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뿐 아니라 의사단체의 소통방식이 중요한 이유

  • 407호
  • 기사입력 2018.11.09
  • 취재 교수칼럼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글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양광모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변치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윤리를 포함한 인문학 교육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성균관대학교를 포함해 여러 의과대학들은 의료인문학교실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의료인문학의 범주에는 보기에 따라 이색적인 교육도 들어있다. 의료커뮤니케이션으로 불리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의사와 환자 간에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다 큰 성인에게 의사소통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료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하다.


첫째, 대화법에 따라 치료 순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의사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환자가 치료 방침을 잘 따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대화에는 환자의 변수도 매우 중요하기에, 여러 조건에 따라 대화법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둘째, 상황에 적절한 대화법은 환자에게 위안 또는 안정감을 준다. 극단적인 예지만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노출이 의심되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왔을 때는, 당연히 일반 환자와 다르게 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암 등 난치성 질환을 알리는 과정은 더욱 섬세할 필요가 있다. 나쁜 소식을 전할 때에는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일정에 쫓기듯 무심하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자가 알고 있는 사실 및 예측한 것들과 검사 결과 간의 간극을 조심스레 좁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의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할 것들이다. 실제로 별도로 의료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지 않았던 수많은 의사들도 수련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했었다. 다만 시대가 변하다 보니 좀 더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거듭난 것뿐이다.


이렇게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듯이 의사단체의 소통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의사란 직업에 대한 정형화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사협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상당히 세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사협회는 2001년에 NBC 방송을 보지 말자는 운동을 했다. 50여 년간 자율적으로 주류 광고를 금지해왔던 관행을 깼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미국의사협회는 ‘우리 젊은이들의 건강과 안전은 돈벌이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행동에 나섰다. 대중과 의사단체의 이익을 동일시 한 행동이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SNL은 2006년에 미국의사협회의 후원으로 한 꽁트를 내보냈다. 닥터 하우스로 유명한 휴로리가 여장을 하고 등장하는데, 다리가 부러진 남자친구가 미국의 비윤리적 의학연구의 사례인 터스키기 매독 실험 예를 들며 치료를 거부하는 내용이다. 비윤리적 연구에 대한 풍자가 끝난 후, 휴로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매년 수천 명의 환자들이 의사를 믿지 못해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며 ‘의학은 훌륭한 과학’이라며 꽁트를 끝맺는다. 역시 환자와 의사의 이익을 동일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까지 세련된 소통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보니 의사단체의 주장도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거칠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옳은 주장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다면 올바른 소통의 자세가 될 수 없다. 이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