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무리하며,
성대생의 도전Ⅱ

  • 529호
  • 기사입력 2023.12.20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2966
  • 본 기사는 12월 커버스토리 ‘2023년을 마무리하며, 성대생들의 도전’ 2번째 기사입니다.


#5 경제학과 노다겸



노다겸 학우는 현재 CAMPUS ASIA 장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중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노다겸 학우의 2023년 도전 키워드는 ‘현재’. 누구보다 용기 있고 씩씩하게 중국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변수에 대처하는 노다겸 학우의 현재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제학과/공익과 법 연계전공 3학년에 재학중인 노다겸입니다. 저는 법과대학의 CAMPUS ASIA 장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베이징의 중국인민대학 법학원에서 ‘우당탕탕 유학’중입니다.


| 현재 CAMPUS ASIA 장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CAMPUS ASIA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공동으로 교육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결성된 네트워크입니다. 다양한 사업단이 아시아의 학문 공동체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성균관대 법과대학은 <동아시아 ‘유스 코무네’(공통법) 형성을 향한 법적, 정치적 인식공동체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캠퍼스 아시아 사업단에 소속되어, 일본 나고야대학, 싱가포르 국립대학 그리고 중국 인민대학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매 학기 선발되는 교환학생들은 각국 참여 대학의 법과대학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여기에 생활비 및 외국어 학습 지원, 프로그램 참여 장학생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킹 등 다양한 혜택과 기회가 제공되고 있어요. 저는 올해 중국인민대학 법학원에서 LLM 석사 과정을 1년 동안 경험하고 있어요. 법과대학에서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권철 교수님과 류일현 연구원님께서도 프로그램 전반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잘 챙겨 주고 있습니다. 학우분들도 학교 공지사항을 잘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 중국에서 법학 수업을 듣는게 생소합니다.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부패방지법과 기업 리스크 관리>과목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수업이 개강 첫 주 월요일 첫 과목이었는데 수업 끝나고 밤에 아주 조금 울다가 잤습니다. 각국에서 법학 공부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석사생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걸 보고 기가 살짝 죽었거든요(웃음). 하지만 의견을 바로바로 표현하는 수업 분위기에는 의외로 금방 적응했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너희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중국에 뛰어들게 될 것이고 부패방지법은 중국 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안고 있는 중요한 리스크를 다루고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셨어요. 교수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Speak. Now. Say something. If you don’t say anything, you just stay there, allow them everything. Be brave."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을 법리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경험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용감하게 공부에 도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 중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다양한 지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하셨는데요.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나 순간이 있나요?


‘멘붕’의 순간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분명 아찔한 순간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멘붕’을 우당탕탕 해결하고 씩씩하게 돌아다녔던 행복한 순간들이 훨씬 생생해요. 첫 배낭여행을 예로 들자면, 윈난성으로 떠난 여행 중 석림에서 마지막 완행열차를 놓쳐서 '멘붕'이 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덕에 늦은 오후 햇살에 가득 물든 호수의 절경을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할 수 있게 됐죠. 트레킹을 시작했을 때, 비가 슬슬 내리는 산 한복판에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던 당혹스러움보다는, 꼬질꼬질한 상태로 객잔에 도착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무지개가 펼쳐졌던 짜릿함이 강렬하고요.


지금까지 칭다오, 윈난성을 포함한 많은 곳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2022년의 저는 MBTI 검사를 하면 I가 90% 넘게 나오는, ‘순정’ 집순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동서남북 온 대륙을 다니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 아니 대륙을 먼저 쏘다닌 셈이 되었네요.


| 외국 생활을 하며 힘들거나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아팠을 때가 아니었나 싶네요. 올해 초 중국 전역에 독감이 잠깐 유행했어요. 그 시기에 몸살감기에 걸려 거의 보름을 꼬박 앓다시피 했어요. 병원은 팬데믹 시기의 엄중한 보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고요. 덕분에 ‘발열 센터’ 복도에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6시간 넘게 서서 대기해야 했어요. 결국 엉엉 울면서 어설픈 중국어를 쏘아붙인 기억은 지금까지도 아찔한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웃긴 건, 그날 이후로 갑자기 중국어 실력이 확 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절박해지니까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정신적으로 지쳤던 건 이번 학기 초였습니다. 이곳의 교환학생 담당 선생님이 새롭게 바뀌고 나서, 행정 운영이 명확하지 않아 모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이번 학기에 새로 온 학부생들과 석사생들까지 다들 저를 마치 기계 처럼 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해외 생활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하고 명확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번 학기에 그러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경험을 스스로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길러왔습니다. 제가 먼저 왔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하나 상황을 해명하고 일상적인 불만까지 일방적으로 받아내는 위치에 내몰리는 기분이 당혹스러웠습니다.


| 도전을 하며 ‘성장했다’고 느낀 구체적 순간이 있나요?


