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성균관의 푸른 물결,
2023 고하노라

  • 525호
  • 기사입력 2023.10.11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4726

가을의 길목으로 들어서는 지난 10월 3일, 2023 고하노라의 긴 여름이 마침표를 찍었다. 열정과 추억으로 빛났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었던 고하노라의 여름,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고하노라’성균관대학교만의 유소문화축제이다. ‘유소’란 ‘유생의 상소’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유생들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 대학 유생문화기획단 ‘청랑’은 매년 옛 성균관 유생들의 뜻을 기리고, 전통 학생 문화 축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하노라’를 기획한다. 올해의 ‘유소’ 아이디어는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 공모전과 연계하여 선정되었다. 공모전의 주제는 ‘함께의 가치를 고하노라’로, 다양한 세대 간의 소통과 상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유생 대표인 ‘소두’가 정해졌다. 소두의 상소문은 교육부 차관보에게 전달되고, 차관보는 이에 대해 답을 내리는 비답 의례로 행사가 구성되었다.



행사는 크게 성균관 문묘에서 진행되는 대의사, 학생 전체의 퍼레이드이자 상소를 올리러 가기 위한 행진 과정인 소행, 그리고 소두의 상소문이 전달되는 소반비답 의례로 구성되었다. 우리 대학 약 300명의 학생은 소행 과정에서 성균관 문묘에서부터 청계광장에 이르는 종로구 일대를 행진했다. 행사 종착지인 청계광장에서는 상소의 성공을 기원하는 소반 플래시몹, 비답을 축하하는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청계광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세대 간의 상생과 소통’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대의사



성균관 문묘에서의 대의사를 시작으로 2023 고하노라가 시작되었다. 대의사는 유소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다. 소두를 정하는 임명 과정부터 대사성(조선시대 최고의 교육 기관인 성균관대의 장)의 유소 허가까지, 소행 이전의 모든 준비 과정이 성균관 문묘에서 진행되었다.


▲ 좌: 화압(花押, 참여한 유생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적는 과정)에 참여한 각 단장 / 우: 허가 과정에서 격려의 말을 전하는 현소혜 학생처장


현소혜 학생처장이 조선시대 성균관의 장인 ‘대사성’으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현소혜 학생처장은 2023 고하노라가 성균관대의 역사와 유생 문화를 상징하는, ‘성대다움의 정수’라는 말로 격려사를 시작했다. 더불어 2023 고하노라와 함께 진행된 청년상소프로젝트가 성균관대 구성원,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가치 있는 일이라 말했다. 언제나 유생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는 말로 격려사가 마무리되었다.


▲ 행진 유생들


| 행진 유생 인터뷰

안도겸(국어국문학과 23), 김민진(경영학과 23)


Q. 북과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계시는데, 다른 유생과 맡은 역할이 다른가요?


안도겸: 기수 유생과 고수 유생은 단원 중 특별하게 뽑힌 역할입니다. 투표로 뽑히거나, 자발적으로 이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정해졌습니다.


Q. 소행과 청계광장 퍼레이드 전인데, 오늘 행사 참여하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도겸: 플래시몹이 조금 떨립니다. 가사와 춤을 외우긴 했는데, 잘할 수 있을지 긴장되고 걱정됩니다.


김민진: 일찍 모여서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저는 별로 긴장되지는 않습니다. 빨리 이동해서 플래시몹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유튜브에서 보던 걸 직접 해본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고, 성균관대의 큰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 대성전으로 이동하는 유생들


▲ 알묘 의식을 거치는 유생들


본격적으로 소행을 떠나기 전, 알묘(謁廟)가 시작되었다. 알묘란 성균관 대성전에 모신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과정이다. 일종의 제사 의식으로, 대성전을 향해 모든 유생이 읍례했다.



#소행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기 위한 행진, 소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명륜당 좌측의 문을 통해 비천당을 지나, 성균관대 정문으로 힘찬 행진이 시작되었다. 퍼레이드는 창경궁과 창덕궁, 경복궁 사거리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이어졌다.





