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산, 그리고 태종대

겨울, 부산, 그리고 태종대

  • 340호
  • 기사입력 2016.01.27
  • 취재 오솔 기자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7040

인구 350만 명이 사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제일 가는 무역항답게 푸른빛 바다와 맞닿아있는 지역이다. 해운대, 광안리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바닷가에 많이 있어 주로 여름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겨울은 여름과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특히 태종대는 아름다운 바다 경치와 더불어 지질학적 요소도 풍부해 부산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해수욕장이 아녀서 겨울에도 여행하기 적합한 명소이다. 해운대, 광안리가 아닌 태종대를 통해 부산의 색다른 모습을 알아보자.

세계유산, 생물권보존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3대 자연환경 보전 제도 중 하나로 보호받는 대상이다. 지형, 지질유산과 생태, 역사, 문화적 가치를 함께 보전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원칙을 지키면서 연구 및 교육, 지질관광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외에도 제주도, 울릉도·독도, 청송, 강원도 평화지역, 무등산권 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태종대에는 신선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선녀들이 바위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태종대를 신선대라고 불렀다. 신선바위 안에는 공룡 발자국, 망부석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망부석에는 옛날 왜구로 끌려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이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태종대의 공룡유적 화석은 후기 백악기말(6,500~7,000만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선바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신선바위까지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험한 돌계단이기 때문에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태종대라고 불렸을까. 태종대는 신라 태종무열왕이 뛰어난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활쏘기를 즐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가파른 해안침식 절벽과 평탄한 파식대지가 계단처럼 늘어서있다. 해식절벽(해안침식 절벽)과 파식대지는 각각 "해식애", "파식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태종대의 수많은 파식대지들 중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파식 대지는 "태종암"이라 한다. 태종암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다만 해안침식 절벽이 매우 가파르고 안전장치가 없으니 과도하게 파식대지 끝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 해식절벽과 파식대지 외에도 5단 이상의 해안단구가 발견되어 불연속적인 땅의 융기(땅이 기준면보다 솟아오르는 현상. 또는 그런 지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단구란 지각변동이나 해수면 높이 변동으로 인해 파식대지와 해식절벽이 해수면 위로 드러난 계단형태의 지형을 일컫는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지질구조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태종대에서는 퇴적암이나 지층이 갑자기 끊어져 있는 단층과 파쇄대를 볼 수 있다. 단층은 같은 성질의 바위가 이룬 층인데 태종대에서는 여러 색깔의 다양한 지층들이 나타난다. 파쇄대란 단층운동 때문에 주변의 암석들이 부스러져 생기는 지형이다. 특히 태종대의 파쇄대는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꽃다발구조로 유명하다. 이 구조는 단층의 양쪽 암석이 거의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달한다. 이 밖에도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한다면 태종대의 해안절벽을 이루고 있는 퇴적암 표면에서 동글동글한 무늬를 볼 수 있다. 공룡발자국과 비슷하지만 사실은 '구상혼펠스'라는 지형이다. 이는 마그마가 퇴적암을 뚫고 들어오면서 만들어졌다. 태종대의 구상혼펠스는 2~3cm에서 1m까지 다양한 크기를 자랑한다.



태종대의 가장 큰 특징은 깎아내릴 듯이 날카로운 해안침식 절벽이다. 하지만 절벽 사이에서는 예리한 절벽과 다르게 둥근 자갈이 깔린 해빈(beach)을 볼 수 있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빈을 사빈이라 부르고 태종대처럼 자갈이 있는 해빈은 역빈이라 한다. 역빈은 태종대 외에도 몰운대, 송도반도, 이기대 등의 지질명소에서도 볼 수 있다. 부산의 해안가에 갈 기회가 있다면 자박자박 밟히는 자갈소리를 들으며 까만 역빈을 거닐어보자.

이렇듯 부산의 바다는 시원한 해수욕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종대에서 차분히 겨울 바다를 즐기며 다양한 지형을 관찰해보는 일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계단이 많고 태종암 지대가 미끄러우니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길 권한다.

부산국가지질공원 http://geopark.busan.go.kr
사진: 권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