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가워요, 시즌제 드라마

  • 424호
  • 기사입력 2019.07.29
  • 취재 현지수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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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태양의 후예, 꽃보다 남자 … 모두 수많은 드라마 ‘덕후’를 탄생시킨 인기 드라마다. 누구나 매일 같은 시간만 되면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시청했던 인생 드라마 한 편쯤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영영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사랑했던 드라마의 종영은 언제나 아쉽기만 하다. 요즘에는 그러한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종영 후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 시즌제 드라마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시즌제 드라마에 대해 살펴보자.


◈시즌제 드라마, ‘미드’에서나 보던 거 아니야?

시즌제가 보편화되어 많은 드라마들이 새로운 시즌과 함께 오랜 시간 사랑받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 드라마 산업에서 시즌제는 낯선 시스템이었다.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필두로 예능에서는 일찍 도입됐지만 드라마는 제작 여건,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등을 이유로 쉽게 정착되지 않았다. 시즌제 드라마의 특징인 사건 중심 구성보다 전체적인 이야기와 인물 관계에 중점을 둔 구성을 선호하는 국내 시청자들의 특징과 주연 배우 섭외 등의 제작 부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제 드라마의 시작, 이제는 시즌제가 대세!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가장 먼저 시즌제 드라마가 도입된 곳은 고정 시청 타겟층이 명확한 케이블 채널이다. 케이블 채널은 고정 시청층과 더불어 지상파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이고 유연한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정착을 이끌었다. 법의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메디컬수사 장르 드라마 ‘신의 퀴즈’는 2010년 OCN에서 시즌 1 방영을 시작으로 올해까지도 시즌 5가 만들어지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격인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첫 방송 이후 17시즌까지 만들어지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즌제 드라마는 더 이상 케이블 채널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지상파 채널들에서까지 다양한 시즌제 드라마를 방영하고 기획 중이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검법남녀 시즌2’ 등 다양한 지상파 드라마들이 두번째 시즌으로 만들어져 방영돼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등 많은 지상파 드라마들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거나 기획하며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시즌제 드라마, 공통점을 찾아봐!

보이스, 검법남녀, 신의 퀴즈 등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수사물’ 장르 드라마라는 점이다. ‘수사물’은 시즌제 드라마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장르 중 하나다. 긴 호흡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 시즌제 드라마의 특징 때문이다. 멜로나 로맨스 장르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으면 이야기가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사물은 그 포맷 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등장시키면서 계속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 호흡이 긴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기에 적합하다.


◈시즌제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도입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제 시즌제 드라마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의 도입 배경에는 대부분 시즌제로 제작되는 ‘미드(미국 드라마)’ 혹은 ‘영드(영국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시청 방식 변화가 있다. 또한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등 다양한 영상 시청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콘텐츠의 소비 속도가 빨라지고 ‘몰아보기’, ‘정주행’ 등이 일반화 된 영양도 크다. 한편 방송국 입장에서도 이미 검증된 스토리와 등장인물로 고정된 팬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즌제 드라마, 문제점은 없을까?

그러나 아직 시즌제 드라마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만큼 문제점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즌제 드라마들에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문제는 ‘자기복제’이다. 정해진 포맷 내에서 계속해서 스토리를 이어가야 해서 비슷한 사건이나 전개가 되풀이되며 익숙한 전개로 흘러가기 쉽다. 정해진 포맷이라는 같은 이유로 이야기를 끌어내며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무리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워 외면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시즌제 드라마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의 주요 배우들의 다음 시즌 출연이 불명확해, 다른 배우로 대체하며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원작 팬들이 등을 돌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시그널’이 시즌 2 제작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시그널’처럼 지금껏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많은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앞으로도 새로운 시즌과 함께 선물처럼 우리를 찾아올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