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 383호
  • 기사입력 2017.11.15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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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가수 최시원씨의 반려견이 한식당 ‘한일관’의 대표를 물었다. 얼마 후 개에게 물린 한일관의 대표는 병원에서 숨졌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 사이에선 반려견과 견주의 의무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때문에 오늘 ‘문화읽기’에서는 최근 대한민국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반려견 문제를 알아보고자 한다.

2017년 9월 30일 서울의 유명 한식당 ‘한일관’의 대표 김이숙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가수 최시원과 그의 가족이 기르는 개를 만난다. 개는 김 씨를 향해 다가오더니 그의 다리를 물었다. 이후 김 씨에게 패혈증이 발생했고 10월 3일 병원에서 숨지게 됐다. 하지만 김 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최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과 관련한 포스팅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면서 반성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람들은 최 씨의 강아지가 입마개는 물론 목줄까지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부주의한 반려견 관리를 문제 삼았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 역시 존재한다. 개에게 입마개까지 시키는 것은 ‘동물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혀를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개의 특성상 입 여는 것을 막아버리면 개에 대한 학대라는 이유이다.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 사이에선 공포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듯하다. 기자의 집 근처 공원에는 한 때 정말 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즐기곤 했다. 하지만 최 씨의 반려견 사건 이후 공원에서 자신의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추워진 탓에 사람들이 산책을 많이 즐기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고려하고 나서라도 전년에 비해 확연히 반려견을 동반한 산책의 수는 줄어들었다. 뉴스에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살펴보아도 이런 산책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 씨의 사건 이후 많은 언론사에서는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거리의 시민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의 인식은 뚜렷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견주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눈치가 심해지면서 산책을 꺼리게 됐다는 이야기 역시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동물권이다. 고대부터 조금씩 회자되던 동물의 권리는 1970년대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피터 싱어에 의해 정립되기 시작됐다. 동물권은 사람이 아닌 동물들에게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부여하고 고통과 학대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동물권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중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 씨의 개를 안락사 시킬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 다른 쟁점은 입마개가 동물권에 저촉되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안락사 문제에 관해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 씨의 개가 김 씨를 죽인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한일관 대표의 사망원인은 패혈증이며 상처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는 병원의 소견이 있다. 영국의 조사에 따르면 개의 입안은 녹농균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며 최 씨 역시 반려견의 광견병 예방 소견서와 함께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안락사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의견이 있다.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개의 잘못이지만 따지고 보면 반려견주의 주의 부족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말하며 사람이 잘못했다고 바로 사형을 시키지 않듯이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위협이 되기에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동물권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권에 앞서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안락사 찬성 측의 의견이다.

다른 쟁점인 입마개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개는 혓바닥을 입 밖으로 내보내 체온 등을 조절한다고 한다. 개가 열심히 산책하고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 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때문에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입마개를 한다면 개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크다고 주장했다. 세상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입마개를 하지 않고 목줄마저 하지 않은 개가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 실제로 기자의 친구 중에는 개를 싫어하는 학우가 있다. 길거리에 큰 진돗개 한 마리를 피하려고 반대편 길로 건너 돌아가기도 했다. 반려견의 입마개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 강형욱 훈련사는 입마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해외에서는 동물보호법과 안전 관리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되고 있는 안전 관리법을 위주로 살펴보자. 영국은 1991년에 위험한 견종에 관한 법을 만들어 맹견으로 지정된 견종을 키우는 사람은 사전에 법원의 허락을 맡게 되어 있다. 허락을 맡는 과정에서 대인 배상 보험 가입과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 칩 삽입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도사견 등 6종의 투견은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소유주 없이 공공장소 출입 불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착용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맹견으로 인한 사고가 나면 소유자에게 최대 14년의 징역형, 통제를 벗어나 사고를 유발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무제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도 비슷하다. 법을 제정하여 문제가 생기면 최대 1000달러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적용한다. 심지어 일부 주(州)는 개로 인한 사망사고에 견주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유럽의 각국 역시 반려견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반려견에 대한 안전 대책을 비롯해 동물보호법 등 사람과 동물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태다. 늘어나는 반려견의 수만큼 책임감 있는 주인의 의식이 필요하다. 나에겐 귀여운 강아지가 남들에겐 무서운 맹수일 수 있다. 이때문에 남들을 배려하는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며 동물권과 인권 모두를 같이 보호하는 쪽으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련한 법안을 제대로 지키는 자세 역시 꼭 필요하다. 귀찮더라도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선진국의 시민의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