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탈출한 웹툰, 웹툰의 드라마화

모니터를 탈출한 웹툰, 웹툰의 드라마화

  • 316호
  • 기사입력 2015.01.28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8385

각종 커뮤니티에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여러 차례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차지한다”며 스마트폰의 위력을 새삼 깨닫는 모습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현재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4천3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4천900만 명 중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집중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좀비와 같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스낵컬쳐’(Snack Culture)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스낵컬쳐‘란 문화와 예술을 간식처럼 간편하게 소비하는 경향을 뜻한다. 제일기획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소비자 상당수는 동영상이나 웹툰, 웹소설을 통해 간편하게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포털업계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웹툰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현황과 웹툰 시장의 확대 덕분에 웹툰은 수월하게 모니터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웹툰이 영화나 게임, 캐릭터 상품 등으로 제작되는 것이 더 이상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타공인 ’웹툰전성시대‘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즐겨 시청하는 드라마 중에서도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 최근작인 두 작품을 소개한다.

  생소한 이름의 미생은 소위 대박 드라마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 회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심지어 마지막 회 최고시청률은 10%에 육박한다고 하니, 시청률 3%를 넘으면 대박인 케이블계에서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가 흥행하면 광고를 많이 찍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 처럼 드라마 출연진들은 여러 광고에 출연하고 있으며, 무명에 가까웠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바둑에서는 집을 2개 이상 만들어야 ‘살아있다‘, 즉 ’완생‘이라고 한다. 반면에 ’미생‘은 ‘집이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아직 살아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죽었다고 할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단지 살기 위해서 한 수 한 수 돌을 두는 것이다. <미생>은 오랫동안 바둑에 몰두하다 결국 프로기사가 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청년 장그래의 이야기다.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무역회사 원 인터내셔널의 인턴이 되지만 ‘보기드문‘ 무스펙으로 우여곡절 끝에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바둑으로 얻은 통찰력, 입사동기들과 영업3팀 동료들 덕분에 회사에서 여러 성과를 낸다. 장그래는 힘들 것을 알면서도 한 쪽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바란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현실을 놀랍도록 예리하게 담고 있기에 미생은 어쩌면 뻔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나오는 이야기는 결코 뻔하지 않게 마무리된다.

  드라마 미생은 드라마만의 씬과 원작 스토리의 충실한 반영으로 기존의 독자들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과로로 인해 충혈된 오과장의 토끼눈이나 한석율의 가르마 헤어스타일 등의 세세한 디테일은 배우의 연기력과 함께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높인다. 하지만 드라마와 원작을 비교했을 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매 회 처음 등장하는 기보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하거나 바둑을 넘어선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지만, 드라마에는 바둑과의 연관성이 감소하여 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이처럼 드라마와 웹툰 각각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이 다양하니 모두 보는 것을 추천한다. 드라마는 20화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tvN 등의 사이트에서 유료로 이용가능하다. 웹툰은 총 145수(화)로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유료로 읽을 수 있다. 0수~5수와 드라마화 기념으로 게재된 특별5부작은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어서 접해보자.

  가끔씩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 안에 인격이 하나 이상 존재하는 것을 다중인격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중인격을 다룬 가장 유명한 소설은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선한 지킬박사는 어느 날 선과 악을 분리해내는 물약을 개발하고, 이를 들이마시는 순간 난폭하고 잔인한 하이드씨로 변신한다.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는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이 지길과 하이두라는 점에서 소설을 모티브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소설처럼 낮과 밤에 따라 정반대인 성격과 행동을 보여준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하는 한그루는 책이 나오는 대부분의 과정을 혼자 책임져야하는 입장이다. 그녀는 유능하지도 않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사장은 최고 인기 소설가인 지길과 계약을 요구한다. 하지만 한그루는 마치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지길이 마음에 들지 않고, 냉정한 지길 역시 무명 출판사의 편집자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힘없이 향한 회사 근처 카페에서 하이두가 등장한다. 지길과 달리 따뜻한 성격의 하이두는 한그루를 위로한다. 한그루는 지길과 하이두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둘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를 두고 지길과 하이두가 맞서게 되고, 패배한 자는 ‘죽음’을 맞이한다. 즉, 다시는 그 인격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 여자와 두 인격간의 삼각관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맨스코미디와 비교했을 때 전개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SBS에서 하이드 지킬,나로 방영되면서 기존 설정에서 여러 부분이 바뀌었다. 먼저 주인공들은 유명 소설가와 출판사 직원에서 대기업 상무와 서커스단 단장으로 만나게 된다. 여자 주인공인 장하나는 한지민이, 다중인격의 구서진과 로빈은 현빈이맡았다. 현빈은 제대 이후 첫 드라마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는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원작은 총 60화로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드라마화 기념으로 제작된 특별웹툰인 하이드(HYDE)는 무료로 열람 가능하다.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로맨스가 보고 싶다면 독특한 긴장감을 주는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이처럼 드라마화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작품은 네이버 <치즈인더트랩>, 올레마켓 <냄새를 보는 소녀>, 네이버 <닥터 프로스트> 등이 있다. 최근 웹툰의 드라마화가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하게는 이미 검증된 스토리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던 <미생>의 경우, 다음 웹툰 전체 조회수 1위, 누적 조회수 10억 건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치즈인더트랩>은 대학생들의 공감과 애정을 받고 있다. 이처럼 여러 작품들이 드라마화되면서 앞으로 웹툰의 네모난 모니터에서의 탈출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