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청춘의 열병,<br> 그 못다 한 이야기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 371호
  • 기사입력 2017.05.13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3618

글 : 주은영 (신문방송학과 16)

청춘, 이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양할 것이다. 그렇다고 딱 하나의 이미지만 떠오르는 것도 아닐 것이다. 청춘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동시에 산발적이다. 이러한 청춘(YOUTH)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많은 청춘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청춘은 무엇일까.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가 대림미술관이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지은 분관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Part. 1 은 반항적인 청춘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아냈다. 전시회 입구에 주의(CAUTION)라고 쓰여진 노란색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보라색 조명과 화려하면서 동시에 기괴한 네온 장식이 가득했다. 공사장 테마의 전시실에 철망과 철골에 작품들이 달려있었다. Part. 1에서는 래리 클락(Larry Clark), 라이언 가르쉘(Ryan Garshell),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그리고 이광기(Kwangkee Lee)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현재의 주류를 거부하는 청춘의 본질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청춘’이 하나의 이미지로만 국한될 수 없는 것처럼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애이드리언 샐린저의 반항적인 청춘들의 눈빛을 담아낸 사진들과,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아날로그 캠코더로 거리에서 질주하는 스케이트 보더들을 찍은 라이언 가르셀의 영상작품,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 ‘내가 너를 어찌 키웠는데’ 라고 천장에 써 있는 한국 작가 이광기의 설치 작품까지 하나의 공간에 섞여 있듯 섞여 있지 않듯 어우러져 있다.

특히 사진 전시물의 공통된 힙(hip)한 정서가 많은 청춘들의 눈길을 끌었다. 래퍼 스눕독의 사진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골모양의 로고나 몸에 새겨진 타투, 체인, 찢어진 청바지 등으로 보여지는 청춘들의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들이 Part.1 전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Part. 1 전시실 구석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의 구절이 적혀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전혀 아니었음을 마침내 인정하면 검은 수렁에 빠져들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 상처와 흉터를 마주하면서 도리어 강해진다는 걸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구절은 Part. 2 전시장으로 향하는, 청춘을 향한 새로운 눈을 트이게 해 준다. 청춘, 거친 말투와 화려한 옷차림, 온 몸을 덮은 타투로 가리고자 했던 것은 그들의 상처와 흉터가 아닐까. 가장 상처받기 쉬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그래서 아름답게 빛나는 청춘의 모습을 Part. 2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청춘의 거친 질주를 선보인 첫 번째 섹션과 대비되는 두 번째 섹션은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청춘 특유의 낙천적인 감성을 담은 파올로 라엘리(Paolo Raeli),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등 여섯 작가의 사진 및 영상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거침없이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주변인들의 모습들을 기록한 작품들은 기쁨과 환희로 승화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보여준다. 이 전시실에서는 YOUTH전의 대표적인 전시물로 꼽히는 파올로 라엘리의 를 볼 수 있다. 팔레르모(Palermo)는 이탈리아의 북부 항구도시를 뜻하고, soar는 날아오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진 속의 인물은 두 팔을 날개처럼 활짝 피고 있다. 이처럼 청춘의 희망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다양한 색감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을 작품은 한쪽 벽면과 천장을 뒤덮은 청춘들의 나체사진 이었을 것이다. 이는 앤드류 리먼의 작품으로 작가 본인이 직접 느끼고 경험한 청춘들의 모습을 간결한 구성과 따듯한 색감으로 담아냈다.

다양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과 한국 노래 가사를 함께 녹여낸 것도 눈길을 끌었다. 파올로 라엘리의 연작사진들 위에는 혁오의 노래가사를 얹은 채로 한쪽 벽면을 채웠다. 우리나라, 혹은 세계 보편적인 청춘의 모습을 직설적이고 감성적으로 담아낸 혁오의 노랫말과 파올로 라엘리의 청춘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들이 청춘들의 희미하지만 확실한 희망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했다. 김창완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 의 가사를 앤드류 리먼의 사진과 함께 배치해 그가 그리는 따듯하지만 상처받은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특히 리먼의 사진 속 청춘들은 대부분 한 줄기 ‘햇빛’을 받고 있었다.

상처 난 등에 내리는 빗금의 햇살과, 나른하게 펴진 얼굴에 내린 햇살이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네 잎새 끝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뽀얀 우유빛 숲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어∙∙∙나무처럼 싱그런 그 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라고 노래하는 김창완의 가사와 같은 호흡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시회를 다 보고 기념품 샵에서 아트 포스터를 하나 사서 돌아왔다. 파울로 라엘리의 가 B4용지 정도의 크기로 인쇄되어 있는 것이다. 내 방에도, 상처받았지만 날아오르는 중인, 혹은 이제 곧 날아오를 청춘이 생겼다. 혼자여도 아름다운, 함께여도 아름다운, 상처받아도 아름다운 청춘들을 위한 전시는 5월 28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