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US Asia 체험수기 공모작
'2023년 전국 20개 사업단 공모 최우수상 당선작'

  • 533호
  • 기사입력 2024.02.22
  • 편집 이수경 기자

"싱가포르에서 배운 우산을 버리고 함께 비를 맞는 법"



글 : 정지원(글로벌리더학부 20)


- 싱가포르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만의 장점

성균관대학 로스쿨과 사회과학부에서 운영하는 CAMPUS Asia 법학/정치학 사업단 국비장학생으로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3개국 중 파견국을 선택할 때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싱가포르를 골랐다. 국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친 지금도 같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나는 다시 싱가포르를 고를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싱가포르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러웠고 귀중한 교훈과 인연을 얻게 해준 감사한 기회였다.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인 국가로 의사소통이 편리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 종교가 어우러지는 다문화 도시국가여서 다양성을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라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해 있어서 여행하기 좋은 이점이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1~2주 전에는 수업이 없어서 많은 교환학생들이 이 기간을 활용하여 주변 국가들로 여행을 자주 간다. 나 역시 한국에서 출발할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하여 가보고 싶었던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말레이시아는 버스나 택시로 국경을 넘을 수 있어 주말에 당일치기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방문하여 음식과 물건을 사 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법학부에서는 국제인도법, 국제중재법, 국제투자법, 국제환경법, 항공법 등 다양한 국제법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나는 지난 학부 시절 글로벌리더학부의 여러 국제법 강의를 수강하고 국제법 관련 대회에 참가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는 본교에 개설되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국제법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며 배운 타 문화에 대한 포용력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나라여서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기 좋은 나라이다. 나는 교환학생 기간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문화적 포용력을 기를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술탄 모스크가 있는 ‘아랍 스트리트’, 중국의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 화려한 색감의 인도식 건축물이 많은 ‘리틀 인디아’처럼 싱가포르 곳곳에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형성한 특색 있는 거리와 명소들이 많다.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만 이동하면 각 문화권의 중심지에서 전통 음식을 맛보고 다양한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싱가포르의 매력이다. 중추절에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붉게 수놓은 랜턴 전시를 감상하고, 힌두교 축제인 디파발리 기간에는 리틀 인디아에서 거리의 화려한 등불 장식을 감상하고 기숙사에서 열린 헤나 타투 행사에 참여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디파발리를 기념했다.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문화를 일상적으로 체험하게 되자 싱가포르의 문화가 더 이상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나의 문화의 일부로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낯설게만 느껴졌던 타국 학생들의 생활양식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기 말에는 내가 먼저 말레이시아 친구들에게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점에서의 식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먹지 못했을 냄새 나는 ‘스팅키 빈’과 낯선 향이 진하게 나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료 ‘롱안’을 맛있게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새 내가 타국의 문화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었다. 후식으로 나온 말레이시아식 빙수 ‘첸돌’의 판단 젤리도 당황스럽게만 느껴졌던 몇 달 전의 첫인상과 다르게 이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저트가 되어 있었다. 싱가포르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야가 한국으로 국한되었던 나를 세계 전체로 확장해 주었다.


[친구 Claudia와 중추절에 방문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왼쪽아래)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점에서의 식사,  싱가포르 아랍 스트리트의 술탄 모스크(오른쪽)]



- 학문적 성장을 이루게 해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싱가포르는 로스쿨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법학부 수업의 전문성과 난이도가 높고, 타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로스쿨 과정을 밟는 학생들이라 학생들의 수준이 높았다. 토론식 또는 문답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매주 제공되는 읽기 자료와 세미나 질문 목록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했다. 학기 초반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버겁기도 하고 교수님들의 싱가포르식 억양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강의 내용을 녹음한 후 네이버 클로바 노트를 사용해 재청취하는 복습법이 큰 도움이 되었고 영어 실력도 높일 수 있었다.


