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 456호
  • 기사입력 2020.11.25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헤어짐’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의 단어인가? 극한의 슬픔, 혹은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는 가능성… 모든 사람에게 각기 다른 느낌과 무게로 다가가는 말이겠지만, 단어 자체가 담고 있는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시큰한 느낌은 누구에게나 그다지 낯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소개할 책 <쇼코의 미소>에는 각기 다른 색의 일곱가지의 헤어짐이 서려 있다.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소설들 구성된 이 책은, 책 제목과 동일한 ‘쇼코의 미소’부터 ‘씬짜오, 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의 7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쇼코의 미소'에서는 주인공인 쇼코와 소유, 그리고 각자 자신의 할아버지와의 헤어짐을,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게 피살되었던 베트남군의 남겨진 가족들 간의 헤어짐을,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는 이모인 순애 언니와 엄마의 헤어짐을 그렸다. '한지와 영주'는 만난 케냐에서 온 한지와 한국에서 온 영주가 프랑스의 수도원에서 마음을 나누다 소원해져 헤어지는 과정을, '먼 곳에서 온 노래'는 동아리 선배와의 헤어짐을, '미카엘라'는 모두의 슬픔이었던 세월호 사건을, '비밀'은 암의 두번째 전이로 인해 헤어짐을 앞두게 된 외할머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렸다. 이들 중 유일하게 ‘한지와 영주’만이 생과 사로 구분지어지는 극적인 헤어짐을 다루지 않는 소설이다. 그 대신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접해 보았을 헤어짐의 과정인 친구 간의 ‘소원함’을 인물들 사이의 층층이 겹쳐져 있는 미세한 감정선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소설보다는 마치 누군가의 수필처럼 담백하고 순수한 문장으로 가득한 서사들,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편지나 일기가 소설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 배가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또 한가지 특징은 바로 주요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들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오는 솔직한 정서적 공감, 그리고 어느새 마음 속에 형성된 인물과의 유대감은 ‘쇼코의 미소’의 애독자들이 책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지 감히 예상해본다. 시대의 아픔, 가족의 아픔, 친구간의 아픔, 세대간의 아픔… 다양한 종류의 단절과 그로 인한 아픔들, 그 일련의 과정 한가운데 서 있는 주인공들의 진솔함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슬프지만 따뜻하게 감싸준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공허함과 애틋함 사이의 순수한 감정이 그립다면 책 ‘쇼코의 미소’ 속 인물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