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만드는 법
- 김지엽 저 & 저자 인터뷰

  • 496호
  • 기사입력 2022.07.31
  • 취재 임찬수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도시를 만드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매력을 한층 더 높여줄 미적 감각? 평범함에서 벗어나 도시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상상력?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법이다. 도시는 하나의 건물과는 달리 여러 건축물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 만약 법을 간과한다면 어느새 도시는 균형을 잃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지엽 교수의 ‘도시를 만드는 법’은 도시 계획과 법의 관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래의 저자와의 인터뷰를 읽으며, 막연해 보이는 도시와 법이 어떻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자.


Q. 자기소개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학과 김지엽 교수입니다. 일반대학원에 있는 글로벌스마트시티 융합 전공에도 소속되어 있어요. 책 '도시를 만드는 법'은 원래 수업에서 시작됐어요. 대학원에서 도시와 법이라는 과목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든 거죠. 초기 제목은 수업 이름 그대로 도시와 법이었으나 다소 딱딱하고 학술서 같은 느낌이라 지금처럼 도시를 만드는 법으로 변경하게 되었어요. 도시를 만들때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 중 법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거든요. 책을 통해서 도시를 만들때 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건축과 법이라는 소재가 사실 풀어내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나요?


전문 서적일뿐더러 법 자체가 대부분 사람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전문 서적이 아닌 것처럼 쉽게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법을 다루는 분 중에서도 도시 건축과 관련한 법을 배운 분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분들은 종종 시각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건축 디자인으로 트레이닝을 받아서 시각화를 잘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 알아 책에 최대한 많은 그림과 사진을 넣었어요. 특히 컬러로 출판한 법학책이라는 면에서 차별성을 가져요.


Q.  건축을 전공한 뒤 추가로 미국에서 법을 배운 동기는 무엇인가요?


도시를 계획하거나 설계하다 보면 건축에 비해 더 제약을 받아요. 더 많은 법이 적용되기 때문인데, 처음 이 사실을 접한 뒤 뭔가를 깨달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제가 디자인 감각도 있고 콘텐츠도 있고 뭔가 되게 잘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되게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건방졌던 거죠. 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하고 실무에 나가보니까 도면에 그림 그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뭔가를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도시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법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갖게 됐어요.


Q. 건축과 법이 연관되어 있어도 내용은 다른 분야일수도 있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갑자기 너무 점프를 하는 거잖아요. 가뜩이나 영어도 못했는데 그림이 적은 법학책을 보다보면 눈에 쥐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재밌게 배울 수 있었던건 미국 법이 우리나라 법과 접근 방법이 많이 달라서였어요. 법전을 중심으로 한 법 체계인 Civil Law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판례를 중시하는 법 체계인 Common Law를 사용해요. 접근 방법 자체가 법률 조항이 아니라 여러 판례들을 통해서 법을 학습하다보니 그 과정이 되게 재밌었어요. 배울수록 도시 계획과 법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도시계획은 명분과 논리가 중요해요.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수많은 법 중에서 적절한 법을 찾아 논리를 만들듯이, 도시계획도 최선의 답을 위해 논리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죠.


Q.  책의 챕터가 7개로 나눠져 있던데 나눈 기준이나 법을 선정한 기준이 있나요?


제가 처음에 이 책의 시작이 강좌였다고 얘기를 드렸는데요. 7개의 챕터를 16주 수업 중에서 중간기말 시험기간을 빼고 남은 14주 동안 나갔던거죠. 2주에 하나씩 챕터를 나가던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책에 넣은 법들은 도시를 다룰 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넣었어요. 책의 첫 부분이 헌법인데요, 헌법은 모든 법의 가장 기본이에요. 그런데 법을 전공하지 않으면 대부분 헌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건축도시 분야에 헌법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헌법은 수많은 법들의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뿌리이기 때문에, 강의 때 헌법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책의 첫 부분에도 헌법 관련한 내용을 넣게 되었습니다.


Q.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도시라 생각하시는 곳은 어디인가요?


여러 도시를 봤지만 서울을 제일 좋아해요. 도시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좋아하는 말이 다양성이에요. 서울은 잠실, 북촌, 연남동, 홍대… 모두 다 각자의 느낌을 지니고 있죠. 뉴욕, 도쿄, 파리 같은 도시들도 물론 매력이 있지만 세계 전체로 봐도 서울같이 규모가 크고 다이나믹한 도시는 많지 않아요. 서울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전통과 최첨단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치안, 위생, 여가 등의 부가적인 요소들도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외국인들이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있는 도시에요.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교수로서는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이 좀 더 멀리 볼 수 있길 바래요. 건축 설계 분야나 도시계획 분야는 학벌이나 학점 같은 것들이 가장 안 통하는 분야 중 하나에요. 대신 그 사람의 실무 경험으로 쌓인 내공을 더 중요하게 봐요.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복싱을 해 돈을 모았죠. 그 후 세계 여행을 하면서 건축을 독학했고, 지금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게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종종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입사에만 급급하곤 해요. 하지만 그러다보면 회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의욕을 잃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죠. 저는 학생들이 사회초년생 때는 대기업 대신 작은 설계 사무소라도 실무를 직접 하면서 자신만의 실력을 탄탄히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어요. 대기업은 3년 정도 자신의 건축 포트폴리오를 풍성하게 채운 뒤 가도 전혀 늦지 않는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학교는 어디가서도 뒤지지 않는 곳이니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