제가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긴 했어요. 하지만 제 성장을 지금은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계속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한국에 있던 과거의 저와 지금 당장 여기 베이징에서 달라진 모습을 명확하게 대조하기는 어렵거든요. 유학을 끝내고 나서 다시 성균관대학교에 복귀하면, 어느 순간 저의 2023년이 성장 곡선이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y축의 결과값보다는 x축의 입력값에 집중해 볼게요. 그래프가 어떻게 나올지는 입력이 끝난 뒤에 찬찬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노다겸 학우님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교환학생이라는 게 마냥 화려한 인스타그램 스토리 박음질만 이어 나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타지에 학생으로 나가는 거니까요. 사소한 일상의 이질감 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고 항상 약간의 긴장을 탑재한 상태로 지내는 경험은 저에게 꽤 신기한 절망감을 주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베이징에서의 2023년을 꽤 씩씩하게 잘 지냈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직후 중국 베이징으로의 교환학생이라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입국하기 전부터 모든 것이 불명확하고 까다로워서 머리가 꽤 아팠고요. 중국어 공부도 손 놓고 살다가 급하게 다시 시작했죠. 하지만 저는 2023년을 통해 수많은 ‘우당탕탕’을 겪었습니다. 그 좌충우돌을 유연하게 즐기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은 희망보다 어둡고 절망보다 밝았습니다. 무대 위 조명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도 무대 뒤 어둑어둑한 창고도 아니었어요. 도전은 지금, 바로, 여기 현재에 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열심히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할 노다겸 학우님 본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후회 없는 과거’라는 표현이 허무한 자만임을 깨달으며 2023년을 보냈습니다. 후회할 줄 안다는 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성장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저는 최선의 선택을 해왔습니다. 현재의 나 자신에게 그러한 믿음이 있어요. 하지만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성장했을 것이므로 미래의 나는 언젠가 필연적으로 오늘을 후회할 예정입니다. 아직 미미하고 하찮은 희망의 복선들, 내가 아깝게 놓치는 기회들, 미처 감사함을 망각한 순간들 모두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그제야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일 테니까요.



#6 프랑스어문학과 김미서



김미서(프랑스어문학과 20) 학우는 지난 2학기, 올해 1학기 휴학 후 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복학 후, 수험생활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김미서 학우의 2023 도전 키워드는 ‘경험’.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도전하는 경험 자체의 중요성을 느낀 김미서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작년 2학기와 올해 1학기에 수험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떤 시험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을 준비했어요. 제가 20학번, 코로나 학번이라 학교생활을 잘 못했어요. 학교를 굳이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성향도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2년이 지났더라고요. 제가 동아리도 안 하고 대외활동이나 봉사활동도 많이 하지 않아서 당시 인턴이나 학회에 들어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어요. 휴학하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고 올해 8월에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다는 발표를 받았습니다.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 ‘쓸데없는 공부는 없다’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프랑스어문학과를 주전공으로 두고 국제통상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국제통상에서 배우는 경영학원론 수업과 7급 공무원의 행정학 과목에 겹치는 내용들이 있거든요. 교과목적으로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든 공부가 다 쓸모가 있고 다 연계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시험 이후의 생활이 궁금한데요. 현재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코로나 학번 특성상 학교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서, 이제부터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경영학회 ‘세포’에 소속되어 있어요. 3개 기업과 산학협력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측에서 우리 대학에 열었던 수업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기업과 산학협력을 진행하며 학회 활동을 해나가고 있어요. 이번에는 학회 선배 기수가 바뀌면서, 제가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어요. 열심히 활동하니 학회원들의 인정을 받게 되네요.


