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으로 더 따뜻한 겨울 만들기

  • 433호
  • 기사입력 2019.12.16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 조회수 5915

추운 겨울이 돌아왔다. 어느덧 기온은 영하를 내려간 지 오래다. 지난 겨울을 함께한 패딩을 꺼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운 패딩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패딩. 그런 패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방법이 있다. 패딩이 단순한 소모품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 실현의 방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끔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권을 위한 패션, 비건 패딩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다양한 동물권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채식주의 철학 ‘비거니즘’이다. 오랜 기간 육식을 병행한 우리가 ‘비거니즘’을 고수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비거니즘’은 멀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입는 옷에서도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다. 비건과 패션의 만남인 ‘비건 패션’을 통해서 말이다. ‘비건 패션’이란 동물의 착취가 이뤄지지 않은 패션 아이템과 이를 소비하는 철학을 만한다.


모피, 가죽, 울, 양털, 앙고라, 알파카, 실크, 캐시미어와 같은 동물성 소재들은 질감과 편리성을 위해 산채로 동물들의 피부와 털을 뜯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입는 패딩의 경우, 한 벌을 위해 거위와 오리 15~20마리의 털이 뽑힌다. 이뿐이랴. 거위와 오리는 일평생 최소 5번에서 최대 15번에 걸쳐 털을 뽑힌다. 이런 비인도적인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 신소재들이 개발되었다. 웰론(wellon), 신슐레이트(thinsulate), 프리마로프트(primaloft),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아크릴(acrylic)등이 그 예이다.


웰론(wellon)

2004년 국내 업체가 개발한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한 인조 오리털. 가볍고 탄력성이 있음. 극세사를 엮어 만듦. 젖어도 빨리 마르고 냄새가 나지 않음. 물세탁도 가능.


신슐레이트(thinsulate)

3M사가 개발한 것으로 유명. 섬유 층 사이의 미세한 구멍이 외부 냉기를 차단. 우주복, 단열재, 단열필름 등 다양하게 활용됨. 다른 소재들에 비해 얇고 가벼움. 신소재들 중 가장 높은 보온성을 자랑.

프리마로프트(primaloft)

미군에서 거위 털의 대체재로 물에 저항력 있는 신소재를 요청해 개발된 소재. 젖어도 문제가 없고 오리 털/거위 털보다 가벼우며 부드러움. 다만 보온성은 신슐레이트에 비해 떨어진다고 함.


가장 널리 쓰이는 신소재 웰론, 신슐레이트, 프리마로프트의 특징은 위와 같다. 각 소재별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니 구매 전 확인해본다면 더욱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노스페이스의 써모볼 소재, VX소재와 같이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재도 있으며, 라푸마, 리복, 퓨마와 같은 유명 브랜드에서도 비건 패딩을 판매한다. 가격도 오리 털/거위 털 패딩보다 더 싼 경우가 많으니 충분한 고려 후에 구매한다면 더욱 현명한 소비가 될 수도 있다. 올 겨울, 자신의 소비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비건 신소재 패딩은 어떨까?


다 쓴 패딩도 다시 한번, 패딩 재활용하기


그렇다면 이미 다 써버린 동물성 소재 패딩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종이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듯, 패딩도 재활용하면 된다.


최근 비건 패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패딩의 재활용에 대한 논의 역시 시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패딩 업사이클링’을 시도한 스타트업 기업(‘베리구스’)도 있었다. 전국에서 약 200kg의 헌 패딩을 수거해 재활용 가능한 거위 털, 오리털을 모아 새로운 패딩 소재로 활용했다. 해당 브랜드는 545벌에 달하는 숏패딩과 롱패딩을 만들어 무의미하게 소비될 뻔한 헌 패딩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패딩으로 유명한 노스페이스 역시 충전재를 재활용한 패딩 아이템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패딩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 단계인 만큼 패딩 재활용이 활발해질 날은 멀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헌 패딩을 재활용할 방법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당신의 패딩 역시 언젠가 새로운 패딩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인 우리는 패딩 재활용이 활발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가? 그렇지 않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당장 패딩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헌 패딩을 기부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사각지대에는 따뜻한 옷 한 벌이 그 누구보다도 더 힘이 될 사람들이 있다. 가격대가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이너와 다르게 겨울 아우터는 가격대가 비싸 아우터없이 겨울을 견디는 이들이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 홈리스, 미혼모 등 다양한 단체에서 패딩 기부를 받고 있다고 하니 도움을 주고 싶은 단체에 문의해보도록 하자. 특히 홈리스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 노숙인 시설 협회’에서는 ‘희망 옷 나눔사업’을 대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잘 입지 않는 점퍼, 잘 맞지 않는 점퍼, 유행이 지난 점퍼 등을 서울 성동구 가람길 125 주소로 보낸다면 거리의 홈리스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겨울 나기에 쓰인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소비자인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패딩 재활용이 아닐까?



함께 공존하는 세상, 패딩으로 더 따뜻한 겨울 만들기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입는 패딩이지만 누군가는 패딩을 만들기 위해 살갗을 뜯기고, 누군가는 패딩이 없어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 당장 나에게 큰 상관이 없는 일 일지라도, 나의 작은 관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 작은 관심 한 번이라도 베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작은 관심일지도 모른다. 혹시 모른다. 그 작은 관심으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지 말이다.