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의 일생

  • 461호
  • 기사입력 2021.02.11
  • 편집 윤서빈 기자

글 :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최치원


아기가 태어날 때는 유치 20개의 씨앗을 잇몸 속에 품고 태어난다.


이 유치는 6년~12년 동안 아이의 식사와 말하기 등 값진 역할을 담당하고, 유치교환기 때 빠지면서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뽀얗고 하얀 영구치 32개(보통)의 씨앗 역시 세상에 내 보낼 준비를 하며 작은 숨을 내쉬며 기다린다.

젖먹이 신생아들에게 앞니가 돋아나는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어 엄마는 집게손가락에 손수건이나 거즈를 돌돌말아 소중한 보석을 다루듯 연신 문지르며 사랑의 빛을 더해만 간다.


하지만, 아이의 치아를 마중하고자 하여도 나오지 않는 경우(선천성 결손)가 있다. 또한 치아가 붙어서 나오는 경우(융합치라고 하여 샴쌍둥이처럼 치아의 특정부위가 붙어서 나는 경우)도 있으니 일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건강한 치아를 평생지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불소도포(충치예방), 씰런트(치아홈메우기)와 정기검진(6개월 간격)을 위해 치과를 방문하면서 예방에 가치를 두는데 대단히 권장할 일이다.

아이들이 혹여 식사와 간식 후 칫솔질에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엄마의 잔소리에 귀가 따갑다. 게으른 아이를 위해 값비싼 구강위생용품을 구입하는데에도 엄마는 전혀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정성을 뒤로 하고 야속하게 아이의 충치가 하나 둘 발견되면서 레진, 인레이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엄마의 한숨소리도 깊어만 간다.


‘우리 아이는 칫솔질도 열심히 시켰고, 치과도 자주 다녔는데 이렇게 이가 썩어버려서 제가 너무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해요’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아이의 충치발견에 충격을 받은 엄마 역시 본인의 파노라마 사진설명을 듣고서는 아연실색하게 된다.

잇몸뼈(치조골)가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 기슭만 남아 있는 경사면처럼 처참한 광경에 엄마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얼마전부터 입냄새도 많이 나고, 잇몸출혈도 잦아지면서 씹기가 불편해졌다는 설명의 끝에는 다음과 같은 부가설명이 붙는다. ‘스케일링도 자주 했고, 누구보다도 이를 열심히 닦았으며, 술담배도 하지 않고, 인사돌도 먹었다!’는 하소연 뒤에는 또 하나의 자조섞인 얘기가 섞인다 ‘우리 부모님이 이가 안 좋으셔서 내가 닮았나봐요.’


유전적으로 불리한 물림(충치, 치주염 등)을 받았다는 것에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환자들의 동의가 이루어지기란 여간해서 얻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긍긍하고 약국에서 ‘인사돌류’로 순간 순간을 달래보지만, 결국 발치까지 가는 경우를 흔히 목도하게 된다. 환자분들의 동의란 치과의사의 전략적인 접근을 허락하여 고통과 불편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향이지만,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 또한 현재 치과계의 현실이다.


치아의 개수, 치아의 색, 치아의 길이, 충치민감도, 치주염민감도, 타액의 점도, 타액의 양 등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치과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 처한 환자분들에게 최선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하여 적합한 치료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큰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 치아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나갈 수 있는 치과의사를 만나는 것 또한 여러분들의 일생에 큰 도움이 되는 멋진 투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치아의 일생은 우리의 일생과 닮은 점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