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무리하며,
성대생의 도전Ⅰ

  • 529호
  • 기사입력 2023.12.20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5058

2023년 우리는 얼마나 도전하고, 또 얼마나 실패했을까. 올해 우리의 도전은 늘 성공에 가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도전은 그 자체로 빛난다. 2023년 연말 <커버스토리>에는 도전하는 성균인 7명의 모습을 담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담대하게 도전하고 실패하는 성균인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와 닮아있다. 올 한해 우리 모두의 도전 경험,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1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박유리



박유리 학우는 우리 대학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는 카페 사장님이다. 박유리 학우의 2023년 도전 키워드는 ‘공간’. 박유리 학우는 카페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공간이 주는 따뜻함과 긍정적 에너지에 집중한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문화융합학과 문화예술경영전공에 4학기째 재학 중인 박유리입니다. 올해 ‘뚜띠 테이블’이라는 카페이자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오픈해 운영 중입니다. 현재는 대학원 생활과 카페 운영을 병행 중입니다.


| 문화재단에서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 원래 문화사업과 복합공간사업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지금은 대학원 재학 중이지만, 학부 때 전공이 피아노였어요. 예술 전공으로 학부생 생활을 하다 보니, 예술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대부분 연주자나 교육자로 진로가 정해지더라고요. 당연한 듯 진로가 정해지는 것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져서 회의감을 느낄 즈음, ‘예술경영’이라는 과목을 듣게 되었어요. 그 수업을 듣고 나서는 꼭 연주자나 교육자가 아니라도 예술을 전공한 학생이 문화예술 기획이나 행정으로 진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문화사업과 복합공간사업에 관심을 갖고, 취업도 문화예술 기획 쪽으로 준비했습니다. 학부를 졸업한 뒤에는 문화재단에 취업을 하기도 했어요.



| 문화재단에서 퇴사하고 현재는 카페 사장님이 되셨는데요. 카페 사업으로 눈을 돌린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문화 사업, 문화 예술 기획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자치구나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아서예요. 지방에는 한정적 문화공간만 구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문화공간 활성화를 꿈꾸고 문화재단에 취업했는데, 현실은 조금 다르더라고요(웃음). 제가 취업한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었어요. 별로 새롭지 않은, 늘 해왔던 사업만 기획하는 현실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카페 창업은 그냥 누구나 가지고 있던 막연한 꿈이었어요. 다들 ‘아 나중에 카페나 차릴까’ 하는 생각 같은 거 해보잖아요. 저도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니까, 막연히 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퇴사 이후 시청역 인근에 ‘카페 뚜띠’라는 가게를 오픈했어요. 그런데 시청역 근처에는 회사가 많다보니, 빨리 커피를 마시고 일하러 가는 직장인분들이 많았어요. 기계처럼 커피를 뽑고, 생과일주스를 만들었습니다(웃음). 제가 원하는 분위기의 카페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올해 11월 정릉에 지금의 ‘뚜띠 테이블’을 오픈했어요. 시청역에서 오픈한 카페와는 달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느낌이 제가 원하던 분위기랑 잘 맞아서, 이 공간을 선택해서 카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 우리 대학원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문화융합학과에서 문화 예술을 전공하고 계신데요, 이 전공이 카페 창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제가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됩니다.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은 문화예술경영을 포함한 5개 전공의 융복합 교육 과정이 있어요. 특히 우리 대학원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같은 학과 내의 다른 전공 수업도 문화예술경영과 동일하게 학점 인정이 되어 자유롭게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도시공간문화’라는 전공이 있는데, 그 전공의 수업이 너무 흥미로웠고 카페 운영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공간에 대한 강의 중, 공간 안에서의 모든 물체에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 수업을 듣고 나서는 공간을 볼 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유심히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겼고, 공간의 쓰임새에 관해 많은 관심이 생겨 학과 내 도시공간문화 전공 수업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가 커요. 상경해서 자취하시는 분들은 더욱 공감하실 것 같은데, 자취방과 같은 좁은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가장 편안해야 할 ‘나의 공간’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주거 공간을 떠나 출퇴근 시간 빽빽한 지하철만 타도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죠. 우리 대학원 수업을 듣고 나서는 공간이 주는 힘과 에너지에 관심이 많이 가서, 공간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카페도 상업용 공간으로 지어지지 않았어요. 상업용 공간이라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테라스를 포함해서 의아하게 빈 공간이 많거든요. 이 건물 계약을 할 때, 건물주님도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에너지를 주길 바랍니다.



