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사극계의 뉴노멀: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 531호
  • 기사입력 2024.01.07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1920

“우리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11세기 고려와 거란 사이에 26년간 벌어졌던 ‘여요전쟁’을 다룬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첫 회 5.5%의 시청률(닐슨코리아)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어느새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정통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국내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도 시청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디테일한 전투 묘사


기존 KBS 대하사극들은 전투 장면을 비교적 단출하게 묘사했다. 소대 수준의 적은 병력이 활쏘기와 백병전을 반복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고 대규모 전쟁은 성문 위에 도열한 장수들의 대사로 전쟁 상황이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한 전투 묘사가 등장한다. 흥화진 전투 장면에서는 투석기와 관측병을 통해 공성전에 나서는 거란군과 고려군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특히 적의 불화살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면은 백성들이 전쟁 도중 느꼈을 공포심을, 잠잘 시간도 없이 전투를 이어가는 고려군의 모습은 전쟁의 참혹함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통주 전투에서 검차진을 앞세운 고려군이 거란의 기병을 막아내는 모습은 지금껏 우리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전투 장면이기도 하다.




| 사극 시대 배경의 확장: 고려의 문화


이 작품은 고려를 배경으로 한다. 정통사극의 배경이 그동안 조선 시대에 편중되었기에 고려 사회를 그린 작품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드라마가 조선과는 확연히 다른 고려의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형 불교 사찰과 왕사, 국사의 존재는 고려가 불교의 나라였음을 보여준다. 저잣거리에 있는 외국인 상인들, 고려의 황제인 목종이 남색에 빠져 있는 장면 등은 고려가 개방적인 사회였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세계 최강의 40만 거란군에게 굴복하지 않고 정면 대결을 펼친 고려군의 이야기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호방한 기운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고려거란전쟁에는 조선 중심의 기존 사극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문화적 쾌감이 있다.


| 입체적인 인물상


늘 특정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던 기존 대하사극들과 달리, 이 작품은 ‘전쟁’을 타이틀로 내세운다. 하나의 영웅적 인물을 위한 작품이 아니기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지 않고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반란을 일으켜 목종을 시해하는 역신 강조, 거란군에게 항복할 것을 주장하는 신하들까지 다양한 등장인물 중 절대 악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시청자 입장에서 많은 인물들의 서사가 흥미롭게 다가오고 등장인물들의 대립 구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알찬 서사와 세심한 연출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려거란전쟁이 우리 대하사극의 가치를 이어 나가는 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https://program.kbs.co.kr/2tv/drama/korea_khitan/mobile/detail.html?smenu=cac6b1

https://www.instagram.com/p/C0BO3KkOu_X/?igsh=MTc4MmM1YmI2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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