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과 ‘차마(車馬)’

  • 579호
  • 기사입력 2026.01.09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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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민(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1. 도로교통법은 공도(公道) 상의 안전 및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다. 경찰행정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 공공의 안전을 위한 주요 법률이기도 하다. 현재 이 법의 주된 적용대상은 차량이지만, 사실 이 법은 동물도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 예컨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의 ‘도로’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가 포함되고, 같은 조 제5호의 ‘중앙선’은 ‘차마의 통행 방향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며, 같은 조 제6호의 ‘차로’는 ‘차마가 한 줄로 도로의 정하여진 부분을 통행하도록 차선으로 구분한 차도의 부분’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같은 조 제6호의 ‘운전’은 ‘도로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 이승민 교수


생각해 보면 공도 상의 안전에 대한 위험은 도로에 소나 말을 끌고 다니는 경우에도 얼마든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는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최초의 자동차는 1769년에 발명되었고,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에야 발명되었으며, 자동차 제작 회사는 1889년에 처음 설립되었고,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동차 양산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한다면, 옛날에는 도로 교통의 핵심이 소나 말, 또는 이들이 끄는 수레나 마차였음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2. 기실 도로 교통을 규율하는 공법은 자동차 발명 이전부터 존재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도로 교통에 관한 최초의 공법적 규율이 언제 도입된 것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루이 15세 시절인 1725년에는 이러한 규율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해에 공도의 보존을 위하여 차량(수레·마차) 바퀴의 수 및 하중에 따라 말의 마릿수가 제한되었고, 같은 해에 별도의 왕령(ordonnance)으로 차량(특히 마차)에 번호판(물론,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었다) 부착 의무가 부과되었다. 1804년에는 우측통행이 의무화되었으며, 1808년에는 도로를 양쪽 차선으로 분할하였고, 1828년에는 과속이 금지되었다. 애초에 ‘Wagon’이 의미하는 것도 마차이지 SUV나 RV가 아니다. 물론, 신데렐라가 호박 마차를 탈 당시는 17세기 말이었으니(신데렐라 이야기가 처음 출판된 것은 1697년이다) 호박 마차에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되었고, 무도회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을 해도 법 위반은 아니었을 것이다(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신데렐라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프랑스법 적용을 가정해 보았다).


▲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가 번호판을 달고 과속 딱지를 부과받는 상상도(ChatGPT 생성)


3. 우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는 ‘차마’를 “차와 우마”로 정의한다. 여기서 우마는 소와 말이 아니라 “교통이나 운수(運輸)에 사용되는 가축”을 의미한다(같은 호 나목). 언어의 일상적 의미도 아니고 특정 분야나 집단 내에서 사용되는 전문적 의미도 아닌 그야말로 법이 창조한(다소 과도하게 혁신적인) 개념 정의라 하겠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차’에는 동력이 아닌 ‘사람 또는 가축의 힘’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이다(같은 호 가목 5). 그러므로 소달구지, 마차는 물론, 인력거도 ‘차’에 해당한다. 다만 법에서는 교통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음이 명백한 것들, 예컨대 유모차, 보형보조용 의자차(휠체어), 노약자용 보행기 등을 명시적으로 ‘차’에서 제외하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소나 말을 직접 몰고 도로상에 등장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라 처벌되는 음주운전은 ‘자동차등’, 즉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므로(제2조 제21호 참조) 술에 취해 도로에서 말을 탔다고 하여 음주운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술에 취해 소달구지를 몰고 간 경우에는 음주운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에 유의하자). 그러므로 김유신 장군이 술에 취해 천관녀의 집으로 말을 타고 가는 행위, 즉 음주 승마는 지금도 처벌 대상은 아니다(만약 음주 승마를 처벌한다면, 행위의 가벌성을 판단함에 있어 천관녀의 집으로 간 것이 장군의 뜻인지 말의 습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 김유신 장군이 술에 취해 천관녀의 집으로 말을 몰고 가다 음주단속을 받는 상상도(ChatGPT 생성)


