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Let’s 창신’
- <창신동의 하루> 전시

  • 476호
  • 기사입력 2021.09.23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5305

성균관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목표로 창업 육성과 문화 특성화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서울시와 대학의 협업을 통해 문화와 예술, 관광 등 인문사회 분야와 기술이 접목된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지역 내 청년창업 육성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진행된 종로구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Let’s 창신」은 캠퍼스타운사업단에서 육성 중인 미디어 분야 창업팀이 창신동을 무대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본 프로젝트는 9월 6일 ‘제로프레임’팀을 시작으로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LET’s 창신, <창신동의 하루> 전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던 ‘제로프레임’팀의 <창신동의 하루> 전시. 본 전시는 9월 6일부터 11일 토요일까지 창신동 아미스타(종로구 창신 4가길 12)에서 진행되었다.


ABOUT. TEAM 제로 프레임

과거의 것을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 아닌 20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새롭게 전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제로프레임. MZ 세대들이 선호하는 영상 플랫폼, SNS 콘텐츠 등을 분석하여 전통문화를 디지털 콘텐츠에 녹여낸다. 직접 만든 한복을 활용한 룩북, 아리랑을 EDM으로 편곡한 릴레이 뮤비,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플라워 화보, 독립운동을 소재로 연출한 뮤직비디오, 한국무용을 접목시켜 만든 환경 정상 회담 오프닝 영상 등 제로프레임은 전통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잊혀가는 전통문화에 제로프레임만의 색을 더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Q.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제로프레임 홍세인 대표: 영상이라는 매체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일 수도 단점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기 때문에 그만큼 영상이 주는 파급력이 대단하다 생각하고 그렇기에 이 사회에 따뜻한 영향을 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랜 시간 해 왔습니다. 영상학과에 재학하며 제가하고 싶은 영상보다는 누군가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 일이 많았기에, 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사회에 따뜻한 시선을 주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려는 저의 목표를 계속해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9년, 어쩌면 삶 속에서 잊혀가는 전통문화에 주목하여 이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팀은 2030 세대들로 하여금 전통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고 싶고, 이를 위해 더욱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협업할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대학생 댄서들, 래퍼들, 프로듀서들, 한국 무용가, 연기자 등 다양한 분들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저희 제로프레임의 색을 담은 전통문화를 선보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골목길, 터전의 부활

골목 상실의 시대. 어느새 편리함을 위한 도로가 들어서고,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이 익숙해져 버린 현대 사회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동네가 있다.  바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새벽부터 오토바이가 지나다니고, 오래된 봉제 가게들이 잔재하며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어린이들이 뒤섞여 거리를 가득 채우는 창신동이다. 예로부터 골목은 단순한 통로의 개념이 아닌, 그 속에 사람들의 삶이 있고 사람들의 기억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골목은 집과 집을 연장하는 삶의 공간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야기 터로, 때로는 아이들이 함께 뛰놀며 노는 놀이터로 각기 다른 다양한 이들이 모여 그 골목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공공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작용해왔다. 그렇기에 골목의 상실은 어쩌면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공동체의 상실이기도 함과 동시에 마을이라는 개념의 상실로도 확장될 수 있으며, 그렇기에 골목의 부활은 곧 장소의 부활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기에 현대에서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창신동을 배경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예전의 골목에서 엿볼 수 있던 나와 이웃들의 열린 공간의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엿보며 이 장소가 생소한 이들에게는 해당 공간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고 주민 간의 결속력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창신동과 숭인동은 도시재생 지역 1호로 선정된 이래로 약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공공 도서관과 백남준 기념관 등을 설립하는 방식의 재생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사업과 관련된 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다양한 인터넷 기사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으며 많은 기사들이 창신동의 골목 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창신동이 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 벌써 6년이 흘렀고, 주민들은 재생사업의 결과물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미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었음에도 주민들 자체로 골목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로프레임은 해당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키면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골목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전시회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창신동의 하루> 현장 스케치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창신동을 들을 수 있는 휴먼 라이브러리 전시, 창신동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 창신동을 느낄 수 있는 체험 부스로 전시를 구성하여 창신동에서의 하루를 만끽하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제로프레임 팀만의 색깔인 ‘전통문화’적 요소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3가지 전시와 오방색을 결합하여 표현하였으며 포스터, 배너 등도 모두 오방색으로만 이루어진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다.


