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담긴 145g,
우리는 모두 야구에 산다

  • 517호
  • 기사입력 2023.06.12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4411

공 하나에 경기 결과가 뒤바뀌는 스포츠. 바로 야구다. 야구공은 성인 남자의 심장보다 작은 크기지만 우리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4월, 2023 KBO 정규 시즌 개막을 맞이한 프로야구는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의 소식을 전했다. 이를 통해 야구의 흥행을 실감할 수 있다.


▲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잠실야구장 / 출처 – news1



이처럼 많은 사람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는 높은 접근성이다. 10개의 프로 구단으로 이루어진 KB0는 전국의 총 9개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관중들은 전국 각지에서 야구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정규 시즌은 144경기로 구성되어 있어, 구기 종목 중 가장 긴 시즌을 치르게 된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경기장과 많은 수의 경기는 사람들이 쉽게 야구에 접근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이는 꼭 프로야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학야구 U-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스포츠와 희생의 오묘한 관계에 있다. 야구는 출루한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야 득점을 하게 된다. 야구는 ‘희생타’라는 공식 용어가 존재한다. 이는 본인을 희생하여 앞선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혹은 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본인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하여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는 팀 스포츠인만큼 본인의 기록보다 팀의 승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죽어서 남을 살리고 결국 팀을 승리로 견인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세 번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속의 8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처럼 야구는 경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공 1개에 1점에서 많아도 3점인 여타 스포츠와는 달리, 순식간에 4점이 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한 이닝에 무한한 점수 획득이 가능하고, 시간제한 역시 없기에 대역전극이 충분히 가능하다.


직관의 매력이 마지막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 경기를 보는 일명 ‘집관’을 즐기기보다는 직접 야구장에 가 분위기를 즐긴다면 경기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다른 스포츠 경기와는 다르게 야구는 비교적 여유롭다. 야구 룰을 잘 모르더라도 야구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탁 트인 시야와 야구장만의 분위기는 현대인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진행하는 장소이기 이전에 우리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4가지 요인이 야구의 흥행 이유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다. 지난달, 대한민국 야구의 흥행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5월 2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JTBC ‘최강야구’ 직관 경기가 열렸다. 최강 몬스터즈의 경기 상대는 대학 야구의 상위권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우리 대학이었다. 1946년에 창단한 성균관대학교 야구부는 2001년 이래로 이연수 감독이 이끌어 오고 있다. 성균관대는 전국 대회 결승전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으며,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며 대학야구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7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경기의 시구, 시타는 최강 몬스터즈 소속 정근우와 그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야구대표팀 박주아 선수가 맡았다. 최근 한국 여자야구대표팀은 아시안컵 통산 두 번째 동메달을 획득하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야구 월드컵 출전권을 얻었다.


시구, 시타 행사가 끝난 후 성균관대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최강 몬스터즈의 선발 투수는 정현수였다. 이날 3루 응원단상은 성균관대학교 킹고응원단이 참석하여 무대를 꾸몄다. 킹고응원단의 주도 아래 관중들은 성균관대를 향한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응원에 화답하듯이 선수들은 안타와 호수비를 보여주며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성균관대 선발 투수 이용헌을 상대한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 역시 고척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화답하듯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자세한 경기 내용과 결과는 추후 방송될 JTBC 최강야구 – 성균관대편 시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시간가량 펼쳐진 성균관대와 최강 몬스터즈의 경기는 진정한 야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무리된 경기는 야구계 선후배가 한자리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호 존중 사이 빛난 스포츠 정신은 관중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다시 말해, 야구에 열광하는 요인들을 모두 발견할 수 있는 경기였다.



야구는 작은 공 하나에 몇만 명의 심장을 뛰게 하며 끝이 정해지지 않은 경기는 낭만을 가져다준다.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일’이라는 희망을 걸어본다. 어쩌면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끝을 모르는 인생 속에서 9회말 2아웃 역전 만루홈런을 기대해 보며, 우리는 모두 야구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