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만난,
‘스마트폰 시대’

  • 407호
  • 기사입력 2018.11.15
  • 취재 이현규 기자
  • 편집 주희원 기자

영화 <완벽한 타인>이 개봉 첫 주 주말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 친구의 집들이 식탁에서 펼치는 ‘스마트폰 전쟁’을 다룬 이 영화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스마트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는 SNS나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스마트폰 시대 속의 현대인들을 스크린 속에 담아낸 영화들을 만나보았다.


◈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한 기계만 있을 뿐 :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은 어릴 적 한 고향에서 자란 친구들의 부부동반 집들이에서 우연히 시작된 독특한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늘 집들이가 끝나기 전까지,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오는 모든 전화와 문자를 공개한다’는 아주 단순한 규칙의 게임은 절대 단순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7명의 인물이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이는 간단한 게임을 바탕으로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현대인들의 삶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유쾌하지만 불쾌했고, 즐거웠지만 공포스러웠던 <완벽한 타인>은 극 중 배우 조진웅의 대사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들이 없는데, 이 핸드폰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처럼 현대인의 ‘동반자’인 스마트폰이 얼마나 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종의 ‘현대인들의 우화’였다. 그 어떤 화려한 CG와 천문학적인 제작비 없이 번뜩이는 기획과 탄탄한 연출만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영화를 혹시 아직 보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꼭 보길 추천해 본다. 단 커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당신의 연인이 ‘타인’이 되길 바라질 않는다면 말이다.


◈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 스릴러 : 서치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다뤘던 아주 식상한 소재이다. 그러나 <서치>는 이렇게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아주 ‘스마트하게’ 재탄생시킨다. 이 영화 속 모든 장면은 컴퓨터 속 화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극 중 인물의 컴퓨터 속 화면만으로 모든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는 사실을 듣고 처음에는 얼핏 굉장히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로 보고 난 뒤에는 오히려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시도라는 좋은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SNS에 대해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 SNS를 단순히 사건 전개의 도구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면, 이 영화의 경우 SNS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고 이 문제를 SNS를 통해 해결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 전체를 컴퓨터 모니터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담아냄으로써 현대인들이 얼마나 SNS에 몰입되어 있으며 이 SNS가 얼마나 많은 걸 말하고 있는지, 또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까지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내가 죽은 뒤 아빠가 내 SNS의 모든 내용을 본다는 사실이다’라는 한 네티즌의 평가처럼, 현대인들에게 SNS는 실제 공간과 완벽하게 분리된 가장 사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내밀한 SNS를 추리의 도구로 긴장감 넘치게 담아낸 <서치> 역시 올해가 지나기 전 꼭 봐야 할 영화이다.


◈ 도시전설, BJ를 만나다 :  곤지암


곤지암 정신병원 괴담은 우리에게도 꽤나 친숙한 괴담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유행했던 곤지암 정신병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2018년에는 조금 한 물 지나간 올드한 소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곤지암>은 처음에는 그저 과거의 소문 속 명성에 기댄 계절 특수를 노리는 그저 그런 공포 영화로만 보였다. 허나 <곤지암>은 익숙한 소재를 페이크 다큐와 인터넷 생방송을 적절하게 버무려 낸 형식으로 담아낸 꽤 전략적인 영화였다. 인물 간의 관계나 한국인의 원한 정서 또는 식상한 교훈에 대한 집착은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시청각적 공포에만 집중하면서 밀도 있는 공포감을 만들어냈다. 유명한 소재에 대한 관심도와 인터넷개인방송(BJ)라는 사회적 트렌드가 만나 2018년에도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도시괴담’ <곤지암>은 각종 입소문에 힘입어 신인 배우와 저예산이라는 악조건을 딛고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역대 한국 공포 영화 중 관객수 7위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공포라는 장르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라 무작정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한번쯤 보고 넘어갈 만한 영화라는 점에서 <곤지암> 역시 추천해 본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2018년의 우리들에게


오늘 소개한 영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예상을 뒤엎고 ‘반전의 흥행’을 거둔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화려한 CG와 압도적인 홍보가 없더라도 현대인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탄탄한 연출로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이 유달리 더 기억에 남는 건 정보화 시대를 세련되게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그 어떤 영화들보다 ‘현실감 있는 공포’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 속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어쩌면 이보다 더 영화 같은 모습으로 어느 날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