성균관 유생들이 입던 단령의 오색이 종로구 일대를 뒤덮었다.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분주하다. 자랑스러운 우리 대학의 유생 문화가 대외적으로 빛나는 순간이다.


▲ 소행NPC


행진 유생들의 오색 단령 속, 특이한 전통 복장도 눈에 띈다. 바로 소행 NPC이다. 고하노라 실무단이자, 행진단과 함께 다채로운 퍼레이드를 만드는 소행길의 감초라고 할 수 있다.


| 소행 NPC 인터뷰

이서윤(유학동양학과 22), 김채연(화학공학 22)


Q. 소행 NPC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이서윤: 행진 유생들의 소행길을 돕는 역할입니다. 조선시대 반촌의 인물들을 실감 나게 연기하면서 유생들에게 간식도 드리고, 오늘 행사의 미션에 대한 단서도 제공하고 있어요.


Q. 고하노라에 소행 NPC로 참여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채연: 저는 이번 고하노라가 두 번째 참여에요. 작년에는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는데, 오늘은 비가 안 오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는 익숙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임하고 있어요.


이서윤: 성균관대다운 실감 나고 독특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소행 NPC로 참여해 보고 싶어요.



#피날레



소행길은 2023 고하노라의 종착지, 청계광장에 이르렀다. 행진 유생들의 플래시몹을 시작으로 고려대학교 풍물패와 서울대 무용학부의 고하노라 개최를 축하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청계광장에서는 소반(疏盤)과 비답(批答) 의례가 진행되었다. 행진 유생들이 소함을 놓고 줄을 지어 앉고, 장의가 선서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2023 청년 상소 프로젝트로 선발된 소두의 상소문 요약 낭독, 그리고 공직자의 비답 의례가 진행되었다. 교육부 차관보는 소두의 상소 내용에 대해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말로 답했다. 교육부 차관보에게 전해진 2023년의 유소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소두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소두단


[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 장원_소두단 팀 인터뷰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에서 ‘밥 먹는 청년 배우는 어르신’이란 아이디어로 장원을 수상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21학번 김광태,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20학번 이루미입니다.


|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 공모전 참여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루미: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공지를 보고, 작년 고하노라에 참여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었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최근 어르신의 키오스크 사용 어려움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 것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모전 주제인 세대 간의 갈등 해소 방법이 최근 관심을 가졌던 내용이라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생각들이 합쳐져 광태에게 같이 하자고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 공모 당선작을 소개해 주세요.


김광태: ‘밥 먹는 청년 배우는 어르신’은 대학생, 사회초년생과 같은 1인 가구 청년이 매주 같은 동네 어르신 집에 방문하여 어르신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말벗이 되어드리고 디지털 기술을 알려드리는 프로그램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년들은 사전에 교육받은 디지털 기술 사용 방법과 건강 확인 및 상황별 응급처치 방법들을 노년 세대에게 전달하여 일상에 도움을 줍니다. 이를 통해 노년 세대의 디지털 기술 능력을 함양하고 사회참여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지속해서 어르신들을 방문하여 대화와 건강 체크를 진행함으로써, 독거노인이 홀로 오랜 기간 방치되며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청년 세대는 1인 가구 청년의 식비 부담을 덜며 식사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어르신과의 교류를 통해 사고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거죠. 함께 밥을 먹으며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와 경험에 대해 대화하고 공감하고 궁극적으로는 세대 간의 이해와 화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공모전 본선이 ‘아이디어톤’ 형태로 진행되어 시간 압박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김광태: 본선의 아이디어톤 형식은 당일 주제가 발표되면 3시간 동안 정책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파워포인트로 완성하여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날 어떤 주제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생각해 본 주제가 본선에 등장하여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 내용, 차별성, 기대효과 등을 생각해내고 발표자료를 정리하는 등 추가로 할 것들이 많아 시간 압박을 느끼긴 했지만, 둘이서 효율적으로 역할분담하여 제한 시간 안에 잘 마무리하고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시간 압박이 있었기에 더 스릴 있고 재밌게 3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었고,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 청계광장에서 직접 아이디어에 대해 답변받은 순간이 뜻깊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답변을 받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이루미: 2023고하노라 전부터, 교육부 차관보님께서 직접 저희의 정책 아이디어에 답변을 준다는 사실을 듣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차관보님께서 비답을 주실 때,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경험일 거라 생각하고 최대한 경청하며 그 순간을 즐기려 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노력하겠다는 말씀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말씀처럼, 앞으로도 청년들이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기회가 많이 마련되어, 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들을 고안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3 고하노라, 그리고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루미: 작년에 행진하는 유생으로 함께 참여했던 고하노라를, 이번에는 소두단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특히, 고하노라 행진 때 작년에 배운 플래시몹 안무들과 노래들이 조금씩 기억나서, 작년을 추억하며 따라 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성균관 유생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던 우리의 문화를 계승하는 행사에서 유생 대표인 소두로 참여한,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 청랑/매버릭/성균합창단