| ‘Bridge’라는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카페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자체가 다소 생소한 도전 같은데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처음에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서 이 공간에서 뭐라도 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 공간이 단순히 대화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다양한 경험이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성북구, 특히 정릉동에는 문화예술공간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카페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여 근처 주민들이 오셔서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세대간, 이웃간 소통이 단절되어가고 있잖아요. 제가 만든 공간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소통의 기회를 주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Bridge’는 단어 그대로 이웃과의 소통, 세대간의 소통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실제로 의사, 동화작가, 커피를 로스팅하는 로스터 등 다양한 직업과 세대의 연사님들의 강연과, 성악가와 클라리넷 연주자를 모셔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통의 연결고리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성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앞으로도 성북구, 종로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과의 협업, 영화 속 음식을 함께 먹는 독립영화 상영회, 재즈공연, 쿠킹 클래스 등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컨텐츠를 구상중입니다.


| 학우님이 가진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이미지에 꽂혀서, 브랜딩이나 상권 조사를 크게 하지 않고 무모하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정릉동 자체가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는 동네는 아니다 보니, 사전 조사 없이 무모하게 도전한게 조금 후회되기도 합니다(웃음). 앞으로는 이 공간의 브랜딩을 잘해서, 컨셉을 잘 잡아 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앞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재미있게 브랜딩 된 공간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꾸려 나가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번 도전을 하고 나서,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직진하는 스타일로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생각만 하고 미뤄두는 사람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단 시도해 봅니다. 이 공간에서도 제가 즐겁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 에너지가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 이번 도전이 박유리 학우님께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시기 같아요. 지금까지는 엄청나게 회피성으로 살아왔거든요. 학부 때 전공이 안 맞아서 일단 도망간다던가, 하기 싫은 일들을 마주하면 다른 걸 찾으면서 살아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최대한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제게 젊을 때 하는 고생이자 도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치열하게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할 학우님 본인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잠을 줄여라(웃음). 더 바쁘게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앞으로도 부지런히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2 행정학과 홍유리 ·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예림



홍유리(행정학과 18), 이예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 학우는 킹고 캠퍼스타운 ‘Rounder’팀의 CEO, COO로 활약하고 있다. 두 학우의 2023년 도전 키워드는 ‘문제 해결’. 일회용컵 감소, 그리고 지구에 남기는 녹색 발자국을 목표로 도전한 두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우리 대학에서 진행하는 킹고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킹고 캠퍼스타운 사업은 뭔가요?


킹고 캠퍼스타운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창업 보육 기관입니다. 사무공간을 제공해 주고, 멘토링과 교육도 진행하며 입주 기업들을 컨설팅 해주십니다. 킹고 캠타 담당자와 교수님이 열정 넘치는 좋은 분들이라서 창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멘토링 신청 추천드립니다.


| ‘기업 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스마트 컵 솔루션’은 어떤 사업인가요?


전 세계 환경과 관련한 규제 흐름 및 ESG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에서도 다양한 탈플라스틱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쉽게 도입해 보는 사업은 사내 다회용컵 사용 캠페인입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사업은 단순한 다회용컵 도입 캠페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스마트 다회용컵 솔루션을 제공하여 정확한 사용량 및 절감된 탄소배출량과 관련한 데이터를 제공하여 기업의 ESG 활동을 돕는 사업입니다.



