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포항으로 떠나자

여름 휴가 포항으로 떠나자

  • 324호
  • 기사입력 2015.05.28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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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과제와 팀플로 가득한 계획표를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종강 후의 여름 휴가다. 무더운 여름, 대도시의 영화관이나 쇼핑몰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보내는 것도 좋지만 학기 중에는 쉽게 가지 못하는 지역으로 여행은 어떨까. 특히 해안가 지역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휴양지이다. 동해안에 있는 항구도시인 경상북도 포항시는 최근 서울행 KTX 노선 덕분에 기존 소요 시간이 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포항시에 대해서 질문하면 학창시절 배웠던 포스코나 유명 공대인 포스텍이 생각난다고 말할 만큼 친숙한 도시는 아니다. 무채색의 철강도시인 포항시에도 무료한 일상을 위로할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 포항 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하게 닿을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

  멀리 포스코가 보이는 바다를 둘러싼 영일대해수욕장은 해를 맞이한다는 이름 그대로 호미곶에 이어 새로운 해맞이 명소로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 해상누각인 영일정이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2층 누각인 영일정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소금기 어린 바닷냄새가 주변에 가득하다. 연인들과 친구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바쁘다. 영일대해수욕장은 해양경관을 고려하여 주민의 생활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조성한 점을 평가받아 201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누리쉼터상을 수상했다.

또한 바다의 수심이 그리 깊지 않고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그 때문에 주로 가족 단위 관광객이 피서를 위해 찾으며 포항불꽃축제도 매년 여름 이곳에서 개최된다.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주변에는 호텔 등 숙소시설과 음식점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두워진 밤에는 2010년 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포스코 공장 전체에 설치된 LED 조명이 빛나며 찬란한 야경에 일조한다.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여행을 할 때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열리는 장터에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상업화된 관광지보다 그곳만의 인간 냄새를 맡기 쉽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물건을 팔며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와 사람의 에너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설시장인 죽도시장은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있다. 이곳에서 강원도와 경상도의 각종 농수산물이 모이며 의류와 잡화 등 다루는 상품의 범위도 폭넓다.

시장 대부분이 그렇듯 죽도시장도 조그만 상점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시장은 6·25전쟁의 위기 후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1970년 초 포항제철 완공 후 산업화로 인해 포항으로 흘러들어온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죽도시장의 규모도 덩달아 증가했며 포항제철과 함께 지역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편리함과 청결을 강조하는 대형상점의 개업으로 시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죽도시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내부를 현대식 아케이드 방식으로 개조하고 주차장을 넓히는 등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신선한 수산물을 활용한 포항의 별미를 맛보자.

물회는 원래 뱃전에서 작업하던 어부들이 시장을 달래기 위해 잡어를 이용해 만든 음식으로 갓 잡은 물고기를 썰어 양념과 물을 넣고 마셨다고 한다. 이제는 포항에 있는 물횟집의 수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늘어났다. 물회는 신선한 생선을 썰어 양념장과 각종 채소를 넣고 육수나 물을 부으면 완성된다. 식사로 국수 소면이나 찬밥을 말아먹으며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아 여성층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다른 별미인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 바닷바람에 반건조시켜 쫄깃한 육질을 자랑한다. 지역민만 찾던 음식이었던 과메기는 매년 겨울마다 축제를 열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제철인 겨울을 놓친 사람들은 지난해에 냉동보관한 제품을 찾기도 한다.

  죽도시장에 자리한 수협죽도위판장으로 걸어 나오면 배 몇 척이 떠 있는 포항운하와 마주한다. 강물이 완전히 깨끗하진 않지만 주민들은 동빈내항의 수질이 이만큼 개선된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한다. 동빈내항은 포항의 주요 항구로 이용되었지만 70년대 초 포항제철의 건설 후 많은 물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정부는 시를 흐르는 형산강으로 이어지는 하천을 덮어 그 기능을 축소했다. 이후 동빈내항은 생활하수와 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흘러나왔으며 주변 일대는 슬럼화되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90년대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수질은 공업용수보다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40년간 막혔던 물길이 최근 포항운하사업으로 복원되면서 물고기 떼가 찾아온 동빈내항은 관광지로서 전환기를 맞았다. 지역 설화 속 인물인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름을 붙인 크루즈는 형산강에서 동빈내항을 떠다니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