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연구의 여정 위에서, 다시 성균으로
- 화학공학부 김종욱 교수, 의학과 남주현 교수
- 585호
- 기사입력 2026.04.13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963
성균관대학교는 우수한 교육-연구(Research and Education, R&E) 체계를 바탕으로 학문적 연속성과 성장 가능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성균웹진> 585호에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올해 3월, 우리 학교로 돌아온 신임 교원 김종욱, 남주현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들의 연구 여정을 통해 예비 대학원생, 교원 임용을 희망하는 대학원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속적 학문 성장 사례와 조언을 제시한다.
■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김종욱 교수
- 2015년 화학공학부 학사 졸업
- 2022년 화학공학과 박사 졸업
- 2026년 화학공학부 조교수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3월부터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욱입니다. 반갑습니다.
‘삼성학술정보관’과 ‘기숙사 신관’이 처음 문을 연 2009년, 성균관대학교 공학계열에 입학해 화학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2022년 2월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약 3년 6개월간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반도체 소재 및 공정을 활용한 바이오 광전자 소자 개발과 시스템 확장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렇게 성균관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배우고 공부한 후에 다시 모교로 돌아와 교수로서 후배 학생들과 함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뜻깊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화학공학을 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 소자를 개발하여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 성균관대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현재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공학 연구’입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라도 깊이 들여다보고 연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연구 방향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제가 화학공학부에서 소재, 반응, 열역학, 열 및 물질전달, 반도체 및 화학공정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균관대의 학생 연구활동 지원사업(장학금, 펠로우십, 해외 방문연구 등), 우수한 연구장비 인프라,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연구 환경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실제 연구로 확장하고 직접 검증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한 예전 학부 수업에서 공학과 과학의 의미, 그리고 공학도로서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엔지니어’로서의 마인드를 길러주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 2015년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로저스 교수 연구실 방문학생 당시 김종욱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모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화학공학부 김태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으로 처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학위 과정 동안에는 미국 일리노이주립 대학교와 노스웨스턴 대학교, 중국 HUST, 독일 BASF 등 해외 대학과 기업을 방문해 연구 수행, 컨퍼런스 참석, 국제 인턴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이러한 경험들은 제가 학문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아(Academia)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든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과제를 5년간 수행하면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고, 이러한 경험 역시 박사후 연구원을 지원하는 큰 동기와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던 중 모교의 임용 공고를 접했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2018년 석박통합과정 당시 김태일 교수의 다기능 유연소자 연구실
|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대표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반도체 공정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와 전자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에너지 변환 장치와 바이오전자소자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나노 계층구조체 제작이 가능한 리소그래피 기술에 관한 연구로, Adv. Funct. Mater. (2017)에 게재되었습니다. 제 첫 연구 논문이기도 한 이 연구는 이후 반도체 공정 기술과의 통합을 통해 다양한 후속 연구 성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심혈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멀티센싱 소자에 관한 연구로, Nat. Biomed. Eng. (2023)에 게재되었습니다. 밀리미터 스케일의 소형화된 실리콘 박막 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혈류, 혈압, 온도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실리콘 마이크로/나노 박막을 다루는 반도체 공정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할 수 있었으며, 이는 포토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 다양한 실리콘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희 연구실은 소재-공정-소자 개발 및 시스템 확장연구를 통해 에너지, 바이오, 환경 등 폭넓은 응용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 박사후 연구원 시절 성균관대학교 다기능 유연소자 연구실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실험 결과를 구체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이를 꾸준히 정리해 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사진을 남기고, 실험 내용을 기록하고, PPT 등의 형태로 정리, 저장해두면 훗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축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결과를 ‘이전 진행 내용–현재 결과–향후 계획’의 흐름으로 정리하면 교수님이나 연구실 동료들과 공유가 훨씬 수월해지고,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Tip이 있다면요?
학기 시작 직전에는 한 학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들, 예를 들어 전화 영어 수강, 국제학회 참석, 논문 제출 등과 함께 일주일 정도의 휴가 계획도 미리 세웠던 것 같습니다. 실험실에 있다 보면 하루가 정말 짧게 느껴지고, 한 달, 두 달이 훌쩍 지나가곤 합니다. 따라서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미리 세워둔 휴가 계획을 하나의 동기부여로 삼아 연구 생활의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내 세미나나 학회에 기회가 있다면 자주 참석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고 듣고 참고하면서 이를 자신의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노스웨스턴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당시 Bioelectronics lab module 수업
■ 의과대학 의학과 남주현 교수
- 1997년 유전공학과 입학
- 2006년 의과대학 생리학전공 박사학위 취득
- 2026년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 재직 중인 남주현입니다.
저는 1997년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에 입학하여 학부를 마친 뒤, 같은 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2년간 연구조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 후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6년간(2010~2025)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를 이어갔고,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하버드 의과대학 신경과에서 Research Associate로 활동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는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 부임해 이온통로 표적치료 연구실(Ion Channel Therapeutics Laboratory)을 이끌고 있습니다.
