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윤리의식

  • 417호
  • 기사입력 2019.04.13
  • 편집 연윤서 기자

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전문의 양광모 교수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된 4차 산업혁명 이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쩌면 변화는 예전부터 시작됐고 뒤늦게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것일 수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완전 자동화된 무인 자동차가 곧 상용화 된다고 한다. 5G 통신이 대중화 되면 무인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개발에 더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에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초기엔 의학 논문을 찾아 최선의 치료법을 추천하는 정도의 인공지능이었지만, 이젠 영상의학 장비로 검사만 하면 일정 수준의 판독을 컴퓨터가 해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마냥 즐거워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는 윤리의식의 재고가 필요하다.


의학의 사례를 보자. 과거에는 해부학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신체를 의학 발전을 위해 기증해주신 분들의 뜻을 기리는 묵념을 했었다. 하지만 사람을 대신하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장비 앞에 묵념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옳을까?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그 교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실제 영상 데이터들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죽음과 같은 고귀한 희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데이터 제공 노력을 폄하할 수도 없다. 특히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에 있어 피험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연구윤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 않은가.


최근 유행하는 빅데이터 연구 역시 비슷한 윤리 문제가 존재한다. 환자의 동의를 받고 제공된 임상자료라고 하더라도 그 데이터가 가공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관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그렇게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익을 얻는 기업 등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전에 고지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그것도 익명으로 분석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자체가 윤리적 고찰 부족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나서서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이해당사자들과 거버넌스를 정리하려고 나서고 있기는 하다. 물론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시작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한다.


비단 의학에서만 이런 의식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언론에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트롤리 딜레마(전차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트롤리 딜레마란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기차가 인부들을 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사고 실험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왔을 때, 운전자가 다치더라도 회피 운전을 해서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할 것인지, 아니면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지 따지는 상황이 트롤리 딜레마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설문조사에 있어서는 타인의 상해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실제 자동차 구입에서는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품을 택한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에 우리들의 이율배반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로봇을 가지고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가지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은 마네킹 수준(?)의 자위기구에 불가하지만 만약 더 섬세하고 거의 인간과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매춘에 준한 불법 행위로 여기고 금지해야 할까? 아니면 자위에 준하는 행위로 여겨야 할까?


더 나아가 만약에 고도의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해 자아도 가지고 있고 외모도 사람과 같다면, 이 로봇은 평범한 로봇일까? 아니라면 인간으로 여기는 것이 옳을까?


이런 논의는 자칫 허황돼 보이기 쉽다. SF 영화나 게임에서나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기술에 이끌려가기 쉽다. 완전한 현실로 다가오기 전에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해 대비할 수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