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을 따라서, <br>익선동에 가다.

골목골목을 따라서,
익선동에 가다.

  • 349호
  • 기사입력 2016.06.09
  • 취재 한지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8383

서울에 가 볼만한 곳을 추천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홍대, 대학로, 강남 등 시끌벅적하면서 여러 볼거리가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꼭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동네가 있다. 더욱 착하고 잘한다. 라는 뜻의 익선, 종로구의 익선동을 소개한다.

익선동은 종묘와 낙원상가 사이, 낙원동과 인사동 사이에 있다.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 캠퍼스에서 출발하면 대략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후문에서 종로 02번을 타고 낙원상가 정류장에서 걸어가는 방법도 있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종로 3가 정류장이나 역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종로 3가역에서 내릴때는 4번 출구로 나와 바로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익선동은 1920~1930년대에 도시형 한옥 마을로 개발된 곳이다. 한옥마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북촌 한옥마을이 생각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은 넓은 땅을 활용해 전형적인 전통 가옥이 들어선 것인데 반해, 익선동은 좁은 골목골목 사이로 서민들을 위한 한옥이 중구난방으로 들어섰다. 실제로 익선동을 가보면 골목 사이가 그렇게 넓지 않고 가게, 한옥들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 강하다. 대신 골목 사이가 좁다 보니 차도 지나다닐 수 없고 천천히 둘러보며 구경하기 좋다. 서민들을 위한 작은 한옥으로 지어졌다 보니 ㄱ, ㄷ, ㅁ 등으로 집의 구조도 다양하고 크기나 건축양식도 미묘하게 다 다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정갈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개성에 따른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익선동은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상복합이 지어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허가를 다 받지 못해서 계속 미뤄지다가 2015년 완전히 재개발이 무산됐다. 익선동 한옥마을을 찾아가면 주변, 높은 건물들 사이에 이 구역만 혼자 시간이 멈춰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익선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사진, 그림, 음악 등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익선동에 작은 공방 혹은 카페 등을 차리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익선동 고유의 분위기와 현대의 아름다움을 같이 살리면서 익선동 특유의 분위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누군가에게는 옛날의 향수를 일으키는 곳, 누군가에게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도시 서울의 향기와 누군가의 지나간 세월을 맡을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익선동에 위치한 가게 몇 곳을 소개 하고자 한다.

프루스트는 익선동에 위치한 향수공방이자 향수 브랜드이다. 지난 12월, 겨울 10년 간 조향강사로 활동한 문인성씨가 익선동에 ‘프루스트’를 개업했다. 이 곳 프루스트에서는 향 제품 관련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정통 프랑스 디저트와 홍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프루스트 티'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프루스트’라는 브랜드의 이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은밀하고도 눈에 보이지 않으며 넘쳐흐르는, 온갖 삶이 발산하는 무수한 냄새들로 우리를 매혹했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프루스트’ 건물을 보면 먼저 하얗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공방 내부, 외부가 모두 흰색을 주 색깔로 꾸몄고 화려한 장식은 최대한 배제했다. 흰색과 한옥의 조화가 생각보다 잘 어울리며 가게 외관을 통해서도 프루스트의 향수가 지닌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 조향 관련 수업은 하루 단위의 원데이 클래스부터, 창업에 이르는 전문 조향 클래스까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수표로 28길 17-26
문의: 02-742-3552 /
instagram @proustscent(https://www.instagram.com/proustscent/)



마트, 백화점을 먼저 찾는 요즘, 익선동에는 동네 슈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거북이 슈퍼가 있다. 빈티지풍의 동네 슈퍼마켓이자 맥줏집이다. 입구는 마치 동네 친구들과 편한 옷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 같이 맥주, 쥐포를 먹을 것 같은 외관이다. 동네 구멍가게와 같은 이 슈퍼에는 각종 과자와 음료수, 아이스크림과 함께 안에서는 국산 맥주에 먹태나 쥐포를 안주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쥐포는 실제 연탄불에 구워준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166-79
문의: 010-7532-7474 /
instagram @turtle_supermarket(https://www.instagram.com/turtle_supermarket/)



낮에는 카페, 밤에는 Bar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과 현대 예술의 조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나하나의 소품이 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식물’은 사진가 루이스 박이 버려진 한옥 3채를 개조하여 만든 곳이다. 한옥이 가지는 구조와 세세한 흔적들을 잘 남겨놓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166-62
문의: 02-747-4854 / instagram @sikmul(https://www.instagram.com/sikmul/)


참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익선동에서 가봐야 할 곳 5
http://www.huffingtonpost.kr/2016/02/10/story_n_91754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