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요 Ⅰ
- 교수님들의 6인 6색 실패 이야기

  • 528호
  • 기사입력 2023.12.01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우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2023년이 끝나기까지 한 달을 남겨둔 지금,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실수와 실패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에게 실패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고 잊고 싶은 기억이다. 그러나 실패해도 괜찮다며 실패를 격려하는 것은 어떠할까.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고 서로의 실패를 축하하는 독특한 날이 있다. 바로 10월 13일, 세계 실패의 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며 우리대학 학생성공센터는 실패 주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성균인들이 실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를 얻길 바란다는 뜻을 담은 유지범 총장, 김재현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부총장, 최재붕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 학부 대학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학부 대학 민무홍 교수, 그리고 바이오메카트로닉스 학과 박진성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6인의 교수님들이 전하는 교수님들만의 실패담과 실패 극복 방법으로 들어가보자.




| 기억에 남는 실패 경험이 있으신가요?

유지범 총장 크고 작은 실수를 한 경험이 많이 있지만, 취업에 실패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89년도에 졸업한 뒤, 두 가지를 생각하며 직장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자’, 나머지 하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자’ 였습니다. 저는 재료공학 중에서도 반도체를 전공했어요. 반도체는 크게 실리콘 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로 나뉘는데, 저는 화합물 반도체를 박사 과정 중 연구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곳을 찾고 있었어요. 제가 공부한 곳이 미국 서부여서 직장을 동부에 가서 구하고 싶었죠. 그러나 이 조건을 전부 만족하는 곳에서는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력서를 세 군데에 보내고, 나중에는 인터뷰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슬펐지요. (웃음) 그다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지 판단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을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직장을 구했습니다.


▲ 유지범 총장


김재현 부총장 인생 자체가 실패의 연속인 것 같아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사소한 것들도 워낙 많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보니 여러 실수가 떠오릅니다. (웃음) 그중에서도 석사 과정에서 겪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학부 때 수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가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과정을 끝마쳤습니다. 석사 졸업을 위해서는 석사 졸업 시험에 응시해야 해요. 저는 네 개의 과목 중, 소프트웨어 공학 / 데이터베이스 과목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열심히 공부한 데이터베이스 과목만 떨어지게 된 거예요. 워낙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과목이었는데, 떨어지게 되어 걱정되는 마음에 교수님을 찾아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두 번째 시험은 한 과목에만 집중하면 되기에 당연히 두 번째 시험에서는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최재붕 부총장 우리 대학에 오자마자 산학협력 중심대학이라는 큰 국가 과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제안서를 쓰기 위해 온갖 공부를 하며 한 달을 매일 밤을 새웠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게 되었어요. 그 사업이 학교에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었기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열심히 한다고 꼭 되는 일은 아니구나 싶어 정말 속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쌓았던 한 달간의 공부가 큰 도움이 되어, 다음 국가 과제부터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실패했다고 그동안의 노력이 전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밑거름이 되어 나중에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따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라도 전부 도전해 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자신만의 실패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유지범 총장 그 당시에는 실패를 극복하는 것보다는 먹고 살 걱정이 우선이었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으니까요. 나중에 실패했던 시기를 돌이켜보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을 많이 했더라고요. 실패하게 만든 원인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선입견을 품고 있어 준비와 정보의 획득에 있어서 소홀했던 것과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한국에서 연구하던 중 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김재현 부총장 특별한 극복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좀 긍정적인 편이에요. 실패 한 번 한다고 우울한 기분을 지니고 있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이번에 안 되었으니, 다음을 위해서 또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으며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못 봤을 때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했지만,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사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관계가 살짝 어긋나더라도, 제가 노력하면 서로 간의 오해가 풀리지 않겠냐고 생각했어요. 먼저 다가가서 상대방과 좋게 해결하려 하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배려하다 보니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 같습니다.


