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시간의 공강으로 만드는 기적,
성균관대학교 십시일밥

  • 440호
  • 기사입력 2020.03.29
  • 취재 이지은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기한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수많은 단체와 개인의 크고 작은 모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지난 2월 29일, ‘성균관대 십시일밥’이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모금을 진행해 화제가 되었다. 성균관대 십시일밥이 진행한 모금은 학우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총 모금액 1,200만원을 달성하였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지회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전액 전달되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성균관대 십시일밥의 박제인(영어영문학과) 학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 학기부터 성균관대학교 십시일밥의 이사를 맡고 있는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박제인입니다.


Q. 성균관대 십시일밥(이하 십시일밥)의 모금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모금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번 모금에 앞서 뉴스 기사로 저소득층이 마스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걸 접하여 2020년 2월 25일자로 마스크 기부 펀딩을 한 차례 실시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십시일밥을 믿고 큰 금액을 선뜻 내주신 덕분에 예정했던 것보다 2배 이상의 금액이 모였습니다. 조기 마감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셨던 학우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비슷한 펀딩을 다시 한번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성균관대 차원의 코로나19 모금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익명의 글을 에브라타임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학교 차원의 기부금 조성에 앞장서도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글에 댓글을 남겼고 글을 쓴 학우님과 원활하게 연락이 이루어지면서 최종적으로 추진 및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모금을 완료하고 난 소감이 어떠신가요?

모금을 진행하던 중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중 모금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십시일밥 차원에서 진행한 모금이 도리어 학우들의 관심을 분산시킨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십시일밥이 학교 공식 단체 또는 중앙동아리로 등록된 것이 아니었기에 신뢰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 한 주였습니다.이 단체의 대표로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뻔하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운영진 학우들이 서로를 북돋아주었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감 있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운영진 학우들을 보면서 나이, 학년, 학번과는 상관 없이 서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각자의 할 일 때문에 바빠서 연락이 잘 닿지 못했던 친구들 및 선후배님들과도 다시금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뿌듯하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신 분들께 십시일밥이 더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으며, 외부 매체로까지 성균관대학교 십시일밥이 진행한 모금이 알려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Q. 모금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십시일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십시일밥의 활동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십시일밥은 사자성어 십시일반(十匙一飯)을 모티브로 한 비영리 민간단체이자 동명의 봉사활동입니다. 열 숟가락으로 한 사람의 밥을 만들어내듯이, 일주일에 열 시간의 공강시간을 활용해 취약계층 학우에게 식권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겪는 청년빈곤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십시일밥의 대표격인 식권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청년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사무국이 있고, 우리 학교 명륜캠퍼스를 비롯해 15개의 캠퍼스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권지원사업은 총 20분의 봉사자가 경영관 금잔디 식당에서 봉사를 한 후 식당 측으로부터 임금 대신 제공 받은 식권을 식권지원 대상자분들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작년 가을 학기의 경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후로 총 2회에 걸쳐 21분께 식권을 전달해드렸습니다.


Q. 타인을 위한 봉사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 다소 어려운 결정이었을 수도 있는데, 십시일밥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입학하기 전부터 십시일밥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각종 외부 동아리와 봉사활동에 참여했었는데, 이때 만난 롤모델 언니가 십시일밥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대학 입학 후 십시일밥이 우리 학교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십시일밥 활동은 공강 시간을 활용하는 알뜰하면서도 생산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한 시간씩 일하면서 식당에 계신 직원분들과 소통하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꼈고 그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했으며, 나아가 다른 학우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번 학기로 4학기째 십시일밥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사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Q.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봉사하는 매 순간이 의미 있고 보람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하나만을 선정하기가 어렵네요. 아무래도 처음으로 식당 매니저님으로부터 식권을 직접 수령했을 때가 가장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봉사자일 때에는 식권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사가 된 후 처음으로 식권을 직접 확인해본 순간 식권지원사업의 운영 방식을 더욱 실감했습니다. 이런 점은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판단하여,식권지원대상자 학우들에게 편지를 쓰는 갈무리 시간에 봉사자분들께 식권 뭉치를 직접 보여드렸습니다. 봉사자분들 또한 식권을 직접 보게 되니 정말 보람차고 더 의미가 크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취약계층 학우분들이 남겨주시는 답장에도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이 느낌을 꼭 다른 학우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감사했다며 취업 소식이나 십시일밥을 향한 감사 말씀을 남겨주시기도 하는데, 행복 가득한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는 합니다. 특히 이번에 진행한 마스크 펀딩을 통해 마스크를 지원받으신 학우분들 중 정성껏 사진과 문자를 남겨주신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장문으로 답신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십시일밥이 위로가 되어준다는 말씀을 보고는 정말 뭉클함을 많이 느꼈고, 마치 저에게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Q. 봉사자 모집과정 및 자격요건이 궁금합니다.