학교에서 학회 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걸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기업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했는데 학회 활동을 하면서 사기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거든요. 이것저것 다양한 걸 경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해야 이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보니까 저는 마케팅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랑은 안 맞더라고요.



| 수험생 시절, 그리고 지금 삶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험생 때 분위기가 안 잡혀서 노량진에서 현장 강의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공부이기도 하고 의욕도 넘쳐서 재미있게 했는데 갈수록 지루해졌어요. 한 2월쯤 많이 지쳐서 주위를 조금 비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수험생활 하나에만 몰입하고 나 자신에 집중하다 보니 아주 힘들었습니다. 노량진으로 아침 7시에 지하철을 타고 매일 이동하면서 인스타를 많이 봤어요. 저는 맨투맨에 패딩 입고 혼자 다니는데 인스타에서 보는 친구들의 모습은 너무 화려해서 비교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며 ‘지하 100층까지 찍고 왔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학교생활을 하는 지금은 좀 활기차게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학교 수업도 듣고 사람도 만나면서 지내려고요. 코로나 학번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학교에 다녔던 건 좀 후회스럽거든요. 원래 준비가 돼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해보는 것 자체가 경험이고 안되더라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해봐야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시험 준비 과정에 후회는 없나요?


저는 시험에 대한 열렬한 의지로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뭘 해먹고 살겠다는  맹목적인 고민에서 공부한 거라 크게 좌절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도피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거라 후회도 크게 되지 않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또 시험 준비를 하고 싶으면 할 생각은 있어요.


| 이번 도전은 김미서 학우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MBTI도 ISTJ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에요. 하물며 카페에 가서도 먹던 것만 먹고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컸어요. 그런데 이번 경험 자체가 ‘도전해 봤다’는 의미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이 경험을 통해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일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열심히 도전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도전할 김미서 학우님 본인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하고 싶으면 해라’, ‘고민하지 말고’, 어차피 떨어질지 말지 모르는 거, 지원해서 후회하진 않는 데 지원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하니까, 그냥 하고 싶으면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 수험생활하는 학우분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에타 7급 공무원 준비 게시판에 고민이 되게 많이 달립니다. 그냥 지금 끌리는 대로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7 스포츠과학과 홍지혜



우리 대학 스포츠과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지혜 학우는 농구선수로 생활했고 현재는 중학교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진짜 체육인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홍지혜 학우의 2023 도전 키워드는 ‘끊임없는 도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홍지혜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스포츠과학과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27살 박사과정생 홍지혜입니다. 14년 동안 엘리트 농구선수로 생활했고 현재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체육 교사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데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선수들에게 심리적 요인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선수들의 심리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석사 학위 논문의 변인 중 하나로도 사용되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석사 마지막 학기에 교사로 취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겉핥기로 지도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힘쓰고 지도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그해 학교에서 느꼈습니다. 성실하고 적극성이 넘치는 양궁을 하는 한 학생 선수가 슬럼프가 왔는데 대처를 잘 못하겠다고, 양궁은 원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인데 연습한 만큼 좋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실질적으로 그 친구에게 해줬던 방안은 그저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그런 시절들이 있었는데 더 도움되는 대처를 하지 못했어요. 은사님께 자문을 구하며 제가 어렸을 때 슬럼프를 극복했던 방법인 일기쓰기를 제시해주었고 그 친구와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얼굴을 보며 일기에 코멘트를 달아주고 같이 생각과 감정 느낌을 공유해주는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함께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는 점점 실력이 좋아졌고 금메달을 수상해 저에게 상장과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성적을 냈던 것보다 더 좋은 날이었던 것 같아요. 경험이 전부가 아니며 이론적인 백그라운드가 심도있게 더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쉴 틈없이 학습하고 성장해야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 홍지혜 학우님이 생각하시는 ‘진짜 체육인에 대한 목소리’는 어떤 것인가요?


