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교수 생활:
제1회 성대의대 교수협 음악회

  • 514호
  • 기사입력 2023.05.02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5718

“의사와 음악 연주자는 닮은 점이 있는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완벽을 추구합니다.”


4월 15일 토요일, 을지로에 위치한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교수협의회 홍승봉 교수가 주최한 제1회 성대의대 교수협 음악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본 공연은 우리 대학 의과대학 소속인 홍승봉, 김은상, 박민종, 함수연 교수와 국내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우리 대학 신경과 교수이자 뇌전증 환자와 수면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홍승봉 교수(사진 왼쪽)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취미로 배웠으며 중학교 때는 예술학교인 예원학교에 진학해 피아노를 전공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소양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예술을 접해 온 그에게 클래식 음악은 가장 가깝고 오래된 친구와 같다. 부족하긴 하나, 새로운 곡을 연주하게 될 때면 얻는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 한다. 환자들의 진료와 바쁜 학회 활동 중에도 꾸준히 피아노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홍승봉 교수와 함께 ‘꿈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세계 공통 언어, ‘음악’

제가 치료하는 뇌전증 환자 중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 음악을 연주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2010년부터 매년 환자들과 함께 '희망음악회'를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여러 차례 열었습니다. 희망음악회는 음악을 통해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 의사, 그리고 전문음악인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의미 있는 날들이었고, 음악을 통해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었어요. 2021년에는 한국 리스트협회와 함께 뇌전증, 우울증 극복을 위한 힐링 음악회를 열기도 했으며, 서울음대 박미혜 교수, 성악과 김선미, 윤보연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신경과 힐링 음악회를 유튜브로 열어서 큰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음악은 성별, 나이, 국적, 언어와 관계없이 소통이 가능한 세계 공통 언어(universal language)라고 합니다. 음악은 갖은 매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실제 음악회에 직접 와서 감상하면 몇 배의 감동을 느끼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저는 작년 10월 성대의대 교수협 회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악기를 연주하는 성대의대 교수님들과 전문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제1회 성대의대 교수협 음악회를 구상하게 됐죠. 이를 통해 우리 대학 가족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홍승봉, 김은상, 박민종, 함수연 교수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까지

전문 기획사 없이 제가 직접 전문 음악인들을 섭외해 연주회를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다행히 저와 함수연 교수의 예원학교 인맥을 통해 전문연주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젊고 활발한 서울시향 트리오팀과 원숙한 현트리오팀의 공동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모두 바쁜 스케줄이 있는 전문 음악가들로 한쪽이 시간이 되면 다른 쪽이 안 되기도 했고, 연주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음악회를 1주일 앞두고 연습이 부족했던 저는 저녁 시간에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칠 수가 없기에 1시간에 5,000원인 동네 피아노 연습실에서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예약하고 방문해 보니 피아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소리가 잘 나지 않더라고요. 모든 방에 있는 피아노를 다 쳐봤더니 그중 한 대가 그런대로 칠만해 밤 11시까지 2시간 동안 연습했습니다. 이번 음악회를 준비하며 서혜경, 김선미 피아니스트의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다른 피아노 연습실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빌렸는데, 역시나 세게 누르지 않으면 소리가 잘 나지 않았어요. (웃음) 그러나 연주회를 진행할 푸르지오 홀에 있는 Steinway & Sons 그랜드 피아노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소리가 잘 나는 좋은 피아노이기에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연습해서 어떻게 공연할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음악회 당일 미국 UN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원학교 후배가 미리 도착해 조언을 해주어서 큰 실수 없이 연주를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왼)서울시향 트리오팀 | (오)현트리오팀



