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으로 1,303%의 펀딩률 달성
프로젝트형 동아리 '한숨'

  • 560호
  • 기사입력 2025.03.25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3401

“당신의 한숨이 되어줄게요”


9명의 재학생이 모여 1,303%의 펀딩률을 달성한 동아리가 있다. 향수를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품 기획부터 브랜딩, 마케팅, 펀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 이번 성공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한숨’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동아리 ‘한숨’이 걸어온 여정을 함께 살펴보며 성공의 비결을 하나씩 살펴 보자.


Interviewee

상품기획·디자인팀장 우지원(미술학과 23),

회계팀장 권민성(교육학과 21),

마케팅기획팀장 백한서(사회복지학과 20),

유지영(경제학과 22), 김서영(수학과 22), 정예나(소비자학과 20)


좌측상단부터 우지원, 권민성, 정예나, 백한서, 유지영, 김서영


Q. 동아리 ‘한숨‘을 소개해 주세요.

‘한숨’은 향을 사랑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 9명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형 동아리입니다. 좋아하는 향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더욱 깊은 고민과 도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새벽까지 기획안을 수정하고, 제작비와 최소 발주 수량을 고민하며, 원하는 패키지를 찾기 위해 발로 뛰면서도 결코 대충하지 않았습니다. 한숨을 쉬면서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완성한 ‘한숨’은 단순한 향수 브랜드가 아니라 감정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쳐서, 또 누군가는 안도하며 내쉬는 한숨. 결국 모든 한숨은 마음을 달래는 과정입니다. 마음이 지쳤을 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숨’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Q. 향수 ‘타륵’을 통해 펀딩률 1,303%를 달성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예나 | 펀딩 시작 전에는 800%라도 달성하면 감사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백한서 | 성공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50명만이라도 구매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구매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고 그 후에는 5초마다 펀딩 사이트를 새로 고침 하며 판매율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Q. 한숨에서 발매한 향수인 ‘타륵’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유지영 | 타륵은 조선시대 왕실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타륵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향수입니다. 타륵죽은 왕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정성껏 준비된 보양식이었습니다. 특히 임금이 병에 시달리거나 지칠 때, 몸과 마음을 되살리는 요리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은은한 향기가 왕의 피로를 풀고 활력을 되찾게 했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선시대 왕실의 보양식이 위로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조선 왕실의 따뜻함과 치유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담아낸 특별한 향기로 이어졌습니다. 타륵을 통해 부드러운 우유와 정성스럽게 고운 찹쌀의 고소한 향을 담아 ‘'조선 왕실의 감각적 경험'을 재현했습니다.


Q. 타륵의 콘셉트가 독특한 것 같아요. 이런 독특한 콘셉트를 생각해 낸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우지원 |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을 오랜 기간 거쳐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둔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을 기각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아 ‘타륵’이라는 결과물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권민성 |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향수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업의 형태라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현실적인 기준이 우선시되어야 했습니다. 목표가 명확했고,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의견에 대한 비판을 빠르게 수용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켰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데이션(Ideation):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 발전, 커뮤니케이션 등의 과정


Q.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셨고, 그중 효과적인 방식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백한서 | SNS 마케팅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한숨 공식 인스타그램(@hansoom_official) 게시물과 릴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글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향수를 즐긴다면 누구나 가입하는 ‘향수사랑카페’에서도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파급력이 컸던 홍보 방식은 오프라인 시향회였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보니 제품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오프라인 시향회에서 향을 맡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구매를 촉진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향회에 방문해 주신 분들의 솔직한 후기가 더 많은 구매로 이어져 오프라인 시향회의 덕택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Q. 한숨이 창업을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유지영 | 상품기획, 제작, 출시까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동아리 혹은 프로젝트를 찾아볼 수 없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대학생이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본인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회, 알바, 동아리에 속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능력 있는 성균관대학교 재학생들이 많기에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거둬보고 싶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함께 소통하는 경험을 쌓아보고자 창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대학생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그를 구현해 출시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창업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권민성 | 창업 초기, ‘한숨’ 팀은 제한된 자본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며 크라우드 펀딩 방식(Crowd funding)*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플랫폼을 결정한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는 향수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전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관련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고, 한 달 동안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타지 않은 노선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발로 뛰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한 업체와 협업이 성사되었고 조향 및 제조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도 수차례 아이데이션, 아이템 선정, 아이디어 발전 과정을 반복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여러 번 처음으로 돌아가 기획을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지치고 참여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해 팀을 소규모로 재편하고 처음부터 다시 기획을 시작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개인 또는 팀이 다수의 사람(Crowd)으로부터 돈을 모금(Funding)하는 것



Q. 이번 펀딩을 준비하면서 노력했던,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권민성 | 프로젝트 완수 기간 중 절반을 브랜딩하는 데에 쏟았을 만큼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은지,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고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 느꼈던 감정과 힘들었던 기억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중점을 둔 부분은 ‘우리가 만드는 향수의 향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였습니다. 취향이 많이 갈리는 향수 중에서도 독특한 향수인 ‘니치한’ 향수를 만들어서, 우리의 향수가 사람들에게 최대한 거부감 없이 다가가려면 어떻게 브랜딩을 해야 할지, 그리고 대중들에게 너무 낯설지 않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조향 과정에서도 니치한 향수이지만 컨셉의 독창성을 극대화하고 향에서는 잔향을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향으로 끝맺으며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Q. 펀딩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도전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숨’에게 ‘도전’ 그리고 ‘실패’는 어떤 의미인가요?

유지영 | 한숨 활동을 하면서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해진 방향성도, 조언을 해주거나 길잡이가 되어주는 멘토도 없어서 작은 방향도 오랜 기간 고심해서 결정하고 ‘도전’해야 했습니다. 그 도전의 앞에는 항상 실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이 되기 전 해왔던 도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성패가 예측되는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이러면 안 돼”라며 정답을 미리 알려주었기에 실패와 도전의 과정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숨에서의 창업 과정은 실패를 예측할 수 없었고, 성공에 대한 왕도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를 확인했을 때 두 배로 더 짜릿했던 것 같습니다. 한숨 활동을 통해 도전이 아니라, ‘도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깨달은 것은 도전과 실패는 ‘항상 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떻게,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동아리 활동 계획 혹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지원 | 여태까지 겪은 우여곡절을 바탕으로 더 나은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아 한숨 2기를 구상 중입니다. 명확하게 계획을 세워둔 것은 없지만 목표가 있다면 기존 인원들이 원하거나 즐거워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2기를 진행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기를 진행하게 된다면 새로운 부원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니, 이 글을 읽고 있을 미래의 부원에게 가입을 망설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숨과 같이 창업을 꿈꾸는 학우분들께 조언 부탁드려요.

권민성 | 창업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도전하고 고생하는 걸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기에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입니다. 쉬는 날 없이 고민하며 얻은 것도 있었지만 실패한 아이디어도, 폐기한 아이디어도 많았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도전하고 끝까지 고생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용기 있게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지원 | 한숨 프로젝트에 임했던 동안의 목표는 오직 프로젝트의 성공이었습니다. 모든 스케줄과 노력 등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이 프로젝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창업 성공을 위해선 자신이 맡은 바에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