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의 부활:
새로운 시트콤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 483호
  • 기사입력 2022.01.13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남자셋 여자셋’, ‘순풍 산부인과’와 ‘논스톱 시리즈’ 그리고 ‘하이킥 시리즈’까지 위 작품들은 제목만 들어도 단번에 유행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들이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꾸준하게 방영됐던 시트콤은 신드롬의 역사를 써 내려갔지만, 어느 순간 안방극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 유튜브에서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된 ‘하이킥 시리즈’가 1,0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트콤의 변함없는 인기를 보여줬다. 넷플릭스에선 이러한 인기에 부응하듯 웹 시트콤인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가 제작됐다. 이에 시트콤의 재부상, 나아가 시트콤의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문화읽기 섹션에서는 사라졌던 시트콤의 부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시트콤(Situation Comedy)

먼저 시트콤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면, 시트콤은 ‘Situation Comedy’의 약자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이다. 이때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풍자를 깃들이며 시사성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시트콤은 보통 이야기의 큰 줄기는 유지하되 매 편마다 짧은 길이로 독립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사직동 구서방’이라는 시트콤과 유사한 코믹 드라마가 존재했다. 시트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오박사네 사람들’로, 이후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시리즈까지 등장하며 시트콤은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시트콤의 퇴조

하지만 이러한 흥행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점차 호조를 띠지 못했다. 시트콤의 퇴조 이유에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작 환경의 열악함을 이유로 드는 이들이 많다. 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하루 동안 5일 치 대본을 외우고, 남은 6일 동안 촬영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촬영했다고 한다. 이렇게 쪽대본과 밤샘 촬영이 반복인 제작 환경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더 악화했다.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가 낮아지고, 시청률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시트콤이 처음 환영받았던 이유인 ‘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가져오는 것’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된 것이다.


또한, 소재의 한계가 있다. 시트콤은 ‘웃음’과 동시에 ‘시사성’을 띠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100회가 넘는 회차에 매번 적절한 소재를 찾기 힘들다. 이외에도 드라마와 예능 사이의 모호한 장르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합쳐져 시트콤의 퇴조를 가져왔다. 이후에 시트콤의 거장인 김병욱 PD를 비롯해 여러 방송사에서 시트콤을 간간이 제작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시트콤을 찾아보는 이유

복합적인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예전처럼 시트콤을 즐겨볼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시트콤이 다시 사랑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왜 과거의 시트콤을 찾아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른 장르보다 두드러지는 시트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시트콤은 한 편당 길이가 짧고 내용이 독립적이어서 숏 폼 콘텐츠로 재가공되기 적절하다. 그 예로 ‘하이킥 시리즈’를 오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하는 ‘오분 순삭’이 있다. 이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는 소비문화와 연결되는데, 스낵 컬처란 과자를 먹듯 1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이다. 2010년대 전후로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스낵 컬처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시트콤의 숏 폼 콘텐츠의 수요도 늘어나 그 당시 시트콤이 다시 사랑받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트콤 장르의 ‘유머 요소’이다. 이때 유머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많은 등장인물에 다양한 소재를 곁들이고, 때로는 풍자를 더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인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볼 수 없어 더욱 인기를 끈다. 유머 요소로 인해 시트콤은 한때 드라마와 예능도 아닌 그 모호한 경계에서 설 자리를 잃기도 했지만, 현재에는 독보적인 장르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OTT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트콤을 제작하려는 움직임

십 년이 넘는 공백을 뒤로하며, 이제는 안방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에서 시트콤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시트콤이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캐나다의 ‘김씨네 편의점’과 미국의 ‘모던 패밀리’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시트콤이 제작되고 있다. 더불어 방영된 지 오래된 시트콤 ‘더 오피스’와 ‘프렌즈’가 넷플릭스 해외 스트리밍 5위 안에 들며 두터운 인기를 증명했다. 이러한 시트콤의 질긴 인기 속에서 OTT 플랫폼들은 저조했던 한국의 시트콤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때 OTT 플랫폼 기반의 시트콤은 기존에 방영됐던 시트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살펴보자.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3부작의 청춘 시트콤이다. 다양한 소재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논스톱 시리즈’와 같은 기존의 청춘 시트콤과 유사하다. 하지만 보통 100회가 넘는 기존 시트콤과는 달리 13부작으로 회차가 짧다. 또한, 쪽대본으로 촬영했던 것과는 달리 사전제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웨이브에서 공개된 시트콤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도 동일하다. 이는 사전제작과 짧은 회차로 시트콤의 열악했던 노동 조건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OTT 플랫폼에선 다른 특성으로 기존의 문제를 개선하며, 그 속도가 가파르진 않지만, 시트콤 제작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트콤은 현재의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 외에도 다른 힘을 갖고 있다. 예컨대 ‘순풍 산부인과’를 다시 보며 방영 당시의 나를 추억하는 것처럼 훗날 과거의 시트콤을 보며 그때의 추억을 다시 향유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기존의 시트콤의 문제들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그랬던 것처럼 반짝하고 다시 사라질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시트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선 OTT 플랫폼만의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되고 발전한 시트콤의 모습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부활하는 시트콤에 높은 기대와 염려가 동반되는 것이다. 그래도 OTT 플랫폼에서의 부활을 시작으로 시트콤이 다시 한번 역사를 써 내려가길, 그리고 시트콤의 힘을 맛볼 수 있길 조심스레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