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는 언어로 잇는 다리,
독일에서 온 Yuna Le 학우
- 566호
- 기사입력 2025.06.25
- 취재 이윤하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6380
문화란 영혼이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이자 방식이다.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Yuna Le 학우는 그런 문화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새기며, 서로 다른 영혼이 연결되는 일을 돕고자 한다. 그녀는 독일 보훔루르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에서 한국학과 미디어학을 복수전공했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독일과 한국의 관계에 깊은 관심이 있다. 또한,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 자원봉사 인턴십, 독일 가족부(the German Ministry for Family Affairs) 산하의 한독 청소년 네트워크(German-Korean Youth network)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과 독일 간의 문화적 다리가 되고자 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Yuna Le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본인의 고향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독일 서부에 있는 중간 규모의 도시인 보훔(Bochum)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 캠퍼스가 있는 보훔루르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보훔은 한때 독일의 석탄과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루르(Ruhr) 지역에 속하지만, 지금은 활기찬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공원부터 루르 지역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까지 이르는 풍부한 녹지 공간도 자랑합니다.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한국에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한국은 현대성과 전통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세계적인 문화 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기술 발전, 미디어 혁신, 그리고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 산업은 저처럼 미디어와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환경입니다. 둘째로, 저는 오랫동안 한국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처럼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까지도 국가 정체성에 큰 영향을 준 사건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독 청년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주독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학술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저는 대학교수, 외교관, 시민사회 대표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저에게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한국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동기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의미와 뛰어난 학문적 명성을 지닌 성균관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 보훔루르대학교에서는 무엇을 전공하셨나요?
저는 보훔루르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미디어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두 전공은 다른 분야이지만, 함께 공부함으로써 한국을 문화 역사적 관점과 미디어 분석적 관점에서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한국학에서는 한문과 중세 한국어 같은 언어, 문학, 그리고 역사 등의 주제를 탐구하고 미디어학에서는 저널리즘, 온라인 혐오 표현, 인공지능 같은 분야를 배웁니다. 이러한 조합은 문화 간 이해 능력과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독립적인 두 전공이 유의미하게 교차한다고 느낍니다. 특히 학술 교류, 문화 연구, 저널리즘 활동 등 한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를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균관대학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일 뿐만 아니라, 전통과 지적 유산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캠퍼스 자체가 수 세기에 걸친 학문의 전통과 정신을 품고 있는 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공부하는 건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이런 유산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문학은 한 문화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창을 제공합니다. 문학은 사회가 트라우마, 기억, 사랑, 그리고 현대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반영합니다. 저는 한국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접하고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성균관대학교는 독일에서의 전공 수업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폭넓은 강의들과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적 교수진을 제공하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가 있다면요?
지금까지 수강한 모든 수업이 가치 있지만, 저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인공지능 관련 강의였습니다. 이 수업은 지적으로 매우 자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마케팅 기업인 제일기획 본사 견학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저는 AI가 미디어 전략, 브랜딩, 소비자 심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론적 학습과 실제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흥미롭고 통찰력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제가 특히 열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분야인 UX 디자인 수업도 수강했는데, 사용자 중심 사고와 디지털 제품 개발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한국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의미 있고 기쁜 경험은 학교 인근에서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한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차량이 많은 도로 근처에서 지내는 한 길고양이가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걸 보고, 이 아이를 데려와 보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예방 접종, 관련 서류 작업을 하는 등, 이 고양이와 함께 독일에 가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 고양이 덕분에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박물관 탐방을 즐겼습니다. 한국의 박물관들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통찰력 있게 조명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음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간장게장인데,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맛을 제공해 줘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입니다.
