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위한 영화 한 편

휴식을 위한 영화 한 편

  • 322호
  • 기사입력 2015.04.28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7650

 중간고사를 향해 달려왔다면 잠시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여행이나 나들이도 좋지만 우리 학교 안에서도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 있다. 바로 공부하기 위해 찾았던 학술정보관이다. 학술정보관에는 열람실과 도서자료실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증이 있다면 무료로 블루레이 화질의 DVD를 대여하거나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자료실을 찾아가자.

 우리 학교 삼성학술정보관은 2014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대출 횟수를 기록한 영화 DVD 20개를 선정했다. 순위는 다음과 같다. 이 중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다룬 영화 3개를 추천한다.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 영화가 끝날 때쯤 잘생겨 보인다는 마법의 영화로 개봉할 때 로맨틱코미디로 홍보되었지만 오히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시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러브 액추얼리의 제작사인 위킹 타이틀은 특유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다. 톡 쏘는 영국 악센트와 아기자기한 풍경, 음악은 덤이다. 포스터를 가득 채우는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스러운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를 강조한다.

  한 영화사가 관객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보고 싶은 2014년의 영화를 뽑아 재상영하는 자리에 다양성영화인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다양성영화란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 상업적인 목적의 영화가 아닌 나머지 비주류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 등 작품성과 더불어 한 치도 짐작할 수 없는 스토리 라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독창적인 스크린 미학으로 이미 많은 이에게 호평받은 바 있다. 특히 주연배우에서 엑스트라까지 우리가 한 번쯤 마주한 유명인들로 예를 들면 주인공 M.구스타브 역의 랄프 파인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역으로 열연한 바 있다. 깐깐한 호텔 지배인의 모습에서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자(He-Who-Must-Not-Be-Named)를 도저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재력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다루고 있지만, 보색과 원색의 사용, 대칭적인 화면, 개성적인 캐릭터를 보며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비인형의 집 같은 호텔이 등장하는 포스터를 바라보면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사실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화 같은 배경 속에서 잔인한 몇 장면들은 희석되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이 미묘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아 그 자리에서 다시금 영화를 재생하고 만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인 파이이야기(Life of Pie)를 원작으로 이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사람들이 줄곧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영화로 꼽는다. 이 영화는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수상작의 영화화라는 화제성에 더하여 3D 기술력을 동원해 상상력을 현실로 탄생시켰다. 개봉 후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영화는 소재 고갈을 겪던 한 작가가 캐나다에 사는 인도인 파이의 모험담을 듣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은 큰 논쟁을 불러 왔는데, 2가지의 열린 결말 중 “마음에 더 드는” 것을 믿으라는 파이의 말은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종교, 실존주의 등 다양한 주제에 따른 해석이 존재하지만 고정된 시각에 영화를 끼워 맞추기보다 자신의 견해를 떠올리기를 권유한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더불어 인간과 신에 대해 고찰하는 명작 중 하나이다.

  이제 공강 시간에 방황하지 말고 학술정보관에서 영화 한 편으로 가벼운 휴식을 취해보자. 두 시간 남짓 다른 세상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