제 연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몸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통로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아토피·알레르기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만성 통증·가려움증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병이 생기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동물실험을 거쳐 실제 임상시험 승인(IND)을 받기까지의 전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성균관대에서의 시간은 크게 두 단계로 제 연구의 토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먼저 유전공학과 학부 과정은 연구자로서의 뿌리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분자생물학, 생화학, 세포생물학 등 생명과학의 핵심 기초를 다지면서,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대학원 과정은 그 시야를 한층 넓혀준 시간이었습니다. 생리학은 세포 하나의 작동 원리를 넘어, 우리 몸 전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덕분에 세포 수준의 미시적 관점과 인체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을 함께 갖출 수 있었고, 지금도 연구할 때 가장 큰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 2002년 대학원 시절
또 한 가지 결정적인 경험은, 당시 지도 교수님께서 임상 교수님들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셨는데, 그 과정에서였습니다. 기초 연구자들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면 흔히 '이 물질이 얼마나 강하게 타깃에 작용하는가(potency)'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에게 쓰일 약이 되려면, 그보다 먼저 '부작용은 없는가(독성, toxicity)'와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가(효능, efficacy)'를 따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경험은 기초 연구와 실제 신약개발 사이의 간극을 일찍부터 인식하게 해 주었고, 이후 제가 임상시험 승인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연구를 지향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모교로 돌아온 지금, 그 시절의 경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 2008년, 박사후연구원 시절 이온통로연구회 포스터 발표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모교의 교수로 임용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커리어 경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초에서 치료로(From Basic Science to Therapy)’입니다.
성균관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후, 단과대학을 옮겨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이온통로 전기생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온통로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세포 안팎의 이온 흐름을 조절하여 신경 신호 전달, 근육 수축, 면역 반응 등 우리 몸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흔히 심장이나 뇌의 전기적 활동을 조절하는 단백질로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하게 작용합니다. 면역세포에서는 칼슘 채널을 통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제어하며, 종양세포의 증식과 전이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이처럼 비슷한 일을 하는 작은 단백질들이 신경계 질환은 물론 당뇨병 같은 내분비 질환, 알레르기, 만성 통증 등 수많은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저를 이 분야로 이끌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서울대·연세대 의과대학을 거쳐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임용되었고, 16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이온통로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ORAI1, ANO1 등 이온통로를 표적으로 하는 아토피피부염·알레르기비염 치료 후보물질에 대해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다수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 2010년, 연세대학교 연구조교수 시절
연구를 이어가면서 한 가지 벽에 부딪혔습니다. 만성 통증이나 가려움증처럼 신경계가 깊이 관여하는 난치성 질환은, 기존 약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유전자치료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신경의 유전자 발현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면, 약물로는 닿지 못했던 영역까지 치료 가능성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22년, 연구휴직을 신청하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MGH 신경과에서 Research Associate로 2년간 근무하며,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해 이온통로를 타깃으로 하는 유전자치료 개발 연구를 배우고, 새로운 연구 기반을 닦았습니다. 16년간 교수로 지내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배우는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연구자로서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습니다. 오랜 교수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학생 시절의 막막함과 어려움을 잊게 되는데요. 다시 배우는 자리로 돌아가면서 박사 및 박사후 과정생들이 겪는 고충을 몸소 느꼈고, 학생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 부임했습니다. 학부생 시절 처음 배움을 시작했던 바로 이곳에서, 이제는 다음 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이어간다는 사실이 매우 뜻깊습니다.
