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을 채워 줄 무료 전시, <br>동대문 자투리展

공강을 채워 줄 무료 전시,
동대문 자투리展

  • 344호
  • 기사입력 2016.03.25
  • 취재 오솔 기자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6952

따뜻해지는 봄바람과 함께 멋진 새 옷들도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패션, 봉제 산업 뒤편에서는 해마다 약 9만 톤의 자투리 원단이 쌓이고 있다. 엄청난 소각비용과 유해물질을 만들어내는 폐원단은 패션, 봉제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다. 이런 골칫거리인 폐원단을 활용한 업사이클 전시가 종로, 중구와 함께 서울 봉제공장의 대표지역으로 꼽히는 동대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동대문 부근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천과 폐자원을 재탄생시킨 41개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의상학과 학우들이 디자인하고 만든 멋진 업사이클링 옷들도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옷이 아닌 의자들이다. 옷감으로 가구를 만든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의자의 모습에 놀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소재들에 다시 놀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위 사진 속 의자들은 홍익대학교 IDAS 프로젝트 담X제품디자이너 들의 작품이다. "(동대)문을 지나서"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의자들은 주변에서 쉽게 버려지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라이터, 가죽, 금속, 지관(포스터 등을 담는 긴 원형의 통), 목재, 아크릴, 데님 등 소재의 폭도 매우 다양하다. 프로젝트팀 '담'과 디자이너들은 늘 활기 넘치는 동대문이 품고 있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들의 작품은 한국문화의 업사이클이라는 관점에서 동대문과 자투리를 풀어낸다. 창작자들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네온불빛처럼 보이던 라이터 스툴(stool: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작은 의자)에서 색동저고리를, 데님 의자에서 조각보를, 가죽 의자에서 한옥의 기와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의자들 뒤의 벽면에는 이푸로니 디자이너의 "여러 가지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각"은 자원이 제품이 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리적 자투리와 시간적 자투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디자이너는 사진을 즐겨 찾는 동대문 특수인쇄 지역의 폐자원을 소재로 삼았다. 작품 속 흥미로운 요소들을 감상하면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상도 같이 볼 것을 추천한다.



Zero-Waste meets Upcycling은 우리 학교 의상디자인학과와 동대문 의류제작자 팀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Zero-Waste 패션 디자인을 통해 사람, 자연, 수익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옷 입기를 일상화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Zero-Waste란 의류 제작과 관련이 있다. 옷이 만들어질 때 낭비되는 천조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Zero-Waste 패턴을 이용한 것이다. 업사이클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재료는 동대문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사용했다. 완성된 옷들은 폐자원의 칙칙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한 관람객은 "가게나 런웨이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며 실제로 입어보고 싶은 마음을 보였다.



안해익, 유미현 패브릭 아티스트는 소재와 더불어 그 소재가 가지는 이야기까지 재활용하고자 했다. 이들의 작품은 "버려지는 실패란 없다."라는 주제로 문 닫는 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폐업 과정에서 쓸모없어진 실, 자투리 천을 압착하고 박음질하여 그들의 슬픔과 실패를 표현한 것이다. 안해익, 유미현 아티스트는 실패한 공장 이야기가 영감의 원천이 되고 그들의 실패가 작품의 원재료가 되어 재탄생한다고 말하며 프리미업사이클(Premi-up-cycle)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재활용과는 다르다.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소재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이 사용자에게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티스트들은 프리미업사이클을 통해 공존하는 이웃,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실천하는 착한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전시회 곳곳에서 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통해 작품의 자세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 중 몇 가지를 들어보자.

"원래 소재가 지녔던 이야기가 새로운 사용자의 어떤 영감과 메시 업(Mesh-UP)되면서 결국 스토리텔링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는 DDP에 소개되는 만큼 대중들이 쉽게 볼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업사이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위에는 정말 너무나 많은 사물들이 있는데 이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선을 주고 싶어요. 또 일반인들도 업사이클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관람객들이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한 번 저 제품을 써보면서 저 제품이 지닌 이야기나 업사이클링 제품을 공유해보고 싶다는 참여형 영감 같은 것들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버려지는 부분이나 잃어버린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디자이너들의 이런 노력이 삶에서도 작은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소개된 작품 외에도 청바지 원단을 활용한 가방, 장난감 가게에서 버려지는 완구 등 다양한 폐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 작품을 볼 수 있다. 우리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감정의 실로 단어들을 엮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눈에 띈다. 전시장에는 출입구가 두 개인데 gate 2로 들어와서 전시를 다 보고 마지막에 이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경험을 통해 감정의 업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안내
기간: 2016.2.25.~5.8
요일: 화요일~일요일
장소: DDP 둘레길 쉼터 배움터 3층
도슨트 프로그램: 화~일요일(공휴일 포함) 11:00, 14:00

참고
DDP누리집: http://www.ddp.or.kr
국가통계포털(KOSIS): http://www.kosi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