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균_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2)
- 항생제 내성의 새로운 국면을 열다
- 549호
- 기사입력 2024.10.14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936
글 : 고관수 의학과 교수
항생제 내성 新박테리아 급속 확산 - <서울파이낸스> 2010년 8월 13일 기존의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인 신종 ‘슈퍼버그’(Superbug)가 전세계로 확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카디프 대학 티모시 웰시 박사팀은 ‘란셋 전염병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일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NDM-1’으로 명명된 슈퍼버그가 출현했으며,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향후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2010년 8월 어느 날 선배 교수들과 점심 식사를 가던 길이었다. 한 분이 “고 교수, 그거 뭐야?”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 무슨 대단한 항생제 내성이 발견되었다는데...”, 바로 그날 아침에 보도된 뉴스 얘기였다. 딱 내 전공 분야인데도 새로운 소식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 못한 탓에 멋쩍어하면서 넘겼고, 식사 후에 내 방으로 돌아와 바로 폭풍 검색을 했다. 앞의 인용문은 그때 어렵지 않게 찾아냈던 기사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신문이며 인터넷 매체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논문은 차분한데 뉴스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익히 보아왔던 패턴이지만, 그래도 이건 좀 센세이셔널했다.
기사를 요약하자면 인도나 파키스탄으로 여행 갔던 유럽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 내성 메커니즘을 갖는 세균에 감염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똑같은 세균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도 분리되었다. 그 세균이 바로 NDM-1이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폐렴간균이었다. NDM이란 New Delhi metallo-beta-lactamase의 약자로,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서 나온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란 뜻이다. 뒤에 붙은 ‘1’은 이 계통의 효소 중 첫 번째로 나온 것이란 의미였다. 이후로 새로운 NDM 계열의 카바페넴분해효소의 종류는 계속해서 늘어나 현재는(2024 7월) NDM-47까지 보고되었다.
▲ 2010년 당시 NDM-1 생성 폐렴간균을 보도한 영국 BBC 화면 캡처
2010년 여름의 NDM-1 생성 세균에 대한 논문과 잇따른 보도는 며칠 만에 구글에서 NDM-1을 검색한 결과 수백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이례적으로 전 세계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는 CRE, CPE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렸다. 자꾸 약자들이 나와서 좀 난감하긴 하다. 이쪽 분야는 워낙 약자가 많기도 하고, 흔히 쓰는 약자니 언급할 수밖에 없다. CRE는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과)), CPE는 Carbapenemase-producing Enterobacteriaceae (카파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과))의 약자다. 이 항생제 내성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카바페넴이란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카바페넴이란 항생제는 분자 구조를 봤을 때 기본적으로 페니실린처럼 락탐 고리를 갖는 베타-락탐 항생제다. 그런데 대부분의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광범위 베타-락탐 분해효소(Extended spectrum beta-lactamase, ESBL)에도 분해되지 않아, 특히 그람 음성균 감염 치료에 ‘최종 병기’와 같이 여겨지던(지금까지도 거의 그렇게 여겨지는) 항생제다. 1985년 이미페넴이 나왔고, 1996년 메로페넴, 2007년에는 도리페넴이 나오면서 많은 감염 환자를 살려냈다. 그런데 카바페넴을 분해해버리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세균이 등장했고, 이 소식은 의사와 미생물학자들에겐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이 항생제에 대해서까지 내성이 생기면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를 찾는 게 정말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바페넴에 대한 내성은 여러 메커니즘에 의해 생긴다. 항생제가 세균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막거나 변형시킴으로써, 세균 안으로 들어온 항생제를 일종의 펌프를 이용해서 밖으로 퍼내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항생제 자체를 분해해버리거나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것이 바로 카바페넴 분해효소(carbapenemase)다. 이전부터도 폐렴간균을 비롯한 장내세균에서 카바페넴 내성이 보고되어 오곤 했지만, 강력한 카바페넴 분해효소이면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것으로서는 거의 NDM-1이 처음이었고, 2010년 8월의 뉴스는 바로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이후 연구에서는 NDM-1을 만들어 카바페넴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인도, 파키스탄에는 하수를 비롯한 여러 환경에 이미 널리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고,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이미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NDM-1 생성 폐렴간균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https://www.ytn.co.kr/_ln/0103_201012091220191654).
카바페넴 분해효소에는 NDM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KPC라는 게 있다. KPC가 <i>Klebsiella pneumoniae</i> carbapenemae의 약자인 것에서 보듯이 처음부터 폐렴간균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폐렴간균에서 대부분 발견되는 카바페넴 분해효소다. 2012년 8월에는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미국 국립보건원에 발생한 후 병원 내로 퍼져나가 최소 6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2015년 2월에는 역시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인 UCLA 대학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로 인해 감염되어 환자가 여럿 죽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사태의 원인이 바로 KPC 생성 폐렴간균이었다. 원래 유럽 남부인 그리스나 이탈리아, 미국, 남아메리카 등에 토착화된 KPC 생성 렴간균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분리되는 카바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이 되었다. 한 병원에서만도 매달 수십 건씩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이다.
2023년에는 KPC나 NDM 같은 카바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에 감염된 환자가 거의 4만 명 정도나 발생하고, 사망자는 600명에 이를 만큼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토착화되었고, 사망률도 결코 낮지 않다. 익숙해진 만큼 더욱 무서운 항생제 내성 세균이 된 것이다.
<참고문헌>
Kumarasamy KK. Emergence of a new antibiotic resistance mechanism in India, Pakistan, and the UK: a molecular, biological, and epidemiological study. Lancet Infectious Diseases 2010;10(9):597-602.
무하마드 H. 자만. 《내성 전쟁》 (7분의 언덕)
대한감염학회 《감염학》 (군자출판사)
Qamar MU et al. The present danger of New Delhi Metallo-β-lactamase: A threat to public health. Future Microbiology 2020;15(18:1759-1778.
Yong D et al. Characterization of a new metallo-β-lactamase gene, bla(NDM-1), and a novel erythromycin esterase gene carried on a unique genetic structure in <i>Klebsiella pneumoniae</i> sequence type 14 from India. Antimicrob Agents Chemother. 2009;53:5046–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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