|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대표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 연구실의 핵심 목표는 한마디로 ‘이온통로 타깃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플랫폼 구축’입니다. 알레르기 질환, 만성 통증, 피부노화, 종양까지, 얼핏 서로 달라 보이는 이 질환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온통로의 기능 이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 연결고리를 파고들어, 기초 연구에서 출발해 실제 임상시험 승인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약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연구가 순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요. 먼저 질병이 생기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히는 기전 연구를 수행하고, 그다음 어떤 이온통로가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지 타깃을 발굴해야 합니다. 표적이 정해지면 약물이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결합하는지 약물 결합부위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후보물질을 빠르게 추려냅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선발된 후보물질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작용기전(MOA)을 분석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 저희 연구실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표 성과로는 분자동역학을 활용한 이온통로 약물 결합부위 규명(PNAS, 2024), Cannabidiol의 통증 조절 기전 분석(Pain, 2024), 난청 관련 KCNQ4 유전자 변이 분석(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023), 암세포의 칼륨 채널 의존성을 활용한 선택적 항암 기전 연구(Cancer Research, 2026)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이러한 기초연구와 함께 동국대 재직 당시에는 임상 교수님과 공동으로 이온통로질환연구소를 설립, 실제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중개연구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의과대학, 약학대학, 제약회사가 함께 협력한 이 연구들은 현재까지 임상 2상 IND 2건, 임상 1상 IND 1건 승인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원료 제조부터 비임상시험까지 전임상의 모든 단계를 직접 경험한 박사과정 학생이 졸업 후 비임상시험 전문 기업 'CiPA Korea'를 창업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실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로서 연구가 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싶은 분야는 AAV 유전자치료를 이용한 만성 통증·가려움증 치료입니다. 만성 통증과 가려움증은 감각신경이 관여하는 복잡한 증상입니다. 기존 약물은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고, 오피오이드 같은 강한 진통제는 중독 위험까지 있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MGH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배웠는데, 바로 통증 부위에 AAV 벡터를 직접 주사해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신경(통각수용체)에만 특정 이온통로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이온통로가 발현되면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낮아지고, 그 결과 통증 신호가 억제됩니다. 전신 부작용 없이 통증 신경만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이 유전자치료 플랫폼을 통증뿐만 아니라 난치성 가려움증까지 확장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AAV 벡터의 프로모터(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만 바꾸면 다양한 감각신경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마침,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는 정밀의학교실이 있어 유전자치료 및 유전자편집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져 있어요. 모교로 돌아온 것이 연구자로서도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낍니다.
▲ 하버드 의과대학 MGH 신경과 근무 당시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어라.”
논문을 쓰는 일은 본질적으로 한 권의 책을 집필하는 것과 닮아 있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먼저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뛰어난 작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문장으로 옮겼는지를 체득해야, 내 안에서도 좋은 문장이 나올 토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연구도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들의 논문을 꾸준히 읽다 보면, 그 분야의 핵심 난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실험적으로 풀어가는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와 연구 설계 능력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기만 해서는 좋은 작가가 되지 못합니다. 직접 써봐야 합니다. 연구도 마찬가지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연구자의 감각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학회와 세미나에서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경험이 더해지면 ‘이 연구자는 같은 문제를 이렇게도 바라보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그 신선한 시각 하나가 상투적인 틀을 깨는 계기가 됩니다. 대학원은 바로 그 토양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원 과정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단단한 채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Tip이 있다면요?
1. 자기관리 Tip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Resilience, 즉 회복탄력성입니다.
연구라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합니다. 공들인 실험이 재현되지 않고, 자신 있게 제출한 논문이 거절당하고, 어렵게 신청한 연구비가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논문이나 연구비 심사 통과율은 높이 잡아도 10~20% 안팎입니다. 즉, 열 번 도전하면 여덟아홉 번은 거절당한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능력이 Resilience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실패를 재정의하세요. 실패한 실험 데이터 안에도 반드시 배울 것이 있고, 거절당한 논문의 리뷰어 코멘트 안에도 연구를 더 단단하게 만들 재료가 있습니다. 실패는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연구 과정의 일부입니다. 둘째,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멘토, 동료, 가족의 존재가 연구자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막혔을 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밖의 나를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학위 기간 더 많은 성과를 내려는 마음에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유학생들은 빨리 학위를 마치고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져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더군요. 하지만, 취미든, 운동이든,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이든, 연구 외의 삶이 탄탄할수록 연구가 잘 안될 때 심적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갑니다.
2. 랩 동료 및 지도교수와의 소통 Tip
“연구 실력은 시간이 지나면 늘지만, 관계는 한번 틀어지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연구실은 실력만큼 관계가 중요한 곳이거든요. 대학원 연구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공간입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그 어떤 곳보다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연구할 당시 연구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던 개념이 있었습니다. 바로 Microaggression입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차별적 언행을 뜻하는데, 연구실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납니다. 특정 배경의 학생에게 암묵적으로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거나, “넌 왜 대학원생이면서 이것도 모르니?”라는 무심한 핀잔, 특정 학교 출신이나 국적·성별에 대한 편견, 공동연구의 공이 특정인에게만 돌아가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지속되면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아주 작은 상처가 생기고, 긴 대학원 생활 동안 조금씩 쌓이면서 결국 깊은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연구실이라는 작은 공동체의 결속력과 화합을 무너뜨리는 가장 조용하고 위험한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늘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동료가 힘들어할 때, “나도 그때 힘들었어”보다 “내가 다 알 순 없지만, 네 곁에 있겠다”는 말이 훨씬 큰 힘이 됩니다. 불편함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그 말을 방어적으로 받지 않는 문화가 건강한 연구실의 토대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소외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침묵은 곧 동조입니다. “저도 그 의견 좋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지도교수님과의 관계에서도 팁을 하나 드리자면, 랩미팅에 들어갈 때는 '지금 상황 - 막히는 지점 - 내가 생각한 해결책'을 미리 정리해 가세요. 잘된 실험뿐 아니라 실패한 실험도 솔직하게 가져가는 것, 그것이 신뢰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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