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 454호
  • 기사입력 2020.10.28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공포, 불안감을 비롯한 우리의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답은 바로 우리 각자의 ‘아몬드’이다. 누구의 머릿속에든 두개씩 있는 아몬드, 귀 뒤쪽부터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딘가에 복숭아 씨를 닮았다고 해 ‘아미그달라’라고도 불리는 아 부분은 바로 우리가 한번쯤 들어 보았을 ‘편도체’이다.


여기에 남들과는 다른 편도체를 가진, 그래서 남들이 웃을 때 그리고 울 때 왜 우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소년에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그저 하나의 어려운 과학 용어 같은 활자에 불과하다.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소년의 칙칙한 표정은,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조차 없는 소년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문체는 따라서 굉장히 이성적이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윤재다.


남들과 비슷하다는 건 뭘까. 사람은 다 다른데 누굴 기준으로 잡지?



윤재는 감정이 없었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느 자식들처럼 소중한 아들이자 손자로서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소년이었다. 소년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어떻게든 소년을 남들과 다름 없는, 소위 말하는 ‘평탄한’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와 희로애락을 공식처럼 암기시켰고, 온 집안에 이를 붙여놓는다. 그러나 생일이었던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들을 모두 잃고, 뒤이어 ‘일반적인 범주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게 된 윤재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바람과는 반대로 괴물 취급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윤재에게 붙여진 병명은 ‘알렉시티미아’, 흔히 말하는 감정 불구 증상을 보이는 병환이다.


이야기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괴물인 내가 또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


윤재의 시점에서 책을 읽다 보면, 윤재만큼 특이하고 사연 있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만나가며 자신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책의 중요한 재미와 감동 요소이다.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건물주 ‘심박사’라는 든든한 지원군부터, 소년원이 낯설지 않은 장소인 ’이수’, 어렸을 때 미아가 됐지만 13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분노조절 장애 ‘곤이’, 그리고 ‘도라’라는 첫 이성까지.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변해가는 것들과 변해가는 것들이 윤재의 아몬드를 일깨운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진심.”, 진심의 힘



모두가 그의 병을 향해 입을 모아 말했다. ‘극복할 수 없는 병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감정을 어렴풋이 느끼고 눈물이란 것을 흘릴 수 있게 된 소년. 그리고 그 소년 앞에 마주한, 잊고 있던 무언가를 함께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말한다.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원화, 다각화된 현대 사회 속 관계들 밖에서 그리고 속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상처 받은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상처와 자극에 무뎌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더군다나 몇 안되는 만남 조차도 모니터 너머로 마주하는 일이 많아진 요즘을 생각해보자. 이제는 나의 일과 나의 삶만이 개개인의 관심사가 되어 버린 우리에게 ‘무관심’과 ‘무감정’은 어쩌면 타인의 존재라는 근본적 대상이 아니라면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현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지만 이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잘 인식되지 않는 ‘무감정’, ‘무관심’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따뜻한 사람들에게 이 따뜻한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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