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 439호
  • 기사입력 2020.03.13
  • 편집 박진실 기자

글: 시스템경영공학과 손미애 교수


나는 아마도 가장 비운(?)의 학번으로 평가받는 81학번이다. 81학번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0년 7월 말, 예비고사와 본고사로 이원화되어 있던 당시 대입제도에서 본고사가 폐지되었다. 이 제도는 유예기간도 없이 고3이었던 81학번부터 적용되었다. 또한 81학번은 ‘졸업정원제’라는 초유의 제도를 통해 입학한 학번이기도 하다. 졸업정원제는 대학 입학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과열된 과외시장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실시되었으며, 입학할 때 졸업 정원의 30%를 증원 모집하고 증원된 수만큼 학생을 강제로 중도 탈락시키는 제도였다. 당시 정부는 입학의 문호를 넓히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학에 들어오면 누구나 다 졸업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을 시정하고자 하는 선진적인(?) 제도라고 홍보했다. 한마디로 81학번은 군사정권의 독단과 만행으로 유발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학번이었다. 


이런 풍랑을 겪으며 어렵게 입학한 대학 생활도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았다. 학교는 갑자기 130%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 벅찼고, 인사캠(당시 1학년 교양 수업은 인사캠에서 진행)은 학생들로 넘쳐 나는 바람에 여유롭고 낭만적인 대학 생활은 꿈꾸기도 어려웠다. 2학년이 되어 자과캠으로 가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그 당시 자과캠 주변은 논과 밭뿐이었으며,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교를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공과대학에 입학했던 나는 공대 출신 여학생을 어디에서도 받아들여 주지 않았던 사회적 장벽 때문에 더욱 힘든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벽을 넘어설 수도 깨부술 수도 없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공부밖에 없었다. 물론 공부를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되돌아보면, 대학이 학문의 장이고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내게 대학생으로 되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하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토론을 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국내외 여행을 하고 싶다. 운동이나 악기도 배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도 해보고 싶다. 데이트도 해보고 싶고. 공부는 덤으로 하거나, 아니면 대학원에 가서 하고 대학에서는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고민해서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헛된 상상이다. 나는 더 이상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현재 대학생인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여러분의 삶이 나만큼이나 고단하고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여러분 모두 초중고 10여년을 오로지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렸고, 그 결과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기쁨을 누렸을 테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여러분은 또 다시 취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서 깊은 호흡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여러분에게 힘이 되어줄 가족과 친구가 있고 여러분의 긴장을 풀어줄 예쁜 꽃도 피어 있을 테니깐. 가끔은 시간을 내어 친구와 걷기도 하고 좀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자. 이런 시간들은 향후 여러분이 더 멀리 더 높이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면 여러분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아 대학생 때 이것도 해 볼 걸”하는 후회도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 이 시간이 여러분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