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맺어지는 또 하나의 인연
'학과 동문회'

  • 533호
  • 기사입력 2024.02.11
  • 취재 안도겸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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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의 인연은 졸업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생활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졸업한다면 당신은 성균관대 동문으로서 대학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선배님, 후배님, 동기 등 동문회에선 대학에서 차마 만나지 못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졸업 이후에도 여전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이 동문회 하면 떠올리는 것은 총동문회일 것이다. 총동문회는 학과나 전공을 막론하고 모든 동문이 성균관대라는 이름 아래에 하나로 뭉쳐 인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성균관대 동문회는 총동문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위 동문회는 총동문회보다 한 단계 작은 개념으로, 학과, 지역 등 비슷한 배경을 가진 동문이 인연을 맺는 모임이다. 이번 호에서는 단위 동문회 중 하나인 학과 동문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현재 학과 동문회 임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김량균 토목환경공학과 동문회장(토목공학과 85), 백승학 교육학과 동문회장(교육학과 82), 박종서 사학과 동문회 총무(사학과 90)와 함께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량균|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토목환경공학과 23대 동문회장 김량균입니다. 1985년에 토목공학과에 입학하여 1992년 졸업 후, 1995년 토목공학과 대학원에 입학, 1997년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백승학|저는 교육학과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백승학입니다. 교육학과 82학번으로 입학하여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아마도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많은 선후배를 알게 되어 동문회장까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종서|저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90학번 박종서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는 1946년에 근대 대학교의 모습으로 운영된 성균관의 개교와 동시에 창설되어 현재 78년의 유구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동안 사학과를 졸업한 동문은 3천3백여 명에 달합니다. 저는 사학과 총무를 2019년부터 맡아 5년째 봉사하고 있습니다.


Q. 학과 동문회에선 어떤 활동들을 진행하시나요?


김량균|토목환경공학과 동문회는 다양한 단위 활동들을 통해서 모든 동문의 건강, 즐거움, 성장 그리고 행복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총동창회/공대 동문회 지원 및 후원, 신년 인사회, 정기총회(CGV 대학로 정기총회 행사 및 단체 영화 관람), 송년의 밤(한강 선상디너크루즈), 월간 운영위원회, 스승의 날 행사, 재학생과의 간담회, 동호회 연합 탐방, 개별 동호회(산우회, 성골회, 문화먹자회, 성토자, 성토당구회 등) 등의 행사와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 합니다.


 교육학과 성균 교육인의 밤


백승학|사범대학 교육학과는 지난 2023년 학과 창립 70주년 행사를 치르고, 올해 1월 26일 많은 동문이 참여한 가운데 신년 인사회 ‘성균 교육인의 밤’ 행사를 했습니다. 그동안 교육학과 동문회는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과 경조사를 중심으로 한 친목 행사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젊은 동문회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몇 가지 의도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학과의 본질과 전통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교사 모임을 새롭게 조직하여 동문 교사들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둘째 체육 친목 모임을 조직하여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문회원들이 소모임 활동을 통해 유연하게 친목 활동을 도모할 수 있게 지원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활동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박종서|우리 동문회의 가장 큰 자랑은 연간 4회에 걸친 유물유적 답사입니다. 답사에는 재직 교수, 현직 동문들이 해설사로 나서 재능 기부를 하며 수준 높은 강의를 선물합니다. 동문회 답사를 다니면서 대학 시절처럼 역사 공부를 다시 경험하는 것은 역사 공부가 좋아서 사학과에 진학한 순수했던 20대 청년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전공 학문과 동떨어진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동문들이 인문 소양을 높이고 사학과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고양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매년 답사 때마다 40~50명의 동문들이 가족과 함께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는 해외 답사도 추진해 블라디보스톡, 2019년 백두산, 2023년 일본 답사를 다녀온 바 있습니다. 동문회 집행부도 수준 높은 유물유적 답사가 될 수 있도록 강사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 연구자를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2023년에는 50여 명의 동문들과 전현직 교수님들이 마음을 모아 4천만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기부한 바 있습니다. 이 장학기금은 매년 모금을 지속할 계획이고 학부, 대학원 연구자들에게 매년 지원될 예정입니다.



