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현대인을 위한 ‘제3의 장소’

  • 533호
  • 기사입력 2024.02.12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771

미국의 도시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는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집과 일터 외에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을 ‘제3의 장소’라고 부른다.

- 스페이스 (논)픽션, 정지돈


집과 일터의 숨 막히는 삶 속에서 가벼운 숨을 쉬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 필자에게 ‘제3의 장소’는 독립서점이다. 이번 호에서는 대규모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 독립서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립서점에는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다. 하나하나 신경 써서 배치한 듯한 소품,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주인이 직접 고른 책들로 채워진 책장. 이렇게 개성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낭만을 누린다. 책방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의 디테일 속에서 독립서점을 하나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책과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 땡스북스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6길 57-6)

땡스북스는 2011년 3월 오픈하여 올해로 13년째 합정역 앞에 자리한 큐레이션 서점이다. 땡스북스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폭 넓은 장르의 북 큐레이션, 즉 분야별로 주목할 만한 책을 땡스북스만의 시선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땡스북스의 책장에 진열된 책을 꺼내면 책방 스태프들이 직접 책을 읽고 코멘터리를 남긴 ‘땡스, 페이퍼’가 붙어 있다. 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땡스, 페이퍼’와 같은 장치는 책방 이용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좋아하는 책을 읽는 기쁨도 크지만, 좋아하는 책을 편안한 공간에서 고르는 기쁨도 크다”고 말하는 땡스북스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독서 관련 소품을 판매하고 독서 관련 전시도 진행하며 공간 구성에도 신경을 쓴 듯하다. 이렇게 책방 주인의 신념과 애정이 묻어나는 공간을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독립서점은 대형 서점과는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도서가 중심이 되는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은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을 선별하고 배치한다. 독립서점 이용자들은 대형서점의 시선에서 소외되었던 책을 발굴하고 보다 다양한 소재와 관점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아트북 서점, 시집 전문 서점, 잡지 중심 서점 등 새로운 콘셉트의 독립서점도 등장하고 있다. 모든 분야의 책을 다루는 종합서점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출판물만을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서점의 형태는 개성과 취향, 다양성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반영한다.



| 종이잡지클럽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8길 32-15)

종이잡지클럽은 말 그대로 종이로 된 잡지를 읽고 구매할 수 있는 잡지 전문 서점이다. 종이잡지클럽은 합정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제주에도 공간을 오픈했고 케즈가 만든 <BLUE>, 유니클로의 <LifeWear> 매거진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많은 서점이 존재하는 가운데 종이잡지만을 다루는 공간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잡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창구로 활용되며 기획, 편집, 디자인 면에서 흥미로운 레퍼런스가 된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종이잡지클럽은 사람들의 취향을 세분화하여 종이잡지라는 컨텐츠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타 서점들과 차별화된다. 젊은 독자들은 더 이상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와 같은 주류를 따르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에 맞춘 ‘스몰 브랜드’를 찾아내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종이잡지클럽 역시 이러한 경향에 부합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지향점을 지닌 독립서점은 책을 매개로 새로운 기획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등의 오프라인 행사를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커뮤니티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사람들과 서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독서에 국한되었던 책에 대한 경험을 확장하면서 독립서점의 공간적 의미를 키운다.



| 진부책방 스튜디오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12)

진부책방 스튜디오는 박정대 시인의 시 제목에서 이름을 따온 문학과 예술 전문 서점이다. 2000종 이상의 순수문학 관련 도서가 출판사 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서점 내부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과 잔잔한 음악은 우리가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진부책방 스튜디오는 서점 이용자들에게 독서 이외에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바로 이 공간에서 저자 초청 북토크, 음감회, 낭독회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책과 소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한 장소에 모여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깊이 있는 생각을 나눈다. 이제는 진부책방 스튜디오 같은 독립서점이 독서뿐만 아니라 소통의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