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하게 ‘반도체 트레블’ 달성하다

  • 520호
  • 기사입력 2023.07.28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4400

우리대학이 전국대학 중 유일하게 ‘반도체 트레블’을 달성했다. 트레블은 운동 경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한 시즌 동안 3개의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상반기에 공모된 첨단분야 정부재정지원사업 중 반도체분야에서 공모된 반도체특성화대학원사업, 반도체특성화대학사업, 및 혁신융합대학 사업 등 3개의 사업에 모두 선정되었다. 올해부터 4~5년간 정부로부터 매년 174억원 가량을 지원받아서 우리대학의 전통적인 장점이었던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연구 발전과 인재 양성의 경쟁력을 더욱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부각된 이 세 가지 이외에도 숨겨진 두 가지가 더 있다고 한다. 반도체 트레블이 아닌 반도체 퀀튜플 (quintuple: 5중의)을 달성한 셈이다.


교육부에서 첨단 분야의 학과를 신설하게 될 경우 대학 정원을 늘려주겠다는 획기적인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대학은 2006년 창설하여 17년 동안 반도체교육의 국가적 모범 사례로 우뚝 선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일보한 일반학과를 만들어서 융합적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 최대 66명의 학부 정원과 78명의 대학원 정원을 신규로 배정받아 반도체융합공학과를 신설했다. 대규모 재정사업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전국대학 중 가장 많은 첨단학과 정원을 늘려 받게 된 것도 장기적인 학교 발전을 위한 공고한 기반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권기원 교수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소속되어 있고 다양한 반도체 연구 영역 중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소자와 집적회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정보통신대학은 반도체의 소재, 공정 및 장비 분야는 공과대학과 협력을 통해 반도체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분야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과 협력을 통해 반도체 전체 영역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대학이 반도체분야에서 만큼은 가장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교육과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대학 반도체 연구 수준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권기원 교수와 함께 유일무이하게 반도체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 우리대학의 비결을 알아보자.


▶ 반도체 연구 발전의 뒷면에는


우리대학 반도체 연구는 탄탄한 역사를 기반으로 그 어느 대학보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006년부터 학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2005년 초부터 체계적인 접근을 해왔어요. 그 시기에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설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순수 과학이 아니라 응용 과학을 연구하는 저희로서는 산업계 현실이나 학문의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따라서 반도체에 대해 우리가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아무도 가 보지 않았던 길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학교와 산업계 간의 협력을 통해 자생적으로 발생을 하게 되었고 지난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해 왔습니다.


이처럼 우리대학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성공 신화는 과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서 이룰 수 없는 훌륭한 업적이었기 때문에 재작년부터 많은 정부 지원과 기업 지원을 통해 다수의 학교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전문적인 반도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대학은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 ‘반도체 트레블’을 달성하기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형 정부 과제를 유치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고통이 뒷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사업은 작게는 개인 연구를 지원하는 과제가 있기도 하고 특정 단체나 소규모 그룹의 연구를 지원하기도 하고, 크게는 학교 전체의 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기도 합니다. 모든 과제가 수주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과제의 금액이 커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의 기대 수준도 상당 수준 높아지게 됩니다. 이번에 우리대학이 유치한 세 개의 대형 정부 교육 사업은 여태까지 있었던 어떤 지원 사업보다도 과제의 규모가 컸습니다. 이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매우 큰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필수적이죠. 일반적으로 대학교 교수님들은 한 분 한 분이 독립적인 연구 단위이고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시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30명에서 50명의 교수님을 하나의 대형 과제에 참여시키고 그들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으고 긴밀하게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 비전을 제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작년 말부터 반도체 분야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반도체TF라는 조직을 운영했어요. 이 조직이 이러한 정부 과제가 공고 되기 이전부터 현재 반도체 교육과 연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에 대해 정기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TF를 중심으로 6개월 이상의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던 것이 ‘반도체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대형 프로젝트를 세 개나 해냈다는 것은 준비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자리를 빌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각 과제들 제안서 접수 시기가 3, 4개월 사이에 몰려 있었고 반도체라고 하는 같은 주제에서 대형 과제를 여러 개 수행하며 제안서를 작성하려면 반도체TF에 참여한 인력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제안서를 하나 작성하고 나면 탈진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쉴 틈도 없이 다음 과제 제안서 준비를 바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 작업에 참여한 핵심 인력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됐으나 수업 감면 혹은 봉사 영역 이외에는 아무런 혜택을 드릴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힘든 희생을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많은 기쁨 뒷면에는 그동안 고생하신 분들의 땀과 희생이 녹아있기에 좀 애잔한 마음이 드네요.


[사진설명 : 왼쪽부터 최병덕, 공정택, 이강윤 교수]



▶ 우리대학만의 비결


대형 과제에서 요구하는 과제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 준비 시간이 짧습니다. 그 기준을 충족하는 방법은 과제 공고가 나오고 나서부터 짧은 시간에 머리를 쥐어짜 낸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결국은 장기간의 준비를 통해 기초 체력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대학이 6개월의 시간 동안 반도체TF를 만들어 운영하고 기초 체력을 키우고 성숙한 연구나 교육에 대한 전략을 세우며 잘 준비했던 것이 우리대학만의 강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대학의 대형 연구 과제 지원에 대한 기획조정처의 지원을 빼먹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대학 기획조정처는 지원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화되어 있고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부분을 기획조정처에서 잘 조정해 주십니다. 과제에 들어가는 콘텐츠 내용에 대해서 교수님들이 의견을 주시면 교수님들과 기획조정처 간에 협력이 유기적으로 잘 되어 있어 대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산업 혁명 이후 최근에 문명의 발달이라고 하는 모든 형태가 알고 보면 그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요즘에 AI나 챗GPT나 자율자동차와 같은 주제들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그것들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구현하는 실체는 반도체입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과 같이 일상에서 누리는 편의시설들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전부 반도체 덕분이죠.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라고 하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반도체 트레블 달성을 통해 우리대학은 1년에 약 150억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정부 재정 지원이 있는 4~5년은 정부 지원금만을 가지고 좋은 교육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요. 지원금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대학의 반도체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게 되겠죠. 하지만 지원금이 끊어지는 시점에 어떻게 연구 역량을 지속해 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대학은 언제나 두 발짝 세 발짝 앞서 나가 고민하곤 합니다. 벌써 정부 지원금이 끝나는 5년 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정부 지원금을 이용해 종합연구동에서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의 역량을 모을 수 있도록 공간의 재배치를 이루고 국제적인 연구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좋은 교육의 장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사진설명 : 왼쪽부터 클린룸, 반도체, 반도체 공정기술 센터 사진]



삼성이나 인텔과 같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미니 연구소를 교내에 유치해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정부 지원금이 끊어지더라도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 반도체 교육과 연구의 국제적인 허브(hub)가 될 수 있도록요.


우리대학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트레블, 더 나아가 반도체 퀀튜플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도전해 온 우리학교의 유전자가 만든 당연한 귀결입니다. 앞으로도 남들보다 앞서 생각하는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의 장래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거침없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대학 반도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