Q. 총동문회와는 다른 학과 동문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김량균|근본적으로 총동창회와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토목환경공학과 동문회의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모든 구성원의 친밀 정도가 가깝고, 활동에 대한 다양한 기획, 의사결정, 실행 및 참여 등이 빠른 것 같습니다.


 토목환경공학과 송년의 밤


백승학|저는 총동문회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이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는군요. 그래도 제가 생각한 몇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총동문회가 대학 전체의 위상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동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단과대학 또는 학과 동문회는 같은 시기에 같은 지향성과 경험을 공유한 것이 동문으로서의 연대감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한 시대를 같이 한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동문회에 나온다는 동문들을 보면 학과 동문회는 이성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활동들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박종서|동문회 활동에 참여하는 동문들의 공통된 마음은 성균관을 졸업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작은 힘이지만 성균관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특히 사학과 동문회는 동문의 친목 도모와 사회활동 지원이라는 기본적인 목적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웠던 전공 학문에 대한 관심을 사회 진출 후에도 이어가며 학창 시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폭 넓은 학습 경험과 인문 교양으로서의 역사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Q. 동문회 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량균|최근 5∼6년간에 동문들의 동문회 참여가 차츰 줄어드는 시정입니다. 이에 즐거움과 의미가 있는 동문회를 토목환경공학과 동문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 동문 선배님들의 권유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백승학|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도 많을뿐더러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아왔던 동문회의 사회적 기능을 보면서 동문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전임회장 선배의 권유를 받았을 때 무척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선배들에게 받은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70년이 넘은 우리 동문회의 역사가 내 학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에게도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을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종서|저는 2012년에 처음 동문회 춘계 정기답사에 참석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58학번 선배님도 나오시고, 60년대 초반 선배님들이 활동의 주류였습니다. 부모님뻘 연배의 선배님들이 저를 많이 이뻐해 주시고 기특하게 생각해 주신 기억이 생생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문회 답사에 참여해 교수님들의 강의를 현장에서 들으면서 스무 살 역사 공부를 좋아했던 추억이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제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청춘으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열심히 동문회 활동, 특히 유물유적 답사를 준비하는 일에 진심으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학과 동문회 답사


Q. 선배로서 학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량균|50 후반쯤에 느껴지는 것들을 한 번 적어보았습니다.



① 건강하고 행복하자.

②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만나는 곳에 있다.

③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그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하자.

④ 행복은 사회적 지위나 통장잔고가 아닌 마음 먹기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자.

⑤ 내 행복은 내 선택과 내 노력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

⑥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야 행복하다.

⑦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사를 표현하자.




백승학|요즘 젊은 후배들은 선배들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 나가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무거운 짐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말씀 올립니다. 제가 학창 시절 때 어느 한 선배가 해 준 말이 생각납니다.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변화시켜서 유토피아를 만들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결국 법과 제도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시간이 갈수록 이 말이 더욱 무겁고 중요하게 새겨집니다. 살면서 느낀 점 한 가지를 더 보태면 “사람은 사랑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쇠는 열을 가해야 변화되고 사람은 사랑을 주어야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선배들에게 들은 얘기를 후배에게 전해드렸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박종서|예전에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 지식,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전해주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배라고 해서 후배에게 일방적으로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배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후배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동문회 활동은 과거의 기억과 인연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한다면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순수했던 청년 시절의 나 자신을 잊지 않고 대학 시절의 추억과 인연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아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출신임을 간직하는 마음이 언행을 삼가고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모교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다른 동문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도 청년의 순수했던 열정을 동문회 활동을 통해 되새기면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