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유니버시티센터 성균관대<br>(국제한국학센터) 개관

인터유니버시티센터 성균관대
(국제한국학센터) 개관

  • 329호
  • 기사입력 2015.08.13
  • 취재 김유림 기자
  • 편집 김진호 기자
  • 조회수 9494

우리 학교 국제관에 들어서면 인터유니버시티센터의 개관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IUC(Inter-University Center), 즉 국제한국학 센터를 우리 학교에서 운영하게 된 것이다. 우리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주도로 인터유니버시티센터 사무국이 국제관 3층에 마련되었다. ‘국제한국학센터’라는 이름만 들으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어학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IUC센터는 기본적인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한국에 대한 연구를 하는 외국의 석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소개를 위해 IUC센터장인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년 동안, 미국에 있는 ‘CKS(커뮤니티 코리아 스터디)’의 북미와 유럽지역 한국학 학자들 사이에서 고급학술어로서의 한국어를 교육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대두됐다. 일본학과 중국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한국학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제안이었다. 이후 한국 인터유니버시티센터 추진위원회가 생겼고 우리 학교가 국제한국학센터 설립 제안을 받았다. 이에 응한 본교와 본교 동아시아학술원이 2년 전부터 설립을 추진했고 지난 7월 개관을 했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썸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학기부터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학을 전공하는 외국학생들은 600명 이상이다. 하지만 일본학과 중국학에 비해 한국어로 된 전문서적을 읽고, 그에 대해 토론하고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는 학자 수는 적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술어가 그 나라 현지어 또는 영어가 되고 있어 한국학에 대한 국내외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학자들의 깊고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자료와 같은 1차 문헌을 읽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IUC의 이러한 교육 의의에 공감해 국제한국학센터 개관에 적극 동참했다. IUC와 멤버십을 맺고 있는 학교들은 한국학 학계에서 뿐 아니라 다른 여러 학문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이런 학교들과 교육적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네트워크를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IUC의 정규학기는 총 32주, 2학기로 구성된 1년 과정이다. 학술한국어 프로그램을 학습하는 학생들은 <인문한국어: 문학, 어학, 역사, 동양철학 등>, <사회한국어: 사회, 정치, 경제 등>, 한자어 등을 학습한다. 개개인의 전공분야에 관한 한국어 논문을 각자 가져와 논문에 쓰인 한국어의 구조와 어휘들을 학습한다. 전근대한국을 연구하는 전공자들에게는 한문교육이 제공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한국학 관련 특강이 개설되어 외국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지닌 전문가들과 만나는 기회 또한 있다. 이번 썸머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중국에서 온 한국학 전공 대학원생들과의 네트워킹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우리대학에서 학부생을 위해 개설되는 모든 인문학 강좌에 대한 청강이 가능하다.

<4주간 진행된 특강>
■ 7월17일 김흥규 교수 특강
“근대의 특권화를 넘어서 전후의 나의 생각”

■ 7월 24일 강관식 교수 특강
“‘다른 근대’, 조선 후기 궁중 화원과 회화사의 변모에 대하여”

■ 7월 31일 황종연 교수 특강
“식민성과 근대성-‘석굴암’이라는 논제를 실마리로”

■ 8월 7일 송도영 교수 특강
“서울의 문화 영토성과 다문화 소통-'이태원 일대'의 사례 중심으로”


우리 학교 IUC센터의 수강생 모집방법은 이렇다. 우리학교에서 IUC 해외위원회를 통해 해외 한국학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에게 Application Form을 보낸다. 이를 통해 멤버십을 맺고 있는 학교에서 소속대학 학생들을 파견한다. 단순한 한국학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학문을 전공하면서 세부적으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전공생들이 여름학기에 참여했다. 모두 한국을 주제로 하지만 접근하는 방향은 자신의 전공에 따라 정말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어학원에서 연수한 경험이 있어 매우 높은 한국어실력을 갖추고 있다.

자세한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의 서촌을 연구하고 있는 Nora Hauk(노라)와 Nathaniel Kingdon(네트)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노라 “ 10년 전 단순히 모험을 해보고 싶어 한국에 왔고 여러 한국친구들을 사귀면서 한국에 흥미가 생겼어요.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사회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데 2009년 서촌에 살면서 서촌에 생기는 여러 변화와 개발을 보고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현지조사를 통해 동네의 변화를 살피고 시민들의 의견도 들어볼 생각이에요.”
네트 “ 저는 미국 UCLA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한국에 와서 영어교사생활을 하며 한국친구들도 만나고 주말마다 한국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면서 한국미술사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죠. 18세기의 화원들을 연구했고 석사논문으로 김홍도의 진경산수화에 대해 논문을 썼어요. 요즘에는 한국과 서양, 청나라의 미술교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 거의 매일 한국어로 발표를 해야 해요. 각자 자기 연구 분야의 논문을 가져와 읽고 모르는 부분을 선생님에게 배우기도 하고 한국 신문을 통해 시사한국어도 배워요. 또 매주 진행되는 특강을 듣고 그에 대해 토론을 하고 발표를 이어나가요.”


노라 “ 여러 어학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있지만 학술적으로 연구하는데 필요한 학술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어요. 여기서는 개개인의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논문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어학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인류학,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도 학습할 수 있어 저에게는 매우 귀한 기회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매주 진행되는 특강이에요. 제가 연구하는 한국의 인류학의 최고 권위자인 송도영 교수의 특강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어요.”
네트 “ 미술사를 전공하는 저로서는 화원들이 쓴 화집 등 1차 사료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 매우 좋아요. 한자와 한문을 배우면서 한국의 역사자료나 화집을 읽고 있어요. 저 또한 특강을 통해 한국미술사에서 매우 권위 있는 분인 강관식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도 가져서 정말 도움도 많이 되고 감사했어요.”


노라 “매주 진행되는 한국학 관련특강을 들으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실력을 통해 강의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뿌듯했어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제가 얼마나 아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연구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IUC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나라간의 학습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것 같아요. 국제교환을 통해 공부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누리게 되어 정말 많이 배우고 느낀 것 같아요.”
네트 “ 썸머프로그램을 통해 학술어로서의 고급단계의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의 학계 환경도 파악할 수 있어서 제 연구방향 설정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특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제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져서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딴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제 연구 분야를 더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현재 인터유니버시티 센터 성균관대는 2015-2016 가을학기 고급 학술 한국어 프로그램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세계에서 한국학 연구가 더욱 활발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길 바란다. 우리 학교 국제 한국학센터를 거쳐 간 한국학 전문가들의 세계적인 활약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