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br>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 339호
  • 기사입력 2016.01.07
  • 취재 한지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9419

플란다스의 개(A Dog of Flanders)의 네로(Nello)는 화가를 꿈꾸는 소년이었다. 결국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하지만 네로는 그의 개 파트라슈(Patrasche)와 염원하던 화가의 그림을 보고 바로 그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날, 추위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죽는다.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교회 안에서 달빛을 통해 드러나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은 비극적인 결말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실제 안트베르펜의 대성당에 전시된 그 그림은 바로 17세기 화가 루벤스의 성화 '그리스도의 강림'이다.

"그림으로 가득 찬 세상은 한계와 경계가 없는 자유의 세상이다"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을 개최한다.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부터 2016년 4월 10일 일요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진행되는 전시회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본 전시회는 크게 1실과 2실로 나눌 수 있다. 1실에서는 리히텐슈타인 왕실의 수집품들과 수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큐브형태의 방과 그를 둘러싸는 구조로 예술품들을 전시했다. 관람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전시회에 입장하면 좌측에 큐브형태의 방처럼 꾸며놓은 전시구조가 우선으로 보인다. 이는 예술의 방 즉, '쿤스트 캄머(Kunstkammer)'를 재현한 것이다. 15세기 신대륙의 발견으로 유럽에 희귀하고 독특한 물품들이 많이 유입되었으며 16세기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한창 절정에 달하는 시기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당시 귀족이나 왕실은 신문물이나 예술품들을 수집하고 진열하는 '예술의 방'을 두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수집공간을 영어권에서는 '호기심의 캐비닛(cabinet of curiosity)', 독일권에서는 '분더캄머(Wunderkammer)'로 칭한다. '쿤스트 캄머(Kunstkammer)' 말 그대로 '예술품이 있는 방'이라는 뜻의 전시 공간이다. '쿤스트 캄머'는 과거 유럽 절대왕정들이 지닌 절대 권력을 보여주는 역할과 동시에 현재 박물관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비어마이어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을 수집해 왔다. 이는 현재 유럽 최고의 왕실박물관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1실에 거대한 큐브 형태로 '예술의 방(쿤스트캄머)'을 재현하여 유럽 예술의 방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술의 방 안에는 회화를 포함하여 조각, 공예, 가구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코르넬리스 더발리외르, '수집가의 갤러리', c.1640 ⓒPrivate collection, on permanent loan to 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a

위의 그림은 이번 전시회에서 재현한 과거 유럽에서 유행했던 예술의 방의 모습을 보여준다. 1실에서는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소장품과 함께 리히텐슈타인 가문에 관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가문명이 정식 국가 명으로 이어지는 나라로 정식명칭은 리히텐슈타인 공국(Principality of Liechtenstein)이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리히텐슈타인 가문에서 세습적으로 입헌군주이자 국가원수가 임명된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유럽 중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예술품 수집과 미술에 대한 후원을 중요히 여기며 수많은 예술작품을 수집해 왔다. 특히 리히텐슈타인 대공 요한 아담 안드레아스 1세는 뛰어난 수집 안목을 바탕으로 많은 루벤스의 명작들을 수집했다. 본 전시회에는 리히텐슈타인 대공들의 초상화와 왕실 소유의 건축물인 도시궁전, 여름 궁전의 모습도 관람할 수 있다.

2실에 들어서면 루벤스 화실의 계보와 루벤스의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2실은 플랑드르를 중심으로 활동한 루벤스와 반다이크, 브뤼힐 등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어 동시대 바로크 미술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그리고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과는 다른 미술 양상을 선보였던 북부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피터르 파울 루벤스 '성 바울의 개종', c.1601/02 ⓒ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a (왼)
피터르 브뤼헐2세, 피터르 브뤼헐1세 작품 모작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c.1607 ⓒ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 (오)

피터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17세기 유럽, 그중에서도 플랑드르(Flanders) 지역을 이끈 대표적인 화가이다. 플랑드르는 현재 벨기에와 남부 네덜란드 지역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17세기 유럽의 미술을 바로크(Baroque) 미술이라 부른다. 바로크 미술은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이탈리아를 포함하여 로마 가톨릭 국가에서 나타난 미술 양식을 의미하며 플랑드르 지역도 그에 포함된다. 루벤스는 큰 화실을 둬 안토니 반다이크를 포함한 많은 견습생들과 학생들을 양성했으며 교회와 왕실의 수많은 주문을 소화했다. 반다이크는 초상화에 있어 스승, 루벤스를 능가하는 역량을 보였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또한 루벤스의 화실에서 함께 조수로 일했던 플랑드르의 토종 화가, 야코프 요르단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요르단스는 주로 일상, 우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전시회에는 역사화, 종교화, 판화 등의 수많은 루벤스의 걸작들과 함께 천 태피스트리 연작 '데키우스무스'도 전시되어 있다. 연작 '데키우스 무스' 중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키우스 무스'와 '릭토르들을 보내는 데키우스무스' 두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도 디지털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예술가 가문인 브뤼헐 일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피터르 브뤼헐 2세 (피터르 브뤼헐 1세 원작)의 '베들레헴의 인구 조사'를 들 수 있다. 베들레헴의 일상적인 풍경 안에 마리아와 요셉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마리아와 요셉을 찾는 묘미도 느낄 수 있다.

귀도 레니 '성 막달레나', c .1615/ 16 ⓒ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a (왼)
얀 페이트 '사냥정물' ⓒ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a (중)
유스 더몸퍼르 '산이 있는 풍경', c .1620 ⓒLIECHTENSTEIN . The Princely Collections, Vaduz Vienna (오)

동시대의 이탈리아와 북부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로마 가톨릭의 본고장이자 바로크 시대의 출생지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반종교개혁의 분위기가 만연한 곳이었다. 신교에 대항하여 사람들의 신앙심을 자극하기 위해 장엄하고 화려한 종교화들을 선호하였다. 대표작으로 귀도 레니의 성 막달라 마리아(Saint Mary Magdalene)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반면 17세기 북부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종교개혁을 받아들이고 문화의 황금기를 맞았다. 시민계층이 성장하면서 미술 유통 시장이 발달하였다. 종교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며, 사실 묘사 위주의 화풍이 발달했다. 화가들도 정물화, 풍경화 등 자신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같은 시기이지만 전혀 다른 예술 문화를 선보였던 각 지역의 대조적인 매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7세기 유럽 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좋은 기회이다. 전시회의 마지막에는 루벤스의 생애를 다룬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화가로서의 루벤스를 넘어 루벤스의 다양한 면을 살펴볼 기회이다. 배경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전시회 곳곳에 루벤스와 같은 화가들과 당시 시대상 등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관람 시 도움이 된다. 또한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오디오 가이드를 선택해서 청취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rubens2016.com 에 들어가면 관람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해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안내되어 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권력의 아름다움 : 쿤스트캄머 (박물관의 탄생, 2004. 5. 15., ㈜살림출판사)
[네이버 지식백과] 리히텐슈타인 [Liechtenstein] (두산백과)/ 네이버 캐스트, 세계의 왕가 中 리히텐슈타인 대공 가문
[네이버 지식백과] 바로크 시대의 탄생 (바로크, 2004. 11. 30., ㈜살림출판사)
[네이버 지식백과] 17세기의 사회와 문화 (네덜란드사, 1994. 6. 30., 미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