봉사자 모집은 학기말부터 진행합니다. 커뮤니티에 게재되어 있는 모집글 링크로 접속해서 구글폼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수강신청 이후 구글폼 작성 순으로 봉사시간대를 배정합니다. 또한 학기 초 수강신청 변경 정정으로 인해 봉사자 추가모집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이때 충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십시일밥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자질은 성실성책임감입니다. 이는 봉사자건 운영진이건 예외 없는 사항입니다. 교내 학식 봉사활동이 2인1조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분이 갑자기 빠지시거나 그만두시게 되면 남아있는 봉사자분이 두 명 몫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봉사자분들께 늘 강조 드렸지만, 이 활동은 봉사자 학우끼리의 약속이자 식당과의 약속 그리고 식권지원 대상자와의 약속입니다. 때문에 그 어느 쪽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일처럼 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또한 봉사활동 특성상 피크타임에 일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활동량이 많습니다. 식기류를 운반하는 일이 주이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일부 계십니다. 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자들을 비롯한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모든 이의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하여 봉사활동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없는 분들이 지원해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며, 특별한 기준을 근거로 배제하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Q. 십시일밥의 2020년 목표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십시일밥의 기본적인 목적은 청년빈곤의 해소이고, 이 과정에서 올해 더욱 발전된 소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에브리타임 외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청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시도할 예정이며, 올해에 실행하고자 하는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율전캠퍼스에 십시일밥 설치

우리 학교의 이원화캠퍼스 특성상 율전캠퍼스에는 아직 십시일밥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번에 있었던 마스크 펀딩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이런 캠퍼스 분리를 극복해보려 시도해보았습니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예정보다 시간이 조금 소요될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은 명륜캠퍼스에서 진행될 단발성 사업 등을 통해 보완할 계획입니다.

 십시일생 사업

십시일생은 협력사와 진행하는 생리대 지원 프로젝트로, 필수재인 생리대의 높은 가격으로 부담을 느끼는 학우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 상황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상황으로 봄학기 중에 시범운영할 예정입니다.


Q. 십시일밥 활동을 하면서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눔에 대한 제 가치관이 십시일밥 활동을 통해 정립되었습니다. 십시일밥을 통해 봉사와 기부 등을 직접 해보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형성된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이렇게 느꼈던 점들이 쌓여 보다 성숙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이사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었기도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십시일밥이라는 단체의 대표 자격은 여타 교내 활동의 리더와는 차원이 다른 막중한 책임감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은 선택 하나로도 지원대상자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거나, 사소한 언행으로도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함께하는 봉사자와 운영진 학우들이 책임감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Q.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번에 있었던 두 차례의 펀딩을 통해 우리 학교 학우분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체감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믿고 모금에 동참해주신 분들께 감동했고, 마스크 기부 등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던 학우분들께도 감사했습니다. 같은 성균관대학교 재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마스크 지원대상자 학우분들께 손편지를 전해드리면서 “아직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함께 연대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분들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모든 학우들이 현 상황을 무탈하게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고, 행복했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성균관대학교 십시일밥이 기원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십시일밥은 여러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주저 말고 찾아주세요.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표하며, 우리 모두의 일로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 마스크 기부 펀딩 당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