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전통, 정체성에 대한 담론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권은용(사학과 00)

  • 559호
  • 기사입력 2025.03.09
  • 취재 이정빈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1788

【대구간송과 세상의 접점을 만들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보화각을 전신으로 하는 간송미술관(서울)이 국채보상운동의 진원지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새롭게 발돋움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우리 문화와 전통, 정체성에 대한 현재적인 담론을 지역과 세대의 경계를 넘어 미래세대와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사명을 지니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우리 것을 지키고자 했던 간송의 숭고한 신념을 서울로부터 이어받아 왔다. 그리고 그 반짝임에 응답하듯이 지난 9월 열린 개관전에는 22만 명의 관객들이 걸음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을 세상과 만나게 하는 이가 바로 대외협력팀장 권은용(사학과 00) 동문이다. 대외협력팀은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여 미술관과 그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을 연결한다. 이곳이 지닌 가치를 널리 알리고 더욱 빛내어 앞으로의 도약을 돕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겸임교수를 함께 맡고 있는 권 동문은 학사와 박사 시절을 모두 우리 대학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와 학생들에게 배움을 나누고 있을 정도로 성균관대학교를 향한 애정이 깊다.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00학번 권은용입니다.

2019년에 예술대학에서 예술학 박사로 졸업한 후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왔고,

그 경험을 대학에서 학생들과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요.”



| 대구간송미술관이 지난 9월 개관해 22만 4천여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며 성황리에 개관 기념 국보·보물전을 마무리하고, ‘2024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었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 보국 정신으로 수집하신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입니다. 널리 알려진 소장품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신윤복의 미인도나, 교과서에서 만나 보던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등이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리고 문화예술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눈여겨보시는 간송미술관이기에, 지역 분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것 같아요. 저는 대외협력팀장으로서 대구시를 비롯해 정부, 기업, 기관들과 대구간송의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면서 개관 의미를 확장하려고 했습니다. 22만 명의 관람객, 그리고 ‘한국관광의 별’ 수상 등으로 결과를 확인한 것 같아서 보람 있고 기쁜 마음입니다.

*한국관광의 별은 한국 관광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 관광지 등을 발굴하고 우수한 국내 관광자원을 알리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으로, 2010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관광 대상이다.


▲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 현재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으로 계시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주세요.

사학과 00학번으로 입학해서 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업도 재미있게 들었지만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거나 삼청동에서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저는 예전에도 지금도 문화생활을 하기에 성균관대학교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이 항상 함께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내가 재미있게 보는 이 전시와 공연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예술경영에서 말하는 매개자, 혹은 기획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전공이다 보니 생각보다 진입 문턱이 높았어요. 제가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고요.

그렇기에 학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네기 멜런 대학에서 예술경영 석사학위를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을 거치며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던 중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소식을 듣고 좋은 기회를 마주하게 되었어요. 미술계에서 오래 일했지만 미술관 개관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잘 맞아야 해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예요. 23년 3월, 큰 꿈을 안고 함께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아주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 대외협력팀에서 담당하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또, 현재 진행 중인 상설 전시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알려주세요.

대외협력팀은 홍보 마케팅을 비롯해 외부 기관, 단체, 혹은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고 소통하는 매개의 역할을 합니다. 미술관이 전해야 하는 이야기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전달하고 관람객에 더하여 미술관에 관심을 보이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미술관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요. 홈페이지, 온·오프라인 홍보, 뉴스레터, SNS 운영부터 언론, 미디어 광고 등 수많은 채널을 관할하고, 기관 간 MOU 합의부터 후원 유치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한 기관과 간송의 접점을 만듭니다. 상설 전시는 연중 진행되는 전시로 관람객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분기별로 작품을 본인의 경험과 연결 지어 해석하고 미술관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대외협력팀에서 진행한 KTX와의 제휴 마케팅이 인상 깊었어요.

대구에서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가 소비자가 느끼는 교통과 가격의 허들이었어요. 대구 이외의 지역에서 미술관을 찾으시는 분들이 약 40% 이상으로 파악되었고, 이분들이 미술관에 방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KTX와 같이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어주는 교통수단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면 대구 이외의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물론, 협력 상품에 대해 KTX도 홍보를 하게 될 테니 일석 이조인 셈이지요. 마케팅은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 채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기관·단체·개인과 협력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수 있어요.


| 대구간송미술관 홈페이지의 ‘Museum Identity’ 페이지를 보면 자료 관리 담당이 대외협력팀으로 되어 있는데, 미술관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해서도 많은 역할을 하셨나요?

그렇습니다. MI 작업은 미술관이 가지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해요. 대구간송미술관이 기존의 간송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시대와 장소를 넘어 이어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간송미술관의 심볼을 유지하되 폰트나 모티프를 바꾸면서 디자인 포인트를 잡았어요. 내부에서 워크숍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도출해 내었다면 외부에서는 공모전을 진행해 간송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지금의 MI가 대구간송미술관을 잘 표현하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대구간송미술관 MI


|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를 마치시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다시 연구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학부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인문학을 베이스로 문화예술을 접했어요. 예술경영으로 전공을 바꾸어 카네기 멜런 대학에서 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었지만, 국내 실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에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예술경영은 이론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기보다는 실무적 전문성 함양과 학문적 접근 그 어딘가에 위치한 분야였기에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 상황에 맞는 주제, 실제 업계와의 접점을 가지고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박사 진학을 결심했고, 좋은 교수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연구자이자 업계의 한 사람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우리 대학에서 예술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일하면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오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어요. 입학부터 졸업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답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학교를 다녔기에 그만큼 다양한 동문, 선배, 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같이 수업이나 과제가 끝나면 맥주도 마시고, 서로 기획하는 전시나 공연도 같이 보았던 일들이 기억에 남아요. 물론 일하면서 느끼는 고단함이나 현장의 어려움들을 나누기도 했고요. 그분들이 결국 지금 업계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서로 힘들 때 도와주는 지원군이 되었네요.



|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간 영남일보 <문화산책>에서 필진으로도 함께해 주셨는데, 평소에 글 쓰는 일도 좋아하시는지요.

글 쓰는 일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영남일보에서 제안을 주셨을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개관전 운영 기간이라, 전시 중에 있었던 일이나 고민을 글로 풀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입니다.


| 성균관대학교에서 간송미술관(서울)이 가까워요.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간송미술관의 매력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간송미술관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 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2만 점에 달하는 수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건물 자체도 최초의 근대 건축물이라는 명성으로 2019년에 국가 등록문화재에 등재되었답니다. 방문해 보시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느껴 보실 수 있습니다. 일 년에 두 번 기획전을 하는데요, 꼭 한 번 가 보시기를 바라요. 작품이 외적으로도 하나하나 아름답지만, 각각이 가지고 있는 간송 선생님의 수집 일화들까지 함께 들으며 보신다면 더 풍부하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2025년은 대구간송미술관의 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24년이 개관으로 미술관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획전을 통해 대구간송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부터, 오랜 기간의 연구가 바탕이 되어 준비한 진중한 전시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어요. 전시와 더불어 여러 교육,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됩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소외계층이나 시니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관 문턱을 낮출 수 있는 프로그램들부터 시작해 볼 계획이에요.


| 마지막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성균관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2025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난히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았어요.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문화와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술관 오셔서 아름다운 작품도 만나시고,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예술과 함께 아름답고 평안한 2025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