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생활을 입다

한복, 생활을 입다

  • 343호
  • 기사입력 2016.03.11
  • 취재 한지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7836

최근 경복궁, 창경궁 혹은 인사동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복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의상임에도 과거 '한복'을 이야기하면 어렵고 특별한 날에만 입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우리 생활 속에서 한복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 한복만을 취급하는 쇼핑몰이 늘어난 것뿐 만 아니라 SNS를 통해 생활 속에서 한복을 입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기이다. 한복에 관한 관심과 인기가 늘어난 만큼 이번 성균 웹진 문화읽기에서는 '한복 여행가'이자 '한복 놀이단'의 단장으로 활동하는 권미루 씨를 만나 생활한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한복 여행가 및 한복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권미루입니다. 흔히 말하는 한복 덕후죠. (웃음) 한복 덕후는 보통 일본의 오타쿠에서 파생된 내용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제 설명은 조금 다릅니다. 여기의 덕질은 덕德인것이지요. 입으면 입을수록, 하면 할수록 덕이 쌓인다는 의미로 소개하고 싶네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단체인 2030세대의 즐거운 한복놀이문화를 창조하는 한복 놀이단 단장으로 다양한 한복활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생 잡지 아웃캠퍼스 한복생활기 에디터, 패밀리삼성 한복 칼럼니스트이기도 합니다. 본래 직업은 진로 컨설턴트로서, 10년째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 한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일 때마다 한복을 입고 친구를 초대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명절 때마다 한복을 입었고요. 한복을 입을 때, 입고 있을 때의 설렘이 참 좋았어요. 성인이 되어서는 명절 때마다 한복을 입었어요. 그러다 2013년, 한 포털의 연합카페 한복 행사에 운영봉사자로 참여했죠. 다양한 스타일의 한복을 보게 됐고요. 그 후 한복스타일이라는 새로운 패션에 빠지게 되었어요. 제가 한복을 입는 행위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나를 돋보이게 하는 옷이라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한복을 입는 행위 자체가 고결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이 옷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한복 활동으로 내 몸에 익숙해진 한복을 입고,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 거죠. 여행을 가서 사람들에게 한복을 알린다거나, 한국을 홍보한다거나 독도를 말해준다거나 하는 이벤트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다. 이것이 제 한복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 권미루 선생님의 블로그와 선생님이 포함된 '한복여행사진전'의 사진들을 보면 한복을 입고 몽골을 포함해 유럽의 많은 나라를 여행한 사진이 돋보입니다. 단순히 일상복으로서의 한복 외에 여행복으로 한복을 선택한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복을 입고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고, 모임에 나가다 보니 한복이 그리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복을 입고 무엇까지 해볼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모험을 시작한 거죠. 국내 여행에서 자신감을 얻어, 그다음에는 더 멀리, 그다음에는 더욱더 멀리..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내가 좋아하는 옷인 한복을 입고, 좋아하는 사람과 떠나는 그 행위가 행복했어요. 한복을 아주 잘 만들어서 세계에 한복을 알리는 분들도 중요하지만, 저는 한복을 멋진 곳에서 멋지게 잘 입는, 한복을 즐기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복여행사진전이란? 한복에 대한 애정만으로 시작했던 한복여행과 한복여행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입고 싶은 한복'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간 민족주의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입어야 하는 한복'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다. 덥고, 거추장스럽고, 힘든, 구입할 필요도 없는 코스프레 의상으로서가 아니라 나만의 맞춤 옷,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 일상성과 대중성으로서의 옷으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한복은 박물관에나 있어야 하는 옷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 또한 '의복'임을 직접 느끼고 싶었고, 그 깨달음의 흔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저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즐거운 순간에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전시회로 남기고 싶었다. 그것을 통해 한복이라는 것에 즐거움을 덧씌우고자 하는 개인 프로젝트의 확장이기도 했다.

- 한복을 구매하는 것 외에도 직접 디자인하고 본인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한복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부럽습니다. 자신만의 한복을 가지는 건 누구나의 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한복을 디자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처음 어떻게 시작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울긋불긋한 한복이 한복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전통한복이라고 하는 형태는 1960년대 이후 디자인된 모습임을 알고 한복에 관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관련 서적을 보고 전시에 가고, 논문을 찾아보면서 정말 다양한 한복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부터 한복을 가지고 내 식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다음 부터는 한복의 유형들을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덕질의 끝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한복 집에 방문해 한복을 맞추면 의뢰인이 선택하는 것은 배색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한복을 조금만 더 알게 되면 내 스타일대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배색이나 스타일 같은 것들이 그에 해당하는 데요. 직접 마음에 드는 원단을 구입해서 디자인해 입기도 하면서. 이렇게 제작해 입은 한복에 대해 저 스스로도 좋은 평들을 많이 들었어요. 판매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이제는 한복을 맞추기 위한 스케치나 작업지시서나 도식화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학부 때 미술전공을 했던 것이 도움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요즘 생활한복이 SNS를 통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에 생활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친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생활한복이라도 한복의 가격대가 아직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고 '한복=불편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변이나 본인도 한복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었고 현재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보통 한복에 많이 가지는 편견이나 오해 중 하나가 '일반 옷'과 다르게 '불편한' 것들을 떠올리는 것인데요. 예식이나 행사 때에만 입는 한복만을 전통한복이나 한복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기에 받는 질문입니다. 보통 일반 옷을 여행 때 챙겨간다고 해도 아주 장기간 여행하는 분이 아닌 보통의 경우라면 빨아 입지는 않거든요. 한복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유독 한복에는 세탁이나 수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여행 때 입는 한복은 모두 물빨래 가능한 감으로 지은 옷이라 뭐가 묻어도 상관없기는 해요. 부분 세탁을 하면 되니까요. 아주 오지 탐험을 하지 않는 한, 일반 옷과 마찬가지로 한복은 그저 옷일 뿐이랍니다. 그냥 옷으로 생각하면 간단한 내용이지요.



