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 사람 있다|포목상, 세균을 발견하다
- 안톤 판 레이우엔훅
- 589호
- 기사입력 2026.06.12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1053
글: 고관수 의학과 교수
포목상, 안토니 반 레이우엔훅
리벤회키엘라(Leeuwenhoekiella)라는 세균이 있다. 대서양과 일본 근해의 성게에서 분리한 세균에 대해 2005년에 명명된 이름이 바로 리벤회키엘라다. 처음에는 2개의 종이 포함되었고, 이후 한 개의 종이 더 기록되었지만(우리나라 연구진이 발표했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세균이다. 이 세균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는 세균의 이름뿐이지 싶다. 이 세균의 이름이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의 이름. 바로 레이우엔훅(Antonie van Leeuwenhoek, 1632-1723)이다. 과거에는 레벤후크라 불렸지만, 현지어에 가깝게 발음한다는 원칙으로 지금은 주로 레이우엔훅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과거에 호이겐스라 불리던 천문학자는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베르메르라 불리던 화가는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라고 부른다. 레이우엔훅을 포함하여 모두 네덜란드인이고, 또 모두 같은 시대에 한 도시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미생물을 최초로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긴 네덜란드의 포목상. 미생물학자들을 다룬 고전 《미생물 사냥꾼》에서 폴 드 크루이프는 맨 첫 장에서 그를 다룬다. 그는 ‘첫 번째 미생물 사냥꾼’이었다.
* 마찬가지 이유로 과거에 호이겐스라 불리던 천문학자는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베르메르라 불리던 화가는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라고 부른다. 레이우엔훅을 포함하여 모두 네덜란드인이고, 또 모두 같은 시대에 한 도시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레이우엔훅은 1632년 네덜란드의 델프트(Delft)에서 태어났다. 학교에 다니기 위해, 그리고 학교를 그만둔 후에는 포목상의 견습생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지냈지만, 21살 무렵부터는 델프트를 떠난 적이 없었다. 포목상으로 적당히 성공했고, 남는 시간에는 시의 공무원 역할도 했다. 그는 1665년 출판된 영국의 로버트 훅(Robert Hooke, 1635-1703)이 쓴 《마이크로피아(Micrographia)》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 현미경으로 코르크를 관찰해서 최초로 세포(cell)라 명명한 바로 그 책 말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레이우엔훅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현미경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1671년 무렵이었다. 그렇게 수백 개의 현미경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현미경은 지금 보통의 현미경처럼 대물렌즈와 접안렌즈, 두 개의 렌즈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렌즈로 이루어져 있었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제조법으로 만든 현미경의 해상도는 훅의 것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었다.
▲ 왼쪽부터 톤 반 레이우엔훅(wikimedia commons), 레이우엔훅이 만든 현미경(복제품)(wikimedia commons)
그는 자신이 만든 현미경을 가지고 온갖 것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집 주변의 연못에서 물을 떠다 관찰했다. 그가 현미경으로 무엇을 보길 기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나중에 ‘작은 동물들(animacules)’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아무리 봐도 동물은 아니었다. 그는 이론을 만들기보다는 관찰에 집중했다. 광적으로 관찰했고, 자신이 관찰한 것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웅덩이에 고인 빗물, 집 지붕에 있는 항아리의 물, 델프트 수로의 더러운 물, 정원의 우물, 그리고 자신의 입, 정액까지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관찰하려 했다. 델프트의 다른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레이우엔훅의 친구이자 영국의 왕립학회의 회원이기도 했던 레이니어르 더 흐라프는 직접 레이우엔훅을 소개하는 편지를 왕립학회에 보내면서, 레이우엔훅의 관찰 결과를 동봉했다.
그렇게 레이우엔훅의 관찰 결과가 당시 과학의 중심 왕립학회에 소개되었고, 왕립학회의 학술지 《철학회보》에 실리기 시작했다. 레이우엔훅은 라틴어는 물론 영어도 못했기에 네덜란드어로 편지를 보냈지만, 모든 편지는 번역되어 《철학회보》에 실렸다(당시에는 편지가 그대로 논문이었다). 그는 원생생물을 처음으로 관찰했고, 세균도 처음으로 관찰해서 기술했다. 정자도 관찰했다.
그리고 1680년, 왕립협회로 첫 편지를 보내 인정을 받은 지 불과 3년 후 레이우엔훅은 왕립협회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723년 아흔한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무려 190통이 넘는 편지를 왕립협회로 보냈다. 그대로 논문으로 출판된 그 편지들에는 과학적 내용과 함께 일상의 잡담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엄격한 과학 훈련은 받은 이가 아니었지만, 이미 훌륭한 과학자였다.
그러나 레이우엔훅에게는 세상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이 있었고, 성실함이 있었다. 그런 호기심과 성실함으로 전문적 교육의 틀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최초의 미생물 사냥꾼은 아마추어리즘의 승리였다.
<참고문헌>
· 존 월러(이미리나 역), 《왜 하필이면 세균이었을까》 (몸과마음)
· 폴 드 크루이프(이미리나 역), 《미생물 사냥꾼》 (반니)
· Lane N. The unseen world: reflections on Leeuwenhoek (1677) ‘Concerning little animals’. Phil. Trans. R. Soc. B. 2015; 370:20140344.
· Nedashkovskaya OI et al. Reclassification of [Cytophaga] marinoflava Reichenbach 1989 as Leeuwenhoekiella marinoflava gen. nov., comb. nov. and description of Leeuwenhoekiella aequorea sp. nov. Int. J. Syst. Evol. Microbiol. 2005; 55:103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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