|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홍유리: 저는 행정학도라, 처음에는 사회 문제를 ‘정책’으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분야는 이해관계자들도 많고, 결정 단계에 제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다릅니다. 저는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매력을 느끼고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게 됐어요. 저는 특히 환경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대부분 학생의 책상 위에 일회용컵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위기 의식을 느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내 눈앞의 문제 상황을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이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예림: 저는 다양한 문제해결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에도 직접 문제라고 느끼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실제 기업에서 인턴을 해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마침 홍유리 학우님이 제게 동업과 관련한 제안을 했을 때, ‘환경과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수업을 들으며 환경적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심각하면서도 체감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빠르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업을 상대하는 B2B 비즈니스를 운영하려다 보니 대학생 신분에서는 기업과 연결할 커넥션을 만드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아직 학생이거나 이제 사회초년생이라 어떤 식으로 기업과의 컨택 포인트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점점 사업을 하면서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분들의 도움이나 네트워킹 자리 등에 참석하며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문과생 신분으로 IoT 기기를 만들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게 정말 어려웠어요. 직접 공장단지를 뛰어다니며 자문을 받고, 납땜을 하고, 회로도를 구상하고. 모든 과정이 저희에게는 처음이었기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배워서라도 해결해나가는 열정이 저희 팀의 장점이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희 Rounder팀이 ‘환경부 장관상’,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다들 취직을 준비하는 시기에 전혀 다른 도전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도전에 제 인생 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인생을 건다는게, 저에게는 큰 압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성과를 내고자 노력했는데, 저희의 가능성과 이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아서 뿌듯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서비스를 넓힐 때 이 상들이 설득의 근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홍유리, 이예림 학우님이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제외하고도 플라스틱 컵만 연간 33억 개가 버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며 많은 어려움이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회용 컵이 일상이 되고, 오히려 일회용 컵이 특수한 상황에만 사용되는 에코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넘어서 개인들이 다회용 컵을 쓰는 데 있어서 현재의 일회용 컵 사용만큼 충분히 편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홍유리, 이예림 학우님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그리고 미래세대가 생활해야 할 공간인 지구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발자국을 찍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을 잘 보존하고 회복시켜 전달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사업을 통해서 함께 가치에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우리 학교에서부터 ‘일회용컵이 필요 없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열심히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할 홍유리, 이예림 학우님 본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예림: 대학생이 된 이후로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데, 모든 도전은 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고 무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올해도 라운더(Rounder)라는 도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다는 고집스러움을 장점으로 삼아 계속해서 성과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유리: 도전은 어렵지만, 어렵기에 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는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이슈입니다. 저희가 이 서비스를 구상하고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베타테스트로만 약 3천개 이상의 일회용컵을 감소시킬 수 있었고, 앞으로는 훨씬 많을 겁니다. 저희의 도전이 조금이나마 환경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3 시스템경영공학과 김혜란



시스템공학과에 재학중인 김혜란 학우는 올해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혜란 학우의 2023년 도전 키워드는 ‘자신의 발견’. 취준생 신분으로 건조할 수 있는 일상에서 자신의 속마음에 귀기울여 색다른 도전을 한 김혜란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대학생으로서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신게 색다른데요, 어떤 생각으로 지원하신건가요?


본가 가는 길에 현수막을 봤어요.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동네에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 일반인이 나올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신나서 머릿속으로 무대 구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참가한 것도 아니고 재밌어 보여서 그 생각 하나로 지원했어요.



| 영상을 보니 같은 과 학우들끼리 팀으로 지원하셨던데, 전국노래자랑을 함께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희가 MBTI 극 P인 친구들만 모였거든요. 본선 녹화 당일이 동아리 정기공연 날이어서 전국노래자랑 참가를 많이 망설였어요. 저도 인턴을 준비하던 기간이었고 두 친구 모두 복수 전공 중인 데다가, 세명 다 밴드 동아리 정기공연을 준비 중이라 준비 시간도 모자랐어요. 예선 이틀 전에 노래를 정하고 학교 빈 공간에서 허접하지만 나름 귀여운 안무도 짰어요. 그러다 학과 친구들한테 들키기도 했고요(웃음). 본선 녹화 마치자마자 수상 축하받을 겨를도 없이 동아리 정기공연하러 바로 이동했습니다. 더운 여름이었는데 이 날이 제 인생에서 가장 스펙타클했습니다. 방송이 방영되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더라고요. 저희 학과 교수님들도 봐주셨고, 제가 최종 임원 면접을 본 면접관님께서도 봐주셨더라고요. 나중에는 구청장님께서 이 소식을 듣고 저희 세명을 마을 축제에 초청가수로 초대도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번학기가 막학기였는데 잊지못할 기억이었어요.


| 김혜란 학우님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자칫 건조할 수 있었던 막학기 취준 기간에 진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많은 막학기생, 취준생분들이 겪으셨을 텐데, 이 기간엔 내가 이 직무에 맞는 사람인지, 이 회사의 인재상 중 어떤 모습이 나와 부합하는지 등을 많이 고민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생각나도 외면하거나, 이럴 때가 아니지하고 머뭇거리게 되죠. 저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도전을 하면서도 같은 이유로 주저했던 것 같아요.


