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는대로, 모방소비

남들이 하는대로, 모방소비

  • 381호
  • 기사입력 2017.10.16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8311

초콜릿 하나씩 떼어먹기. 오물거리고 오랫동안 씹기. 보라색 널디 져지 입기. 혹시 해당되는 항목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불행히도(?) ‘아이유병’에 걸렸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가 보여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였다. 아이유의 매력과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유쾌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과 감동을 유발하곤 했다. 더불어 방송 중 아이유가 입고 나왔던 보라색 널디 져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평소 같았으면 평범한 트레이닝복으로 취급됐을 옷이 연예인이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이른바 ‘모방소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모방소비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추종해서 소비하는 행위. 아이린이 입고 나온 옷. 송중기가 쓰는 셔츠. 강다니엘이 자주 먹는 아이스크림. 심지어 방송 중간에 스쳐 지나간 로션이나 스킨 같은 기초 화장품들까지. 사람들은 연예인이 소비하는 행위를 모방해서 소비하곤 한다. 모방소비는 오늘날처럼 SNS와 같은 미디어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모방소비를 하는 것일까?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사람들의 소비행태에 과학의 잣대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도 인간의 행동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거울뉴런에 의한 모방효과에 의해 모방소비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자연과학계열인 학우들이나 심리학도 학우들에겐 어느 정도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일수 있지만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우들에겐 생소한 단어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거울 뉴런’이란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직접 할 때와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있을 때 동일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뉴런. 그것이 거울 뉴런이다. 주로 뇌과학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뇌과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심리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이 간접 체험을 통해 어떤 일을 배울 때 우리의 거울 뉴런은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 거울 뉴런이 뇌의 어느 부분에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가에 따라 행위자가 따라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나 세밀함의 차이가 드러난다. 인간의 거울 뉴런은 대뇌의 여러 부분에 분포한다. 이와 달리 대부분 영장류들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에만 거울 뉴런이 존재하고 있다. 사소한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 인간은 행동 모방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감정을 모방할 수 있지만 영장류들은 단순한 행동의 모방만 할 수 있다. 학자들은 이 차이 때문에 인간이 영장류 중에서 가장 발달할 수 있었고 문명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본다.

거울 뉴런의 활동 강도 역시 행동의 차이를 불러온다. 과거 EBS에서는 어린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전개한 적이 있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아이의 어머니가 우는 연기를 한다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재밌는 사실은 성별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여자아이들은 우는 연기를 하는 어머니를 보자 같이 우는 현상이 발견됐고 남자아이들은 어머니 앞에서 웃음을 짓는 현상이 발견됐다. 당시 실험을 설계한 연구자들은 여성에게 더 많은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한다고 봤다. 이에 반해 남성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웃게 하려고 웃었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다시 거울 뉴런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모방 능력은 어느 성별에서 좀 더 높게 나타났을까? 앞선 실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 공감 능력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강한 거울 뉴런 활동을 보인다고 한다.

모방소비는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발견되고 다양하게 이용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예인들이 소비하는 물건들을 팬들 혹은 시청자들이 구매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모방소비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입고 나온 옷은 고가에 거래가 돼도 매진되는 예가 많으며 심하면 아주 잠깐 등장한 물건도 팬들에 의해 매진되는 일이 있다. 좀 더 실생활에 가까운 예시를 들어보자. 친구가 최신형 핸드폰을 갖게 됐을 때 나도 비슷한 기종의 핸드폰을 갖고 싶은 감정. 복고풍 옷의 유행. 영화의 흥행. 적든 많든 거울 뉴런은 우리 생활 전반부에서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모방소비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사례가 광고다. 광고란 무엇일까.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알려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다. 이론적으로 상품의 강점을 부각하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화장품이나 자동차, 시계 같은 상품의 광고를 보자. 유명 연예인 혹은 모델이 나와서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화장품이라면 여자 혹은 남자 모델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 되고 자동차라면 해변에서의 드라이브가 나온다. 이런 광고는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생활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면 광고의 상황처럼 이상적인 경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이 역시 거울 뉴런에 의한 모방효과의 일종이다.

직접 광고이외에 간접광고로서 모방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그램 속 잠깐 스치듯이 지나간 물품도 사람들에겐 모방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전지현이 입고 나왔던 옷들은 인기리에 상점가에서 판매됐으며 중국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의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축구선수가 광고를 찍지 않고 단순히 자신이 좋아서 신은 축구화나 보호용구는 경기에 나온 순간 화제가 되기도 한다. 회사는 이를 놓치지 않고 홍보를 하곤 한다.

흔히 모방소비가 비합리적인 소비라고들 한다. 모방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다. 기자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하단의 기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자는 다소 몸집이 있는 편이다. 다소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자가 최근 개봉한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을 감명 깊게 봤다고 가정하자. 영화 속 해리 하트처럼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영국발음으로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읊조리면 해리 하트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냉정하게 ‘절대 아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몸매부터 차이가 난다. 해리 하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정장이 잘 어울리는 몸이다. 외모 역시 신사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기자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슬프니까. 어쨌든 그런 기자가 비싼 돈을 들여 어울리지 않은 머리를 하고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는다고 가정하자. 옷을 사고 머리를 하는 과정에선 행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후엔? 상상에 맡기겠다. 차라리 그 비싼 돈으로 어울리는 옷을 사고 어울리는 머리를 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의 취미활동에 시간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따라서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비난받을 행위는 절대 아니다. 그저 하나의 소비형태일 뿐이다. 유행 역시 모방소비의 일종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소비를 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옷이 나와 어울릴까. 이 헤어스타일이 나와 어울릴까. 단순히 유명하다고 혹은 다른 사람들이 다 한다고 소비하는 것은 아닐까. 한 번쯤 의문을 던져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장 저 깊숙이 먼지 쌓인 옷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