그러나 도로표지판(법적으로는 교통안전시설의 신호·지시, 도로교통법 제5조) 준수 의무, 차로 준수 의무(같은 법 제14조), 안전거리 확보 의무(같은 법 제19조) 등은 ‘차마’의 운전자에 대해 부과되고, 이에 위반한 경우에는 같은 법 제156조 제1호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법 제48조의 신호 의무인데, 이 또한 ‘차마’의 운전자에 대해 부과되는 의무이다. 이러한 신호의 방법은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관련 [별표 2]에 규정되어 있는데, 소나 말에 방향지시기나 등화가 장착되어 있지는 않을 테니 현실적으로는 수신호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소나 말에 방향지시기, 이른바 ‘깜빡이’를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법에 이러한 방향지시기 설치·활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유효한 방향지시기인지에 대해 논란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도로교통법상 ‘우마’의 개념을 정확히 해 둘 실익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로교통법에 ‘교통’의 정의는 없지만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서는 이를 ‘사람 또는 화물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행위, 활동, 기능 또는 과정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화물’은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한 법적 정의는 찾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이는 ‘운반과 수송의 대상이 되는 물건(재화나 물품)’을 의미하므로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운수’는 운반과 수송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법적 정의도 찾아보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나 상식에 맞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운수’는 ‘물건을 옮기는 행위’라고 이해할 수 있다(실무에서 운반은 현장에서, 수송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물건을 옮기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교통’, ‘화물’과 ‘운수’에 대한 개념 정의는 다분히 순환적이다. 불행히도 심지어 법 개념에서조차 이러한 순환적 정의를 완전히 회피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법률해석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가축’에 대해서도 도로교통법은 침묵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축에 관한 일반법인 축산법을 참조할 수밖에 없다. 축산법 제2조 제1호는 ‘가축’을 ‘소·말·면양·염소[유산양(乳山羊: 젖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염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돼지·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타조·꿩,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動物)’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축산법 시행령 제2조는 기러기(제1호), 2. 노새·당나귀·토끼 및 개(제2호), 꿀벌(제3호), 그밖에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동물(제4호)을 가축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고시로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이 추가되는데, 현행 규정에는 짐승(1종: 오소리), 관상용 조류(15종: 십자매, 금화조, 문조, 호금조, 금정조, 소문조, 남양청홍조, 붉은머리청홍조, 카나리아, 앵무, 비둘기, 금계, 은계, 백한, 공작), 곤충(16종: 갈색거저리, 넓적사슴벌레, 누에, 늦반딧불이, 머리뿔가위벌, 방울벌레, 벼메뚜기, 아메리카동애등에, 왕귀뚜라미, 왕지네, 여치, 애반딧불이, 장수풍뎅이, 톱사슴벌레, 호박벌, 흰점박이꽃무지), 기타(1종: 지렁이)가 열거되어 있다.


이쯤 되고 보니 도로교통법이 ‘가축’의 정의에 대해 침묵한 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법질서의 통일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각 법률의 개념 정의가 상호 조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축산법과 도로교통법은 입법 목적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로교통법에서 교통에 활용되는 가축을 별도로 열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되는’이라는 징표만으로 ‘우마에 해당하는 가축’과 그렇지 않은 가축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축산법상 가축에는 비둘기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전서구(傳書鳩)는 도로교통법상 ‘우마’인가? 전서구는 ‘편지’라는 물건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옮기는 데 사용되는 가축이다. 그러므로 이는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로에서 전서구를 날리는 행위가 도로교통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전서구를 날리면서 도로표지판과 차로를 준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수신호를 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논리적·체계적 해석을 한다면 전서구는 ‘우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리해석에 의하더라도 이른바 ‘Absurdity Rule(터무니없는 해석 결과 배제 원칙)’에 의한다면 전서구는 ‘우마’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에 도로교통법이 ‘가축’의 개념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축산법을 참조하게 만든 것이 문제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흥미를 위해) 언급할 것은 ‘소’나 ‘말’의 개념도 완전히 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종속과목강문계(種属科目綱門界) 중 어떤 분류를 지칭하는 것인가? 일응 속(Genus)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소는 우제목(偶蹄目; 소발굽이 아닌 짝수 발굽을 의미), 소과, 소속으로 여기에는 다양한 종(Species)이 있고, 말은 기제목(奇蹄目; 홀수 발굽을 의미), 말과, 말속으로 역시 200여 개의 다양한 종으로 나뉘는데, 도로교통법에서 종이 다르다고 다른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한우를 타든 젖소를 타든, 조랑말을 타든 아라비안을 타든 도로에서의 법적 규율에 차이는 없다. 반면, 얼룩말은 말과이기는 하지만, 말속으로 보기도 하고 이와 구별되는 얼룩말아속(亞屬)으로 보기도 한다. 비록 얼룩말의 거친 성격 때문에 매우 힘들겠지만, 누군가가 얼룩말을 길들여 타고 다닌다면 여기에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소나 말을 ‘과(Family)’의 개념으로 본다면 얼룩말은 당연히 도로교통법상 말에 해당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소나 말이 우제목이나 기제목을 의미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마도 ‘소’이고(하마는 그 명칭과 달리 우제목, 하마과, 하마속이다), 코뿔소도 ‘말’이 된다(코뿔소도 그 명칭과 달리 기제목, 코뿔소과이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당나귀와 노새는 말과 속은 같고 종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나귀, 노새는 말과 별도의 가축으로 언급되어 있다. 그렇다면 입법자가 속을 기준으로 가축을 열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심지어 늑대와 멧돼지는 각각 개, (집) 돼지와 같은 종이다. 사실 입법자가 생물학적 분류를 바탕으로 입법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비현실적이다. 입법자는 그저 사회통념을 법률에 반영했을 뿐이며, 전서구나 얼룩말, 늑대, 멧돼지를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야생 멧돼지를 길들여 타고 다니는 사례가 실제로 등장하였다! 그렇다면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이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이라고만 정의하였을 뿐이고, 야생 멧돼지는 교통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으니, 교통에 일단 사용된 이상 법 적용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고,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되는’이라는 문구를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할 목적으로 기른’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하여 위와 같은 우연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는 제외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견해를 취한다면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도로교통법은 야생 멧돼지를 차마 ‘차마’로 볼 수는 없었다고.


▲ 멧돼지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 캡쳐 화면

(출처: KBS동물티비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fANsFnka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