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되어가는 유튜브 예능
웹 예능 전성시대

  • 524호
  • 기사입력 2023.09.25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2146

이전까지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매체라고 하면 단연 ‘텔레비전’이었다. <무한도전>, <1박 2일> 등 국민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부터 각종 토크쇼, 코미디쇼 등 TV 예능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와 각종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대중들 사이에서 큰 영향을 주는 매체로 자리 잡으면서 예능도 점차 플랫폼을 달리하며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스타’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이 하나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화 등 작품 홍보를 위해 웹 예능에 출연하는 모습은 웹예능의 화제성을 실감하게 한다. 어느덧 대중의 중심에 자리 잡은 웹 예능에 대해 알아보자.



웹 예능이란, 웹(web) + 예능이 합쳐진 표현으로, TV가 아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는 예능을 말한다. 웹의 특성에 맞춰 기획, 제작된다. 여러 ‘짤’을 탄생시키고 각종 게임을 유행시키며 인기를 얻었던 <신서유기>,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 웹예능 콘텐츠 유행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와썹맨> 등이 대표적인 웹예능이다.




그렇다면 웹 예능이 이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 OTT 서비스가 TV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이전에는 TV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 항상 출연진들이 ‘본방 사수’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말을 듣기 어렵다. 이제는 제시간에 맞춰 TV를 틀고 방송을 보지 않아도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회차가 비교적 짧은 길이로 제작될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장면을 넘기며 내가 보고 싶은 장면만 빠르게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웹 예능은 본방 사수할 시간도 부족한 현대인들의 자투리 시간을 차지하기 충분하다.


이러한 경향은 각 방송사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웹 예능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다. JTBC는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런칭해 여러 웹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와썹맨> 역시 이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제작한 예능으로 기존 TV 예능과는 다른 편집 방식과 자막 스타일, 진행자 박준형의 자유롭고 솔직한 화법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진행자 장성규가 각양각색 여러 아르바이트를 직접 체험해 보는 웹 예능 <워크맨> 역시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제작한 것으로 지금도 높은 조회수를 달성하며 방영 중이다.


이렇게 따로 채널을 개설해 오리지널 웹 예능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방송국이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이미 방영된 TV 예능을 재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각 회차의 하이라이트만 짤막하게 편집하여 올리기도 하고, 주제별로 여러 회차의 방영분을 재편집해 업로드하기도 한다. 혹은 미처 방영하지 못한 비하인드 방송분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이는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에서의 경쟁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볼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느냐’도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데 단연 중요한 요소이다. 플랫폼의 변화는 예능이 더 자유롭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TV 예능과는 구별되는 웹 예능만의 실험적인 소재와 자유로움, 솔직함을 웹 예능 흥행의 주요 이유라 할 수 있다.


TV 방송은 공공성에 의해 여러 방송 심의 규정이나 규제를 지켜야 하며 방송의 구성도 정형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TV 예능은 작위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비속어와 브랜드명 등을 가리던 모자이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출연진들의 대화 수위 역시 더욱 올라간다. 구성 역시 훨씬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상황이 많이 연출되고 이를 그대로 담아낸다. 여기서 비롯되는 날 것의 솔직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웹 예능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며 흥행하고 있는 채널 뜬뜬의 <핑계고>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핑계고>는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웹 예능이다. ‘그냥 편하게 떠들어제낀다’는 콘셉트로 제작된 <핑계고>는 업로드 주기도 정해져 있지 않고 특별한 게임이나 미션도 하지 않는다.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서 한 장소에서 출연진들이 ‘떠들어 재낄’ 뿐이다. 그렇다고 대화의 주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친한 친구들과 얘기하듯이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수다를 떨 뿐이다. 꾸며짐이 덜한 자연스러운 대화의 진행과 그 속에서 돋보이는 게스트들과 유재석 간의 ‘티키타카’와 솔직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주지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구독자 수 397만 명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대표 유튜브 웹 예능이라 할 수 있는 <워크맨> 역시 이러한 매력을 보여준다. <워크맨>에서 진행자 장성규는 직접 직업 현장에 찾아가 아르바이트로 직업을 체험하고 일한 만큼의 시급을 받는다.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일하며 장성규는 뜬금없는 말장난이나 아슬아슬 선을 넘나드는 애드리브를 던진다. 이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업무 환경이나 상사에 대한 ‘사이다 발언’이 되어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실제 그 직업을 체험하는 모습과 일하고 받는 시급, 그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풍자가 담긴 발언들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유발한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일하는 곳의 동료와 고객 등 일반인들이 많이 출연한다. 이들과 함께 일하고 대응하며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나 즉흥적인 티키타카 역시 큰 재미를 준다.



이처럼 웹 예능은 TV 예능보다 출연진들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큰 매력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웹 예능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독특한 콘셉트와 실험적인 소재를 가지고 기획되어 흥미를 끈다.



유튜브 웹 예능 <네고왕>은 진행자가 프랜차이즈 기업을 찾아가 가격을 ‘네고(흥정)’한다는 내용의 웹 예능이다. 진행자가 기업 사장과 직접 흥정을 해서 파격 할인이나 증정 이벤트 등을 이루어내는 식이다. 진행자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나 애드리브 등이 재미 요소다. 영상이 공개되면 실제로 상당한 규모의 이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 ‘네고’를 예능 콘텐츠로 삼았다는 점이 신선할 뿐 아니라, 진행자가 직접 브랜드 상품에 대해 흥정을 하고 그 결과로 실제 이벤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강렬하고 독특한 콘셉트의 웹 예능으로는 <좀비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웹 예능이다. 어느 정도의 시나리오는 짜여 있지만 출연진들의 리얼한 리액션과 현실적인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몰입감을 준다. 좀비들로부터 도망친다는 진지하고 무거운 미션 속에서도 튀어나오는 웃음 포인트들은 예능으로서의 매력과 재미를 준다.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비롯된 재난이라는 소재가 예능에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새롭다.


시청자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웹 예능만의 특장점이다. 댓글이나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 웹 예능은 시청자와의 소통이 수월하다. 특히 댓글 기능이 있는 유튜브 웹 예능의 경우, 댓글을 통해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다음 콘텐츠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댓글에 직접 해당 웹 예능의 공식 계정이 답변을 달기도 한다. 실제 댓글을 그다음 영상에서 언급하며 출연진이 댓글에 대해 반박하는 등의 장면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실시간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출연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진행되는 방식의 예능도 등장했다. 이렇게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예능을 보기만 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사람들의 선호 변화에 따라 예능도 점점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등장한 웹 예능은 어느새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이어질 웹 예능 전성시대에 더욱 건강한 즐거움을 주는 웹 예능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