| 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고전 문학 작품은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조선 시대의 궁중 생활을 세밀히 묘사했을 뿐 아니라, 한국 여성의 자전적 목소리가 이른 시기에 기록된 문헌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혜경궁 홍씨가 바라본 사도세자의 비극적 운명과 왕실의 일원으로서 겪은 심리적 갈등은 시대를 초월하는 깊은 감정과 성찰의 울림을 전해줍니다.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은 여성으로서 고통스러우면서도 힘이 되었습니다. 엄격한 유교 사회에서도 명료함과 진실성으로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 냈다는 점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일입니다. 그녀의 글은 당시의 성 역할, 정치적 음모, 윤리적 딜레마를 인간적인 시선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자료라 생각합니다. 현대 문학 중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며, 특히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그녀가 침묵, 트라우마, 그리고 몸의 기억을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시적이며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제가 학문적으로도 관심이 있는 역사적 기억과 민주화 과정이 맞닿아 있어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호기심과 감사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마음을 지니는 것은 열린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기심은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고, 자신의 경험을 넘어 타인과 연결되도록 이끌어줍니다. 반면에 감사함은 우리를 현재에 뿌리내리게 해주며, 어려운 순간에도 우리가 지닌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해줍니다. 두 가치가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겸손하고, 동기를 부여받고, 세상과 깊이 연결된 존재로 살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훗날 독일과 한국의 교류를 증진하는 학술 기반 외교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제 꿈은 양국의 상호 이해를 정치적 차원뿐만 아니라, 교육, 문학, 청년 교류까지 폭넓게 다지는 데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중 하나는 국제관계 혹은 미디어 분야의 석사 과정을 이수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에 관한 학술적이고 저널리즘적인 글을 독일어권 국가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의 역사적 투쟁, 문학, 현재의 사회적 담론 등 중요한 주제들은 유럽 미디어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인식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저의 목표는 공식적 제도뿐만 아니라 개인적 연결, 공유된 이야기, 함께한 삶의 경험을 통해 한국과 독일을 잇는 문화적 다리가 되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의 모든 학생 여러분,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여러분은 아시아에서 매우 유서 깊고 명성 있는 대학 중 하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사유, 용기, 그리고 변화의 유산 속 일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과학, 공학, 문학이나 예술 그 어떤 걸 탐구하든지 자신에게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허락해 주세요. 외국인 학생들과 소통하고,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경험한 결과, 가장 큰 성장은 언제나 낯설고 불확실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그러니 그 순간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뎌 보세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단지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투자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와 여러분을 둘러싼 세상을 아껴 주세요.
No. | 제목 | 등록일 | 조회 |
---|---|---|---|
246 | 566호 문화라는 언어로 잇는 다리, 독일에서 온 Yuna Le 학우 | 2025-06-25 | 6380 |
245 | 565호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경험, 브라질에서 온 라리사 레알(LARISSA LEAL) 학우 | 2025-06-12 | 3445 |
244 | 564호 세상과 학문을 탐험하다, 영국에서 온 Abi Godward 학우 | 2025-05-27 | 4064 |
243 | 563호 웃음은 위기를 이겨내는 힘, 독일에서 온 페넬로페 셰펠(Penelope Scheffel) 학우 | 2025-05-13 | 4838 |
242 | 562호 삶의 의미를 찾아서, 대만에서 온 천쯔위(陳紫瑜) 학우 | 2025-04-28 | 5514 |
241 | 561호 각자 자신만의 시간에 따라, 대만에서 온 왕은지(王穎蓁) 학우 | 2025-04-11 | 5681 |
240 | 560호 “금융은 혁신의 연료” 중국에서 온 비엔원롱(Bian Wenlong) 교수 | 2025-03-25 | 8231 |
239 | 559호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용기, 스페인에서 온 Djamila Van Son 학우 | 2025-03-12 | 7344 |
238 | 558호 성장을 향한 도전 영국에서 온 Baron Goutam 학우 | 2025-02-24 | 5454 |
237 | 557호 SKK GSB Full-Time MBA 베트남에서 온 Duc Thinh, Bui 원우 | 2025-02-12 | 7544 |
- 처음 페이지로 이동
- 이전 페이지로 이동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다음 페이지로 이동
- 마지막 페이지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