소반과 비답 의례 후에는, 비답이 내려온 것을 축하하는 청랑과 외부 공연팀들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었다. 청랑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팀이 2023 고하노라에 어울리는 전통 의상을 입고 공연을 진행했다.


▲ 크루즈밴드


| 공연팀 인터뷰_크루즈밴드

하태별(유학동양학과 21), 김성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김범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1), 이준수(심리학과 20), 김세준(사회학과 22)


Q. 공연 의상이 고하노라와 잘 맞는 컨셉인 것 같아요. 의상은 따로 준비하신 건가요?


저희가 따로 준비한 것은 아니고, 청랑측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저희 밴드가 다섯 명이라 오방단 컨셉에 맞게, 각각 다른 의상을 준비해 주셨어요.


Q.행사 컨셉에 맞는 곡 선정과 개사 센스가 인상 깊어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저희는 공연할 때 항상 신나는 곡을 선정하는 편입니다. 2023 고하노라가 역사를 계승하는 행사이다 보니, 국악풍이면서도 대중성이 포함된 곡이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안예은의 홍연이라는 곡을 선택했습니다. ‘여행을 떠나요’의 개사 아이디어는 청랑측에서 먼저 제안해 줬어요. 원래도 저희가 공연에서 항상 개사를 하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청랑측에서 제공해 준 아이디어와 가이드라인에 맞춰봤습니다. 청랑과 함께 협업해서 편곡, 개사 등을 진행했어요. 더불어 청랑 측에서 공연 참관, 피드백도 해주시는 형태로 함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Q. 2023 고하노라 공연에 참여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성민: 저는 현재 군 복무 중인데, 고하노라라는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모든 팀원이 군 복무 예정이라, 다섯 명이 하는 마지막 무대일 텐데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태별: 어쩌다 보니 크루즈의 선장을 맡게 되었어요. 크루즈에서 마음 맞는 팀원과같이 재미있는 음악을 하고 즐기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니까 아쉽지만 저희답게, 크루즈답게 즐길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김세준: 현재 다른 동아리의 대표로 있고, 제게는 지금 공연이 일종의 일탈이에요. 동아리 친구들이랑 같이 해야 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기회가 되어 형들이랑 무대에 서게 되어 기쁩니다.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시원섭섭한 마음도 있네요.




행진단별 무대 인사가 이어졌다. 2023 고하노라의 유생 문화는 청랑뿐만 아니라 모든 성균관 유생이 함께 만들어 간다. 대의사로부터 시작하여 청계광장에서 진행되는 무대까지, 250명의 행진단원이 함께 참여했다. 황룡단, 주작단, 현무단, 청룡단, 백호단으로 이루어진 5개의 행진단은 단령을 입고 유소 문화를 현대적 퍼레이드로 창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 2023 고하노라 행진 유생_황룡단장 인터뷰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재학 중인 17학번 김건우입니다.


| 이번 2023 고하노라에 단장으로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할 수 있으면 대표를 꼭 해보는 사람이에요(웃음). 기왕 참여하는 고하노라 행사에 5개 단 중 하나의 대표로 참여한다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고, 성균관에 대해서도 깊이 알게 된 것 같아요.


