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X 구정우 교수
“세상을 밝히는” 성대 명륜(明倫) 특강

  • 481호
  • 기사입력 2021.12.12
  • 취재 이채림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5140

우리 대학에서는 “세상을 밝히는” 성대 명륜(明倫) 특강을 3회차에 걸쳐 진행했다. 연사로는 조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겸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그리고 재러드 다이아몬드 학부대학 석좌교수가 참여했다. 그중 『총균쇠』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석좌교수는 구정우 교수와 함께 지난 11월 9일(화)에 ‘Be Prepared!’라는 주제로, 11월 30일(화)에 “What can we learn from the COVID19 crisis?”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 혼합 특강을 진행했다. 본 특강은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 주의적, 환경 주의적 관점과 구정우 교수의 역사사회학적 관점을 종합하여 근대 경제·정치 시스템의 기원, 국가·사회의 흥망성쇠를 다루며, 새로운 문명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조망하고자 했다. 두 차례에 걸친 특강은 약 450명의 재학생들과 60여 명의 교직원이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했다. 특강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구정우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


● “세상을 밝히는” 성대 명륜(明倫) 특강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의도는?

말 그대로 혼돈과 불확실성에 가득 찬 세상이잖아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을 비추고 이롭게 할 수 있는 이 시대의 권위를 모셔서 깨달음을 얻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대법원장, 카카오 부의장에 이어 ‘총 균 쇠’ 와 ‘대변동’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본교 석좌교수를 연사로 모셨죠. 유튜브를 필두로 한 뉴미디어 세상에 “내가 옳소”, “이것이 진리요”라고 말하는 위인들이 넘쳐 나죠. 나를 부각시키기 위해 허장성세와 극단적 비관주의에 기대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대 명륜 특강’을 통해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 이 시대의 참된 스승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역사와 기술, 그리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풍성하고 균형 잡힌 메시지를 매개로 말이죠.

 다이아몬드 교수님과 두 번에 걸쳐 함께 진행한 특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11월 9일 1차 강연은 <개인과 국가의 위기, 준비해야 한다>를 주제로 진행했어요. 개인이 이성과의 결별, 이혼, 가족의 사망,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국가도 위기에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미리 비축한 핀란드의 사례를 말씀하셨어요. 한국도 얼마 전 요소수 부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었잖아요? 핀란드가 귀감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11월 30일 2차 강연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를 주제로 진행되었어요. 교수님은 아시아의 야생동물시장과 전통의학 등을 판매하는 국제상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코로나 전염병은 계속 이어질 거라고 하셨어요. 또 이번 감염병 위기를 통해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과 같은 전 세계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죠. 빠르게 변하는 우리 세상을 승마경기에 비유하셨어요. ‘희망의 말’과 ‘파멸의 말’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 어느 말이 이길지는 2050년이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거라는 미래 진단도 해 주셨죠. 성대 학생들과 같은 젊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특강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실 강연 준비는 8월부터 시작되었어요. 방학 중 학부 교양 수업인<대격변의 시대>를 디자인했거든요. 이번 수업의 연장선에서 명륜 특강도 개최한 거죠.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대변동’ 세 개의 책을 교재로 선정하고 준비에 돌입했는데, 세 책을 모두 합치니 1,500쪽에 이르는 거예요. 8월 중 만사 제치고 이것만 읽다가 9월 개강을 맞았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첫 온라인 수업에 70여 명이 들어왔는데, 원서 1,500쪽을 읽는다고 하니 수십 명이 바로 철회해버리더군요(웃음). 최종적으로 45명 만 남았는데, 정말 ‘하드코어’한 친구들이라, 이 친구들과 진짜 재미있게 한 학기 수업을 했죠. 그리고 절대평가로 진행된다는 비밀은 이 친구들에게만 살짝 알려줬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님 강연의 경우, 다른 강연과 차별화하고 싶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 강연과 대화를 반반 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먼저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동의를 얻었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교수님의 강연은 죄다 챙겨 봤죠. 그중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의 대화가 특히 흥미로웠고, 여기에서 많이 착안을 했죠. 최종 질문을 선정하는 과정이 약간 힘들었지만 꽤 보람 있었어요. 강연 때마다 저희 수강생들이 1개씩 40여개를, 또 1학년 대계열제 학생들이 40여 개를 보내줬죠. 두 번의 강연에 160개의 질문을 받은 거죠. 그중 번뜩이는 질문들, 그리고 남녀와 외국인을 안배하여 최종 질문자를 4명 선정했어요. 그 결과, 두 번의 강연 속 80여 분에 걸친 대화는 각본에 따라 충실히 진행되었답니다. 모두가 합심했던 만큼, 결과도 좋았던 것 같아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과 개인적인 인연이 원래 있었나요?

