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와 토론은 인성이다.
스피치와 토론은 시민성이다.

  • 405호
  • 기사입력 2018.10.23
  • 편집 이수경 기자

글 : 이상철 학부대학 교수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다. 식물 분류학의 아버지인 스위스 생물학자 카를 본 린네가 1758년 천명한 ‘호머 사피엔스,’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다’라는 경구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사고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언어의 체계를 통해 추상적이거나 시간의 개념을 말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치아, 혀, 그리고 턱뼈의 진화로 원인류와 다르게 소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구체적 감정을 표현하며 서로 이해하려는 인간의 소통 행위는 동물과 구분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호모 로쿠엔스이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소통 수단을 크게 두 가지로만 나눈다면 말과 글이다. 그동안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말하기 교육에 대한 역사는 일천하다. 말하기 교육은 대화와 같은 사적 말하기와 스피치와 토론 같은 공적 말하기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적 말하기인 대화는 생후 8~18개월 사이 옹알이로 시작하여 24개월 전후에는 복잡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런 교육은 주로 가정에서 학습한다. 이후 사적 말하기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혹은 사회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그러나 공적 말하기인 스피치와 토론은 체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화법과 작문’이란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지만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말하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적 말하기는 사적 말하기와 다르게 어휘 선택이나 소통의 방식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구사회는 고대로부터 공적 말하기가 공공의 영역에서 합의와 협의를 통한 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여 스피치와 토론을 소통교육의 기초과정으로 편성하고 레토릭(Rhetoric), 일명 수사학(修辭學)이란 학문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태동은 스피치와 토론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으며 로마는 의회나 집회 활동과 같은 건전한 공화주의를 위해 모든 시민들이 스피치와 토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스피치와 토론 교육의 전통은 근대 영국과 미국의 민주주의 발전으로 계승된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중시한 미국식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스피치와 토론을 대학의 교양기초과정으로 대폭 편성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 양성을 지향하는 성균관대학교는 스피치와 토론 교과목을 교양기초 과정으로 편성하여 공공 생활에 적합한 인성과 민주주의 시민성을 함양하고 있다. 스피치와 토론 교육은 에토스(ethos; 연사나 화자의 진정성), 파토스(pathos; 청중의 감정), 로고스(logos; 내용의 합리성)를 중심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매학기 40여 개의 스피치와 토론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수강생들은 자기소개스피치, 정보제공스피치, 설득스피치, 그리고 토론을 실습한다. 스피치와 토론 교과목을 통해 공적 자아를 함양하고 동시에 민주시민으로서 인성을 배양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말과 행동은 자신의 인성으로 직결된다. 졸업 후 각급 의회의 의원, 행정부의 일원, 비즈니스 구성원, 교육자, 사업가로서 공공의 영역에서 합리적인 의사표현을 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훌륭한 의사소통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5년 시작한 성균관대학교의 스피치와 토론 교과목을 필두로 국내 여타 대학교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양기초과정으로 대폭 편성하고 있다. 


또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성균관대 토론 동아리’ 일명 ‘SKFC(SungKyunKwan Forensic Club)’ 활동을 하며 각종 토론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20여개의 대학들과 전국대학생 토론연맹을 결성하여 매달 대학간 토론 시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토론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성균관대 학생들이 자랑스러우며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우리나라 토론 문화 발전에 중요한 역사의 한 쪽이 될 것이다. 


서구 교육에서 스피치와 토론은 중·고등학교부터 시작하여 대학교에서 완성하는 것으로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은 중·고등 교육에서 공적 말하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에서 시작하여 대학에서 마치도록 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통은 개인의 인성이다,’ ‘소통은 민주공동체의 시민성이다’라는 경구로 갈무리한다.


[스피치와 토론 수업 후 학생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