| 행진 유생들과 달리, 단장으로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행사 당일에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소행길에 오르기 전에 단별로 몇 명의 유생이 함께했는지 외치는데, 저희 황룡단의 인원이 가장 많더라고요. 모두가 행사 전체 상황을 알고 있어야 다치지 않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행사 전날에 교육 자료 복습과 다치지 않게 잘 다녀오자는 말을 전하고, 소행길을 걷는 동안에도 계속 주변을 예의주시했어요.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되었네요.


| 단장으로 참여하면서 책임감이 컸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저는 지금 취업과 졸업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할 시기에요. 아직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한 시기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하노라 단장으로 참여하는 게 어렵다기보다, 탈출구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저희 황룡단이 서로 잘 지내주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행사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룡단원 여러분께 여름방학부터 개천절까지 꾸준히 열성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쁜 단복을 입고 무사히 2023 고하노라를 마무리한 추억이 대학 생활의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하길 바라요. 제게 고하노라는 대학 생활이라는 도화지에 새로운 물감을 덧대는 일이었어요. 돌이켜 볼 때마다 가장 먼저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겨 주신 청랑, 황룡단, 그리고 고하노라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행진 유생의 플래시몹, 그리고 단체사진촬영을 끝으로 2023 고하노라가 막을 내렸다. 고하노라와 함께한 2023년의 여름은 잊지 못할 열정의 나날들이었다. 청랑의 푸른 물결은 행진단의 오색 물결이 되었고, 오색 물결은 다시 새로운 색이 되어 대한민국 청년 문화를 이끄는 물결이 될 것이다. 고하노라의 물결이 스민 2023년의 여름을 김효정 청랑 장의와 돌아보았다.



[ 김효정 청랑 장의 인터뷰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공식 학생단체 청랑 장의 김효정입니다. (*장의掌議: 조선시대, 성균관ㆍ향교에 머물러 공부하던 유생의 임원 가운데 으뜸 자리, 대표) 올해 많은 분께 청랑 장의 김효정으로 인사드렸던 것 같은데, 어느덧 청랑 장의로서 인사드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안 나네요. 청랑 장의로서 단원 정기 상담, 내부 피드백, 대행사 ‘신방례’와 ‘고하노라’를 비롯한 청단희, 주점, 황감제 등의 교내외 행사 진행 및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농담처럼 청랑 18학점을 수강하는 중이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휴학생은 아니고 (웃음), 전공 새내기로서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22학번 재학 중입니다.


| 행사 진행 및 총괄을 도맡아 준비기간부터 오래 노력하셨는데, 행사 준비 혹은 진행 도중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처음이라서 설렜고, 처음이라서 어려웠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23 고하노라’는 성균관대학교 청랑이 처음 독자적으로 개최한 고하노라입니다. 지금까지의 고하노라는 감사하게도 종로문화재단과 함께 협업하여 좋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올해의 경우 추석 및 시험 기간으로 인한 일정 조율 등의 이유로 인해 종로문화재단과의 논의 후, 독자적 개최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고하노라를 독자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고하노라의 마지막 단계인 ‘소반/비답 의례’가 이루어질 피날레 무대가 필요합니다. 장의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소반/비답 의례’ 단계가 이루어질 피날레 무대 장소를 확정하고 컨택하는 것입니다. 많이 고민했고, 600년의 역사가 담긴 성균관에서 조선의 600년 역사가 담겨있는 청계광장까지 행진하여 피날레 무대를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연결성과 의미를 지닐 것으로 생각해서, 청계광장으로 피날레 장소를 확정했습니다.


광장 컨택부터 시작해서, 무대 설치까지 어찌 보면 모든 게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독자적 개최를 결정한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2023 고하노라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청랑 단원들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청랑은 1인 1 담당 제도로, 한명 한명이 각각의 담당을 맡고 그 담당의 업무와 소속된 부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변동 사항 속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청랑 단원 모두가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뜨거운 여름날을 보냈기에 가능했던 일인 거 같아요.




| 이번 행사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23 고하노라’는 첫 독자적 개최인만큼 처음 개최일 선정부터 마무리까지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 없는데, 그래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을 하나 뽑자면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와의 연결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3 고하노라’는 사전 행사 ‘2023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장원 팀(1등 수상, 이하 소두단)의 아이디어를 상소의 형태로 국가 공직자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국가 공직자의 답변인 비답을 받는 행사입니다. 행진 유생들 역시 소두단과 그 뜻을 함께하며, 소두단의 아이디어에 유생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성공적인 상소를 올리기 위해 성균관에서부터 청계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하노라’라는 행사의 본질과 가치를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와의 연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균관 유생들이 무엇을 위해 여름날 동안 5주간의 교육을 받고, 무엇을 위해 행사 당일 먼 길을 행진하고, 무엇을 위해 피날레 무대까지 함께하는지를 이해해야 해요.