이번 도전이 더 의미 있었던 건 제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알고, 저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어서였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었고, 덕분에 최우수상이란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방송을 회사 최종 임원 면접관님이 보셨는데, 이 방송을 통해 저의 실행력이나 자신감을 확신하셨다더라고요. 저도 모르던 제 모습을 이런 의외의 순간에서 알게 된 기회였습니다.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열심히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할 김혜란 학우님 본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받았고, 2024년 1월 2일부터 저는 학교를 떠나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데요. 사회인이 되어서도 제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언제든 가슴뛰는 일이 있으면 주저않고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영상학과 강준영



다음 학기 졸업을 앞둔 강준영(영상학과 19) 학우는 올해 개인적으로 온라인 전시회를 열었다. 3D 그래픽으로 우리 학교 셔틀버스를 만들어 에브리타임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준영 학우의 2023년 도전 키워드는 ‘자신감’. 3D 제너럴리스트, 아트 디렉터가 될 강준영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3D 그래픽은 비전공자들에게 조금 생소한 분야인데요. 3D 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상학과는 매년 ‘프라이드스크린’이라고 불리는 졸업작품 상영제 행사를 대학로 CGV에서 진행합니다. 매년 졸업작품상영제 행사를 기획하는 ‘프라이드스크린’의 단원을 모집합니다. 새내기 시절 ‘프라이드스크린’의 디자인팀 막내로 합류하게 되었던 일이 시작점이 됐던 것 같아요. 당시 디자인팀 팀장으로 계셨던 14학번 선배가 학과 내에서 모션그래픽 고수로 유명했던 분이었어요. 그 분의 작품들을 보면서 모션그래픽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가 감사하게도 애프터이펙트 같은 모션그래픽 툴과 Cinema 4D 같은 3D 그래픽 툴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3D 그래픽에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 올해 온라인 전시를 여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시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별건 아니지만, 저도 온라인 전시회라는 것을 기획해 보고 싶었어요. 모션 그래픽을 시작한 후 습작처럼 여러 작업물들을 만들었습니다. 이왕 작업할거 남들이 봤을 때 좀 있어 보이게 온라인 전시회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정도 정리된 형태로 웹사이트도 만들고 프로모션도 하는 편이 포트폴리오로도 괜찮을 거 같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업계에 계신 디자이너 분들 중 유명한 분들처럼 저도 단순히 습작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라는 컨셉에 맞춰 웹사이트도 개설하고 굿즈도 만들어 혼자 만든 습작 이상의 가치를 창출 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 전시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두더지로 표현’했다고 말씀하신 것, 그리고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흥미로운데요. 전시 테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나오는 크림통에 빠진 두 마리의 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저는 어쩌다 태어나 세상에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크림통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아무 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괜히 조바심이 들고 불안해서 계속해서 뭐라도 계속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웹사이트의 전시회 소개 글에도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전시회를 기획한 것 자체도 제 여러 발버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더지 캐릭터는 제가 군대에 가기 전 모션그래픽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구상했던 캐릭터 중 하나였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제가 보기엔 나름 귀여운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 쥐 대신 기존에 제가 만든 두더지 캐릭터를 활용해 여러 모습의 두더지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 크림통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두더지라는 의미를 담아 다양한 모습의 두더지들을 만들었습니다.


| 3D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순간, 혹은 ‘실패’를 겪은 순간은 없나요?


제 지향점과 현재 제 위치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제일 힘들게 한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은데 아직 내 실력은 부족하고, 어젯밤엔 꽤 잘 뽑아냈다고 생각한 작업물이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 보면 너무 못한 것 같고.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면 재밌던 작업도 재미가 없어지고, 흥미가 떨어지면 또 열심히 안 하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안 하면 게으른 제 자신이 또 보기가 싫어서 스트레스 받고. 이런 슬럼프를 주기적으로 계속 겪고 있지만 그래도 결국 제가 제일 즐기고, 재밌어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크림통에 빠져서 잠겨 죽지 않으려는 쥐들처럼 허우적대면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 이번 전시 외에, 강준영 학우님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최종 커리어 목표가 있나요?


군대를 전역한 직후에 운 좋게도 방학 동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달간 외주 작업을 받아서 일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일하는 과정이 꽤나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현재 1차 목표는 졸업 후 잘나가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4학년이라 졸업작품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졸업작품 프로젝트가 끝나면 개인 작업에 집중해서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을 훨씬 많이 만들고 작업물들을 다방면으로 홍보해 제 이름값을 올리는 퍼스널 브랜딩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이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3D 제너럴리스트나 아트 디렉터가 되어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조금 거창해 보이는 목표이긴 하지만, 지금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취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강준영 학우님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평소에는 작업물을 완성해도 혼자서만 보거나 지인들에게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정도였는데, 이번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까지 마친 후, 홍보 차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관련 소식을 공유했는데 많은 학우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재밌게 잘 봤다는 감상평들과 힘이 되었다는 감상평들이 있어서 뭔가 뿌듯했습니다. 평소에는 제 작업물에 자신감이 없었던 상태였는데,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자신감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많이 부족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아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있을 여러 도전에도 힘을 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