그녀는 자신만의 한복을 소장하고 싶은 학우들을 위해 한복을 디자인하고 이를 만드는 과정을 간략히 소개했다.

①한복을 짓기 전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때 입을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일상생활에서? 여행하면서? 축제나 행사에? 기념식이나 발표회에? 입는 목적과 장소에 따라 옷감과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배색을 생각해본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상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맞춰 입는 색상도 좋지만, 이것도 옷이기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색상이나 즐겨 입는 옷 색깔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한복 제작 감은 일반 한복 집에는 다양한 한복지(춘추용 감/여름 감/겨울감 등)가 있어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지만, 면이나 린넨, 진 등으로 만들어 입고 싶은 경우 직접 원단시장에 나가 발품을 팔고, 손으로 만져보며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가지고 있는 한복이나 입어보았던 한복 중에서 편했던 형태 혹은 사이즈, 좋았던 색상을 메모해둔다.
-주변에 한복 제작에 대해서 조언해줄 만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면 좋다. 놓칠 수 있는 부분, 한복을 입으면서 좀 더 상세한 팁을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②한복 짓기
-한복 결정: 여자라면 보통 저고리/치마겠지만 남자는 고의적삼에 겉에 입는 옷을 추가로 결정해야 한다. (전복/쾌자/답호/창의 등.)
-세부 디자인 결정: 크게는 저고리를 길게 입고 싶은지(장저고리)/짧게 입고 싶은지/중간 정도로 입고 싶은지 자신의 체형에 따라 결정한다. 치마 길이 또한 조정 가능하다. 여기에 세부 형태(동정, 깃, 고름, 회장, 치마허리, 폭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한복 집에서는 이러한 내용까지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사이즈 재기: 보통 뒷 목점에서 시작하는 저고리 길이, 치마가 끝나는 길이, 회장, 팔 길이, 가슴둘레 등을 기재한다. 이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 한복이 있었다면, 그 사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짓는 것이 팁.
-가능하다면 맞추고 싶은 한복 형태를 스케치, 도식화를 그린다. 더욱 정확하게 작업을 지시하는 부분으로, 잘 모른다면 자세하게 말로 전달하면 된다.

③한복 제작 후에
-한복이 제작된 후에는 보통 가봉(시침바느질)과정을 거친다. 한복을 입어보고 수정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예전에는 완성 전 한복을 입어보고 치수를 조정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완성 후 입어보는 당연한 절차에 해당한다.
-이때, 한복 치마가 너무 끌리지 않는지, 저고리는 고름까지 매고 나서 등쪽이 들뜨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저고리 앞쪽에 팔(八)자 주름을 잡은 후).

흔한 한복지로 만들든, 요즘처럼 면으로 만들어 입든, 한복은 눈에 띕니다. 입는 사람을 높여 주는 옷, 그래서 특별한 옷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젠 알아요. 또 그런 가치가 한복에는 있죠. 나에게 딱 맞는, 맞춤 핏 이야말로 한복의 가장 큰 강점이에요. 특히 맞춤 한복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옷이죠. 서양식으로 이야기하면 '오뜨꾸뛰르'이자 완벽한 '아날로그적' 매력이 있는 옷이죠. 한복에는 여러 가지 끈이 있어요. 어깨끈, 치마끈, 속고름, 고름 등.. 내 몸에 딱 맞게 조여주고 맞춰주는 그 과정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요즘 새 물건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물건을 찾으시는 분들의 마음과 비슷할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복'에 '긍정적'이고 '신나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복은 편견의 그늘에 드리워져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제가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함과 동시에 한복도 좋아해서입니다. 그런 행위가 굉장히 신나고 즐거운 일이죠. 한복이 불편하거나 거추장스러운 행사 옷이 아니라, 일상 속의 즐거움을, 편안함을, 설레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우리네 "기쁨"을 담은 옷이라는 것을 더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한복을 소비하는 주체로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한복문화기획, 한복문화유산답사, 한복과 전통문화기획자 지원, 전통과의 융합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현재 민화를 배우고 있는데, 열심히 배워 한복을 주제로 개인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진로분야를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한복으로 되찾게 된 나의 열정을 좀 더 많은 학생과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네요.

권미루 曰 : 청년들에게, 많은 사람이 '행복'의 기준을 타인에게 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생긴 모습이 다르고, 음성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듯, 사람이 열이면 열 모두 그 사람만의 '행복의 기준'과 '가치'는 다른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 된다. 그러다 보면 나의 특색이 사라지고 내가 진짜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도 잊게 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과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않는다. 멋져 보이지 않아도, 아주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남들이 어떻게 나를 평가할지 두려워해서다.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일부러 억누른다. 그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당연하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이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공부에, 직장 일에 모든 열과 성을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 놓이다 보니 쉽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은 언제나 선택해야 하고 선택에 따른 책임의 문제도 무겁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영위'하면서 사는 삶이란 매우 풍요롭다. 직장과 가족의 가치 크기대로 유리병 속에 돌멩이를 넣는다면 어딘가 휑하게 빌 공간을, 취미, 즉 덕(德질)이 채워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덕질의 씨앗이 있다. 그 덕질로 새롭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애써 억누르니 모르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나는 '덕(德 )을 쌓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은 덕질의 연속인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학우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고 자신만의 '덕질'을 시작하길 바라며 끝으로 우리 한복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 이어져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