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의료기기는 내 몸에서 충전한다,
김상우 교수의 NESEL (Nano Energy Sci. & Eng. Lab.)

  • 457호
  • 기사입력 2020.12.15
  • 취재 이지은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 조회수 6727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는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 수술이 필요해 환자의 고통과 막대한 비용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해 왔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음파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체내에서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2020년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충전기술을 개발한  김상우 교수님 연구실을 인터뷰했다.



Q. NESEL의 ‘나노발전소자 기반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충전 기술'(이하 이 기술)이 2020년도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되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2007년 처음 나노발전소자(nanogenerator) 연구를 시작했다. 그 동안 NESEL 연구실을 졸업한, 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모든 제자와 연구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으면 이번 수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교 성균관대와 신소재공학부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공동연구를 함께 수행한 국내외 교수님들과 연구원 분들께도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


Q. 이 기술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이용해 인체에 삽입된 의료기기를 충전하는 방식이라고 알고 있다자세한 충전 과정이 어떻게 되나.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초음파를 체외에서 체내로 인가하여 피부층 아래 있는 고출력 마찰소재인 PFA(Perfluoroalkoxy alkanes)폴리머 필름과 유연한 PCB 회로기판을 결합한 발전소자에 진동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금(Au)과 구리(Cu) 전극 간 마찰을 일으켜 발생시킨 정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소자 뒷면에 상업용 커패시터 및 박막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함께 구성하여, 발전과 충전이 가능한 초음파 구동 정전기 하베스팅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였다.


Q. 이 기술을 통해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의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교체 수술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한 번에 얼마나 충전될 수 있는지이를 통해 의료기기를 평생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실험을 통해 초음파 하베스팅 소자가 실제 생체조직 환경인 쥐 피부와 돼지 피하조직 아래에서도 성공적으로 발전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0.5 cm 깊이의 돼지 지방층에 삽입한 발전소자는 약 1.2 V의 전압, 98 uA의 전류 수준의 발전이 가능하였는데, 보통 인체 삽입용 심장박동기는 1-10 μW (마이크로 와트), 신경자극기는 10-100 μW의 전력으로 구동한다. 이는 실험에 사용한 발전소자에서 하베스팅된 전력량으로 충분히 구동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초음파 에너지 하베스팅 환경 조건에서 상업용 박막형 리튬이온 배터리(0.7 mAh) 완충에도 성공하였다.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의 경우 현 상황에서 소자의 사용 시간(life time)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발전소자의 수명보다는 충전되어 삽입된 배터리가 방전되는 시간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현재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내 배터리 교체 주기는 대략 5-10년이다. 이 발전소자가 장착된 의료기기가 체내에 한 번 삽입되면, 살아있는 동안에는 최소한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다시 수술을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Q. 현재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이를 이용한 후속 연구 계획이 있다면.

본 기술은 다양한 전공분야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에너지 하베스팅 소재 및 소자개발, 체내에서 발생된 전력을 충전하기 위한 고효율 에너지 변환 시스템, 삽입된 디바이스 구동을 위한 무선 칩셋 및 극소전력 무선 시스템, 인체 유해성이 없는 패키징 기술, 생체신호 감지 회로 및 제어 소프트웨어, 동물 전임상 실험을 통한 유효성과 안정성 검증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한 본 기술과 관련해서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및 정부출연연구소와 지속적으로 협력을 해왔다. 관련 기술은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인 에너지마이닝社에 기술이전되었고, 기술고도화를 위해 저희 그룹과 지속적으로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Q. 이외에도 NESEL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무엇이 있나.

다양한 나노소재에 기반하여 정전기 및 압전(piezoelectric)현상을 연구하고 이를 나노발전소자 개발에 적용하여 다양한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의 체내 충전 및 치료를 위한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박테리아 제어 등 환경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나노발전소자 연구에 매진한 만큼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고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아 끊임없는 도전을 지속하고 싶다.


Q. NESEL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소통을 제일 강조한다. 신소재공학과 소속이지만, 연구실에는 소재 전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출신의 학생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룹 구성원 간의 소통, 상호존중 및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팀워크를 매우 중시한다. 더불어 연구의 연속성 및 수월성 측면에서 석사과정은 모집하지 않고 석박사통합과정 및 박사과정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도교수로서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크다. 창의적이고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학 중에는 국내외 공동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박사학위 후에는 국외 최선도 연구그룹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약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연구실 홈페이지 참조 http://nesel.skku.edu/)


Q. 끝으로연구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창시절에는 과학자의 길에 들어설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어느 순간 연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전공서적에서 접했던 지루했던 내용이 제 연구의 원리를 설명해 줄 보석처럼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제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을 찾았고, 지금까지도 찾고 있습니다. 학부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기존의 학문 틀에 얽매여 있는 학생들을 보고는 합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호기심과 창의적 사고를 꾸준하게 지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의 길을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본인의 취미이자 천직(天職)으로 생각하고 과학자의 삶을 사랑한다면 앞으로 세계적인 과학자가 한국에서도 많이 배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상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