‘대한민국 청년상소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상소 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어 오던 행사를 바탕으로 올해 새롭게 아이디어톤 형태의 공모전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워진 공모전 기획 및 진행이 본 행사인 고하노라 준비 기간과 겹쳤었는데, 그럼에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청랑의 일인 만큼 마지막까지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2023 고하노라’는 ‘다양한 세대 간의 소통과 상생’을 위해 국가와 대한민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공론의 장이자, 화합의 장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청년들의 뜻이 닿을 수 있도록 끝까지 목소리를 함께해 준 행진 유생분들, 유소의 전 과정을 든든하게 함께해 준 실무단 분들, 그리고 준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고 언제나 성균관대학교 공식 학생단체 청랑을 믿고 응원해 주신 성균관대학교 내빈 및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 행사 도중, 김효정 장의님께 가장 의미가 있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행사 도중, 청랑 단원들이 해준 말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정말 잘할 거다’, ’네가 말하는 게 정답이다’라는 말들이 너무 든든했거든요. 김효정이라는 사람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이자, 청랑 장의 김효정이 있어서 청랑 단원들이 지금까지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말들이 저에게 너무 과분한 말들이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이에요. 저야말로, 항상 옆에서 저를 믿고 함께해 주는 청랑 단원들이 있었기에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거든요.


청계광장에서 상영된 마지막 다큐멘터리 영상에 청랑 단원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가 내려가는 것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지만, 단원들이 꿈꿔왔던 ‘2023 고하노라’가 오늘이라는 게 그제야 실감이 나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 대기 중인 저에게 멀리서도 따봉을 보내주던 청랑 단원들을 어떻게 잊겠어요.




| 2023 고하노라만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023 고하노라’만이 가지는 의미는 ‘자부심’ 이 아닐까 싶어요. 행진 유생으로 참가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는 고하노라에 참여하여 국가와 청년의 소통의 장을 이끌었다는 자부심, 실무단에게는 안전하고 다채로운 행사의 진행 및 브랜딩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는 자부심, 무엇보다 성균관대학교의 모든 구성원에게 우리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하는 대학 문화의 창조에서 시작한 고하노라가 이제는 전국 청년들의 대학 문화를 선도한다는 자부심 이.


‘2023 고하노라’를 통해 성균관대학교 청랑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성균인 여러분들이 성균관의 유생 문화를 바탕으로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하는 대학 문화를 창조하는 청랑과 함께하여, 이제는 우리가 전국 청년들의 대학 문화를 주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균관대학교와 성균인 여러분들이 바로 청랑이 ‘2023 고하노라’와 같은 대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이자 자부심인 것처럼, 성균관대학교 청랑이 ‘2023 고하노라’를 통해 성균인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되었길 바라는 바람입니다.


| 마지막으로 행사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3 고하노라’는 참가자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습니다. 청랑을 너무 사랑하고 성균관대학교에 큰 애교심이 있는 청랑 장의로서 ‘고하노라’라는 행사가 성균인들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대학 문화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갔으면 해요.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는 성균관대학교 청랑에 성균인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청랑 장의로서 ‘2023 고하노라’를 개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와 9기 청랑이들의 2년이 담겨있었던 행사인 것 같아서 더욱 벅차오르네요. 앞으로 10기와 11기 청랑이들이 꾸려나갈 ‘2024 고하노라’는 ‘2023 고하노라’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일 것이라 자부합니다. 청랑 단원들과 청랑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저의 가장 큰 자부심이거든요 (웃음). 지금까지 성균관의 푸른 물결, 청랑 장의 김효정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