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입도 즐거운 대구 여행

눈도 입도 즐거운 대구 여행

  • 334호
  • 기사입력 2015.10.29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7549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평소와는 다른 공간에서 오감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 때문일 것이다. 하늘이 높아지는 이 계절, 눈과 입이 만족할 수 있는 대구 여행은 어떨까. 대구광역시는 내륙분지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사람과 문화의 중심지로 편리한 교통과 다양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근대 문화재를 살펴볼 수 있는 중구 골목 투어와 전국 3대 장으로 불리던 서문시장의 먹거리, 대구 시내 빵집 투어를 소개한다.

남부 내륙이라는 위치 덕분에 대구 내의 근대 유산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적었다.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은 이를 활용한 관광상품으로 한국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구내에 있는 여러 사적과 박물관, 공원 등을 테마 별로 분류한 총 다섯 코스를 걸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날 수 있다. 탐방소요시간은 코스별로 다르며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는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으로 코스의 주요 동선은 '동산 선교사주택 → 3.1만세 운동길 → 계산 성당 → 이상화 고택 → 서상돈 고택 → 구제일교회 → 진골목'이다. 먼저 제일교회 근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3채의 서양식 건물이 눈에 띈다. 1900년대 초 미국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지어졌으며 현재는 의료기술과 교육상을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택이 위치한 청라언덕은 "봄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 배경이다. 우리나라 서양음악사의 지평을 연 그는 학창시절 이루지 못한 짝사랑을 노래로 승화했다. 학생 당시 그의 등굣길은 현재 3.1만세운동길이다. 이 길을 통해 1919년 3·1 만세운동에 참여한 대구 시내 학생들과 상인들이 서문시장으로 이동했다. 이어지는 서쪽 계단은 '90계단' 또는 '3·1운동 계단'으로 불린다.

계단을 내려오면 영남지역 최초의 성당인 계산성당이 보인다. 사적 제290호로 지정된 계산성당은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이 섞여 있으며 회색과 빨간 벽돌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12사도 외 김대건 신부 등 한국 천주교 신자가 장식되어 이색적이다. 영남지역에 천주교를 전파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고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서품을 받은 장소이기도 하다. 성당 뒤편으로는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의 주도자 서상돈의 고택이 있다. 이곳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이상화가 말년을 보냈고 보부상으로 시작해 대지주가 된 서상돈이 국채보상운동을 제의했다. 가옥들은 과거 도시개발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시민들의 모금활동으로 시에 기부채납되어 보존되었다. 진골목은 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기원하였다. 이 골목에는 대구 지역 부자들이 거주했는데 특히 대구 달성 서씨들의 집성촌이었다. 김원일 작가의 한국전쟁 전후를 담은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 되는 '정소아과'도 보존되어 있어 구경거리를 더한다.

서문시장은 대구광역시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조선 시대부터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3대 장으로 꼽혔을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한다. 8개의 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5000여 개의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 내에 아케이드를 설치하였고 근처에 올해 개통된 도시철도 3호선이 다녀 교통이 편리하다. 3호선은 전국최초 무인 모노레일로 지상에서 운영되어 스카이레일이라고도 불린다. 인기캐릭터 로보카 폴리로 꾸며진 차량도 운영되는 만큼 여행객이 한 번쯤 탈 만한 볼거리다. 서문시장은 섬유도시인 대구답게 섬유와 원단이 주거래상품이며 지역 먹거리가 한자리에 모인 곳이기도 하다. 시장 안에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먼저 대구 명물인 납작 만두는 반달모양으로 전처럼 납작한데 당면과 부추만이 얇은 만두피 속에 들어 있다. 전후 상대적으로 풍족하던 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 먹던 것이 유래가 되어 대구 내 분식점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가 되었다. 파와 고춧가루 등을 섞은 간장을 뿌려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칼국수와 칼제비 역시 서문시장에서 유명한 음식으로 칼국수는 손으로 눌러 만들기에 경상도 사투리로 누른 국수라고 한다. 칼제비는 칼국수와 수제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국물은 멸치로 육수를 내어 시원하고 같이 나오는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식사 때 제공되는 오이고추는 아삭한 감이 일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2지구 먹거리 타운에 가면 아기자기한 빵과 커피를 파는 카페나 삼겹살을 넣은 자장면집, 대구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가 있으니 잊지 말고 들르자.

시장에서 나왔다면 대구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동성로로 빵집 투어를 떠나자.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속에서도 명맥을 잇고 있는 빵집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먼저 '마약빵'이라고 불리는 옥수수빵으로 유명한 삼송베이커리에 찾아가 보았다. 여러 번의 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옥수수빵을 구매하기 위해서 가게 입구부터 긴 줄이 나 있다. 몇십 분 후 갓 구운 빵이 나오고 사람들은 차례로 구매할 개수를 외쳐댄다. 옥수수빵 안에는 옥수수 알갱이와 달콤한 크림으로 차있으며 부드러움과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최가네 케이크는 1940년대 말 대구 3대 제과점 중 하나인 '삼미제과'를 이은 케이크 전문점이다. 일 층에서 케이크를 구매했다면 이 층의 카페에서 천천히 맛볼 수 있다. 하얀색의 깔끔한 빵집 내부에서는 여러 종류의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다. 유명한 초콜릿 무스 케이크 '나폴레옹'을 맛보았다. 코코아색의 초콜릿 코팅 위에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한 입 넣었을 때 초콜릿이 그다지 달지 않아서 놀랐고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감촉이 들었다. 유난히 단 게 먹고 싶은 날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좋을 듯하다.

본지에 소개한 곳 외에도 대구에는 구경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제대로 즐기려면 어깨는 가볍게, 주머니는 든든하게 채워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구석구석과 대구광역시 중구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