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만 바꿔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
- 561호
- 기사입력 2025.04.08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672
MZ세대 사이에서 ‘갓생’ 열풍이 불고 있다. 갓생이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신조어다. 이 열풍에 힘입어 건강과 자기 관리를 중시하는 헬스와 러닝 문화가 확산하며 몸과 마음의 노화를 늦추는 ‘저속노화’ 식단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저속노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식단은 무엇일지 『저속노화 식사법』을 통해 알아보자.
이 책의 저자인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내과 실습 시절, 응급실에 실려 온 노인 환자가 먹던 처방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회복되는 모습을 본 후 노인의학에 매료되어 노화에 대해 연구했고 노화의 원리를 더 공부하고 싶어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Part 1. 밥만 바꿔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
인류는 진화적으로 단맛, 짠맛, 그리고 지방 맛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단맛과 지방 맛은 우리 뇌에서 보상과 즐거움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행복과 진통 효과의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을 분비시킨다. 이러한 선호는 우리 조상들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출시되는 초가공식품*이 극단적인 수준의 단맛이 나거나, 쾌감을 높이기 위해 단맛에 짠맛을 더하고 지방 맛을 섞어 놓았다는 점이다. 초가공식품은 급속도로 혈당을 올려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유발하고, 이는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혈당의 급락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일으킨다. 특히, 초가공식품의 자극적인 맛은 미각을 왜곡하며 인간이 더욱 건강하지 않은 식품을 선호하게 만든다.
저속노화 식사법인 MIND 식사는 자연식물식에 중점을 두고 동물성 음식과 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이다. 인지기능 강화 및 치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으며, 베리류와 푸른잎채소의 섭취를 강조하며 생선을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반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 튀김류와 패스트푸드, 과자와 후식류, 버터와 마가린, 치즈 등의 섭취를 최대한 줄일 것을 권고한다. 저자는 이러한 지침을 따라 식단을 구성하다 보면 초가공식품을 최소한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되며, 입맛도 점차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첨언한다. 실제 연구 결과, MIND 식사법을 실천하면 치매 가능성 감소와 더불어 체중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초가공식품: 원재료를 가공하는 데 여러 공정을 거친 식품. 탄산음료, 초콜릿, 케이크 등이 해당한다.
Part 2.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저속노화식 간단 실천법
저자는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MIND 식단을 완벽히 지켜서 먹진 못하더라도, 각자 실천해 보면서 자신의 생활에 맞는 노하우를 개발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MIND 식사 점수표에 따라, 평소 식단을 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저자만의 전략을 소개한다. 첫 번째 전략은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섭취하는 것이다. 흰쌀밥의 녹말은 아밀레이스에 의해 분해되면 이당류인 말토스가 되고, 이것이 클루코시다아제에 의해 분해되면 포도당이 된다. 이 과정은 빠르게 일어나므로 흰쌀밥 섭취는 단순당 섭취에 필적할 만큼 빠른 혈당 상승을 부른다. 소화에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백미에 귀리, 현미 등 다양한 잡곡을 더해 먹어보는 것은 저속노화에 도움을 준다. 두 번째 방법은 불가피하게 외식을 해야 할 때 샐러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햄버거, 피자와 같은 초가공식품이 아닌 샐러드는 저속노화에 도움을 준다. 샐러드에 올리브오일을 추가하면 포만감을 늘릴 수 있고, 닭가슴살을 추가하면 건강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으로 렌틸콩 섭취를 권장한다. 그러나 렌틸콩을 조리해 먹는 것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공깃밥 대신 렌틸콩 통조림을 권장한다. 렌틸콩은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혀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통조림의 경우 장기간 보관도 용이하다. 추가로, 아침 공복에 올리브오일 커피를 섭취하는 것도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 MIND 식사 점수표
Part 3. 노화의 가속페달을 멈추는, 올바른 탄·단·지 가이드: 잘 먹어야 약이 된다
-탄수화물 가이드
체중, 체성분, 근육량 등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지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방향과 목표에 부합하는 탄수화물이 ‘좋은 탄수화물’이다. 그럼에도 느리게 소화되고 흡수되어 혈당 변동 폭을 적게 만들어주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주며 식이섬유가 위장에서 좋은 미생물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 탄수화물이 기본적으로 좋은 탄수화물이다. 통곡물, 콩류, 채소, 과일에서 이러한 좋은 탄수화물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나쁜 탄수화물은 정제 곡물, 단순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혈당 변동성을 높이고 중독성이 높은 탄수화물이 해당한다. 혈당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곡물을 가공한 것보다는, 통곡물을 가능한 한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콩류는 단백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탄수화물 대부분이 식이섬유이기에 당지수가 낮다. 콩류 섭취를 실천하면 강력한 저당식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
-단백질 가이드
단백질 섭취는 생애주기에 따라 해답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60대 미만의 경우,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근육이 잘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가속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음에 주의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MIND 식사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중시한다. 통곡물과 콩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 섭취를 중시하며 동물성 단백질을 살짝 추가해 먹는 식단 구성은 모든 종류의 아미노산을 제공해 주며 엠토르*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아 우리 몸의 노화 속도를 한층 더 늦춰준다.
*엠토르(mTOR): 세포 분열, 성장, 근육의 단백질 합성 등을 관장함. 과도한 분비가 이루어질 경우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가속화.
-지방 가이드
지방은 비만의 주범으로 쉽게 오해할 수 있지만, 건강한 식사를 구성하는 하나의 영양학적 축이다. 저자는 MIND 식사와 연관 지어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는 요리용 기름으로 올리브오일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견과류를 일주일에 5회분 이상 충분히, 자주 섭취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감자튀김 등 고열로 조리된 식품이나 과자 등에 포함된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다. 특히 저속노화를 위해 올리브오일, 생선 기름, 코코넛오일, MCT 오일을 다양하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Part 4. 저속노화 식사법 완전 정복, Q&A
Q.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실 때가 있습니다. 주종별로 일주일에 몇 잔 정도는 괜찮다는 지침을 주실 수 있나요?
A. 과거 소량의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지만, 최신 통계 기법으로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보정한 연구를 포함하여 현재 학계와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는 소량의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위해 혹은 가족 및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1 표준잔 알코올 10g 기준, 가능하다면 남성은 넉 잔, 여성은 두 잔 이하 섭취를 권고합니다.
Q. 식사 후 바로 움직이면 혈당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나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하나요?
A. 식사 후 가벼운 운동은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음식에서 얻은 탄수화물이 근육으로, 더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줍니다. 식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이동하거나 10~30분 정도 산책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가벼운 스트레칭 운동도 소화를 돕고 혈당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신체를 움직이는 집안일도 좋습니다. 단, 너무 격렬한 운동은 소화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Q. 채솟값이 비싼데, 싸게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추천해 주세요.
A. 양배추, 당근, 무, 양파 등은 비교적 우리나라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며 보관이 용이한 채소들입니다. 제철 채소를 구매하면 가격이 더 저렴합니다. 겨울에는 배추와 무가, 여름철에는 상추와 오이가 저렴합니다. 1인 가구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냉동 채소의 이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생채소보다 저렴하고 영양소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일주일 식단과 그에 대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은 한 번뿐인 인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식사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자극적이고 해로운 음식에 중독 되어있는 당신에게 이 한권의 책, 『저속노화 식사법』을 추천한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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