먹어야 해!’라고 말했을 때, 무척이나 반발심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구실원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가깝게 지내자는 뜻이 컸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선배들 말도 잘 안 듣는 편이었다… 어쨌든, 그 불편함을 이기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연구실에서 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식사하면서 또는 식사하러 가면서 나누게 되며 가까워지게 된다.


막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선배들은 연구실 생활을 먼저 경험해 봤기에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고, 동기들은 연구실 생활을 같이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공감대가 금방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우리 연구실의 경우, 나는 지도교수지만 연구실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연구실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상황도 알게 되어 자연스레 멘토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수님과 식사하는 게 부담스러운 실원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소통의 창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나의 상황을 파악하자!

연구실에 막 들어온 학부연구생 혹은 인턴인 경우, 무엇보다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하자면, 나는 연구실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내가 논문도 찾고, 읽고, 정리해서 발표도 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다. 미안하게도 조금 더 심하게 말하자면 ‘별로’가 아니라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학부연구생이 연구실에 들어오게 되면 연구실에서는 그 학생에게 인풋만이 들어간다. 물론 처음부터 경력직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는 신입 아니겠는가? 맞다. 누구나 신입의 때는 있다. 그리고 그 신입을 도와주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배가 새로 들어온 학부연구생에게 잘 대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수님이 새로 학부연구생이 들어왔으니 잘 알려주며 여러 도움을 주라고 했으니, 연구실의 여러 면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도움을 주겠지만, 그 선배의 입장에서는 연구실 후배가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학부연구생에게 치열하게 눈치코치 봐 가면서 배운 노하우를 쉽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한 번에 들긴 쉽지 않다. 성격상 남에게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을 직속 사수로 만난다면 ‘이런 행운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내 상황을 직시하는 것부터 연구실 생활을 잘하는데 시작이다. 선배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만 의무가 없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바로 나이다. 내가 선배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 이 내용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자.


▲ Rosetta Head Wharf에서 본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