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온 엘딘 밀락 학우

  • 504호
  • 기사입력 2022.11.29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지난 7월과 10월, 우리 대학의 엘딘 밀락 박사과정생(지도교수 이한정)이 사회언어학 분야의 국제저명학술지(SSCI)에 두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영어영문학과 4단계 BK21 교육연구단의 연구 지원에 힘입어 훌륭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고, 이외에도 두 편의 논문을 SCOPUS 등재 학술지 『The Journal of Literary Humanities』와 『The Journal of Linguistic Landscapes』에 게재했다. 영국문화원과 미국 국제영어교육 연구 재단이 지원하는 박사학위 논문 연구장학금인 ‘The TIRF Doctoral Dissertation Grant'의 수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사회언어학자로서 언어와 사회의 관계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엘딘 밀락 학우(영어영문학과)를 만나보았다. 그가 전하는 연구에 대한 조언과 열정을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자.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온 32살 엘딘 밀락(Eldin Milak)입니다. 4년 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어요. 현재 성균관대학교 인문학부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있어요. 저는 사회언어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모든 언어에 관심이 있어요. 평소 독서, 하이킹, 운동을 즐겨해요.


◈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제 고향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동남유럽 발칸 반도에 위치한 인구 약 3백만 명의 작은 나라예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아시아와의 연계성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보스니아인이 적은 이유이죠. 보스니아는 험난한 정치적 역사를 갖고 있고, 이웃 국가와 긴장된 관계를 맺고 있어요. 1990년대에 일어났던 보스니아 전쟁을 아직도 국내에서 느낄 수 있지만, 보스니아를 대표하는 것들은 많답니다. 예를 들어 제 고향 사라예보는 다양한 종교와 혼합 민족으로 유럽의 예루살렘으로 불려요. 적은 인구를 고려할 때, 자연의 많은 부분이 손대지 않은 채로 남아있어요. 호수, 강, 그리고 산의 경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꼽히죠. 또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방문하기 꽤 저렴한 곳이에요. 만약 여러분이 학생 때 저렴한 가격의 유럽 여행을 원한다면, 보스니아는 완벽한 출발지일 거예요.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제가 한국에 온 이후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인 것 같아요. 답은 간단해요.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서 왔어요. 2011년부터 제 지인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그 당시 저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졌어요. 사회언어학자로서 관심사는 언어와 사회의 관계인데, 이 점에서 한국은 탐구해야 할 흥미로운 나라였어요. 한국은 언어와 언어교육의 관계가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으로 영화, 드라마, 음악을 통해 한국 문화에 입문한 것은 미국의 풀브라이트에서 만난 한국의 유학생들 덕분이에요. 이들 중 한 명은 현재 제 룸메이트랍니다. 이처럼 박사과정을 공부할 나라를 정할 때, 저는 한국에 가고 싶었어요. 한국의 언어 습관과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력을 얻고 싶었죠. 장학금과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한국국제교육원이 수여하는 글로벌 코리아 장학금(GKS)에 지원했어요. 경쟁이 치열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잘 돼서 2018년에 한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  한국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해요.

GKS 장학금은 체류 첫해에 한국어 능력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전제로 해요. 그래서 첫해에는 충청남도 논산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한국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어요. 저는 최악의 장마철 중 정점에 있는 2018년 여름에 한국에 도착했어요. 우중충하고, 덥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습한 논산에 온 것은 최고의 경험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곳에 사는 선생님들과 친구들 덕분에 한국에 매우 빨리 적응했고, 몇 주 만에 훨씬 더 잘 지낼 수 있었답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골의 모습을 보면서 논산에서의 생활은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주변에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국어 능력도 매우 빠르게 향상되었어요. 4년이 지난 지금, 저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을 떠나는 것이 매우 아쉬워요.



