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를 이어오는
약학대학 이재철 교수

  • 425호
  • 기사입력 2019.08.13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연윤서 기자

우리 대학 교수들의 우수한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변화하는 세계에 발맞춰 이렇게 혁신적인 연구성과의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일 것이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환자 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심장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연구성과를 게시한 약학과 이재철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연구의 시작, 과정 그리고 성과



- 환자 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심장질환 발병원인 규명 및 새로운 치료 표적 제시


이번 연구에서는 확장성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DCM)을 환자 유래 역분화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해당 질환을 in vitro(시험관내)에서 모델링하고 자세한 기전 연구를 통해 새로운 타겟을 제시했습니다. 환자 유래 역분화줄기세포란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라고도 불리우며,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혈액 혹은 내피세포 등을 확보하고 이를 역분화 기술을 통하여 줄기세포로 변환한 세포를 말합니다. 2012년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기술로써 이 기술을 이용하여 생성된 역분화줄기세포는 환자와 완벽하게 동일한 유전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세포(조직, 혹은 개체)로 분화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분화된 세포는 환자와 유사한 질환형을 보일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질환의 메커니즘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질환이 특정 유전 변이(mutation)에 의하여 일어난다면 이러한 환자 유래 역분화줄기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변이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DCM질환중에서도 LMNA이라는 유전자의 변이에 의하여 발생하는 DCM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대규모의 환자를 모집하고 이들로부터 역분화줄기세포를 제작했으며, 일부 환자의 역분화줄기세포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LMNA의 변이를 교정하는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하여 LMNA변이에 의한 DCM질환의 경우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신호전달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들의 억제를 통해 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는데, 그 배경과 연구과정에서 인상깊었던 것


이번 연구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포스닥/연구교수 기간동안 진행되어온 연구를 성균관대 임용 후 공동연구를 통하여 최종 마무리 했습니다. 5~6년의 기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매우 다양한 최신 기술들을 필요로 했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만큼, 전문가와의 공동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스탠포드의 연구 환경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구 의지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상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다양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며,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해 옮길 수 있는 연구환경에서 최고의 연구결과들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 역분화줄기세포 및 유전자가위 기술이 향후 심장질환 치료와 기타 질병 치료에 미칠 영향


이미 역분화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질환의 연구에서 이 기술을 이용하여 질환을 매우 정밀하게 모델링하는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고 이는 기존에 연구가 어려웠던 다양한 질환들의 기전을 밝히는데 이용됩니다. 환자와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질환 시스템을 모델링 함으로써 환자들의 약물 반응성 및 독성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는 약물 스크리닝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부상하고 있는 정밀의학 (precision medicine)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역분화줄기세포 및 유전자가위 기술이 생체모사시스템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오가노이드 (Organoid)기술과 결합되고 있으며, 이는 재생의학 (Regenerative medicine)분야에서도 핵심적인 기반 기술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 된 소감 


제가 한 연구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대하여 매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족했던 연구 부분에 대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연구주제와 주변에서 항상 도움을 주신 공동연구자들,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와이프와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약학 연구자의 길



- 교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과학자 였습니다. 사실 그때는 연구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과학이라는 것이 뭔가 멋져 보이고 재미있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이 즐거웠으며 어떠한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아직까지 다른 학문에 비하여 알려진 바가 적은 생물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레 다양한 병의 원인과 이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약학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이후에 약대에 다니면서도 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저는 연구자로서의 진로를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교수로서 앞으로의 목표


지금까지는 저 개인에게 주어진 또는 제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했다면, 이제는 다른 차원의 연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연구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도출된 공동 연구, 또한 다양한 서로 다른 학제간의 융합연구 등의 “집단 지성”을 필요로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행하면서 학생과 연구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정말 “즐거운 과학”을 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연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적 변화(교수-학생 역할변화/융합연구환경강화)에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도 “즐거운 과학”을 하고 싶고요(웃음).



재학생들에게



제가 성대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10년이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대학원/조교 생활을 통하여 성대 재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으며, 스탠포드에서도 6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러 나라의 학생들을 지도해 왔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연구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나 그것을 실행하는 노력과 끈기 등에서 정말 성대의 학생들이 모든 부분에서 매우 뛰어나다는 것 입니다.


단지 한가지 우리가(저도 포함하여)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연구 환경, 신기술 등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떠밀리듯 어쩔 수 없이 경험을 하고 나니 그러한 두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통하여 찾고자 하는 것이 여러분의 미래에 대한 꿈이든지, 아니면 연구 주제이든지 간에, 분명 여러분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물론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선택을 하기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딱 한마디 “일단 해보지 뭐”라는 문장만 생각하면 됐듯이 여러분들도 용기 내어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