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찔이'가 추천하는 힙합 음악

'힙찔이'가 추천하는 힙합 음악

  • 355호
  • 기사입력 2016.09.12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3997

글 : 이서진

고등학교 1학년, 친구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래퍼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빅뱅이 하는 음악들을 힙합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친구가 가끔 들려주는 벅와일즈 음악을 듣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가사에서 라임이나 펀치라인을 찾는 것도 즐거웠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힙합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그 후 나는 처음으로 힙합공연에 가게 됐는데 제로쇼라는 공연이었다. 탄젠트, 게릴라즈, STILL PM, 기리보이, 어글리덕, JJK, 제리케이, 그리고 이센스가 나왔다. 분명 기리보이와 어글리덕을 보러 간 공연이었는데 JJK와 이센스에 푹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 미쳐서 뛰는 힙합공연의 분위기도 좋았다. 어느새 힙합공연은 한 달에 한번 꼭 가야하는 나만의 이벤트가 되었다. 대학에 와서는 여러 동아리 활동과 많은 지출로 그 횟수가 줄었지만 아직도 힙합음악을 즐기는 건 여전하다.

이런 나를 친구들은 ‘힙찔이’라고 부른다. ‘힙찔이’는 보통 힙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쓰이는 말인데, 나는 내가 ‘힙찔이’인 것에 동의한다. 사실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외국힙합은 잘 알지도 못하고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해 깊숙이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들을 수 있는 힙합음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정도는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힙합음악을 소개하겠다.


Rap Badr Hari - Huckleberry P

가장 첫 번째 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래퍼 허클베리피의 노래로 시작하겠다. 그는 ‘피노다인’이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클베리피는 우선 프리스타일 랩을 ‘정말로’ 잘하던 래퍼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제는 올티나 서출구가 더 잘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예들을 제외하면 허클베리피가 프리스타일 랩의 대가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단독 공연 중 최고의 공연이 바로 허클베리피의 ‘분신’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그 규모를 넓히고 있는 ‘분신’은 내가 가본 공연 중 래퍼와 모든 관객이 가장 열정적인 공연이다. 한번은 그의 어머니가 공연에 방문하셨는데 모든 관객이 허클베리피가 서 있는 무대가 아닌 어머니가 서 있는 관객석으로 돌아서서 어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 ‘Nightingale Film'을 부르기도 했다. 덕분에 피쳐링을 도와주러 왔던 소울맨은 관객들의 뒷모습을 보며 노래를 해야 했다. 이런 공연의 하이라이트 곡이 바로 ’Rap Badr Hari'이다. 전 관객들이 남녀노소 상관없이 이 노래의 타이트한 랩을 떼창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허클베리피의 대표곡이라고 생각해서 이 곡을 추천하지만 그의 모든 곡을 다 추천하고 싶다.


360도 - JJK, Give & Take - JJK

위에서 언급했던 나의 첫 힙합공연 제로쇼에서 JJK가 불러 알게 된 노래이다. 그 때 JJK가 Give & Take의 MR을 원곡과 조금 다른 것을 챙겨왔는데 랩을 하던 중 그 사실을 깨닫고 프리스타일로 랩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라서 원곡 가사를 몰랐고 그가 프리스타일로 랩을 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노래가 끝나고 JJK가 당황한 사실을 말하고 나서야 그가 한 랩이 프리스타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부터 JJK의 팬이 되었고 프리스타일과 싸이퍼라는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ADV의 Street Rap Shit 영상이나 7indays 영상을 보면 다들 프리스타일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31035 - Olltii 

쇼미더머니를 통해 올티가 이제는 너무 떠버려서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JJK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와 올티가 속한 ADV라는 크루의 팬이 되었는데, 이 노래와 칸토의 믹스테잎에 있는 ‘Fly High', 제리케이 믹스테잎에 있는 ’Forest Music'이라는 노래들을 듣고 난 후 믹스테잎을 찾아 들으면서 허클베리피 다음으로 좋아하는 래퍼가 되었다. ’31035‘에서는 가사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라임이 탄성을 자아낸다. ’31035‘ ’사리고 살어‘ ’삶이 고마워‘와 같이 한 두 글자가 아닌 그 이상의 라임을 이용해서 가사를 쓰는데 그걸 찾아내면서 들으면 가끔 소름이 돋는다. 올티의 ’올라‘도 추천하고 싶다.