믿음을 향한 하나의 마음으로

성대의대 교수협의회는 수원에 의대 기초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그리고, 삼성창원병원 4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600명의 전임 교수님들이 회원으로 소속되어 계십니다. 음악회를 준비하기 위해 작년 가을, 기초 교실과 세 군데의 병원에서 성악 또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교수님들을 추천받았어요.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저와 김은상, 박민종 교수님, 강북삼성병원에서는 함수연 교수님과 중창단을 추천했는데 중창단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네 분의 교수님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문 연주자들은 예원학교를 졸업한 저와 함수연 교수가 예원학교 인맥을 동원해 섭외했습니다. 저의 예원학교 1년 후배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박미혜 교수가 김유미 성악가를 소개해 주었고, 함수연 교수가 서울시향 트리오를 섭외했으며, 제가 예원학교 동창인 전경미 첼리스트가 함께하고 있는 현트리오를 섭외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는 목련화처럼

별도의 전문기획사 없이 직접 음악회를 준비하다 보니 대관, 연주자 섭외, 프로그램 제작 및 배포, 홍보, 티켓 자체 제작, 당일 행사 진행 등 살펴야 할 점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그러나 음악회 개최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아서 보람차기도 합니다. 함수연 교수와 예원학교 동창인 임영미 작곡가가 도와주어 큰 실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연주자의 무대 입장과 퇴장도 중요한 부분인데, 예원학교 후배인 음악감독이 우연히 음악회를 방문했다가 도와주어서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푸르지오 아트홀 영상 촬영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인해 교수님들이 연주하는 1부를 녹화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노비 코리아에서 찍어주신 사진 덕분에 추억을 남길 수 있었어요.



또 다른 꿈의 향연으로

홍보가 다소 부족했지만, 교수와 학생 이외에도 의료인, 예술인, 환자, 일반인 등 다양한 관객들이 오셔서 클래식 음악과 한국 가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정말이지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미숙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주한 네 분의 교수님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고, 최정상 음악을 보여준 김유미 성악가, 서울시향트리오 및 현트리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연주자와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더라고요. 의대교수 네 명과 전문 연주가 여덟 명이 쇼팽, 베토벤, 드뷔시, 한국 가곡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일생 최고 감동의 음악회였다고 극찬하기도 했어요. 이번 제1회 성대의대 교수협 음악회의 감동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홍승봉 교수에 이어 본 음악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함수연 교수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영상의학과 전공의 과정과 임상강사를 마친 뒤,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에서 2018년 3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함수연입니다. 예술 전문 교육기관인 예원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피아노로 전공했다는 색다른 경력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Q. 연주회 참여를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사실  20여 년간 피아노를 전혀 연주하지 않았기에 작년 말 홍승봉 교수협의회 회장님이 제안을 해주셨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로 만 59세인 제가 인생 3막을 준비하는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회장님의 제안을 수락하고,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다른 일정과 연주회 준비의 병행은 어떻게 하셨나요?

주중에는 일과 후 1시간은 꼭 연습하려 했습니다. 주말에도 2~3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했고요. 간혹 점심시간이 가능한 날은 30분을 추가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꾸준함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Q.  연주회 준비 중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청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누구를 대상으로 연주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드림클래스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3년 전부터 삼성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드림클래스의 중강의로 중학생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작은 음악 선물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복지재단 김길중 님, 신지윤 님의 협조를 얻어 중학생 친구들에게 클래식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서울시향과 KBS에서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는 예원학교 선후배의 도움으로 더 풍성한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기획사도 없이 첫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 연주회 준비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웃음)


Q. 연주회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개운하기도 하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잘 준비해서 꿈을 나누는 자리에 더 많은 분과 함께하고 싶어요. 또한 저도 제 인생의 3막이 물리적 시간의 길이를 초월하는 울림이 있는 공간의 장을 마련하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지 않으셨지만, 연주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몸과 마음으로 도와주신 분들, 객석에서 부족한 연주지만 격려의 박수로 화답해 주신 청중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 봄에는 더 발전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제2회 성대의대 교수협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한다. 앞으로 매년 연례행사로 발전하길 기대해 보며,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펼쳐나갈 꿈의 향연 속에서 꿈과 희망의 메세지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