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을 현상하다: 필름 현상소
- 575호
- 기사입력 2025.11.12
- 취재 김연후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558
▲ 탑이미지 출처: 위켄드필름 현상소 제공
“필름은 결과보다 순간을 몰입하게 하는 매체다.”
필름은 20세기 중반부터 대중에게 기록의 장치로서 사용됐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카메라는 점차 저물어 가는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필름 카메라 사용이 다시 급증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느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필름 현상소다. 필름은 디지털카메라와 다르게 장치 연결을 통한 이미지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현상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촬영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문화읽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필름 현상소를 알아보며 사진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공간을 소개한다.
◎ 고래사진관 ◎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고래사진관은 국내 유일의 셀프 필름 현상소다. 셀프 스캔을 하면 파일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현상을 맡기면 다음 날에 모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셀프 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시간이 아닐 때도 필름 현상을 접수할 수 있다. 직접 스캔할 시 원하는 색감으로 사진을 조정할 수 있으며 30분 내로 받을 수 있어서 현상이 급할 때 이용하기 좋다.
▲ 고래사진관 제공
고래사진관의 스캐너는 노리츠, 후지, 코닥 3종류가 있다. 필름은 스캐너 종류에 따라 같은 사진이라도 색과 질감이 조금씩 다르다. 노리츠는 특유의 노란빛이 두드러져 전체적으로 색감이 따뜻하기 때문에 자연광이 담긴 사진을 현상하기에 적합하다. 반면 후지는 노리츠보다 대비가 강하고 흐린 날 사진의 색감을 더 잘 담는다. 코닥도 노리츠와 비슷한 색감을 띠지만, 노리츠보다 더 뭉개진 느낌의 파스텔 같은 질감을 갖는다. 고래사진관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직접 필름을 현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름을 좋아한다면 한 번씩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노리츠 스캐너 사용
◎ 위켄드필름 현상소 ◎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위켄드필름 현상소는 카페와 필름 현상소를 같이 하고 있는 공간으로, 음악과 책, 커피 등 필름 현상 이상의 문화가 집결되어 있는 곳이다. 현상, 스캔, 인화 모두 가능하며 필름 현상은 20분 내외로 걸린다.
이때 커피 한잔과 함께 LP로 음악 감상을 하거나 사진첩을 구경하는 등 필름 인화를 기다리면서 다른 문화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위켄드필름 현상소는 단순히 현상소 이상의 공간으로 필름 문화와 더불어 다양한 예술 문화가 모여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향하는 공간이 되었다.
위켄드필름 김동규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필름 현상소가 갖는 역할과 그 매력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처음 필름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항상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셨습니다. 집에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부터 제 성장 과정을 담은 앨범이 수십 권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필름 카메라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기록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필름 현상소를 시작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소규모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했었는데, 일에 권태를 느끼던 시기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현상기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업으로 삼을 의도는 없었고, 단순히 현상소를 오가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구매했습니다. 그러다 환기가 가능한 장소로 옮겨 장비를 세팅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상소 운영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운영을 시작할 당시에는 필름이 대중적이지 않아 이용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 필름 문화에 있어서 현상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현상소가 단순히 필름을 맡기고 받는 기능에 그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현상소가 머물 수 있는 공간, 교류가 가능한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오디오, 커피 등을 비치하여 취향과 대화가 오가는 구조를 기획했습니다. 저는 현상소가 단순한 접수창구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연결되는 오프라인 기반의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필름의 어떤 점이 필름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필름은 촬영 후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바로 이 지점이 필름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셔터를 누른 이후에는 화면을 반복 확인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집중하게 됩니다. 필름은 결과보다 순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체이며, 바로 그 점이 제가 필름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흔히 필름은 찍기 어렵고 진입장벽이 높은 매체로 여겨지지만, 필름을 처음 사용할 때부터 잘 찍는 사람은 없다. 필름 카메라는 빛에 유의하면서 찍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잘 찍긴 어렵지만 결국 무엇이든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더 나은 결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중심에 현상소가 있다. 필름을 처음 찍어본 사람이든 여러 번 찍어본 사람이든 누구든지 현상소를 거쳐 가게 된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려는 시도에 있어서 현상소는 기억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가장 오래된 공간이자 새로운 문화적 지점이 되어주었다. 저물어가는 가을에 현상소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순간에 몰입했던 기억을 현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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