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아기, 왜 논란이 될까?

  • 411호
  • 기사입력 2019.01.12
  • 편집 연윤서 기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전문의 양광모 교수



지난 11월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 허젠큐이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유전자를 잘라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아직 그 성과가 논문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그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법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허젠큐이 교수의 발표는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전자를 편집한 인간 배아를 착상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라며 ‘인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을 하지 말자’는 과학계의 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조작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에 사법처리까지도 가능하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라서 중국 정부와 대학 측도 이번 건을 깊이 있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허젠큐이 교수의 말대로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이로 인해 모기 등에 의한 뇌염 등 전염병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미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한 확고한 방법들(콘돔 사용 등)이 있는데 유전자 조작을 한 것에 대해 ‘무모한 방법’이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 대상 유전자 조작은 왜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평소 이런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분들은 쉽게 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현실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현실적인 문제를 검토해보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혁신적인 도구라고 알려졌기는 하지만, 아직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다. 기존의 유전자 편집 기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큰 장비의 도움 없이 일반적인 실험실에서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원하는 유전자만 잘라내는 부분에 있어서 확실성이 여전히 부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지 않는 곳도 잘려 나갈 수 있다.


이 말을 달리 하면 쥐나 동물들에 있어서 실험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간에게 할 경우에는 원치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큰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붙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실험동물은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희생(sacrifice)시킬 수 있지만 인간은 그럴 수 없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아닌 유전자 편집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과학적으로는 ‘아직’ 불완전하다.


윤리적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상상을 해보자. 머리 좋고, 대머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눈과 머리색, 피부색도 고를 수 있다면? 유전공학이 발달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가정을 한다면, 대부분 부모들은 완벽한 아이를 가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뤄진 사회가 지금보다 갈등이 적고 더 행복하다는 확신은 없다.


도리어 차별이 더 심한 사회가 도래될 가능성도 크다.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처럼 직업도 유전자분석을 통해 결정될 수도 있다. 가타카에서는 열성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유전정보를 훔쳐 우주인이 되려고 한다. 영화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허젠쿠이 교수가 맞춤아기를 시도한 마지막 과학자일리는 없다. 누군가 시작한 이상 두 번째, 세 번째 허젠쿠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생명윤리학에서 말하는 ‘미끄러운 경사길’ 효과다.


이번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의 맞춤아기 사건을 통해 지금이라도 명확한 생명윤리에 대한 준칙이 세워져야 한다. 인간 생식세포 편집에 있어 과학적, 윤리적인 기준이 만들어지고 이를 어긴 사람이 나온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인 과학계의 합의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