이별은 - 매드클라운

개인적으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랩 하는 래퍼들 중에 매드클라운이 가사를 가장 잘 쓰는 것 같다. 그냥 가사전달력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감정까지 전달해서 사람 마음 후벼 파는 느낌이다. 내가 제대로 된 이별을 해 본 사람은 아니지만 항상 인생 노래를 꼽으라고 하면 이 노래를 얘기한다. 내가 아는 모든 노래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고 생각하는 가사가 이 노래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별을 추하다 여기지 말 것. 기꺼이 아파하고 또 마음껏 울 것'이라는 가사인데 그 어떤 가사보다 이별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별은 추하고 이별 때문에 우는 것은 쪽팔린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깨고 사람들이 더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게 만드는 저 가사가 값지게 느껴진다.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 (With 최단비) - 기리보이, Flat Shoes (Feat. Lovey) - 크루셜스타 

기리보이와 크루셜스타는 전형적으로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자주 하는 래퍼들이다.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의 경우에는 자칫하면 야할 수 있는 가사를 귀엽게 표현한 노래인데 기리보이의 목소리와 멜로디가 여성들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것 같다. Flat Shoes는 여자친구에게 힐 대신 플랫슈즈를 신어 달라고 말하는 노래인데 사랑스러운 러비의 피쳐링까지 더해져 설렘이 배가 되는 노래이다. 러비는 소유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ost ‘모르나봐’를 부른 브라더수의 여동생인데 둘 다 목소리가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둘이 함께 부른 ‘다른별’도 추천한다.


Do Do Do (Feat. Don Mills) - 우탄, 88 - Don Mills

ADV 외에 좋아하는 크루나 레이블을 고르라면 Vismajor를 고르겠다. 비스메이져의 공연을 가면 항상 나오는 곡 두 곡이 Do Do Do와 88이다. 두 곡 모두 뛰어놀기 좋은 곡인데 특히 88은 정말 랩을 잘 짰다고 생각한다. ‘여기 저기 들리는 내 이름 Don Mills' 이 구절은 던밀스가 피쳐링하는 곡 대부분에서 항상 나오는 가사인데, 모든 관객과 같이 그 부분을 외칠 때면 짜릿하다. 88의 경우 remix에서 래퍼들이 같은 비트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보이는 것을 듣는 것도 흥미롭다.


훔쳐 (Feat. Double K) - Dok2, 틱톡 (Feat. J.Fla) - 진돗개

요즘 힙합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쇼미더머니’가 아닐까 싶다. 쇼미더머니 시즌1부터 본 사람으로서 그 프로그램이 이렇게 유명해질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쇼미더머니 모든 시즌을 합쳐서 감히 가장 최고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쇼미더머니1에서 도끼와 더블케이, 그리고 테이크원이 함께한 훔쳐+비스듬히 걸쳐 무대이다. 마치 ‘이게 바로 힙합이야 인마!’라고 소리치는 느낌이다. 이 무대를 볼 때마다 테이크원이 하루 빨리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 최근 쇼미더머니에 다시 나와 예선 탈락한 쇼미더머니1 출연자 진돗개의 틱톡도 정말 좋다. 진돗개의 랩은 개성이 넘치는데 J.Fla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쌀쌀한 날에 듣기를 추천한다.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더 많지만 나름대로 나에게 의미 있는 음악들 위주로 가지고 와 봤다. 힙합은 진실성 있는 가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 힙합음악의 비트를 싫어했더라도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보면 색다를 것이다. 일리네어나 저스트뮤직처럼 유명한 레이블의 음악도 좋지만 다른 래퍼들의 음악을 찾아본다면 또 다른 느낌의 음악을 찾을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