첫 만남이었죠. 2년간 우리 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시지만, 팬데믹 상황이다 보니 지금 LA에 거주하고 계세요. 지난 6월 1일 처음으로 이메일로 서로 인사 했고, 수업 형태와 내용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어요. 개강 이후에는 <대격변의 시대> 수업 분위기와 학생들의 관심, 토론 내용들을 전달해 드렸어요. 학생들과의 만남을 워낙 기대하셨던 터라, 학생들의 현장 질문을 경청하시고 성심껏 답해 주셨어요. 특히 폴란드에서 온 학부생이 ‘채식주의’에 대해 물었는데, 함박웃음을 짓고, 아내가 폴란드인이라고 하면서 폴란드어로 인사도 하시더군요. 몇 달째 계속 이메일로 소통하고 있는데, 이른바 ‘퀵-이메일러’세요.  언론에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신다고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아이폰을 쓰시는 것 같아요. 매번 아이폰을 통해 답장을 하시더라고요. 1차 강연이 끝난 후 이메일을 주셔서 강연과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주셨어요.


 <미래수업>이라는 tvN 프로그램에서 비록 같은 회차에 함께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과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이 출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출연하기 몇 달 전에 먼저 출연하셨고요. 당시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셨어요. 한 해 전인 2019년에는 JTBC ‘차이나는 클래스’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셨죠. 이런 채널에서 하신 말씀들도 <성균 명륜 특강>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한글을 사랑하시고, 남북 분단 상황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심지어 ‘총 균 쇠’의 언어 편에서는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가 등장한답니다. 강연에서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놀라운 문자 체계라고 했어요. 알파벳의 장점과 문자기호, 그리고 음절로 묶인 음절의 장점을 결합한 체계라는 거죠.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빨리 읽을 수 있다고 하셨죠. <미래수업>에서의 제 강연을 보여드리면 반가워하실 것 같습니다.


 재레드 교수님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1차, 2차 강연 모두 하루 이틀 전에 저에게 먼저 이메일을 주셨어요. 강연 시간, 주제, 줌 링크 꼼꼼히 체크하셨어요. 그리곤 늘 ‘위기’가 생길 수 있으니, 행사 직전 징조가 보이면 연락하라고 휴대폰 번호까지 보내주시더군요. ‘준비해야 한다’는 강연 주제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것 같아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1차 강연 후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몇 년 전 LA 자택 지하에 만들었다는 벙커에 대해 여쭈었어요. 몇 년 전 LA에 화재가 있었는데, 댁 근처까지 퍼져서 그 참에 벙커를 만들었다고 해요. 혹여나 원자폭탄이 터지거나 대재앙이 닥쳤을 때 가족들이 피할 공간이란 설명이었어요. ‘건설적 편집증’을 실천한다는 건데, 가족들은 과잉반응이라며 핀잔을 줬다고 해요. 몇 년 전에 비행기를 놓친 것 때문에 이혼한 친구 부부가 있었는데, 이 이후로 항상 공항에 일찍 간다고 해요. 그 덕분에 여행 전날 밤이면, 지금 공항가는게 어떠냐고 막내 아들이 핀잔 준다고 해요. 정말 재미있는 가족이죠(웃음).


 <대격변의 시대> 강의와 두 번의 특강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시간을 엄청 때려 넣으면, 결과가 잘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쳤죠. 두 행사 총 180분을 최대한 각본에 따라 움직이려고 노력했어요.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교양 수업을 진행할 때 썼던 방법이에요. 모든 학생들의 질문이 사전에 조율돼서 전체가 매끄럽게 진행되죠. 우리 강연의 경우 현장 규모가 훨씬 작았지만, 학생들이 각본을 만들고 또 각본을 실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두 명의 사회학과, 소셜이노베이션 융합전공 대학원생이 현장에서 마이크 전달하는 역할을 하버드대 대학원생 보다 더 잘해줬어요. 세 달 넘게 준비한 행사였지만, 교무처 염동기 팀장님 이하 직원들이 적극 협력해 준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 이게 끝이 아니랍니다. 이번에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 집중해 주세요. 신년 1월 14일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을 다시 모셔서 ‘The Coming Upheavals’란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엽니다. 600주년 기념관 1회의실에서 온라인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에요.

스티븐 핑커 교수


다이아몬드 교수님 기조강연이 끝난 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티븐 핑커 교수가 토론에 나섭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스티븐 핑커가 성균관대를 플랫폼으로 대화에 나서는 거예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나요? 심지어 여기에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마이클 번스타인 스탠퍼드대 교수도 오후 세션의 기조 발제자로 모셨어요.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이니 많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2022년 2학기에는 올해처럼 <대격변의 시대>를 제가 다이아몬드 교수님과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대변동’ 세 권의 책을 원서로 읽는 게 부담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워낙 재미있는 책들이라 덕질하듯 읽고 공부할 수 있어요. 책은 각각 40권을 선 구매해서 도서관에 비치해 두었으니, 책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세 권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으니, 큰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답니다. 독후감 한 편, 토론 참여, 질문 작성, 기말 테이크 홈 시험 이렇게 구성되고요. 이건 정말 비밀인데 알려드릴게요. 이번 수업도 절대평가랍니다! 저와 다이아몬드 교수님 모두 성심껏 가르치고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꼭 참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