◈ 올해 7월과 10월, 두 편의 논문을 국제저명학술지(SSCI) 『Language and Communication』과 『Discourse, Context and Media』에 게재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논문 연구는 항상 힘들지만, 마침내 논문이 발표되는 것은 항상 흥미로워요. 3년간의 연구 과정에서 저는 국제 학술지에 네 편의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중에서도 언어학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술지인 『Language and Communication』에 단독으로 게재된 것이 가장 기대가 되었어요. 하지만 논문 출판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많고, 그 모든 과정은 종종 논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더 길어요. 예를 들어 2021년 9월에 『Language and Communication』에 논문을 제출했는데, 10개월 동안의 검토와 수정, 편집자와의 토론을 거쳐 2022년 7월에 논문이 나왔어요. 이 과정은 지칠 수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지도교수, 공저자, 혹은 정보를 아는 친구처럼 좋은 지원 시스템을 가진 게 아니라면, 출판은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요. 저는 이 모든 것을 제 업적을 증명하기 위해 말해요. 제 논문이 발표되는 것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들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의 최종 논문은 학자와 평론가들, 그리고 저를 도와준 다른 모든 사람의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에요. 물론 기본적인 연구 기술이 있다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명문지에 게재할 수 있지만, 혼자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 국제저명학술지(SSCI) 『Language and Communication』과 『Discourse, Context and Media』에 담은 연구 성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Language and Communication』에 실린 논문에서는 한국 여성과 관련해 공식 및 비공식 기관 환경에서 이름의 사용이 배제되는 관행을 탐구했어요. 이를 위해 이름을 지배적인 계층 구조에 도전하기 가장 적합한 언어 단위로 분리했습니다. 이름의 사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한국의 사회적 역할 변화의 산물로 해석했고, 이름(성을 제외한) 사용의 세대교체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한편 『Discription, Context and Media』 논문에서는 온라인 정체성과 커뮤니티 제작에 있어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트랜스언어 자원의 활용을 탐구했어요. 연구 결과, 세계화된 커뮤니티에서 대상 청중의 지역 가치와 정신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언어적, 기호적 자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는 특히 가상 세계의 맥락 붕괴 영역에서 언어 간 관행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유연한지 보여줍니다.


◈ 논문 연구 과정은 어땠나요?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이한정 지도교수님과 함께 연구했고, 이 교수님과 함께 연구한 것에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연구 내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지해주시고 격려해주셨기 때문이에요. 교수님은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세요. 그래서 그 의견과 조언은 제가 연구를 다듬고,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안하고,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있어 논문 작성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글쓰기 그 자체예요. 그 과정은 매우 길고, 지속적인 집중과 훌륭한 체계가 필요하며, 오랜 시간 동안 공동체로부터 고립되기도 해요. 저처럼 훌륭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결국 빈 문서만 남게 되고, 시작하는 것조차 벅찰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최고의 논문은 완성된 논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계속 상기시켰어요.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데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어요.


◈ 최근 진행 중인 연구에는 무엇이 있나요?

작성 중인 박사학위 논문은 제 출판물과 관련된 것이지만, 상당히 다른 것이기도 해요. 저는 논문에서 서울의 경관 속 스크립트 사용에 관한 공공 관행과 정책을 파악하고자 '트랜스 스크립션'의 틀을 제안해요. 지역의 공공 간판을 살펴보고, 공공 간판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정책과 비교해요. 이 사이에는 충돌이 있는데, 이 충돌이 그 나라의 다양성에 대한 광범위한 대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하고 있어요.


◈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균관대학교는 장학금 프로그램으로 지원해 합격한 학교 중 한 곳이었어요. 다른 학교들도 훌륭했지만, 대학의 역사가 좋았고, 학과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들어 성균관대학교에 오기로 결심했어요.



◈ 우리 대학의 학업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는 성균관대학교가 처음부터 좋았어요. 성균관대학교의 언어학은 순수 과학적 접근법을 따른다는 점에서 여전히 꽤 형식주의적이에요. 지금까지 받은 대부분의 훈련이 기능주의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어 연구의 측면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교수님들은 훌륭하고, 수업은 재미있어요. 다른 학과의 수업으로 커리큘럼을 맞춤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통찰력을 넓혀주었답니다. 가끔 사회언어학 중심의 강좌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점에서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을 것이라고 기대해요. 또한 성균관대학교의 도서관은 캠퍼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예요. 이용할 수 있는 도서의 폭은 정말 놀라울 정도예요.


◈ 본국에서의 학교생활과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캠퍼스에서 생활했어요. 다른 나라와 차이점은 성균관대학교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많다는 것이에요. 성균관대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정기적으로 행사와 회의를 조직하는 경향이 있어요. 선후배 사이의 관계도 해외 대학보다 훨씬 더 가깝고, 학우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요. 코로나 동안 이것이 약화하긴 했지만, 저는 여전히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몇몇 어려운 일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죠.


◈ 마지막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내년 봄부터 호주 퍼스로 이사해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한국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학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라우틀리지 출판사와 도서 계약도 체결해서 올해 내내 제 첫 번째 책을 작업할 거예요. 다른 나라로 떠나지만, 가능할 때마다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에요. 오래 머물진 못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