1. 창신동을 듣다

- 창신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라이브러리 사진전

“<창신동의 하루: 휴먼라이브러리>는 창신동에서 삶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담아 창신동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사람마다 갖는 하루의 길이, 의미, 깊이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하루를 사진전을 통해 관람객분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창신동이라는 공간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미래의 봉제사를 키우는 과거의 봉제사 차경남, 추억을 간직한 창신동을 알리는 마을 활동가 김영랑, 창신동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가 민경주, 부모님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젊은 봉제사 장우진, 창신동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대학생 예술가 유수민의 이야기. 적, 홍, 흑, 백, 황의 다섯 가지 색을 의미하는 오방색으로 창신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휴먼 라이브러리 전시 한편에는 엽서가 놓여있다. 하루의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창신동의 창신동만의 따뜻한 감성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다. 봉제의 메카 창신동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오래된 미싱 집 간판부터 비디오 아트를 통해 시간의 색깔을 표현한 백남준 기념관까지 창신동의 색을 옛 감성과 창신동의 명소를 엽서에 담았다. 


2. 창신동을 보다 <창신동의 하루>, <창신동의 색>

- 인체 감지 센서를 활용한 인터렉션 아트

“창신동 전경의 아름다움, 창신동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 오브제들을 전통적 요소인 '색'에 집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된 공간입니다. 창신동 고유의 정체성을 제로프레임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전시를 통해 창신동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습니다.”


‘창신동의 하루’는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창신동의 여러 골목 사진들에 녹여내어, 창신동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간대의 골목을 라인 아트로 표현했다. 6개의 패널에 새벽부터 밤까지 오토바이가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을 일러스트로 그려 오방색으로 채색하고 밤을 표현한 패널에서는 오방색으로 만든 네온 사인이 이어지게 전시하였다. 마지막 밤 패널을 지나면, 네온사인으로 펼쳐지는 ‘창신동의 색’을 만나볼 수 있다.


3. 체험부스 <이곳에서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 창신동 굿즈 제작 및 참여형 전시

마음에 드는 파츠를 골라 직접 마스크 스트랩을 만들며 창신동에서의 하루를 담은, 하루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만들어볼 수 있다. 창신동만의 색, 그리고 창신동의 하루를 몸소 체험하는 참여형 전시다.


Q.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창신동은 서울시 도시 재생 대상 1호로 선정되었지만 현재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도시 재생 사업이 대부분 외부인의 유입량을 증가시켜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골목 마케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창신동의 주민분들은 이러한 외부인을 유입하는 방향의 재생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현대적인, 도시적인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그동안 창신동이 보존해왔던 동대문과 봉제 골목의 역사, 골목을 누비는 오토바이들 그리고 이 가파른 경사들의 모습을 지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2030 세대의 봉제사들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고, 백남준 거리, 봉제 역사관, 조선 총독부 때 만들어졌던 채석장 전망대 등 다양한 창신동의 모습이 잊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신동의 메인 테마 봉제의 맥을 유지하려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데님 교육, 의상 제작 교육을 진행하는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전시의 마지막 파트를 그 사장님이 제공해 주신 천과 사진들을 보고 나가실 수 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저희 제로프레임은 ‘창신동의 하루’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낸 이 전시를 다른 분들이 보시면서 같은 서울이지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창신동을 기억해 줄 수 있는 하루가 되셨길 바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계속될 창신동의 이야기

창신동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전과 미디어 아트 체험전을 진행하는 ‘제로프레임’을 시작으로  창신동 소상공인과 종로구 일대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하는 ‘에스클래스’, 창신동 봉제공장 일대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는 ‘돌핀오프너’‘레드망고’, 창신동 알기를 주제로 VR 체험전을 진행하는 ‘아티픽’, 창신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씨네피아’ 총 6개의 창업팀이 직접 창신동의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창신동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지역 주민들과 나눌 예정이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온. 오프라인 동시 진행한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및 캠퍼스타운 블로그를 통해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