‘기록과 기억’입니다. 체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종종 ‘기억’은 배제한 채 ‘기록’만 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고 학생들이 한 등급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펜을 지웠다 썼는지, 해 본 사람이 알고 경험한 사람이 현장의 현실을 잘 압니다. 이처럼 진짜 체육인의 입장에서 변화되고 있는 우리 체육을 제대로 바로잡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은 상선이 만들지만 기억은 피부로 느끼며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 중학교 교사와 박사과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쉽다면 마냥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많이 어렵고 많이 아팠습니다. 숨 쉴 새 없이 많이 바쁠때는 번아웃이라는 것이 종종 오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진짜 제 사람들이 저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진짜 제 사람들 말이죠. 특히 가족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가족의 목소리와 가족의 힘이 저를 버티게 해주는 중심이 되어줍니다. 이제는 제가 가족들이 준 사랑에 보답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힘이 들어도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그냥 한번 더 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앞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다보니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의지 차이인 것 같아요. 이렇게 쉴 틈없이 바쁘고 힘들어도 선수생활때 보다는 힘들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꾸준히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니깐요. 학생때부터 선수생활을 했으니 남들 다 가는 소풍이나 수학여행, MT도 가보지 못했어요. 석사를 할때는 조교를 병행해서 석사생활 또한 방학이 없었죠. 마지막 학기에 교사로 취업하고, 졸업하고 반학기 학교 생활에 적응 하다가 바로 박사과정에 들어왔어요. 쉬는 타임 하나없이 달려왔습니다. 힘든 순간도 많지만, 제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은퇴한 후배나 동기들에게 저같은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꿈을 가지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며 달립니다. 저희 연구실 이지항 교수님과 조희태 교수님, 허동찬 실장님의 많은 지도와 배려 덕분에 제 도전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 학우님의 선수시절이 궁금합니다. 학우님은 어떤 농구선수였나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선일초등학교에서 농구선수생활을 했습니다. 늘 주장을 하며 팀을 이끌고 전관왕과 다양한 국내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며 어린 나이때부터 기사와 신문 매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됐어요. 덕분에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프로 리그 유망주로 선발도 되었고, 교과서에도 모델로 종종 실렸고 전국대회에서 많은 MVP와 다양한 개인기록도 많이 수상했습니다. 어린나이부터 크고 작은 부상들로 고생도 해보았고 이런저런 아쉬움도 경험하며 이 길은 제가 30~40살 까지 할 수 없겠다고 판단이 들어 이른 나이에 은퇴했습니다. 농구선수로 뛰며 코트에 있었던 순간만큼은 예의바르고 믿을 수 있던 선수였던 것 같아요.


| ‘그래도 이 도전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나요?


제가 운동선수로만 생활하다 보니까 은퇴 후 재사회화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과 걱정이 늘 있었습니다. 흔히 말해서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 거죠. 운동선수들은 한평생을 운동으로 살아와서 그만큼 바라보는 시야나 경험의 폭도 좁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전에 운동선수들을 무시하며 칭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는 단무지다(단순하고 무식하다). 운동선수들의 그런 이미지를 깨고 후배들에게 운동한 만큼 열심히 열정을 다한다면 뭐든 할 수 있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뇌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꼭 해야 한다는 점도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제가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체육 수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에 운동부 학생들이 있는데요 다른 학생들과도 친구 같은 교사지만 특히 운동하는 학생들을 보면 짠해요. 그래서 접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라는 체육교육 현장에 있어 현장의 이야기를 피부로 경험하기에 잘 알고 있고, 스포츠학회 그리고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세미나나 학회를 통해 한층 더 배우는 것에 더해 체육인들에게 제 사례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설명 :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중(왼쪽), 선수시절 엄마와 함께(오른쪽)]



| 홍지혜 학우님께 이번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모든 사람이 새로운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늘 교단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나중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있고 올바른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꿈을 이루고 나서 똑같은 학교 현장에서 수업만 하다보니 하루하루 쳇바퀴가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이제 내 마지막 꿈인 교수라는 직업에 도전해 진정한 체육인들을 양성하여, 체육이라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고 체육과 스포츠가 존중 받을 수 있게 진정한 심도 있는 교육자가 되어 체육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많이 넘어지고 아파했지만 그럼에도 의지의 차이가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잖아요. 그렇게 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안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과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것도 다 모든 노력들이 쌓여서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전공인 교육과 스포츠 심리를 잘 융합하여 교육자로서 후학들에게 운동선수들에게 비전을 보여주어,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할 수 있는 좋은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23년을 마무리하며, 열심히 도전했고 앞으로도 도전할 홍지혜 학우님 본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 나이가 81살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제 저는 제 인생에서 1쿼터가 끝나고 2쿼터를 잘 싸워보려고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좌절하고 아프겠지만, 부딪혀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걱정하는 것보다 직접 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지나고 보니 제 인생은 정말 많은 사랑과 지원을 받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냈던 것 같아요. 아쉽게도 저에게는 유년시절이나 20대가 그리 행복했던 기억들보다는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지만 버티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지레 겁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저에게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기에 그래서 더욱더 지나칠 수 없는 나날들을 잘 살아내고 싶어요.




이 기사에 성균인들의 2023년 치열한 노력과 도전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성균웹진은 이 기사가 성균인 모두에게 다시금 움직이고,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