내가 수강했던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 Policy(이하 ‘IEL’)’와 ‘Aviation Law & Policy(이하 ‘Aviation Law’)’, ‘Public International Law(이하 ‘PIL’)’는 모두 토론식 또는 문답식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의 능동적인 수업 참여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했다. 학생이 수업 중간에 언제든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Aviation Law 수업은 교수님과 학생 간의 문답법을 통해 과제 평가가 이루어졌다. 서면 보고서를 작성하고 질의응답을 준비하기 위해 리딩 자료를 복습하는 과정에서 항공법과 경제법 전반에 걸친 이해력을 높일 수 있었다. 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에 관한 국제법상 쟁점‘을 주제로 삼아 과제를 진행했다. 지난 학기 본교 경제법 강의를 수강하며 배운 공정거래법의 내용과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을 해당 사안에도 적용해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PIL 수업에서 사회권규약을 포함한 여러 국제인권규약에 관해 배우고 나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인권규약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입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우리나라 법 제도상 권리 보장이 미진한 사회권규약 제7조와 제12조를 중심으로 공부하여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법적 쟁점 및 법제 개선 방안 제시’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법학부 수업 때 배운 이론을 직접 사안에 적용해 보면서 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법학에 관한 흥미와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종강 후 싱가포르에 파견되기 전에 참가했던 국제법 모의재판 경연대회의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법과 타당한 법적 근거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해당 문제는 IEL 수업 때 배운 유엔 해양법 협약상의 통과통항권, Aviation Law 수업 때 배운 국제민간항공에 관한 시카고 협약상의 권리, PIL 수업 때 배운 대응조치의 적용 요건과 적용 한계 등에 관한 쟁점이 얽혀 있어 학제간 접근이 필요한 문제였다. 이번 학기에 수강한 여러 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통합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학제간 쟁점이 얽힌 문제를 해결해 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의 한 학기는 이전까지 배우고 익힌 내용을 낯선 국제법 분야의 지식과 유기적으로 연결 지어나가면서, 법학이라는 광범위한 학문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였다. 이러한 학문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와 CAMPUS Asia 사업의 운영을 위해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특히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우리 대학 사업단의 권철 교수님과 류일현 선임연구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 IEL 수업 과제로 제출한 발표 영상과 작성한 논문 표지



-싱가포르에서 만난 인연들이 일깨워준 나의 정체성

낯선 타지 생활은 모두가 그렇듯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나는 여행을 제외하곤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해 본 경험이 전무해서 비자 발급을 비롯하여 파견교에 파견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나서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두렵게도 느껴졌다. 타인과 친해지기 전에는 낯을 가리는 성격과 언어 장벽으로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숙사에 입사하고는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필리핀 친구와 친해지면서 말문이 트였고 영어로 소통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교환학생 환영회와 기숙사 OT, 법학부 OT 등 학교 행사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과 꾸준히 연락했다. 그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고 스몰 토킹을 이어가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먼저 용기를 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와 잘 맞지 않을 거라 단정 지었던 친구와 우연히 친한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타인을 알아가려는 용기를 내지 않으면 좋은 인연을 그저 흘려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더욱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 노력했다.


CAMPUS Asia 사업을 인연으로 싱가포르 법학부 재학생 Alden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작년에 CAMPUS Asia 사업을 통해 본교 로스쿨에 파견됐던 친구였다. 내게 먼저 연락을 준 Alden 덕분에 나는 학교 수업에 적응하기 위한 여러 자료와 파견교에서의 행정 처리에 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법학부 수업에 적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법학을 공부한다는 공통점 덕분에 우리는 함께 식사하며 싱가포르와 한국 간 법체계의 차이점에 관해 생각을 공유하곤 했다. 위헌법률심판 결정의 소급효에 관한 양국 법체계 간 차이점을 비롯하여 영미법과 대륙법 간 차이를 주제로 대화한 시간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싱가포르에 가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가 사람들과 어울릴 때보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에너지가 회복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떨어져 외롭게 생활하던 학기 초반을 거쳐, 친구들과 함께할 때 훨씬 더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혼자서는 두려워서 시도해 보지 못한 일들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용기 내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연한 행운과 즐거움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소중한 인연들을 통해 깨우칠 수 있었다.


                                   ▲ 친구들과 방문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친구 Alden과 함께 먹은 새우국수(오른쪽 아래 사진)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이 내게 가르쳐준 것

나의 교환학생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친한 친구들과 함께 교내 스포츠 동아리에서 우중 라이딩을 했던 경험이다. 예정했던 날에 갑자기 폭우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탔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페달을 밟기 시작한 순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큰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경험했다. 마리나 버라지 저수지 위를 가로지르며 바라본 마리나 베이 샌즈를 배경으로 한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고 긴 시간 페달을 밟으며 응원의 말을 건네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의 교환학생 기간 전체를 돌아보면 마치 이날의 라이딩을 닮은 것도 같다. 갑자기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듯 내가 어쩔 도리 없이 마주하게 되는 역경도 많았지만, 동고동락하며 시간과 온기를 나눈 소중한 친구들 덕분에 다시금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립심을 기르고 타인과 소통하며 감정을 교류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깊은 행복감을 배웠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게 해준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나에게 싱가포르는 다른 무엇도 아닌 그들과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한 우중 라이딩                                 ▲ 기숙사 랜드마크 앞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