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3)
- 556호
- 기사입력 2025.01.23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2849
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25년 1학기 연구년을 맞이하여, 뜨거운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호주 멜버른에 오게 되었다. 첫번째 연구년 때는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국내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육아년을 보냈는데 두 번째 연구년은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고 식물과 동물이 함께하는 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 보인다. 이번에 공동연구를 하는 교수님은 멜버른 대학에서도 선두적인 연구를 하는 분이다.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해본다.
지난 두 글에서 우리는 ‘기대수명의 증가’와 ‘꿈을 펼칠 마지막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대학원 진학에 대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우리 교수님이 대학원에 오라고 하는 이유 세번째는 바로 전문성을 획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전공을 잘 개발하여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진학을 한다. 또한 한국 사회의 특성상 대학은 졸업해야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인식은 최근 많이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교육 열풍인 한국의 모습을 보면 아직까지는 대학진학의 중요성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입시열차를 타고 좋은 명문대에 입학을 한 후,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사람들은 전문가로 인정해주진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그 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우리나라 대학에 기계공학과가 몇 개가 있을까? 공과대학이 존재하는 대학에 기계공학과는 웬만하면 다 있다. 심지어 공대에서도 꽤 큰 학과에 속한다. 당연히 졸업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전문가라고 부르기가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는 학부과정의 수준이 전문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부과정이 널널한 것은 절대로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이점은 공부 편에서 충분히 언급했으니 참고해 보도록 하자.) 학부에서 배우는 전공과목들은 수십 혹은 수백년 동안 쌓여온 정수들을 모아놓은 과목들의 모음집이라고 하겠다. 당연히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깊이가 있고, 체계가 확실히 구성 되어있는 만큼 탄탄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학문이 해당 전공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추후에 응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가 열역학 전공과목을 들었다고 해서 실제 발전소의 작동원리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과 같다. 그에 반해 대학원은 전문성을 획득하기 가장 좋은 길 중 하나이다. 물론 수능시험을 다시 보고 전문성이 보장된 학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한 문 보다 대학원의 문이 훨씬 넓은 편이다
.
대학원에서도 전공 수업을 듣기도 하지만, 대학원에서의 중요한 공부는 바로 연구이다. 연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연구를 관찰하고 분석한 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단계를 거친후, 나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바로 연구의 핵심이라 하겠다. 따라서, 대학원 기간을 거쳐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면 당연히 그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가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하거나 맡음. 또는 그 분야.’를 뜻하기에 해당 분야에서는 남들은 가지지 못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물론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가 세상에서 필요하다면 금상첨화이지만 슬프게도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면 추후 진로를 찾는 면에서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내가 관심이 있고 재미가 있는 분야이면서도 미래에 많은 산업 혹은 사회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Chat-GPT같은 생성형 AI로 인하여 시대가 급변해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예측이 더 어렵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나 역시도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도 대학원을 통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무협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만류귀종’(불교에서 일컫는 모든 흐름은 하나로 통일된다는 말로, 무학의 종류는 다르되 절정이 되면 하나의 형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의 이치로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분야에 대하여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어떻게 해야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어 그 깊이에 대한 이해의 폭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 안주하여 ‘나는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만 먹고 살 거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생들도 알다시피 최근에 통합 또는 융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 역시 어떻게 하면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 AI를 접목시키거나 다른 새로운 학문의 융합을 통해 다른 연구로 확장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고민 중이다.
약간 이야기가 센 느낌도 있지만, 요약하자면 세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학원 입학 → 전문성 증가 → 추후 미래 다양성에 대한 적응력 증가
이렇게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에 대한 이유를 알아보았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대학원 진학을 어떻게 선택하고 준비하면 좋을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 공원에서 아이들이 축구하는 모습
▲ 멜버른대학교 앞에서 NBES연구실 채경환 박대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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