▲ 김재현 부총장


최재붕 부총장 저는 MBTI로 따지자면 초긍정주의자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입니다. 속상할 때면 사람들이랑 함께 회식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술 한잔 마시기도 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머릿속을 싹 비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죠. 특히 예전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농구를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과 축구하며 땀을 흘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다 보면 속상했던 기억을 다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요새는 약해졌지만, 예전에는 있었던 술 문화를 바탕으로 안 좋은 기억을 잊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거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한 것 같습니다.



|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요?
유지범 총장 살아가다 보니 실패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실패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요. 쉽게 생각해 보면 원하는 것을 하다가도 실패할 수 있겠죠. 사소한 실패냐 큰 실패냐의 차이만 있을 겁니다. 열 개를 도전하고 두 개에 실패했을 때도, 두 가지를 보며 실패라 할 것인지와 여덟 개를 보며 성공이라 할 것인지는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常事: 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뜻)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교수님들은 제안서를 써서 공모하곤 해요. 낼 때마다 통과하면 좋겠지만, 반 이상은 확률상 떨어지게 됩니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서서 안타를 쳐야 하는데, 삼 할이면 거의 수위 타자입니다. 열 번 나와서 세 번을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잘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실패는 가슴에 껴안고 평생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라볼 것이고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라 생각합니다.

김재현 부총장 저한테 실패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실패한 것을 똑같은 방법으로 했을 때 노력해서 얻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가 선택한 방식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실패의 원인을 찾아 다른 길을 선택 하겠죠. 따라서 실패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이 아닐지 싶습니다.


최재붕 부총장 실패는 항상 아파요. 그러나 그 실패가 저에게는 결국엔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와는 별개로, 그때 했던 노력이 배신하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러한 경험을 반복하며 실패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성공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면 실패할 만한 생각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 책을 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나중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강연자로 살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실패로부터 축적된 힘 덕분이 아닐지 싶어요.


▲ 최재붕 부총장



| 성균인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지범 총장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거꾸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잘못했던 것들에 대해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죠.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거나,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거나, 존경하는 멘토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들이요. 하다못해 강아지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실패라는 것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마음에 안정을 불러올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잘 찾아서 잘 추스르고 다음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실패는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하는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통해 배우고,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커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회를 만들고, 담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 다 실패합니다. 저 역시 매일 작은 실패 큰 실패를 많이 해요. 걱정하지 마시고 다음번에는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내 마음을 넓게 키워가는 좋은 도약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과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학생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김재현 부총장 우리 성균인들 모두 대학 과정 내내 본인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니고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대학교에 입학할 때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곳일 수도 있고, 꿈꿔왔던 곳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 4년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기도 해요. 4년 동안 본인이 원해서 왔든 원하지 않아서 왔든, 희망하는 것들을 전부 마음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교수로 학생들을 만날 때 항상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놀더라도 최선을 다해 놀아라. 그 대신 공부할 때도 최선을 다하라.” 애매모호하게 놀지도 못하고 공부하지도 못하는 것보다는 신나게 놀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면 무엇이든 될 것이라 믿거든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최재붕 부총장 저는 성균관대학교 기계과 83학번이에요. 제가 학부생일 당시에는 학교가 조금 우울했습니다. 그때는 우리 대학에 2차 합격으로 오시는 선배님들이 많았기에, 자신의 기준에서 봤을 때 실패했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울적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초긍정주의자이기에 학교가 항상 좋고 사랑스러웠으며, 이곳에서 공부하고 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게 즐거웠어요.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특히 명륜당에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조선이라는 나라는 망했는데 성균관은 멀쩡하고 건재하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우리가 625년 동안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더라고요. 아무리 실패를 겪더라도 625년을 포기한 적 없는 정신을 우리 DNA에 잘 새긴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어떤 방향이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말이 있죠. 힘들 때는 명륜당에 가서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 실패해도 괜찮아요 Ⅱ편 데이비드 로버츠 교수, 박진성 교수, 민무홍 교수 (기사 바로가기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